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척학전집 : 훔친 심리학 편 - 있어 보이는 척하기 좋은 인간 매뉴얼 세계척학전집 2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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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심리학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묘한 긴장감을 동반한다. 나를 해부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타인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일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불편함도 따라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존재다. "세계척학전집 : 훔친 심리학 편"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을 보여주었다. 어렵고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실전용 심리 전략서에 가까웠다.


평소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거나, 이유 없이 누군가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면 ‘왜 나는 이렇게 예민할까’라는 자책이 먼저 앞섰다. 그러나 이 책은 감정을 교정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그 감정이 왜 생겨났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누군가에게 유독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이유, 반복적으로 위축되는 순간 마음속에서 어떤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는지 차분히 짚어준다. ‘그래서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훈계 대신, ‘이런 원리 때문에 그런 반응이 나온다’는 이해를 건넨다.


프로이트, 아들러, 카너먼, 보울비, 치알디니 등 심리학의 거장들이 남긴 핵심 이론을 일상의 언어로 재해석한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부분은 칼 구스타프 융의 ‘그림자’ 이론이다. 이유 없이 싫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인정한다. 그런데 융은 단호하게 말한다. 당신이 혐오하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당신이 억압해 둔 또 다른 자신이라고.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욕망을 타인이 대신 실현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그를 미워한다는 통찰은 꽤나 날카롭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 전략이다. 학문적 심리학과 처세술이 만나는 지점은 의외로 설득력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하고, 비난받는 순간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그렇기에 논쟁에서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애초에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이는 도덕적 미담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의 작동 원리를 이해한 전술에 가깝다. 직장이라는 무대 위에서 갈등을 마주할 때,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한 발 물러서 전략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여기서 나온다.


아들러의 열등감 이론, 솔로몬 애쉬의 동조 실험 역시 흥미롭게 다가온다. 다수가 틀린 답을 선택할 때조차 75%가 그 의견에 동조했다는 실험 결과는 섬뜩하다. 우리는 스스로를 합리적 존재라 믿지만, 집단의 압력 앞에서 얼마나 쉽게 판단을 수정하는지 드러낸다. 동시에 단 한 사람의 다른 목소리가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제시한다. 이 지점에서 심리학은 단순한 관찰을 넘어 선택의 설계로 확장된다.


이 책의 구조는 ‘나를 다루는 법’, ‘타인을 다루는 법’, ‘선택을 설계하는 법’으로 나뉜다. 그러나 이 세 영역은 결국 하나로 연결된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 타인을 전략적으로 대할 수 없고, 타인의 심리를 읽지 못하면 올바른 선택을 설계하기 어렵다. 인간을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알지 못하면 장기판의 말이 되지만, 이해하는 순간 판을 읽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여전히 미완성의 존재다. 마음이라는 빙산의 전체를 볼 수는 없지만, 드러난 일각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충분히 의미 있다. 그 빙산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가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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