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을 위한 변명
장 폴 사르트르 지음, 박정태 옮김 / 이학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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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지식인이라는 집단은 지적 능력에 관계되는 일(정밀과학, 응용과학, 의학, 문학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 명성을 획득한 후에, 자신들의 영역을 벗어나, 인간이라는 보편적이고 독단적인 개념(그 개념이 애매하건 명확하건, 또는 도덕주의자이건 맑스주의자이건 상관없이)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사회와 기존의 권력을 비판하기 위해 자신들의 명성을 남용하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 된 것입니다. -14쪽

모든 실천은 몇 가지 계기를 포함합니다. 다시 말해 행위란 아직 없는 것(도달해야 할 목표를 말합니다. 즉 최종 분석을 거친 후에 그 분석에 의거해서 삶을 다시 일구어내기 위하여 상황 속에 최초로 주어진 것들을 재배치하는 것)을 위하여 지금 있는 것(변화시켜야 할 상황으로 주어진 현실의 장)을 부분적으로 부정하는 일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 부정은 숨겨진 것을 드러내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또한 긍정을 동반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 부정 속에서 우리는 지금 있는 것을 가지고서 아직 없는 것을 실현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아직 없는 것의 관점으로부터 출발해서 지금 있는 것을 드러내는 파악 작업은 가능한 한 정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파악 작업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을 이미 주어진 것 속에서 찾아야만 하기 때문입니다(예를 들어 재료에 요구되는 강도는 그 재료가 현실적으로 틀림없이 견디는 압력의 실제 정도를 따라서 정해지는 법입니다). 이와 같이 실천은 현실을 드러내고, 현실을 극복하며, 현실을 보존하는, 그리고 현실을 미리 앞서서 변경하는 실천적인 지식의 계기를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16쪽

따라서 지식인이란 자기 자신 속에서, 그리고 사회 속에서 실천적인 진리(자기의 모든 규범까지 포함한 실천적인 진리)에 대한 탐구와 지배 이데올로기(자기의 전통적인 가치 체계까지 포함한 지배 이데올로기) 사이에 벌어지는 대립을 깨달은 사람입니다. 물론 이 깨달음이 실재적인 깨달음이 되기 위해서는 이 깨달음이 우선은 지식인에게 있어서 그의 직업 활동과 기능의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 시작이 이처럼 개인적이라 할지라도 궁극적으로 이 깨달음은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을 드러내는 깨달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즉 이 깨달음은 계급 간의 싸움을 드러내는 깨달음입니다. 또한 이 깨달음은, 지배계급이 자기의 사업을 위해 필요로 하는 진리가 한편에 있고, 지배계급이 자기의 헤게모니를 공고히 하기 위해 다른 계급에게 주입시키길 원하며 그 유지를 위해 애쓰는 신화, 가치, 전통이 다른 한편에 있다고 할 때, 바로 이 둘 사이에 벌어지는 유기적인 싸움을 지배계급의 한복판에서 드러내는 깨달음이기도 합니다. -53-54쪽

실제로 지식인이 사회 전체를 객관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지식인은 사회 전체를 지식인 자신 속에서 지식인 자신이 지닌 근본적인 모순으로서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식인이 지식인 자신을 단순하게 주관적으로 문제 삼는 일에만 만족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지식인은 지식인 자신을 만들어낸 정의된 어떤 한 사회 속에 정확하게 소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59쪽

지식인의 사유는 끊임없이 사유 그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식인의 사유는 이 되돌아봄을 통해서 언제나 사유 그 자신을 특이한 보편성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63쪽

지배계급의 영향을 받아 지식인 자신 속에 부르주아 이데올로기 및 프티부르주아적 사유 방식과 감정을 필연적으로 재생산하는 바로 그 지식인 자신의 계급에 맞서 싸워야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식인은 자기 고유의 영역 속에서 보편성이 결코 완결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오히려 보편성은 계속해서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보편의 전문가입니다. -64쪽

지식인은 그의 조사를 모든 수준에 걸쳐서 실행하며 또 자신의 사유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수성에 있어서까지도 스스로를 변경시키고자 시도합니다. 이 말은 곧 지식인은 가능한 한 자기 자신 속에서 그리고 타인들에게서 인격의 진정한 합치를 실현하고자 한다는 것, 인간 각자가 자신의 활동에 부과된 목적의 회복(이렇게 회복될 때 그것은 이제 또 다른 목적이 될 것입니다)을 실현하고자 한다는 것, 그리고 외적으로는 계급 구조가 낳은 사회적 금기를 제거하고 내적으로는 심리적 억압과 자기비판을 제거함으로써 소외 현상을 없애며 사유의 진정한 자유를 실현하고자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67쪽

진정한 지식인은 그 자신이 급진적이라는 점에서 자기가 도덕주의자도 아니요, 이상주의자도 아님을 압니다. 예를 들어 그는 베트남의 유효하면서도 유일한 평화는 눈물과 피의 값을 치러야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또 그 평화는 미군의 철수와 폭격의 중지에 의해서, 따라서 미국의 패배에 의해서 시작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그가 지닌 모순의 본성 때문에 진정한 지식인은 우리 시대의 모든 갈등 속에 스스로 참여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시대의 갈등은 모두가 다 - 그것이 계급 간의 갈등이든 또는 국가 간의 갈등이든 또는 인종 간의 갈등이든 상관없이 - 혜택 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지배계급의 억압으로부터 비롯된 특수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진정한 지식인은 그 자신이 곧 피억압자임을 의식하고 있는 피억압자라는 점에서 결국 그 또한 피억압자의 편에 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75-76쪽

지식인은 고독합니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지식인에게 무언가를 위임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 이것이야말로 그가 가진 모순 중의 하나입니다 - 그는 다른 사람들 또한 함께 해방되지 않으면 그 자신도 해방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자기 고유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체계에 의해서 이 목표가 끊임없이 도난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외는 지배계급에까지 확장되어서 나중에는 지배계급의 구성원들마저도 그들에게 속하지 않는 비인간적인 목표를 위하여, 즉 근본적으로 이익을 위하여 일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자기 고유의 모순이 결국에는 객관적인 모순의 특이한 표현임을 깨닫게 된 지식인은 이러한 모순에 맞서서 자기 자신과 타인을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과 연대하게 되는 것입니다. -77쪽

지식인과 함께하는 사람의 수가 얼마인가는 지식인이 하는 일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지식인의 임무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지식인 자신의 모순 속에서 사는 일이며, 모든 사람을 위하여 급진주의를 통해(즉 진리의 기술을 환상과 거짓에 적용함으로써) 지식인 자신의 모순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지식인은 이처럼 그 자신이 지닌 모순 자체를 통해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되는 것입니다. -105-106쪽

롤랑 바르트는 글쟁이와 작가를 구분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글쟁이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하여 언어를 사용합니다. 작가는 공통의 언어의 수호자이지만, 그는 글쟁이보다 훨씬 멀리 나아가며, 또 그가 사용하는 재료는 비-기표로서의 언어 또는 정보 왜곡으로서의 언어입니다. 말하자면 작가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의미 작용과 비-기표를 수단으로 취하면서, 단어의 물질성에 의거하는 작업을 통해 그 어떤 언어 대상을 생산하는 장인인 것입니다. -122쪽

글을 쓰는 것이 소통하는 것이라면, 문학적 대상은 언어를 넘어선 소통과 같은 것으로서 나타납니다. 왜냐하면 비록 단어들에 의해서 생산되었지만 다시 단어들에서 의해서 닫혀진, 의미 작용을 하지 않는 침묵을 통해서 문학적 대상은 언어를 넘어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로부터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문학적 이야기입니다."라는 말은 곧 "당신은 아무 것도 말하지 않기 위하여 말을 합니다."를 의미한다고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이제 문학적 대상이 독자와 소통해야 하는 이 아무것도 아닌 것, 바로 이 침묵하는 비-지식이 과연 무엇인지 알아보는 일이 남게 됩니다. 이러한 탐구를 위한 방법은 유일합니다. 그것은 곧 문학작품 속에서 의미 작용을 하는 내용으로부터 출발하여 그 내용을 둘러싸고 있는 근본적인 침묵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는 것입니다. -123-124쪽

작가가 왜 공통의 언어의 전문가인지, 즉 최대한의 정보 왜곡을 내포하는 언어의 전문가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물음을 통해서입니다. 단어는 우선 세계-내-존재와 마찬가지로 이중의 측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편으로 보면 단어는 희생된 대상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단어를 넘어서 단어의 의미 작용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이때 단어의 의미 작용은, 일단 그 의미 작용이 한번 이해된 후에는, 서로 다른 수많은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 즉 다른 단어와 함께 표현될 수 있는 다가적(多價的)인 언어도식이 됩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보면 단어는 물질적인 실재성이기도 합니다. 단어가 단어 자신에게 부과하는 객관적인 구조, 의미 작용을 희생시켜가며 언제나 단어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구조를 가지는 것은 이와 같이 단어 그 자체가 물질적인 실재성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중략)(계속)-141-142쪽

(이어서)

작가가 공통의 언어를 사용하기로 했다면, 작가의 이 선택은 단어가 지니는 이와 같은 물질적인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바로 이 물질적인 무거움 때문에 한 선택입니다. 작가의 예술은, 가능한 한 정확한 의미 작용을 단어로부터 빼내어 자유롭게 풀어놓음으로써 사람들의 주의를 단어의 물질성 위로 끌어들이는 것, 그리하여 의미가 주어진 사물이 단어를 넘어설 뿐만 아니라 동시에 바로 그 단어의 물질성 속에서 육화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143쪽

언어는 한편으로 보면 우리를 동일인으로서, 즉 의도적으로 소통하는 주체로서 연결시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언어가 우리를 동일인으로서 연결시키는 한에 있어서, 언어는 또한 타인으로서의 나를 타인으로서의 다른 사람에게 연결시킵니다. 작가의 목적은 결코 이 역설적인 상황을 제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의 목적은 오히려 이 역설적인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여 그의 언어-내-존재를 그의 세계-내-존재에 대한 표현으로 만드는 것입니다.-145쪽

작가의 참여는 공통의 언어 속에 포함되어 있는 정보 왜곡의 부분을 활용함으로써 소통이 불가능한 것(체험된 세계-내-존재)을 소통하는 일을 겨냥합니다. 또 작가의 참여는 전체와 부분 사이에서, 전체성과 전체화 사이에서, 세계와 작품의 의미로서의 세계-내-존재 사이에서 긴장을 유지하는 일을 겨냥합니다. 이처럼 작가는 그의 직업 자체 속에서 특수성과 보편적인 것의 모순에 직면해 있는 것입니다. (중략)(계속)-156쪽

작가는 자신의 내적인 과업 속에서, 지평선상에서 삶을 확인하는 보편화를 암시해가면서 그 자신이 직접 체험의 차원 위에 머물러야 하는 의무를 발견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작가는 다른 지식인처럼 우연히 지식인이 된 게 아닙니다. 그는 본래부터 지식인인 것입니다. 작품 그 자체가 작가로 하여금 작품을 벗어나서 이미 다른 지식인이 자리를 잡고 서 있는 실천-이론적 차원 위로 옮겨 갈 것을 요구하는 것은 정확하게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왜냐하면 한편으로 작품은 우리를 짓누르는 세계 내에서 존재를 - 비-지식의 차원에서 - 복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작품은 절대적인 가치로서의 삶을 체험적으로 확인하는 것이자 다른 모든 자유에 호소하는 그 어떤 자유를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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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31일 토요일 자정을 기점으로 집으로 돌아간 나는, 그날 새벽에 발생한 충격적인 폭력진압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 그날 조금만 더 오래 있었더라면 그들이 그토록 무자비하게 곤봉으로 구타당하고, 군화발로 짓밟히고, 구석에 몰려 집단폭행 당하고, 짓이겨지는 상황을 조금이나마 막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 정도가 되려면 나 하나로 그치지 않고 나와 같은 미안함을 가진 이들이 모두 그 현장에 남아있었어야 가능하겠지만. 가능했을까? 물음을 던져보면 많으면 많은만큼 더 당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 든다. 그래 그 상황은 머릿수 하나 더 보탠다고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머릿수 싸움이 아니라 개념나간 이메가와 어청수에 의한 집단 학살의 개념이었기 때문에.

  그 때문이었을까. 어제 자정을 넘기며 다리가 너무 아프고, 누워서 자고 싶고, 당장이라도 택시를 잡아 집에 가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매 고비마다 어떻게든 버티면서 끝까지 남아 있었던건, 그 미안함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나도 이렇게 힘든데 함께 있던 제이드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보면 - 일요일 아침에 과외도 있다고 했는데 - 더 미안해진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 셋이라, 그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남아있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있었기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 수천정도였다면, 수백정도였다면 나는 아마도 이 인원 가지고 뭘 하겠어, 속으로 생각하며 그냥 가버렸을지도 모른다. 

  어제 현장에선 그간 어디서도 보지 못한 아주머니 한 분이 함께(?) 밤을 지새며 주 예수를 믿으세요, 사탄의 무리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조금 전 아홉시 뉴스에서 본 청와대의 추부길이란 녀석의 발언과 왜 이렇게 오버랩되는지. 촛불집회 참여자들은 사탄의 무리이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그 발언 장면을 보니, 참 꼴통들 많다. 어떻게 이런 애들이 청와대에 들어가 있을까. 하긴 대통령이랍시고 한마디씩 내뱉는 것마다 촛불집회 인원을 수만명씩 불려주는 이메가나 그 졸개들이나 거기서 거기겠지만 말이지. 역시 유유상종이라고, 같은 놈들끼리 뭉치는 법이지. 에혀, 언론에 나 꼴통이요, 하고 이름 알려진 녀석들이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꼴통들이나 다 내쳐라. 가장 중요한 건 핵심 꼴통이 내려와야 하는거고.

  어제밤 그 아주머니는 사람들이 무리에서 계속 내보내도 어떻게든 다시 들어와서 혼자서 주 예수 운운, 사탄 운운 하면서 돌아댕겼는데, 아침이 밝아오자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왼쪽 대로에서 전경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시선이 모두 그쪽으로 꽂혔고, 그 이후로 그 아주머니는 보지 못했다. 이거 혹시 추부길 그 녀석이 보낸 아주머니 아냐? 명박이가 보낸 아주머니 아냐? 사탄인 촛불 시위자들을 기도로 내몰으려고?! -_- 좌파용공 어쩌고 하는 녀석이나, 사탄 어쩌고 하는 녀석이나, 어쩜 이렇게 바보같을까. 검찰에서 그랬다잖냐. 한참 전에. 촛불 시위자들은 평범한 시민이고, 가족 단위, 친구 단위로, 혹은 혼자서 오는 경우가 많아서, 연행하기도 어렵다고.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나온게 아니라고. 못 믿겠으면 좀 나와봐라. 사복경찰들도 나 시위자요, 하고 나오는 판에.

  어제 닭장차 너머 경찰들로부터 뭐가 자꾸 날아왔는데, 물병이나 돌맹이는 모양을 알아보겠는데, 잘 모르겠는 것들이 있었다. 이제보니 그건 오줌이었구나. 앞에 있지 않아서, 맞지 않아서 다행이다. 앞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러웠을꼬. 아니 이 미친 경찰들이 이제 시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폭력경찰의 정체성(?)이 확인되자 곤봉구타와 군화짓밟기 같은 건 자제하는 듯 하면서 - 방패찍기와 집단구타는 여전하다 - 시위대가 자신들을 먼저 선제 공격하기를 바라는게다. 그러면서 우리를 폭력시위대로 매도하기 위해. 결국 그네들은 성공했다. 오늘 뉴스를 보니, 이미 쇠파이프 등장 어쩌고 하면서 - 그거 몇 명되지도 않지만 - 폭력시위대로 만들어버리더라. 성공했네? 근데 니네가 손가락질하고 실실 쪼개며 웃고 하는 사진도 인터넷에 나돌고 있는데 어쩌냐. ↓

  아주 얍실하게 나오겠다는 수작인데, 어디 한번 해보자. 어제 쇠파이프 들고 닭장차 부순 사람들이야 순진하게 너네 수작에 넘어갔지만, 그거 대여섯명 밖에 안되거든. 나머지는 오히려 그 사람들 뜯어말리고 쇠파이프 멀리 내던지고, "내려와 내려와", "하지마 하지마", "비폭력 비폭력" 외쳤거든. 아주 그냥 버스 흔드는 것도 폭력 시위라는 하는 통에 뭘 할 수 있는게 없다. 언론은 도대체 뭐가 폭력이고 비폭력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할 것이다. 뭐 조금만 뭐 좀 할라치며 폭력이라 해버리니 이거야 원 그럼 바리케이트 앞에서 촛불들고 쎄쎄쎄 하고 앉았을까? 쎄쎄쎄는 두 손이 다 필요하구나. -_- 그럼 뭐 처음 뵙는분들끼리 통성명하고 악수라도.

  언제까지 폭력이라는 테두리 안에 갇히기 싫어서, 버스 흔들기도 못하고, 사다리 타고 올라가지도 못하고 하는 꼴로 있을 수는 없다. 왜 청와대로 가야하느냐, 고 물으면, 그건 명박이가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지, 라고 답해줘야지. 누가 청와대 치고 들어가서 암살하겠대? 청와대 앞 까지만 가서 얌전히 주변에서 거리행진하겠다니깐. 아니 왜 평화시위하겠다는데 자꾸 못하게 막아. 평화시위를 못하게 막고 있는 건,  폭력시위대로 만들려고 하는 건, 명박이와 검찰총장과 경철청장이다. 촛불 들고 얌전히 걷겠다고요. 어디서? 청와대 주변 도로에서. 세종문화회관 앞길, 옆길, 뒷길, 새문안교회, 안국역, 경복궁 아예 원천봉쇄해놓고 사람들 다니지도 못하게 해놓고 뭐하는 짓이야.불법주차한거 좀 빼. 경찰차라고 스티커 발부 안하나?

  그리고 촛불집회 시작된 이후로 매일같이 듣는 그 여경앵커 좀 교체해라. 아니 왜 말도 못하고 버벅대는 애를,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애를 피곤하게 계속 데리고 다니냐. 애 잠 좀 재워라. 걔도 사람이잖니. 앵커 없어? 보아하니 종이쪼가리에 적힌 문구 그대로 읊다가 틀리고 그러는거 같은데, 읽기라도 잘하는 애들 데리고 오던가. 여경 중에 인재가 그렇게 없나? 글 제대로 읽고, 말 제대로 하는 애를 인재라고 칭해야 하다니 아이구 두야. 말을 못하면 노래라도 한 곡조 부르던가, 지루하게 날밤새는 사람들 귀에 대고 책 읽고 있으니 답답허다야. 이쪽에서 노래 하나 하면, 저쪽에서도 노래 하나 하던가.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세 박자 마저 쉬고, 하나 둘 셋 넷" 까지 해줬는데 예의가 아니지. (생각해보니 누가 나한테 그렇게 해줬어도 노래 안 한 적 많구나. -_-a)

  오늘 아홉시 뉴스보니, 기자가 전경들을 인터뷰 했는데, 쟤들도 미친소 싫단다, 싫은데 위에선 또 진압하라고 하니 어쩔 수 없단다. 그치. 쟤들도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거지. 이러니 같은 편끼리 싸우고 있는 형국이라고들 하지.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이메가 때문에 직장에서 이메가가 그토록 좋아하는 경제 활동에 매진해야 할 사람들이, 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 집에서 아이 돌보고 살림해야 할 주부들이, 노인정에서 친구분들 만나 바둑두고 수다떨어야 할 분들이, 여기에 나와서 이러고 있고, 전경들은 한달째 잠도 제대로 못자고 지 친구들이며 부모며 동생이며 때리고 방패로 찍고 앉았고. 명박아 애들 많이 고생한다. 애들이 너 싫단다. 너 하나 내려오면 다 해결되는데 왜 고집부리니. 이 나라 꼴을 보면 사탄이 누군지 모르겠니? :)

p.s. 광화문역 지하철 무정차 통과시켰다고 하는데, 10일날은 시청에 그 짓을 하겠다고 한다. 시민들의 안전 운운하면서 아예 촛불집회 참가를 방해하려들고 있다. 별 짓을 다 하는구나. 경찰은 한달동안 촛불집회 참가 인원수를 1/10로 보고하지를 않나 서울메트로는 이제 아예 시청에 오지도 못하게 하는구나. 유치하고 천박한 이메가와 졸개들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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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때부터 밤을 지새우려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72시간 릴레이 집회에 머릿수 하나 더 보태고 싶어서, 내일이 일요일이니 토요일 저녁 열심히 뛰고 일요일 쉬면 되겠구나 싶어서, 다시 시청광장을 찾았습니다. 저녁때 시청에 갔을 땐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습니다. 한쪽에선 손피켓과 양초와 종이컵을 나눠주고 있었고, 한쪽에선 역시나 만화가의 거리전시회가 있었습니다. 또 광장 한복판엔 양초와 종이컵, 김밥, 마스크, 우비 등을 파는 장사꾼들이 군데군데 퍼져있었습니다. 며칠간 비슷한 패턴으로 시위가 반복되자 눈치빠른 장사꾼들이 대목을 노린 것입니다. 물론 사지 않아도 광우병 국민연대에서 국민들의 성금으로 산 물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잘 모르는 시민들은 돈 주고 구입할 밖에요.

  아직은 집회가 무르익지 않았고, 시청부터 광화문, 종각, 종로, 청계천 등에 넓게 시민들이 퍼져있어, 영풍문고로 가서 책을 샀습니다. 마침 영풍문고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권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거리로 나와 시청으로 향하는데 어이쿠, 한 시간 사이에 시청부터 광화문 도로까지 쭉 들어찼습니다. 시청 광장은 물론이고. 지인과 합류하여 초에 불을 켜고 행진을 따라가는데, 어제 그 인원(적게는 십오만에서 많게는 이십만)과 맞먹는 인원이 오늘도 참여한 것 같았습니다. 행렬의 처음과 끝이 보이지 않았고, 듣기로는 남대문즈음 왔을 때 선두가 이미 종각을 넘어 광화문까지 갔다고 들었으니 어마어마했죠. 저는 중간 대열에 끼어있었는데. 언론보도로는 십이만이라고 합니다. 이제 한번 모이면 십만은 기본입니다. 

  처음에 여고생들로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이삼십대를 끌어들였고, 직장인을 끌어들였고, 어머니와 아버지와 중고생 친구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이젠 대학생과 각종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명박이 그랬답니다. 촛불 집회의 배후는 한총련이라고? -_-  한총련 깃발이 나부끼니까 깃발 중 가장 강해보이고 만만해보이는 한총련을 지목했나봅니다. 그러게 내가 전에도 한총련은 깃발 가지고 나오지 말래니깐. 이런 말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좌파용공세력 어쩌고 하면서 박정희, 전두환식 이마이크로바이트 뇌용량으로 떠올릴 수 있는 건 그거밖에 없죠. 지난 날엔 북파공작원을 사칭한 이들이 시청 광장을 접수하고 시민들을 폭행하더니, 어젠 또 위아래 흰양복 입고 백구두를 신은 목사 한 분이 졸개들을 데리고 나와 이명박이 하달한 임무수행에 열심히더라고요.
  
  우리는 그제 그 코스대로 시청에서 남대문, 회현역, 종각, 그리고 다시 어딘지 모를 그 장소(아마도 경북궁)로 가서, 다시 샛길로 광화문에 도착했습니다. 시위대에 머릿수 하나 채우고 있으면 도통 얘네들이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되는 인원이 어디로 쪼개졌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어제 제가 있던 곳은 광화문이었습니다. 다른 팀은 또 어디로 갔는지 모르지만. 세종문화회관 앞의 그 철통같은 바리케이트를 어떻게 해봐야 하는데, 답답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가, 어떤 분이 사다리를 놓고 버스 위로 올라가시더군요. 그렇게 몇명이 올라가 바로 연행되고, 어떤 분은 경찰 아크릴 보호막을 뜯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상황이 급반전되자 전경이 버스 위로 우르르 올라오고, 시민들도 하나둘씩 기어올라갔습니다.

  사다리를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대여섯개 되는 사다리를 버스에 대고 여기저기서 올라가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경찰은 분말소화기를 다량 발사하며 시위대를 바로 진압해버리더군요. 사다리 서너개는 빼앗겼다 하고, 시민은 방패로 사정없이 찍혔습니다. 소화기를 엄청나게 뿌려대는 바람에 광화문 일대는 뿌옇게 변해버렸습니다. 바로 앞에서 소화기를 맞은 분은 쓰러지고, 몇 분이 의료진에 의해 옮겨졌습니다. 눈을 뜨지 못하고, 목격자에 의하면 코와 입에선 계속해서 분비물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뒤쪽에 있는 저는 그냥 가지고 온 손수건 하나 정도로 코와 입을 감쌌지만, 앞에 있던 분들은 직접 맞아 상태가 심각한 것 같았습니다. 시민 한 분이 또 어디서 가지고 오셨는지 경찰에게 소화기를 분사했습니다. 너만 쏘냐, 나도 쏜다. :) 시위대 쪽이야 소화기 하나 밖에 없었으니 얼마 쏘고 끝났지만 양쪽에서 쏘니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계속 흘러만가고 집에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모두 끊긴 상태에서, 에이 화장실이나 갔다오자며 광화문 역 지하로 내려갔는데 화장실은 또 어찌나 먼지. -_- 남녀 시민 몇 분이 같이 화장실로 향했는데 볼 일 보고 나오니 모든 문이 다 닫혀있었습니다. 남은 통로가 1,8번 출구 뿐이었는데, 이거 무섭더군요. 나갔더니 전경들이 쭉 깔렸습니다. 고작 시민 네 분과 함께 있었는데, 무슨 어두컴컴한 골목을 지나지나 결국 있던 자리로 나오긴 했지만, 그 골목마다 전경들이 쭉 깔려있었습니다. 골목 가게 아저씨는 통과하려면 양초를 버리고 가야지, 하셔서 으하하하 크게 웃기도 했습니다. 아 이렇게도 나올 수가 있구나 싶으면서, 한편으로는 이 골목으로 전경들이 우르르 나와 우리 진압하면 꼼짝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골목이 시위대의 후미였기 때문에.

  시간은 새벽으로 넘어가고 있었지만 집에 가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갈 사람은 지하철 끊길 시간에 다 갔고, 남아있는 어린아이부터 중고생, 직장인, 대학생, 나이든 할아버지들까지, 이들은 밤을 샐 작정으로 이곳에 남아있었습니다. 그 인원만 해도 어림잡아 오만은 되어 보였습니다. 휴일을 맞아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팀들도 많았는데, 강원대와 카이스트가 눈에 띄더군요. 멀리서 와서 고생하는구나. 이대로 대치상태가 계속되자 깃발부대가 앞으로 나가 닭장차 앞에서 깃발로 전경들을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위협은 아니고, 그냥 눈 앞에서 흔드는 정도. 여러 깃발이 모두 앞으로 나가 흔들리니 그것도 나름 괜찮더군요. 아무런 위협도 가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뭔가 하는 것 같은. 그 중 몇몇 깃발은 앙상한 가지만 남은 채 전경에게 낚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슬슬 지쳐가고 뒤쪽으로 빠진 일부 시민들은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잠을 청하기도 했고, 어떤 분들은 추위를 달래고자 가지고 있던 골판지며, 각종 종이조가리들을 모아 불을 지피고 오손도손 빙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어떤 시민은 쓰레기를 줍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앞에 있던 일부 대학은 무리를 이끌고 쉬었다 다시 가겠다며 뒤로 빠지기도 했습니다. 제 앞에는 고등학생 남녀 셋이 있었는데, 아마도 추정컨대 둘은 연인이고 하나는 꼽사리같이 보이더군요. 셋다 깔쌈하게 생겼는데,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의 장난스런 애정행각이 재밌었다는. -_- 외투를 안 가지고 나온 관계로 너무 추워서, 또 지루하고 심심해서 시청방향으로 나가봤는데, 포장마차가 잔뜩 들어서있어서 떡볶이와 오뎅국물로 배를 채우고는 다시 시위대로 돌아왔습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탕탕!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세종문화회관 뒷길에 있던 전경차를 부수는 소리였습니다. 어떤 시민들이 주변 공사장에 있던 쇠파이프를 들고 와서 창문을 깨는 소리였는데, 사람들이 말렸지만 말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더군요. 너무 흥분한 그 시민은 이미 닭장차를 아작냈습니다. 함께 하려는 다른 시민이 쇠파이프를 들고오자 제지하며 쇠파이프를 멀리 내던지기도 했습니다. 머릿수가 많아지니 다양한 사람들이 시위대에 동참하게 되고, 그 중 일부 시민들은 이렇게 해서라도 저지선을 뚫고 싶었던 것입니다. 밧줄로 닭장차를 끌어내거나,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려는 시도까진 좋은데, 별 도움도 안되는 화풀이성 쇠파이프질은 눈쌀 찌푸리게 하더군요. 다음날 신문에 뭐라 나올지 기사 제목과 내용이 뻔히 보였습니다.  

  다시 이번엔 밧줄을 이용해 세로로 박혀있는 우측 닭장차를 끌어내는 시도가 있었는데, 성공했습니다. 닭장차 한 대가 50미터 가량 멀리 나왔고, 시민들은 다시 중간에 가로로 세워져있는 닭장차를 끌어당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가로로 있는 닭장차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 위에는 전경들이 우르르 올라가 무게를 더하기도 했고요. 하나 뺀 걸로 만족해야 했는데, 이미 날은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뒤로 비켜서세요, 라는 말이 들리더니 좌측 도로 멀리서 엄청난 인원의 전경들이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놀래서 뒤로 뒤로 물러서고, 이미 우리 머릿수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안 시민들이 그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스크럼을 짰습니다. 아무리 많이 와봐야 우리보다 못하긴 했습니다. 그치만 악악! 하는소리와 함께 방패로 바닥을 찍으며 앞으로 전진하는 전경을 막기는 어렵더군요.

  순식간에 우리는 인도로 내몰린 상황이었지만 시민들이 아예 전경을 둘러싸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훨씬 더 많으므로. 어떤 시민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너희들은 포위됐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너희가 갈 길은 한 곳 밖에 없다. 청와대 쪽으로 도주하라." 큭큭. 전경이 시위대를 내몰았다고는 하지만 정말 시민들이 전경을 포위하고 있는 모양새였습니다. 디읃자 모양으로 전경들이 시민들을 몰아내며 해산시키려고 했지만, 잘 안됐습니다. 인원이 너무 많아서. 이제 끝났구나 싶어서 저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는데, 자고 일어나 기사를 보니 시민들 중 한의사 분이 건강탕을 지어와서 시민과 전경들에게 나눠주고, 일부 시민은 전경에게 꽃을 달아줬다는 훈훈한 소식이 있더군요. 상당수 전경들은 눈에 독기를 품고 시민들을 바라보기도 했지만, 불필요한 충돌을 할 필요는 없었죠. 분노는 청와대로 보내야지.  

  날을 새니 체력이 완전 고갈됐습니다. 한 두시를 기점으로는 발바닥도 아프고 눈도 감기고 미칠 것 같은데, 외투도 없지 돗자리도 없지 따뜻한 차도 없지 잘 수도 없고,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상황인데, 이대로 그냥 택시타고 가버릴까 싶다가도, 조금만 더 참자, 택시비가 얼만데 지금 가냐, 하는 생각에 그렇게 앉았다 일어났다 돌아댕기다 버텼습니다. 네 시를 넘기면서는 더 힘들어지더군요. 새벽공기는 너무 춥고, 불지피며 모여앉은 시민들 근처에 가서 조금이라도 온기를 회복해보고자 하지만, 연기만 잔뜩 먹고. -_- 그러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니 이제 힘이 났습니다. 단지 아침이라는 이유로 힘이?! 촛불집회 아홉번 참여하면서 날을 새기는 처음이었는데, 다음에 날을 새게 된다면 외투와 돗자리, 먹을 것을 충분히 준비해야겠습니다. 오늘은 촛불집회 참여 생략. 6월 10일에 열번째 촛불집회 나갑니다. 

  명박아. 엉아가 너 때문에 이주일째 뭔 고생인지 모르겠다. 이건 뭐 시사회 당첨되고도 거절해야 하고, 퇴근 후에 집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영화 본지도 어언 백만년같고, 책도 별로 못 읽고, 엉아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 됐다. 고마하고 내려와라. 내려오면 엉아가 때리진 않을게. 처음 일만 명이, 십만 명 되고, 이십만 명 됐거든, 백만 명 되면 내려올래? 니 옆에 애들 자른다고 해결되는거 아니니까, 괜한 애들 잡지 말고 - 아니지 걔네도 어차피 자를거긴한데 - 너부터 내려오면 돼. 엉아가 요새 피곤하다. 청와대 가서 아침 식사하려고 오늘 밤샜는데, 결국 박카스 하나 못 얻어먹고 집에 왔다. 3일 연휴가 직장인에게 어디 자주 오는 기횐줄 아니? 엉아가 회사 들어간지 얼마 안돼서 휴가도 없어요. 그만 됐다 이제 내려와라. 안내려오면 엉아 10일날 또 간다. 그때보자.

p.s. 어제 처음 뵌 부산에서 달려오신 글샘님, 그리고 몇 차례 함께하며 처음 또 같이 밤을 지샌 라주미힌님, Jade님 수고하셨습니다. 6월 10일날 만나요. :) 공지영씨도 6월 10일에 온다고 합니다. 저는 오나 안오나 별 상관없지만 좋아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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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r 2008-06-0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집회는 평화적이어야 하는가, 이제 한번 자문해 볼 때입니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큰 정치적 행사는 모두 끝났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괴롭더라도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겠지요. 아마 6.10만 지나면 된다고 생각할 겁니다. 곧 후덥지근하고 장마에다 학생들은 기말고사지요, 곧 방학이고 사람들은 지칩니다. 인권과 평화는 싸워서 얻는 거라는 누군가의 말이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마늘빵 2008-06-08 16:42   좋아요 0 | URL
언제까지 이렇게 죽치고 앉아서 촛불만 들고 축제처럼 놀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뭔가 시도는 해야겠는데 비폭력에 대한 외침이 너무 크다보니 그다지 폭력적이지 않은 행동도 폭력으로 보이게 됩니다. 많이 지치겠지요. 기말고사다, 방학이다, 장마다, 하면서 명박이는 시위인원이 줄길 바랄 겁니다. 절대 줄어선 안 됩니다. 100만까지 나가야합니다. 그래서 저도 매번 이렇게 머릿수 채우러 나가는거랍니다.

드팀전 2008-06-09 12:56   좋아요 0 | URL
레토닉으로만 '이명박퇴진'을 외치는 거지, 실제 정세적으로 이명박 퇴진을 종용하는 단계까지 와있진 못한것이 현상황으로 보입니다..그리고 애초부터의 촛불문화제가 가진 한계가 성과와 함께 드러나는 시점도 곧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시위동력을 계속 유지하기란 바람과 같이 쉽지도 않고 또 폭력적 시위로 변화될 경우 이탈세력과 정권에 반격의 빌미를 줄 것이기때문에 딜레마일 수 밖에 없지요.

전 현재 정세와 한계상-아직까지는- 비폭력 시위를 지지합니다만...자유주의적 시민불복종와 비폭력노선은 시위가 정리되는 시점에는 또 그 열기만큼이나 철학적 고민을 해봐야하는 부분입니다. 아프님이 해주시겠지요.^^

깜소 2008-06-08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이 많으시군요^^ 1일날 갔다오고 이번엔 못 올라 갔는데...오늘 뉴스를 보니 과격한 양상이 보이는군요 경찰측 선동꾼인지 각 총학측 선봉대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이 싸움을 길게 본다면 비폭력많이 우리가 승리하는 길이라고 여겨지고 짧게 가자면 10날 100만이 모일 수 있다면 과격하더라도 청와대로 가서 끄잡아 내려야 겠지요 이 번 주말이 너무 아쉽습니다 홍보도 충분히 되었고 국민들의 참여도 적극적으로 나왔는데 굳이 저녁 늦게 움직이려 하다니요
큰 타격을 주려면 낮에 해야 합니다

마늘빵 2008-06-08 16:44   좋아요 0 | URL
쇠파이프로 버스차량을 파손해서 과격시위로 비춰지고 있는데, 글쎄 한편으로는 이 사람들 이거 사복경찰이거나 저쪽에서 누가 시킨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비폭력으로 원하는 바를 얻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언제까지 사람들이 이렇게 계속 나와줄지 모르겠습니다. 100만, 1000만 모일 때까지 계속 해야 할텐데요. 연휴가 아쉽습니다. 정말. 새벽에 일을 벌이면 이미 많은 시민이 돌아간 뒤지요. 어제는 많이 남아있었지만. 정말 4-5시부터 시작해서, 직장인들이 바로 합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2008-06-08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8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6-08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어요. 언제까지 계속해야 되는지 참 안타깝네요~~ 뭔가 해결책이 나와야 할텐데요.

마늘빵 2008-06-08 21:25   좋아요 0 | URL
네. 10일경에 내각 총사퇴 운운하고 있는데, 지금 그 문제가 아니죠. -_- 아주 멍청해요. 문제의 해결방법이 뭔지 알면서 모른척 하는건지, 아니면 정말 멍청해서 모르는건지.

글샘 2008-06-08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제가 옆에서 본 걸로는... 앞에서 경찰차 부수는 사람들은 일반 시위대와는 정말 다르게 생겼어요. 폭력배처럼 생겼답니다. 그런 시민일 수도 있지만, 가방에 곤봉 넣고 다니는 시민은 없잖아요. ㅎㅎㅎ
그렇다고 폭력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두의 창고에서 소고기를 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투쟁(이런 것들도 비폭력으로 가능하죠.)
한나라당 앞에서 이명박을 탄핵하라고 압박하는 투쟁...
앞으론 촛불집회도 모여서 노는 거 말고 더 다양한 방향으로 가야 하겠지요.

마늘빵 2008-06-08 22:31   좋아요 0 | URL
그 사람들 잡아다 조사해볼 필요가 있었는데. 흐음. 경찰이거나 이메가가 동원한 용역일수도 있으니까요. 너무 그 상황에 안일하게 대처한거 같습니다. 다들 선량한 시민들이다보니 겨우 말려보는 정도로 그쳤는데.

나비80 2008-06-08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일 새벽 신문로 새문안교회 옆 닭장차 끌어내는 퍼포먼스까지는 이해하려고 해도 그걸 때려 부수는 모습을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더라구요. 광화문과 세종로에서 발생한 8일의 돌발적 폭력도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전위의 역할을 담당하려는 대학생 대오와 일부 급진적인 시민들이 행사하는 폭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고민됩니다. 한 달이 넘도록 지속되는 촛불 시위가 다양하고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72시간 3일 연속 집회에 전력으로 참여한 시민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 저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새벽에 택씨타고 들어왔습니다. 지친 시위대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폭력이 발생하는 것 같은데 이러한 움직임도 분명 거대한 촛불 시위의 단편적인 일부로써 잠재된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다만 대다수 시민들이 자발적이고 창조적으로 형성한 '비폭력'의 동의와 구호에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명박이가 시위대의 배후가 있다고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지껄이듯이 일반 시민들도 일부 거친 시민들이 '프락치' 일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죠. 사실 시위대가 보여주는 평화의 시간과 규모에 비해 이들의 폭력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다만 적의 척후와 맞상대하여 매체에 집중적으로 노출될 뿐이지요. 7일과 8일의 시위대의 모습은 그간 진행된 촛불 시위를 급반전 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역시 어떤 유의미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일테지요. 이때 6.10의 촛불시위는 분명 규모면에서는 전고점을 돌파할 것이기때문에 그날 시민들이 시위에서 어떤 내용을 보여줄지가 관건입니다. 당장 내일 모레이지만 아무도 모릅니다. 어떤 변화가 촛불 시위의 내용을 결정할른지는.

마늘빵 2008-06-09 00:02   좋아요 0 | URL
과격 시민도 있지만 프락치도 섞여서 구분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누가 시민이고, 누가 프락치인지. 경찰의 낚시질에 걸려들어 흥분하는 시민들이 있죠. 노선에서 갈등도 많습니다. 기본적인 평화시위를 유지해나가면서 해볼 수 있는 모든 걸 해보자는 생각입니다. 쇠파이프(이건 프락치 소행으로 보입니다만) 같은 것들은 빼고요. 버스 올라타기, 끌어내기, 사다리 타기 등은 할 수 있는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6월 10일은 100만명이 참여하는 순수 촛불 집회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머릿수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가 아무 것도 안하고 평화시위를 유지하면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머릿수 밖에 없습니다. -_-

홍수맘 2008-06-09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멀리서 응원합니다.

마늘빵 2008-06-09 14: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Koni 2008-06-09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함께하지 못했어서 마음이 무거워요. ㅠ_ㅠ

마늘빵 2008-06-10 08:54   좋아요 0 | URL
^^ 괜찮아요. 제가 다 뛰고 오겠습니다. '숙제'로 대신해주세요. 큭큭.
 


  지난 토요일에서 일요일에 벌어진 무자비한 국가 공권력에 의한 폭력사태 이후, 월, 화, 수, 목 4일을 쉬었다. 월요일은 철학자 김상봉 선생님을 만나 가르침을 받기 위해, 화요일은 회사 야근, 수요일은 정말 쉬고, 목요일은 약속이 있어서, 결국 이래저래 제대로 쉰 건 수요일 뿐이었는데, 그렇게 4일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 6월 6일 현충일, 여덟번째 촛불집회에 나갔다. 어제부터 계속된 주말연휴 72시간 연속 릴레이 촛불집회인지라 사람들이 많이 왔고, 또 밤을 샜나보다. 전에 같이 잠시 밴드하던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형 어디세요. 저는 어제 밤새고 잠깐 쉬러 피씨방 왔어요.", "응 조금 이따 갈거야."

  푹 쉬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밥 먹고 뭉기적대다가 잠깐 또 누워 잤다. 그리고 활동하기 편하게 평소 가지고 다니던 회사원 가방을 놔두고 조그만 크로스백에 꼭 필요한 물품 - 휴지, 수건, 피켓, 카메라, 수첩, 볼펜, 눈물약, 핸드폰 배터리 - 만을 넣은 채 가벼운 몸으로 시청으로 향했다. 저녁에 추울 것으로 예상되어 긴팔남방을 입고 나갔는데 어이쿠, 오늘은 많이 춥더라. 외투를 가지고 나왔어야 하는건데. 사람들은 어찌 알고들 돗자리며, 먹을거리며, 외투며 바리바리 싸들고 나왔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아예 밤을 샐 생각을 하고 가지고 나온게다.

  4일을 쉬었더니 그 동안 시위 양상이 달라졌다. 경찰의 폭력진압과 집단구타, 물대포 강경 대응은 더이상 찾아 볼 수 없고, 그러다보니 닭장차로 바리케이트 친 경찰들과 시민들의 물리적 접촉 또한 아예 없다. 왜냐. 시민들은 언제나 평화적으로 행동했는데 먼저 시민을 연행하고 폭행하고 구타하고 곤봉으로 내리치고 군화로 짓밟은 건 그네들이었으므로. 그네들이 그러지 않으면 시민들이 그네들을 건드릴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거 이대로 가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게, 청와대로 가는 모든 길목이 다 이렇게 막혀있다면 다른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시위를 계속해 나가야 하는데, 별 다른 묘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 이렇게 죽치고 앉아서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가 없다.

  어제 오늘 시청 광장은 북파공작원 어쩌고 하며 사칭하는 이들에 의해 점령되었고, 시민들은 그 옆에 빙 둘러싸고 촛불 집회를 계속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가운데 뻥 뚫린 원 하나를 주변에 촛불 행렬이 가득 에워싼 격이 될텐데, 뭐 시청 광장에서하든 밖에서하든 상관이 없는게,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때가 되면 알아서들 촛불 하나씩 들고 자리를 잡고 앉는다. 오늘 무대엔 동영상의 주인공 한 분이 올랐다. '너클 폭행'의 피해자인 남자분이 올라와 인터넷에서 자기에 대한 말들이 많아서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나왔다고. :) 근데 걱정스러운건 스타렉스가 데려갔다는 실신한 그 분이다. 이야기는 많지만 명쾌하게 확인된 바는 없다. 

  오늘은 집에서 시청까지 두 번 왕복했다.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갔다가 앉아있는데 갑자기 신발 밑창이 뚝 떨어지는 것이다. 헉! 이게 뭐냐. 왜 갑자기 구두 밑창이 떨어진다냐. 2년전쯤 걷다가 갑자기 그리된 적이 한 번 있긴 했지만, 참 그냥 품질보장할 수 없는 값싼 길거리표  산 것도 아닌데 너무하잖아. 한 발을 질질 끌며 주변에 구두수선점을 찾는데 오늘이 휴일인지라 다 닫았다. 결국 할 수 없이 집으로 질질 끌고 가서 다른 구두로 바꿔 신고 다시 시청으로 돌아와 행렬에 들어갔다. 나 혼자였다면 그냥 에이씨 오늘은 날이 아니네 하고 집에 가버리고 말았을텐데,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지라 그럴 수 없었다. 다시 돌아왔을 땐 이미 행진이 진행 중이었다.

  함께 하던 사람들과 만나 무리(?)를 지어 시청에서 남대문, 회현역, 그리고 어딘가로 계속 갔는데 나는 도통 이 거리를 10년 넘도록 다녀도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 지형도가 지하철 역을 기준으로 머리에 박혀있는지라 안가던 길을 가면 어딘지 모른다. 어쨌든 광화문 근처 어딘가로 갔는데, 아니 그 많은 20만의 시민들이 다 어디로 사라지고, 중간 대열에 있던 우리는 대략 2-3천 정도의 시민들과 함께 중간에 버려졌다. 앞엔 또 닭장차들이 바리케이트를 잔뜩 쌓고 있었고, 아예 길거리에 주저앉아 가지고 온 과자며 야쿠르트를 먹고 수다를 떨다가 주변의 재밌는 광경들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분명 일요일까지는 이런 광경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기타와 엠프를 들고 와 연주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려대 무슨 동아리인지 과인지에서는 대여섯명이 호랑이 옷을 입고 와 "쥐.를.잡.자." 외치며 계속 주변을 맴돈다. 사람들이 각자 집에서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온 것도 인상적이었다. 가장 강렬했던 것은 "글로벌 호구"라는 문구였는데, 큭큭, 그 말이 정말 맞다. 글로벌 호구. 어떤 여고생은 가방 뒤에 팻말을 달았는데, 적혀 있는 문구가 대략 이런거. "학명 : 이메가마우스" 아래로는 중얼중얼중얼. 대략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팻말처럼 문구를 작성해 가방 뒤에 매달았는데 참 머리들 잘 돌아간다. 큭큭. 사람들 구경하는 것만해도 재밌다.

  깃발도 흥미로웠는데, 대걸레 자루에 천조가리를 매달아 오신 분도 있었고, 대개는 낚시대를 이용해 깃발을 만들어 왔다. 정말 급했는지 낚시대에 청테이프로 덕지덕지 천을 붙여서 오신 분도 있었는데 바람이 부니 금방 휘어버리더라. 인쇄소에 맡겨 새긴 천도 아니었고, 그냥 손으로 썼는데 잘 보이지도 않고. 시위 초기에는 당기가 많았는데, 지금은 대학깃발과 인천 계양구, 대전 머머구 등의 각 지역별 깃발이 눈에 많이 띄었다. 다음의 아고라 인원도 엄청났는데, 앞에서 깃발 한번 세우니 뒤에 따르는 이들이 대략 천명은 넘는 듯 했다. 이번 촛불시위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 건, 아고라와 마이클럽이다. 아고라는 온라인에서는 각종 담론을 만들고, 오프라인에서는 함께 발로 뛴다. 마이클럽은 아줌마들의 조직력과 자금을 바탕으로 신문광고도 내고 우비나 초, 종이컵 등을 지원하는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해줬다.

  한바퀴 돌고 광화문에 도착해 시민들은 각기 모여 공연도 하고, 수다도 떨고, 웅변(?)도 하고, 나름의 놀이문화를 즐겼는데, 글쎄 경찰과 대치하며 함께 구호를 외칠 게 아니라면 굳이 밤을 새야 할 이유는 없어서 오늘은 이만 철수했다. 이제 시위는 하나의 축제가 되어가고 있다. 경찰과의 대치보다는 드넓은 광장에 모여 각자의 놀이를 즐기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시위 참여시 준비해야 할 것은 더이상 우비나 우산, 마스크, 대일밴드가 아닌, 음료를 포함한 먹을 것, 돗자리, 외투, 함께 놀 거리 등이다. 각자 가지고 있는 재주를 드넓은 광장에서 뽐낼 도구들, 개성있는 문구와 피켓도 축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이다. 축제가 되지 않으면 시위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이들은 이제 직접 나와 자신들의 메세지를 명확히 표현하는 것을 넘어, 시위를 즐기고 있다.

p.s. 오늘 함께한, 네꼬님, 그리고 네꼬님 친구분(이름도 모르네요), 두세차례 함께한 마노아님, 멜기세덱님, 지난 토요일 물대포 맞고, 오늘은 원고 마감하고 합류하신, 지금 홀로 남아 밤을 지새우시는 시비돌이님, 그리고 시비돌이님과 함께 오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분(이름을 모르네요), 도착하고 처음 만난 웬디양님, 우리와 별도로 대낮부터 명동 근처에서 거리행진을 했던, 오늘은 결국 만나지 못한, JADE님, 제게 연락은 없었고 만나지도 못했지만 그 시간 어느 곳에서 함께하셨던 섬사이님, 그 외 그곳에 계셨던 다른 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내일은 부산에서 글샘님이 오십니다. 환영시위(?)를 해야겠네요.

p.s.2 지금(02:30) 오마이뉴스 티비를 켜니 상황이 급반전됐다. 새문안교회와 세종문화회관 뒷길 부근에서 경찰과 시민이 격렬하게 대치중이다. 내가 있던 광화문만 축제의 장이었구나. -_- 시위대가 너무 많아 여럿으로 쪼개지는 바람에, 다른 곳의 상황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알았다면 그곳으로 갔을텐데. 분말소화기 쏘고 또 난리도 아닌거 같은데 지난 토요일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일단 티비로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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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6-07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랬군요.... 역시 정보가 중요해 ㅜㅜ

마늘빵 2008-06-07 02:46   좋아요 0 | URL
아 지금 오마이뉴스 보고 있는데, 우리 있는데만 그러고 놀았던거였어요.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갔나 했는데, 다들 분산되어 있었군요. -_- 다 집에 갔나보다하고 집에 왔더니.

웽스북스 2008-06-07 02:51   좋아요 0 | URL
보고있어요, 역시 좀더 둘러봤어야 했는데

마늘빵 2008-06-07 02:55   좋아요 0 | URL
아 그러게요. 근데 우리쪽에선 너무 멀었어요. 세종문화회관 뒷길은 어딜 말하는건지 모르겠네. -_-
 


  미친소 먹기 싫다고 너나 쳐드시라고 외치는 '시민'들이 늘고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지난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발생한 - 그 전에도 가볍게(?) 있었지만 - 무자비한 국가 폭력에 분노하고 저항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시청과 광화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논점은 미친소과 광우병이 아니다. 정부는 여전히 뒷북치며 어떻게 하면 광우병 재협상에 '준하는' 방법을 내놓을까 고심하고 있지만, 이미 시민들의 구호는 "이.명.박.은.물.러.가.라."로 나아갔다. 시민은 계약에 의거 국가를 만들었고, 국가는 자신의 권리를 일부 위임한 시민들을 보호하고 지켜줄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저버리고 있다. 국가와 시민을 생각한다.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불복종의 이유
하워드 진 지음, 앤소니 아르노브 인터뷰,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3년 4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2008년 06월 06일에 저장
품절
<미국민중저항사>와 <오만한 제국>등으로 잘 알려진 하워드 진의 책. "좌파출판사 '사우스 엔드 프레스(South End Press)'의 편집자 앤소니 아르노브가 미국의 9.11 테러 직후 정부의 공격적 방어전략에 대해 하워드 진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알라딘) 미국 시민은 미국 정부를 그대로 따라갈 수 없으며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좋은 방법은 보복전쟁이 아니라 미국 시민들이 왜 미국 정책에 반대하고 분노하는가를 따져보는 일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제는 우리와 다르지만, 방식은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
불복종에 관하여
에리히 프롬 지음, 문국주 옮김 / 범우사 / 1996년 12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2008년 06월 06일에 저장
품절
<소유냐 삶이냐><사랑의 기술>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에리히 프롬이 <불복종에 관하여>라는 책도 썼구나.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96년에 범우사에서 나온 책이다. 이 책의 존재는 처음 알았다. 제 1부에 현대 산업사회에서의 불복종의 필요성과 그 본질, 그리고 자유와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한다.
인간 불평등 기원론
장 자크 루소 지음, 주경복 옮김 / 책세상 / 2003년 5월
7,900원 → 7,110원(10%할인) / 마일리지 390원(5% 적립)
2008년 06월 06일에 저장
구판절판
사회계약론과 인간불평등기원론은 번역서가 여럿 있는데, 어떤 책이 가장 적합한지는 다 살펴보지 않아 모르겠다. 원문을 청소년용으로 바꾸지 않으면서 번역서로서 간단하게 읽기에는 책세상 문고판이 괜찮다. "인간의 역사를 진보가 아닌 타락과 퇴보의 과정으로 파악하면서, 원시적 자연 상태에서 평등한 삶을 누렸던 인간이 어떻게 불평등하게 되었는지를 가족, 사회, 국가, 계급의 형성과정을 통해 면밀히 분석한다."(알라딘)
인간을 위한 약속 사회계약론
김성은 지음, 장 자크 루소 원작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6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8년 06월 06일에 저장
품절

청소년용으로 가장 많이 나가는 아이세움의 것 말고 서울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사회계약론>과 그외 동일한 제목을 단 몇몇 책들이 있다. 루소의 사회계약 내용뿐 아니라 루소의 생애에 대해서도 다루고 전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자연상태에서 계약을 통해 이루어진 국가와 시민의 관계, 좋은 정부는 어떤 정부이고, 진정한 자유는 어떤 자유인가를 말한다. 비록 국가는 계약을 통해 만들어졌지만, 주권은 시민에게 있고, 그 시민은 국가에 대한 저항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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