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남궁가윤 옮김 / 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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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오잔 호텔에 입사한 7년 차 직장인 도야마 스즈네는 출산 휴가를 간 가오리의 격려와 그녀의 빈자리 덕분에 희망하던 애프터눈 티 부서로 발령받는다. "스즈네는 자신이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건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과는 달리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스즈네와 비슷한 성향의 기질이 있음을 발견한다. 열정적인 성격인 나는 어떤 일을 하면 주변을 생각하지 않고 그 일에 매몰된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즘 지나치게 '성실' 혹은 '열심'이란 이름 앞에 홀로 놓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은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 무슨 이득이 있어 저러는지 어리둥절해 한다. 나도 스즈네처럼 뒤늦게서야 사람들의 반응을 깨닫게 된다.

직장 여성과 잘생긴 디저트 셰프가 주인공으로 나오길래 처음에는 연애 소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소설은 현대인들의 고민을 담고 있으며 마치 내 이웃 누군가의 이야기를 곁에서 전해 듣는 듯했다. 그만큼 소설이 주는 흡입력은 강했다. 중국인 이민자 시게루는 일본어, 중국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직장에서도 일을 잘하는 능력 있는 사원이다. 그녀는 내심 가오리의 후임으로 자신이 발탁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희망은 절망으로 바뀐다. 능력이 출중한 자신 보다 스즈네의 열정이 이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즈네는 스즈네의 중국어 공부를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또한 일하면서 스즈네와 견해 차이를 보이는 두 사람은 손님과 기업 모두를 위하며 최선을 다하는 직장인들이다.

하지만 시게루는 아무런 말도 없이 오잔호텔을 그만둔다. 스즈네와 루리 그리고 가오리 세 사람은 오랜만에 가오리의 집에서 티타임을 갖는다. 가오리는 육아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직장 내 자신의 입지가 좁아질까 전전긍긍해 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정주부였던 나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엄청나게 힘들었는데 직장까지 다녔다면 그리고 그 빈자리의 시간이 하루하루 더해질 때면 스트레스가 오죽했을까 싶었다. 가오리의 이야기는 같은 여성 입장이라 그런지 공감이 많이 갔고, 미혼인 스즈네의 반응도 쉽게 이해 됐다.

"남성 이상으로 맹렬하게 일해온 여성들이 올라갈 만큼 올라간 사다리를 어느 날 갑자기 치워버렸다는 말인가." 184쪽

"결혼이나 출산에 관심을 두지 않고 일에 매진한 여성들이 직장을 잃으면 대체 어디에서 길을 찾아야 할까." 185쪽

일본이 경제 침체를 맡기 전 직장 여성들은 회사 내에서 제법 높은 지위에서 잘나가는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이들의 입지는 좁아졌고 설 곳마저 잃고 말았다. 열심히 일했던 일터에서 쫓겨나고 결혼 적령기까지 놓친 그녀들에게 미래는 없었다. 이 부분에서 세 여성은 말문을 잃는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은 투자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우리 부모 세대처럼 직장을 위해 목숨 걸고? 일하지 않는다. 그렇게 일해도 회사는 자본의 힘에 의해 명퇴를 권하는 구조니까 회사에 의존하지 않는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선 내가 일하지 않고도 돈이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주식과 부동산 열기가 쉽게 사거라 들지 않는 것 같다.

"한 가지 일에 푹 빠지면 주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점이나 멍하니 있다가 저지르는 실수가 많다는 점, 잃어버리는 물건이 많다는 점 등 마음에 짚이는 것이 꽤 있었다." 192쪽

당시 자신이 혹시 진단을 받았다면 따돌림을 눈치채지 못한 시점에서 발달장애로 의심받지 않았을까."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일까. 곰곰이 생각할수록 잘 모르겠다."193쪽

스즈네는 발달장애와 학습장애 자녀를 둔 부모용 책을 읽으면서 다쓰야가 난독증임을 그리고 과거의 자신이 꽤 유사한 증상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 디저트 메인 셰프 다쓰야는 난독증을 앓고 있다. 그는 오잔 호텔에서 일하기 전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좋지 않은 경험이 있다. 난독증이란 약점을 가지고 뒤통수를 친 동료의 배신은 다쓰야에겐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된다. 그리고 실력이 나아질수록 오잔 호텔에 머물며 안정적인 생활을 해가는 것이 옳은 것일까? 란 고민도 하게 된다. 그는 도전하고 싶지만 자신의 약점과 트라우마가 용기에 제동을 건다.

소설은 은유적으로 이민자와 발달장애 혹은 학습장애자들의 직장 내 어려움에 대해 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위치와 결혼 이후 여성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소설이지만 잔잔하면서 진지하다. 스즈네와 다쓰야의 로맨스를 기대하게 만들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현실적 고민을 돌아보게 만든다.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달콤하고 아름다운 디저트를 메인 주제로 해서 우리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해준 작품 오후 3시 오잔 호텔로 오네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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