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청소부 풀빛 그림 아이 33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 풀빛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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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주는 10년 동안 살아온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옮기게 되어서 이삿짐을 정리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익숙해져 있고 불편한 것이 없어서 더 오랜 시간 있으려고 했는데 아내와 아이들 학교 문제를 생각해서 급하게 이사를 결정했습니다. 며칠간 짐 정리를 마치고 나니 이제야 마음의 여유가 생기네요. ㅎㅎ


행복한 청소부


독일의 거리에 있는 표지판을 청소하는 청소부가 있습니다. 매일 유명한 작가와 음악가 들의 이름이 담긴 표지판을 청소하는 것이 일입니다. 표지판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날마다 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자신의 직업을 소중히 여기고 애착을 갖고 거리와 표지판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아이의 질문을 시작으로 청소부는 그 거리의 표지판에 적혀있는 이름에 대하여 아이만큼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늘 대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자세를 바꿔보기로 결심을 하였습니다.


글루쿠 - 모차르트 - 바그너 - 바흐 - 베토벤 - 쇼팽 - 하이든 - 헨델


일을 마치고 집으로 와서 표지판의 이름을 종이에 써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그들에 대한 책도 읽고 음악회도 가고 오페라 공연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녁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오래전에 죽은 음악가들과 좋은 친구가 되어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 같이 대했습니다.


괴테 - 그릴파르처 - 만 - 바흐만 - 부슈 - 브레히트 - 실러 - 슈토름 - 퀘스트너


음악가에 대해 자신이 생기자 이제는 작가들의 이름을 종이에 썼습니다. 그리고는 도서관에 가서 작가들이 쓴 책들을 빌려서 열심히 보았습니다. 어려운 단어와 표현도 있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이해될 때까지 읽었습니다. 책 속에 이야기들에 담겨 있는 글들을 읽고 있으니 음악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아하! 말은 글로 쓰인 음악이구나,

아니면 음악이 그냥 말로 표현되지 않은 소리이거나"


이젠 도서관에서 음악가와 작가들에 대해 다른 학자들이 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청소부는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의 일을 사랑하면서 표지판에 적힌 사람들에 대해 보다 깊이 알아갔습니다.


작가들의 모든 작품을 알게 되었을 때, 일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혼자서 말하거나 생각나는 음악을 휘파람으로 불거나 하였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즐겁게 일하고 있는 청소부를 보고 하나둘씩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이런 청소부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음악과 문학에 대해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의 해박한 지식으로 인해 거리의 강연이 되었습니다. 청소부가 표지판을 이동하면 사람들도 따라왔습니다. 그럼 또다시 일을 하면서 그 표지판에 적힌 사람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늘의 인물'이라는 텔레비전 방송에서 기자가 왔고 가는 곳마다 청소부의 사인을 받으려고 사람들이 진을 치게 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낸 편지가 집으로 날아와서 자루에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결국 유명해진 청소부에게 네 군데 대학에서 강연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자기의 일이 좋아서 교수의 자리를 거절합니다.


"나는 하루 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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