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구판절판


"그런 시대에도 사람들은 사랑했을까?"
남자는 그 물음에도 여전히 대답이 없이 우둑 걸음을 멈춘다. 여자도 선다. 남자가 두 손으로 여자의 팔을 잡는다. 그녀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신기한 보물을 유심히 사랑스럽게 즐기듯.
"깡통. 말이라고 해? 끔찍한 소릴? 부지런히 사랑했을 거야. 미치도록. 그 밖에 뭘 할 수 있었겠어"
남자는 잡고 있던 여자의 겨드랑 밑으로 팔을 넣어, 등판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두 손바닥으로 여자의 부드러운 뒤통수를 꼭 붙들어서 꼼짝 못하게 만든 다음, 입을 맞춘다. 오랫동안.
하늘에는 꽃불. 땅에는 훈풍과 아름다운 가락. 플라타너스 잔가지가 간들간들 흔들린다. 잎사귀가 사르르 손바닥을 비빈다.
그들의 입맞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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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5-08-2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히 사랑을... 아, 그렇군요. 저 표지가 참 낯이 익네요. ㅎㅎ
<광장>을 읽던때가 도대체 언제였는지, 제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학교에 가며 읽고 있었는데 웬 아저씨가 끊임없이 <광장>에 대해 설교를 늘어놓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히피드림~ 2005-08-22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 닭살 ^^

마늘빵 2005-08-22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 / ^^
펑크님 / ㅋㅋ 아름답잖아요.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구판절판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의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12쪽

"귀중한 요소들은 현실보다는 예술과 기대 속에서 더 쉽게 경험하게 된다. 기대감에 찬 상상력과 예술의 상상력은 생략과 압축을 감행한다. 이런 상상력은 따분한 시간들을 잘라내고, 우리 관심을 곧바로 핵심적인 순간으로 이끌고 간다. 이렇게 해서 굳이 거짓말을 하거나 꾸미지 않고도 삶에 생동감과 일관성을 부여하는데, 이것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보푸라기로 가득한 현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27쪽

"상상력은 실제 경험이라는 천박한 현실보다 훨씬 나은 대체물을 제공할 수 있다"(데제생트)-43쪽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46쪽

"18세기 말부터는 공동체의 관행이 아니라 방랑자가 되는 것에서 동료의식이 생겨난다. 따라서 자연과 공동체의 매개는 일반적인 사회의 엄격함, 냉혹한 금욕, 이기적인 편안함이 아니라 본질적인 고립과 침묵과 외로움에 맡겨지게 된다."
(레이먼드 월리엄스, <시골과 도시>) -86쪽

"여행의 위험은 우리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즉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정보는 꿸 사슬이 없는 목걸이 구슬처럼 쓸모없고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된다."-142쪽

"우리가 관객으로서 어떤 화가의 그림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어떤 특정한 장면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특징을 그 화가가 골라냈다고 판단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화가가 어떤 장소를 규정할 만한 특징을 매우 예리하게 선별해냈다면, 우리는 그 풍경을 여행할 때 그 위대한 화가가 그곳에서 본 것을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248쪽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은 어떤 장소 자체에 내재한 특질들에 의해 또는 우리 심리의 내부 회로에 의해 결정이 나는 것 같다. 따라서 어떤 아이스크림이 특히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듯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장소에 대한 느낌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251쪽

"원래의 모습에는 감탄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닮게 그린 그림에는 감탄하니, 그림이란 얼마나 허망한가"(파스칼 <팡세>) -282쪽

"나는 목수를 화가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목수로서 더 행복하게 살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러스킨)-300쪽

"나는 보는 것이 그림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나는 학생들이 그림을 배우기 위하여 자연을 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자연을 사랑하기 위하여 그림을 그리라고 가르치겠습니다."(러스킨)-322쪽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파스칼, <팡세>)-329쪽

"여행을 하는 심리란 무엇인가? 수용성이 그 제일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면, 우리는 겸손한 마음으로 새로운 장소에 다가가게 된다."-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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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8-20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문장 투성이군요. ^^

마늘빵 2005-08-20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머 하나 뺄게 없습니다. 이거 올릴 때 컴터가 세번 그냥 꺼지는 바람에 고생했습니다. -_-;

이리스 2005-08-2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그런 일이.. 고생하셨습니다앙~

마늘빵 2005-08-20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해요. 노트북인데 요새 자꾸만 알아서 꺼지네요. 뭐가 문제인지...

이리스 2005-08-21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볼때는 말이죠, 노트북이 더위를 먹고 기력이 쇠한거 같아요.
보약이라도 한 재 달여 먹이심이..
쿨럭.. 후다닥~

마늘빵 2005-08-2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ㅡ^ 구두님이 사주세요.

이리스 2005-08-2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또.. 노트북을 위한 보약은 흠.. 포옹이 아닐까요? 캭.. -.-
노트북아.. 너 힘든거 내 다안다카이.. 하면서 와락~ ㅎㅎㅎ

마늘빵 2005-08-2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은 컴맹. ㅋㅋㅋ

이리스 2005-08-2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웅.. 그런가여? 사실 저는 모든 가전제품을 비롯하여 각종 기기와 주변의 사물과 대화를 하는 사이코스러운 면이 --; ㅎㅎㅎ

마늘빵 2005-08-2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잘잤니? 노트북" 이렇게요?

이리스 2005-08-22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뭐 그런식인거죠. 그러나 좀 더 친근하게 불러요. 이를테면 노트북아.. 아니면 트북아.. 이런.. 으윽 -.,-
 

 

* 사랑에 대한 단상 #1

 먹을만치 나이 먹었지만 난 사랑에 대해선 자신이 없다. 말 할 자신이. 사랑이 어떤 것인지. 사람들마다 자신의 인생에서 몇 차례의 이성을 만나고, 좋아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경험한다. 물론 몇 차례가 아닌 단 한차례 일수도 있고, 수십차례일수도 있다. 어쨌든 누군가를 만나고 좋아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이미 과거가 된 그들을 두고서, 누군가 내게 그렇게 묻는다면?

 "사랑했던 사람이 있습니까" 

 난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누구를 '사랑했던 여자'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누구를 '좋아했던 여자'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누구를 '그냥 잠시 만난 여자'의 카테고리로 분류해야할까. 물론 이 세 카테고리는 후배로서, 동료로서, 친구로서, 선배로서, 그냥 아는 여자로서 만난 친분이 있는 여성들을 제외하고, 적어도 호감을 가지고 만났던 이들에게만 해당될터. 잠시 만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짧게 헤어진 이들도 있고, 호감만 가지고 있고 말도 제대로 못붙여보고 마음에서만 떠나 보낸 사람도 있고, 아주 오랜 기간 좋아하다가 사귄 사람도 있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이 사람이다 싶을 정도로, 내 안에 이런 열정이 있구나 느낄 정도로 만났던 사람도 있고, 혼자 좋아하다 보낸 사람도 있다.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유형의 만남을 했다. 그런데 어느 누구를 좋아함의 카테고리로, 사랑함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것인가. 부질 없는 짓.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난 지금껏 두 사람을 사랑했었다, 단 한 사람만을 사랑했었다, 내 인생에서 사랑은 아직 없었다 등등의 말을 하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나 역시도 두 사람을 '사랑'이라는 카테고리 속에 집어넣었지만 그게 어떤 의미일까 라는 물음이 곧 다가왔다. 내게 두번의 사랑이 왔었다. 그래서 뭐.   난 정말 몰라서 묻는거다.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사랑에 대한 단상 #2 

  어쩜 난 사랑을 해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사랑이란걸. 어쩜 난 사랑이라는 걸 애초 할 수 없는 인간인지도 모른다. 자의식이 너무 강해서. 자기애가 너무 강해서. 난 나를 제일 우선으로 생각한다. 니 까짓게 뭐가 그리 대단한데? 뭐가 그리 중요한데? 어떤 이들은 사랑하면 내가 아닌 그 사람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단 한차례도 난 그런적 없다. 그 어떤 순간에조차도 난 내가 우선이었다. 이기적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그게 솔직한 거니깐. 내 목숨을 바쳐 그녀를 사랑한다? 난 아마 그러지 못할 것이다. 혹시 위험한 상황이 실제로 닥치면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내 머리 속 이성의 작동방식에 따르면 난 절대 그러지 못한다. 우선 내가 살고 봐야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목숨을 내놓는다. 난 그런 짓 못한다. 만약 정말 그게 사랑이라면 지금의 내가 생각하기로는 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다. 사랑이 도대체 뭘까. 어떨때 두 사람은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야하는거지.

  누군가를 사귀고 있는 동안에, 좋아한다, 사랑한다 라는 말 한다. 그렇게 자주,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기는 했다. 그런데 내가 그 말을 내뱉고 있는 동안에도 정말 이 사람을 내가 사랑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은 여전히 내 머리를 채우고 있었다. 사랑이 뭔지 모르니깐. 뭘까? 그게.

 

* 사랑에 대한 단상 #3

  만남은 주변인들로부터 축복받지만 헤어짐은 외면당한다. 그리고 주변인들이 두 사람을 배려하는 것으로 그게 가장 최선의 방책이다. 왜 헤어졌니? 어쩌다 그리됐어? 아이구 이런 썩을 놈의 자식. 불쌍해라. 등등의 감정 표현들은 오히려 두 사람의 감정정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유야 어쨌든 이미 헤어진 각각의 그들에게 주변인들의 당사자를 대신하는 듯한 질책 혹은 동정, 이유탐색 등은 방해가 될 뿐이다. 침묵함으로써 그들을 배려하는 것이 더 나은 주변인의 자세. 만남에 이유가 없듯, 좋아함에 이유가 없듯, 사랑함에 이유가 없듯, 헤어짐에 이유가 없다. 이유랍시고 대는 것들은 이미 엎지러진 상황에 대해 자기 스스로 이해-이건 머리로 하는거다- 하기 위해 갖다붙이는 한낮 근거들에 불과하지 않다. 만남과 사랑, 이별 그것은 두 사람만의 문제이고, 두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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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8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18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18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18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5-08-1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이거이거 댓글이 모두 주인장에게만 보이기네요?
음.. 뭘까 뭘까. ㅜ.ㅡ

릴케 현상 2005-08-1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음침한 얘기들인가요^^

마늘빵 2005-08-1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 많이 아시면 다치십니다. ㅋㅋ
산책님 / ^^

이리스 2005-08-18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궁금타.. 크엑.. ㅜ.ㅡ

마늘빵 2005-08-18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__________^

2005-08-19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서민 지음 / 다밋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구입하지 않고 비록 받아보기는 했지만 책에 대한 감상과 평가는 객관적으로 하겠다. 서민. 알라딘 닉네임 마태우스. 그는 의학계의 김두식이다. 김두식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을. 김두식은 한동대 법학과 교수로 <헌법의 풍경>이라는 책의 저자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헌법, 다가서기 어려운 헌법, 마냥 무서워보이기만 하고 과거에 우리를 옭아매는 도구로 사용된 법을 그는 매우 단순하고 솔직하고 쉽게 까발렸다. 헌법이라는 딱딱하고 재미없는 소재를 가지고 그렇게 재밌는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경험담 덕택이었다. 서민. 그는 김두식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것들, 그리고 흰까운의 권력 앞에 무조건 네네 하고 대답해야했던 우리들에게 그는 솔직하게 까발렸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두렵다. 그가 이 책을 낸 뒤에 의학계에서 구타를 당하지는 않을지. 므흣.

  책의 내용은 매우 훌륭하다. 그런데 단점은 누구나 다 지적했던, 비록 몇 안되지만, 책의 중간 중간에 실린 고놈의 너무나도 날카롭고 꾹꾹 눌러 정성스럽게 그린 삽입그림. 마치 80년대 과학상식책을 보는 듯 했다. 그냥 대충 그리더라도 동화책에 나온 듯한 거칠고 사실감있는 그림이 어땠을까 한다. 저자 서민은 책의 모든 장에서 풍부한 유머감각을 바탕으로 우리들을 웃겨주고 있지만 고놈의 너무나도 모범생적인 그림이 이내 나의 감성을 닫아버린다. 차라리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내가 처음으로 접한 법에 관한 책은 <헌법의 풍경>이었고,

  내가 처음으로 접한 의학에 관한 책은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이다.

  의학은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을 것만 같은 영역이었다.  의학은 너무나 딱딱해서 접하면 찔려 피가 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의학도 별거 없네 라는 - 무시는 아니고 - 만만한 영역으로 다가왔다. 니들이 의학을 알어? 응 알어. 라고 이제 대답할 수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여러가지 의학적 상식들, 그리고 그렇게 믿었던 것들이 이제 벌거벗은 채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니 도대체 헬리코박터는 언제 나와? 라고 속으로 궁금해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결국 주인공은 나중에 나왔다. 역시 주인공이다. 원래 주인공 처음에 나오면 시시해서 재미없다. 헬리코박터 안녕? 근데 난 헬리코박터는 기억안나고 중간중간의 재미난 까발림이 더 생생하다. 넌 역시 미끼였어. 헬리코박터.

  책은 크게 '환자가 알면 좋은 것들' 과 '음지의 질환들' '바른생활을 하자' 의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져있다. 첫째부분은 병원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들을 경험을 통해 도와주고 있다. 나는 손과 발에 땀이 많이 나서 - 물론 다른데도 마찬가지고 - 큰 병원에 가서 이걸 어디서 검사받아야 할까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다한증 수술을 받고 손에는 땀이 덜나는 상태인데 그때엔 어느 과에 문의를 해야할지 몰랐다. 결국 내 생각과는 달리 흉부외과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이건 땀이 문제이긴 했지만 수술을 하는 부위가 가슴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누가 그렇게 생각하랴. 당연히 피부에서 땀이 나니깐 피부과인줄 알았지. 피부과로 접수했으면 진료비 날릴 뻔했다. 이런 아주 사소한 어려움들. 몰라서 겪게 되는 것들을 그는 첫 카테고리에서 다뤄주고 있다.

 두번째는 음지의 질환들. 우울증, 수면장애, 말더듬, 소아애증, 독감, 탈모, 투석, 냄새, 변비, 설사 등의 에이 더러워 할만한 증상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실 생명에 지장이 있는건 아니지만 사는데 불편한 것들이다. 그리고 최근엔 어디 아프지 않아도 이런 것들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대인관계에서의 원만함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고치려 노력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봤을 때 나는 말더듬이 있는 거 같다. 난 말빨이 없다. 근데 사실 어느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고 말은 해야겠고 그럴 때 난 말을 더듬게 된다. 이건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느낀 증상이다.

  세번째 카테고리에서는 구더기, 아동학대, 채식과 육식, 포경수술, 정력제, 콘돔, 제왕절개 등에 대한 역시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 앎의 깨달음을 준다. 난 포경수술을 안했다. 어릴 땐 무서워서 안했고, 커서는 필요없어서 안했다. 어릴 때 엄마는 그랬다. 동네 아이들 다 포경할 때 난 안하니깐 나보고 "그럼 장가 못간다 너" 그랬다. 솔직히 장가가고 싶었다. 그래서 두려웠다. 안하면 정말 못갈까봐. 그런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시간이 점차 흘렀고 몇살을 더 먹었을 때 난 알았다. 그게 장가랑 상관이 없다는 걸. 그리고 일부 학자들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과도하게 실시하고 있는 수술이라고 해서 안해도 되는 것으로 알았고, 지금 사는데 아무 지장 없다. 사실 나야 그게 섹스를 하는데 더 쾌감을 주는지 안주는지는 모른다. 역시 나아가 콘돔 부분과 또 관련이 되는데 흠 역시 잘 모른다. 섹스에 도통(?)한 자들은 알까? 글쎄 그렇더라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 않을까. 객관적으로 통계를 내긴 뭣한 거 같다.

  저자 서민은 이 모든 일상적이고 우리의 관심을 이끄는 주제들을 풀어낼 때 마다 그의 어릴적부터의 온갖 경험들을 다 끄집어내어 해설해주는 통에 책을 다 읽은 뒤에 남는 것은 여기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에 대한 상식과 나머지 하나는 저자 서민의 개인사다. 이건 일종의 의학대중서도 되지만 저자 서민의 자서전도 된다. 그는 자신의 경험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지 않았고, 오히려 적나라하게 다 보여줌으로써 여기 적힌 그의 글들을 독자로 하여금 믿고 따를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믿음은 화자의 솔직함에서 비롯된다.

  사실 난 개인적으로 저자를 알지 못했다면 이 책을 사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누가 줬다 해도 대충 봤을 것이다. 난 그를 알고 있고, 그라면 내가 시간을 들여 이 책을 꼼꼼히 읽어도 될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난 그를 믿고 책을 봤고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꽤 두꺼운 책이건만 난 이 책을 손에서 놓질 않았다. 잘때빼고는.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말씀.   나아가 난 그의 나머지 책들도 읽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를 알고 싶어서.

 

***

에 별하나 부족의 결론은, 편집. 인용문구와 저자의 해설이 구분이 안된다. 분명 인용구를 읽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읽다보니 저자의 해설이다. 이런건 출판사에서 조금 더 봐줬으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데 넘 성의가 없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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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5-08-17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네. 재밌어요.

돌바람 2005-08-1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학대중서도 되지만 저자 서민의 자서전도 된다...적나라하게 다 보여줌으로써 여기 적힌 그의 글들을 독자로 하여금 믿고 따를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는 말씀에 동감. 그래서 믿음이 갔던 거였구나, 아하, 그거였네요.^^

마늘빵 2005-08-17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 ^^

2005-08-17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히히히히 하면 딱이다 싶은 포스터. "나를 가져봐" 라고 말한다면, '쪼아' 라고 대답할래. 영화 <가발>의 주연은 채민서다. 그동안 특별히 주목하거나 좋아했던 배우는 아니지만, '괜찮다'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가 출연한 작품이 그다지 많지 않은 관계로 좋아할만한 꺼리가 없었다. 근데 이번 영화도 그닥 그녀를 부각시켜줄만한 영화는 아니다.

 최근 <마다가스카> <로봇> <판타스틱> 요런 영화 - 요런 영화라 함은, 주로 어린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이거나 아님 내가 비디오로도 별로 보고 싶어하지 않는 영화 - 를 제외하고는 영화란 영화는 죄다 본 탓에 극장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별로 없었고, <박수칠 때 떠나라> 와 <가발> 오로지 두 개 뿐이었다. 내심 <박수>를 보고 싶었지만, 함께 영화를 본 이들의 <박수>에 대한 거부로 결국 <가발>을 택. 하지만 <가발>도 괜찮을거 같았다. 결과는 그다지...

  채민서, 유선, 문수 라는 주연배우, 원신연이라는 감독, 김준성이라는 음악감독 모두  신인이다. 따지고 들면 신인이랄 수는 없지만 일단 충무로 영화판에서는 신인이나 마찬가지인 이들이다. 원신연의 이름이 생소해서 검색해봤다. 그간 단편영화제에서 상은 많이 탔다. 김준성은 이번에 처음 영화음악을 맡았나보다. 채민서와 유선은 조금씩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민 배우들이고, 문수는 처음이다. 이 영화는 오히려 얼굴이 잘 알려진 값비싼 스타급 배우들보다 신인들이 맡는 것이 더 어울렸겠다는 생각이다.



* 채민서가 이 영화를 위해 머리를 빡빡 밀었다고 했더라. 희생한 만큼 보람도 있어야할텐데. 두상이 이뻐서 빡빡 깎았지만 그녀는 아름답다.

  감독 원신연은 <가발>이라는 영화를 통해 잔잔한 일상속에서 공포감을 조성한다. 사실 공포영화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봐도 무방할만큼 공포감을 조성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 기존의 공포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섬뜩함이나 오짝함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이나 이윤기 감독의 <여자 정혜>와 같이 일상의 모습을 느리게 터치하는 영화들과 더 어울린다.

  암에 걸린 동생 수현을 위해 퇴원선물로 가발을 준비한 지현. 기운이 없던 수현이 가발을 쓰자 갑자기 생기가 돌고, 전혀 아프지 않은 것처럼 변한다. 가끔씩 헛것을 보는 것 같고, 성격도 이상해졌다. 헤어지기로 한 지현의 애인 기석을 바라보는 눈빛 또한 심상치 않다. 이 가발은 죽은 남자의 긴 머리로 만든 것. 그 남자는 기석이 과거에 가르쳤던 고등학교 남학생이었고, 그 둘은 한때 사랑했었다. 그리고 그 학생은 어느날 자살했고, 머리칼은 가발로 쓰여졌던 것. 이 가발이 저주를 가지고 돌아온 것이다.




 설정이 좀 어설프고 재미없기는 하다. 나중에 가발의 원한을 풀어가는 과정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식상한 느낌이다. 일상의 모습을 느리게 터치하려다가 공포영화만의 오싹오싹 공포체험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고, 그렇다고 잔잔하게 감동을 주는 영화도 아닌지라 아무것도 잡지 못한 느낌이다. 생각보다는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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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16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히히히히

마늘빵 2005-08-16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게 머에요??? 살벌해라...

라주미힌 2005-08-17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어디서 저런걸 줏어왔데요 ^^;;;;;;;;;;;;;;;;;;;;;;;;

플라시보 2005-08-17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되게 무서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그다지 무섭지 않나봐요.

마늘빵 2005-08-17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 그러게요. 만두님은 저런걸 다 보관하고 계시나봐요? ^^
플라시보님 / 별로 안무섭더라구요. 몇군데 깜짝 놀라게 하는 데 빼고는. ^^ 그냥 일상적이고, 잔잔하고, 서정적이고, 나중엔 넘 어거지로 사건을 풀려한 것도 있는듯.

마태우스 2005-08-1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가발, 보기도 싫고 쓰기도 싫은 것....

부리 2005-08-1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댓글 참 멋지네요. 보기도 싫고 쓰기도 싫다... 음하하하핫. 재치가 돋보입니다.

마태우스 2005-08-17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아래 댓글 다신 분, 참 넉넉한 마음을 가지신 것 같아요. 초절정 유머를 이해하신 것도 대단하지만, 그걸 인정하면서 제게 존경을 표하는 그런 점이 감동적이어요

부리 2005-08-17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마태님. 그런 말씀 부끄러워요. 우리 본격적으로 한번 사귀어 볼래요?

마늘빵 2005-08-17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ㅡㅡa 에 마태님 부리님 여기서 연애하시는거에요? 그런거에요?! 축하드립니다. 드뎌 마태님에게도. ㅋㅋㅋ 아니 그럼 오즈마님은 어캐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