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1660] 경제평론가 아빠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경제평론가 아빠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 돈과 인생과 행복에 대해
야마자키 하지메 지음, 정유진 옮김 / 노엔북 / 2025년 11월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성인이 되어 세상으로 나아가는 자식에게 어떤 말을 남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끝을 바라보는 한 사람의 아버지가 가장 절박하게 골라낸 문장들로 답한다.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문장은 다정한데, 그 안에 담긴 현실 인식은 눈을 피할 수 없을 만큼 냉정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피하지 않고, 누구나 실행 가능한 원칙으로 구체화한다.

저자는 투병 중이라는 개인적 상황을 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상황이기에, 경제를 둘러싼 군더더기를 최대한 덜어내고 진짜 작동 원리만 남겨 아들에게 전하려 한다. 자본주의는 선의나 성실함만으로 굴러가지 않으며,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사람에게 비용을 떠넘기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열심히 살기만 하면 언젠가 보상받을 거라는 낭만이 얼마나 쉽게 사람을 약자로 만드는지, 그리고 시스템을 모르는 성실함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서늘하게 깨닫게 된다.

회사에 종속된 부품으로 스스로를 고정시키는 안정의 환상을 경계한다. 월급에는 안락함이 있지만, 그 안락함이 지나치면 삶의 주도권이 빠르게 희미해진다는 사실을 차분히 설명한다.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되라는 말은 자기계발의 교과서적 구호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당부로 들린다. 시장 가치라는 냉혹한 언어를 통해 스스로를 계속 증명해야 하는 시대의 현실을 정확히 짚어낸 조언이다.

결국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오래된 진실을, 너무도 현실적인 언어로 다시 살아 있게 만들어 준다. 더 벌어야만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돈의 구조를 이해함으로써 조급함에서 벗어나는 게 진짜 자유라는 것이다. 남들이 불안해할 때 같이 흔들리지 말 것, 표면이 아니라 구조를 볼 것, 돈을 목적으로 살지 말되 흐름을 이해할 것. 이 메시지들은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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