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매스 - 수학, 인류를 구할 영웅인가? 파멸로 이끌 악당인가?
애나 웰트만 지음, 장영재 옮김 / 비아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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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말 괜찮은 책을 만났어요. 그것도 수학교사가 쓴 책입니다. 천만다행인 것이 이 책을 통해 저는 수학을 회피하거나 외면하는 사람이 아닌 좀 더 친숙함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뼛속까지 문과인 제게 수학에 대한 관심을 안겨 준 책... 이 책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그러면서도 완벽할 것 같은 수학에 대한 편견을 깨뜨려 준 책이자 수학이 얼마나 따뜻한 영역일 수 있는지를 알게 해 준 제게는 가히 혁명적인 책이었습니다. 이제 썰을 좀 풀어 볼까요?


책의 저자 애나 웰트만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한 수학교사이자 작가로 수학의 대중화에 힘쓰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오호~~~ 대중화!!! 적어도 한 명 성공하셨습니다. 작가님^^ 저자는 수학이 우리에게 이로운 점이 있는 반면 잘못 이용되는 측면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어떻게 수학을 바라보고 쓸 것인지 생각의 전환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예술과 수학을 다루면서 예술은 긴 세월 속에서도 넓고 다양하게 확장되었는데 수학은 일부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자 구체적으로 그녀의 생각을 들여다볼까요? 

본 책은 총 5챕터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 수학은 보편적인 언어일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이 질문에 바로 대답 했습니다. 예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저와 달랐습니다. 제가 예스라고 대답한 이유는 과거에 읽었던 우주 관련 소식지 때문인데요. 지구인이 외계 생명체와 대화를 한다면 수학만큼 완벽한 도구는 없다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그녀도 스테판 뒤마와 이반 듀틸이 우주에 보낸 메시지를 언급합니다. 그리고 수학은 과연 보편적인 언어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반론으로 파푸아뉴기니에 사는 오크사프민 원주민의 수세기 방식을 말합니다. 오크사프민 원주민들은 우리의 수세기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었는데요. 원주민들이 서구 문화와의 접촉 빈도가 높아지면서 이들 역시 우리가 아는 수세기 방식을 취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접촉 이전에는 그들만의 수세기 방식이 있었으며, 이는 서구의 수세기 방식과는 확연히 달랐다는 것이죠. 또한 고대 유물인 플림프톤 322와 잉카의 기푸 문서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의 질문을 던집니다.



2. 수학은 다음 수를 예측할 수 있을까?

우리가 좋아하는 복권은 당첨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복권 당첨은 논리적 결과물이 아닌 '운'의 작용이라고 말이죠. 우리가 수학을 중시하는 이유는 수학을 통해 현실 속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또 하기위한 중요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죄수의 딜레마를 소개합니다. 죄수의 딜레마가 전쟁의 경우에는 어떻게 적용될까? 세계 1차 대전 때 있었던 예측 불허의 사건은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그녀는 수학을 단순히 종이 위의 마술로 두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로 끌어 놓습니다. 



3. 수학은 편견을 없앨 수 있을까?

그녀는 재범에 대한 알고리즘 분석에 대해 의문을 가집니다. 백인과 흑인 외 소수 인종에 대한 재범 확률을 따질 때 불공정한 알고리즘으로 인종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이런 불공정한 알고리즘이 전혀 의도치 않았던 결과라는 점입니다. 그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이런 불공정한 알고리즘이 탄생된 배경에는 인간의 편향적 사고가 개입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을 검토하고 보완한다면 우리는 훨씬 더 공정한 알고리즘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4. 수학은 기회의 문을 열어줄 수 있을까?

수학하면 우리는 백인 출신의 수학자들을 먼저 떠올립니다. 백인 이외의 인종 혹은 여성을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애나 웰트만은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수학 교육을 쉽게 접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수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다양한 인종에게 공평하게 노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로 인도 출신 수학자 라마누잔 그가 받은 인종적 차별과 무시 그리고 열악한 경제적 환경 등을 나열합니다. 만약 하디와 그의 동료들이 그들의 시점이 아닌 라마누잔의 편에서 수학을 보려했다면 수학 역사는 어떤 변화를 맞이했을까?라고요. 



5. 수학은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이 파트에서 가장 아쉬웠어요. 저보다 수학 지식을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이 책을 본다면 얼마나 더 재미있게 읽을까? 살짝 배가 아프더라구요.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그렇다고 문과인들 걱정 마세요. 고등학생 때 적성 검사에서 문과형 90% 나왔던 저도 한 권 뚝딱 읽어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애나 웰트만의 수학에 대한 다양한 입체적 접근을 통해 민주주의와 다양성에 대해 깊은 공감과 감동을 받을 것입니다. 이렇듯 슈퍼 매스는 자기 반성적 모습과 인류 전체에 공평하게 적용되기를 바라는 그녀의 간절함이 배어있는 책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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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 파타고니아에서 이케아까지, 그린슈머를 사로잡은 브랜드의 플라스틱 인사이트를 배운다
김병규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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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소에도 플라스틱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김병규 교수님의 책을 읽으며 플라스틱이 안고 있는 현실 문제와 한계에 많은 공감이 갔던 책이기도 합니다. 본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는데요. 한국에서 있었던 쓰레기 대란 그런데 이 사건에는 엄청난 비극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2016년 왕 지우 리앙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의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어린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쓰레기로 생계를 이어가고, 그 공간에서 씻고 먹고 자고 하면서 학교에 갈 날만을 꿈꾸며 해맑게 미소짓던 슬픈 눈의 소녀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이제 쓰레기는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지구 전체의 문제가 되었으며 생존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 보시면 정말 심각하답니다. 


저자 김병규 교수님은 심리학과 경영학을 공부하신 분으로, 마케팅, 심리학, 뇌과학을 넘나들며 다양한 연구를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이 책 목차를 살펴보면 총 5부로 나누어져 있어요.


1. 플라스틱, 재앙의 시작

우선 플라스틱이 뭔지 알아볼까요? 플라스틱은 열과 압력을 가해서 모양을 바꿀 수 있는 고분자 화합물을 말하합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대량 생산이 어렵지 않아 쉽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플라스틱 용기와 포장재라고 하는데요. 이들 제품의 특징으로는 짧은 주기에 너무 쉽게 버려진다는 점입니다.(생수병이 가장 쉬운 예랍니다.) 그래서 폐기물의 양과 속도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죠. 그리고 오랜 시간 방치될 겨우 다이옥신과 같은 환경호르몬이 바닷속 해양 생물의 체내로 흡수되는 2차 피해도 가해집니다. 2019년 스코틀랜드 해변가에서는 향유고래의 사체에서 100킬로그램에 해당되는 쓰레기가 나왔다고 해요. 2018년 생태환경 사진작가이자 문화 인류학자인 크리스 조던이 다큐멘터리 [앨버트로스]를 공개했는데요.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다니며 새끼를 위해 먹이를 구해오는 앨버트로스가 새끼에게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는 사진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분을 안겼지요.



2. 플라스틱을 알아야 답이 보인다.

저자는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논하기 전에 우선 플라스틱에 대해 좀 더 알아볼 것을 제안합니다. 우리는 에틸렌을 통해서는 PETE, HDPE, LDPE, PVC, PS 등의 플라스틱을 만들어내고, 프로필렌으로는 PP를 만듭니다. 여기서 가장 재활용의 가치가 높은 플라스틱이 바로 PETE(페트)입니다. HDPE는 열과 충격에 강해서 건설자재나 가구에 많이 이용되고, LDPE 부드러워서 지퍼팩이나 튜브형 용기, 일회용 장갑, 랩 등에 사용됩니다. PVC는 장난감, 샌들, 가방, 우비, 인조 가죽, 비닐 장판 등의 재료고요. PP는 안전도가 가장 우수해서 가장 비싼 편이며 식품 용기, 음료 용기 뚜껑 등에 사용됩니다. PS는 주로 일회용 용기, 일회용 면도기 등에 사용되고요. 마지막으로 OTHER은 복합 재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재사용이나 재활용이 안되고 바로 폐기된다고 합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화장품 용기 대다수가 OTHER이죠.


3. 순환적 플라스틱을 위한 다섯 가지 리사이클 원칙

최근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 있는데요. 저자는 순환경제라 칭합니다. 이 순환경제가 정착되려면 다섯 가지 리사이클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데요. 이리 주장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유가 핵심 키워드입니다. 그것은 소비재 기업이 자신이 만들어내는 제품 중 가장 뛰어난 제품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소비자들도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인식이 크게 전환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여기까지 읽고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했는데요... 세상에 이미 몇몇 기업들은 이미 순환경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더라고요. 그것도 우리가 이름 들어본 제품들이 말이죠. 소비자는 몰랐지만, 이들은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에 자신들의 최고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던 거죠.


4. 지속 가능한 플라스틱을 위한 브랜드 전략

리사이클 원칙에는 상품성, 수요성, 전반성, 과정성, 자급성 이렇게 다섯 가지로 나눠지는데요. 이 과정에서 메소드라는 손세정제 제품의 성공 전략과 이케아 의자의 성공 전략이 놀랍더라고요. 이뿐만 아니라 프라이탁과 로티스, 그린토이즈와 걸프렌드 콜렉티브에 이르기까지 여러분들은 이런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바로 이 리사이클 원칙을 적용해 우수한 상품을 만들어내고 판매하고 있는 곳 그리고 일회성이 아닌 재활용의 순환성을 끊임없이 일으키는 회사가 바로 이들이랍니다. 


5. 소비자의 새로운 평가 기준, 그린

앞으로 소비자들은 환경 문제에 진정성 있는 기업의 제품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합니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들이 만들어낸 상품 중 가장 가치가 높은 제품을 재활용해서 폐기되는 쓰레기 양을 줄이고, 적극적으로 진정성 있게 이 문제에 관여하는 기업이 선택받게 될 것이라고 말이죠. 


[끝으로]

저도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하고 있지만, 개인이 하기에는 엄청난 어려움이 따릅니다. 너무 비실용적이고요. 그래도 배출양이라도 줄여보자는 마음에 동참 하고 있습니다만,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요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더군요. 바다는 현재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고, 일본은 이 바다에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하지요. 정말 답답하답니다. 환경문제는 이제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소비자들은 진정성 있는 기업의 제품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죠. 이제 지구는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저자의 제안이 하루라도 빨리 기업에 받아들여져 순환경제 시스템이 실행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이 책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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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자의 딸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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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다 읽고 난 지금 잔 여운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자전적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이 전해져 오는 듯한 서술 방식은 마음에서 여러 감정들이 일어났다 사라졌다 했다. 우리는 흔히 '조국'을 '모국'이라 표현하지 않나?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모국어라 칭하지 않나... 자기가 나고 자라 말을 배우고 추억이 깃든 곳이 점차 지옥처럼 변해가고 사랑하던 사람이 죽임을 당하고 그렇게 상식을 가지고 바라볼 수 없는 세상에 나 홀로 던져진다면? 나 역시도 그녀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이 소설의 특이점으로는 주요 사건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주로 여성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정확한 시대도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를 언급하고 아델라이다 팔콘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충분히 그 나라의 시간을 예측할 수 있었다. 


[줄거리]

아델라이다 팔콘은 어머니 장례를 치른다. 아버지는 그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떠나버렸고, 과거에는 종종 만났던 쌍둥이 이모들과는 최근 연락이 뜸하다. 아델라이다 팔콘이 어머니 병간호를 하는 동안 나라 상황은 풍전등화처럼 변했고, 정부군과 혁명군 그리고 게릴라 군은 누가 누군지 분간이 가지 않는 상황 속에서 죽고 죽이는 일들을 빈번히 일으킨다. 

 

 

"엄마가 생사를 헤맬 때, 국가는 미쳐갔어요... 다른 사람을 등쳐먹거나 침묵하거나, 다른 사람의 멱살을 잡으러 달려들거나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거나." 264쪽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자신의 집에 무단 침입한 보안관들에게 쫓겨나고, 생존을 위해 우연히 들어선 이웃집 여자의 방에서 아우로라 페랄타의 주검과 맞닥뜨리게 된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녀는 죽은 걸까?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지금 그녀가 사는 세상은 이런 갑작스러운 죽음이 더 이상 놀랍지 않다.

그녀의 대학 친구 아나 ... 그리고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아나의 남동생 산티아고... 학교에서 공부하던 동생이 정보 군에 끌려갔다는 소식 이후로 동생의 생사는 알 길이 없고, 그런 산티아고를 아델라이다는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언제 무슨 일로 죽음에 이를지 모르는 두 사람은 극한의 공포 속에서 함께 밤을 보낸다. 


 

{감상}

이 소설은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이 키우던 판초가 죽음의 위기에 놓였을 때 어린 아델라이다는 거북이를 구할 수 없었다. 판쵸의 비명을 듣지 않기 위해 요리에 쓰일 토마토 심부름을 했던 아델라이다! 그녀는 어머니 말씀을 뒤로한 채 토마토를 사들고는 다른 길로 새 버리고, 빈손으로 돌아온 어린 아델라이다를 무서운 침묵으로 일관했던 어머니... 

 

베네수엘라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이곳에는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살기를 원한다. 오직 그뿐이다.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그녀의 간절함은 이웃집 여자의 인생을 훔치게 되고, 베네수엘라를 떠나게 된다. 스페인행 비행기를 탄 아델라이다는 산티아고와의 하룻밤으로 꿈에서 태아를 만나게 되고 산티아고의 주검을 보면서 놀라 깨어난다. 작가가 설정한 이런 꿈의 전개는 정말 꿈일까? 아님 생시일까?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줄거리 자체가 메타포로 채워져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어린 아델라이다가 사랑했고 예뻐했던 판쵸를 지켜주지 못했던 엄마는 조국 베네수엘라를 닮았다. 국가란 자고로 자식 같은 민중을 사랑해주고 보호해줘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

 

" 나는 발걸음을 뗐다. 이번에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서, 우리 이름, 엄마와 내 이름, 아델라이다 팔콘에서 뽑혀 나간 글자들을 곱씹으면서, 나는 입안의 이가 다 빠진 것처럼 허전한 마음으로 조수석에 올라탔다." 278쪽

 

이가 빠진 것처럼 허전한 마음을 안고 떠나야만 했을 그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새로운 삶과 생명을 이어가는 그곳에선 더 이상 죄책감이 일어나지 않기를... 인상깊었던 구절 몇 자 옮겨 적어 본다.

 

"데이지 꽃을 화병에 꽂다가 불개미 한 마리에 검지를 물렸다. 나는 손가락을 부여잡고 뛰다시피 뒷걸음질 쳤다. 제법 크게 물렸다. 찌르는 통증에 두근거리고 따끔거렸다." 280쪽

 

"나는 내가 잘 알지 못했던, 내가 모든 걸 빼앗아버린 여자에게 주려고 산 데이지 꽃 다발을 내려놓았다. 산후안이 천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처럼, 지상에는 평화가 없었다. 그날 오후 공동묘지의 나무들에서 목 잘린 닭의 깃털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토마토가 다시 터지는 것을, 거북이가 펄펄 끓는 물이 담긴 냄비 안에서 비명을 내지르는 것을. ... 그리고 다른 어머니, 스페인 여자가, 자신이 생을 마감할 곳으로 선택한 땅의 불개미들이 독을 생성하도록 자기 몸을 양분으로 내어주는 것을..."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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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현의독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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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유치원 - 너와 내가 함께라면 길을 잃더라도
정일리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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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해 본 엄마라면, 자녀 교육에 고민을 해 본 아빠라면 괴물 유치원의 내용은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마냥 그렇게 다가올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소설 속 남편은 등장 횟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 아마도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라는 우스갯소리를 그려 넣고 싶어서 작가가 그리 설정한 것은 아닐까? 혼자 이런저런 이유들을 만들어 본다. 그리고 주인공 혜림이 혼자서 아이들 교육에 고군분투할 때 처음에는 남편의 무심함을 서운해하지만, 결국 남편의 고마움을 깨달으며 배우자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낼 때 미소 짓기도 했다. 왜냐하면 나 역시도 그러했으니까...

 

저자는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후 직장맘이자 육아맘으로 활동하면서 책 한 권을 써 냈다. 그녀가 사용한 고급 어휘와 그녀가 사랑했던 문학 작품 속 내용들과 그녀가 즐기며 봤을 영화의 정보들도 깨알 소스처럼 다가왔고, 찾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책은 총 20개의 소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고, 내용은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는 것처럼 마인드 맵이 연상되는 듯이 그렇게 스스럼없이 이야기 흐름이 진행되는 구조다. 때로는 의식의 흐름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하지만 분명 글과 글 사이에는 연결 고리가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새로운 장면이나 화제로 이야기를 전환되는 전개 방식이 인상적으로 남은 작품이기도 했다.

 

혜림은 5살 지혜와 4살 선호 연년생 아이 둘을 키우는 전업맘이다. 그녀는 아이가 밥 먹을 때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 여기며 육아를 한다. 하지만 지혜가 영유를 다니게 되면서, 그녀는 치열한 교육 경쟁 세상에 발을 들여놓게 되고, 아이의 교육비를 내기 위해 강남에 위치한 이름난 고등학교에 교사가 된다. 우리가 흔히 귀동 양으로 듣기만 했던 D동 거주민들의 세상과 육아를 간접 체험할 수 있었던 책이 괴물 유치원이었다. D동 키즈로 자랐던 그녀의 전 남친 정훈과의 만남과 헤어짐에서,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이르기까지 나 역시도 그 고민의 터널 속에서 우왕좌왕했던 지난날의 모습들이 오버랩되면서 혜림의 생각에 이질감 없이 빠져들었다. 

 

독자들 중 아이 교육에 대해 고민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은 작으나마 도움과 방향 설정에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추천해 본다. 적어도 나는 작가의 생각에 깊은 공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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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의 종말 - 어느 비만수술 전문의사의 고백
가쓰 데이비스 지음, 김진영 외 옮김 / 사이몬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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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비건에 관심은 있지만, 정확히 '비건'이라는 용어의 뜻도 그리고 왜 '채식주의'가 좋은 지도 명확히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 책은 저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더불어 제가 왜 살이 안 빠지는지도 정확히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환경단체나 동물보호 단체에서 나오는 책과 그 반대편에서 나오는 책을 가급적이면 번갈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저의 가치관 때문인지 저는 가쓰 데이비스 같은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이유는 지나친 인간 중심 사회로 인해 다른 동물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고, 잔인하게 사육되고 있으며, 결국 우리의 생존 역시도 보장받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가기 때문입니다. 


최근 어떤 책에서는 거북이 콧구멍에 박혀 있던 빨대를 두고 환경단체들의 행동에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며 비난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생각보다 환경에 무심해도 되는 것일까? 환경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 아닌 것일까? 미세먼지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현시대에 사는 저로서는 이 저자의 의견에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저탄고지의 숨겨진 비밀 

[비만의 종말]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저탄고지 신화에 대해 냉정하게 비판하는 책입니다. 우리는 나쁜 지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압니다. 나쁜 탄수화물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압니다. 하지만 단백질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단백질은 무조건 좋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나요? 이 영양소는 근육을 만들어주는 최상의 영양소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탄고지를 바탕으로 한 다이어트 열풍이 세계를 강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쓰 데이비스는 그렇다면 왜 미국인들은 뚱뚱한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고, 성인병으로 짧은 수명을 보이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그 역시도 과거에는 저탄고지의 열열한 지지자로써 늘 동물성 단백질을 식탁에서 빼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30대의 젊은 나이에 눈 혈관에서 지방종이 생겼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리고 어느 잡지사와 인터뷰를 하게 되면서 자신이 얼마나 위선적인 의사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의 건강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장수를 누리는 나라와 문헌에 대해 연구하게 됩니다. 


많은 의사들이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극히 소수의 양심 있는 전문가들만이 이 의견에 합세합니다. 사실 상업자본주의의 막강한 힘의 논리에 의존하며 사는 연구자를 포함한 우리는 육류단체나 식품 단체로 받는 후원의 유혹을 쉽게 거절하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그 후원에 의해 도출된 결과물들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반복 광고되고 다이어트 트렌드를 양성해 내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는 정제되지 않은 탄수화물 

사실 인간이 활동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영양소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탄수화물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통곡물, 채소, 과일이 우리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대안이라고 매번 강조합니다. 단백질을 옹호하고 탄수화물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사실 정제된 탄수화물이 아닌 착한 탄수화물의 역할에 대해서는 외면합니다. 그리고 현대인들은 정제되어 있지 않은 탄수화물이 아닌 정제된 탄수화물 그래서 결국 지방으로 뒤덮여 있는 나쁜 탄수화물을 섭취하면서 탄수화물 전체를 매도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동물성 단백질은 더 많은 인슐린을 생성시킨다. 

동물성 단백질이 안 좋은 이유는 동물이 거주하는 비위생적 환경과 그 환경 속에서 각종 항생제와 박테리아에 노출되어 있는 동물의 사체를 우리가 먹는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물성 단백질은 설탕보다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당뇨병의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붉은 육류가 가진 헴첼이라는 좋은 성분이 지나치게 생성되면 몸에 염증을 일으키고 이는 심혈관질환과 다양한 염증성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안 사실 

우리는 채소에서 과연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있을까?라는 인지부조화 상황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우리도 모르게 단백질은 동물에게서 얻어야 한다는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쓰 데이브스는 각종 데이터를 근거로 그리고 각종 연구 결과가 왜 다르게 나오고 인용되는지 그 원인까지 지적해가며 우리에게 사실을 전달하고자 노력합니다. 저 역시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단백질은 동물에게서 얻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식물성 단백질이 훨씬 더 많은 아미노산을 생성해 내고 이는 육체 노동자들에게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영양을 공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자의 제안 

가쓰 데이비스는 우리의 건강은 예방이 우선이며, 이는 먹거리를 통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제 글에서는 많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어떻게 저탄고지 다이어트로 살이 빠지는지 그리고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허점이 무엇인지 자세히 언급해 놓고 있습니다. 이런 병폐를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밥이 보약이다'라는 조상들의 현명한 식견을 말이죠. 저는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전환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가쓰 데이비스도 언급했듯이 단번에 나쁜 식습관을 버리지는 못하더라도 점진적으로 통곡물, 채소, 과일의 섭취를 늘리고 특히 정제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집착을 거둬야겠다고 말이죠.


▶우리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제가 이 책에 별점을 준다면 ★★★★★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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