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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이 나에게 - 좋은 연애 소설, 어쩌면 그것은 작은 구원이다 ㅣ 나에게
오정호 지음 / 몽스북 / 2026년 1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연애 소설이 나에게"는 연애를 다루는 책이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가볍고 감상적인 이야기와는 결이 다르다. 연애와 사랑을 구분하며, 그 경계에서 생겨나는 감정의 미묘한 떨림을 문학과 사유를 통해 조용히 드러낸다. 저자는 연애를 육체적 행위와 관계의 영역에서 출발시키되, 그것이 길어질 때 어떻게 사랑과 닮아가며 동시에 다른 길을 걷게 되는지를 차분히 설명한다.
연애는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손을 잡는 순간의 온기, 방이라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차단된 세계, 침대 위에 놓인 한 권의 책처럼 연애는 구체적인 사물과 장면을 통해 사유된다. 누군가의 손을 만지는 일은 그 사람이 살아온 내밀한 시간을 더듬는 행위가 되고, 방은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두기 위해 선택된 어둠의 공간이 된다. 이러한 장면들을 통해 연애가 얼마나 섬세한 감각의 총합인지를 보여준다. 연애는 쉽게 소비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다양한 연애 소설들을 인용하며 이야기를 확장해 나간다. 프랑수아즈 사강, 마르그리트 뒤라스, 이디스 워튼, 무라카미 하루키, 앤드루 포터 등 이름만으로도 무게감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자연스럽게 소환된다. 이미 읽은 소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고, 아직 읽지 못한 작품에는 조용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한 장 한 장을 넘길수록 이 책 자체가 연애 소설의 안내서이자, 사랑에 대한 사유의 지도처럼 느껴진다.
관계 속에서 괜히 혼자 생각이 많아지는 날들,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질수록 말과 행동에 신중해지는 감정, 그리고 사랑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작고 찌질한 불안까지도 외면하지 않는다. 그래서 읽는 동안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드라마틱한 사건이 없어도 연애는 충분히 복잡하며, 그 복잡함 자체가 사랑의 일부임을 담담하게 인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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