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공원. 흥행대박.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다 라는 말이 나올만한 수작. 스티븐 스필버그는 참 대단하다. 그는 영화감독을 시작한 이래로 1-2년에 한번씩 영화를 발표하곤 했고, 그가 낸 영화들은 대부분 재밌고 상업적으로 성공했으며, 작품성도 인정받아 유명 영화제에서 상탄 작품들도 헤아릴 수가 없다. 영화를 매년 그렇게 내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내는 영화마다 대박행진을 거듭하는 것도 또 대단해 보인다. 
 
  어떻게든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린 공룡을 부활시킨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마치 공룡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스크린 속에서 전해준다. 영화 촬영 당시 배우들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마치 무서운 공룡이 쫓아오는 양 연기를 해야했을텐데 그런 것 생각하면 정말 배우들은 대단하지 싶다.

  화석이 되어버린 모기에게서 오래전에 빨아먹었던 공룡피를 뽑아내고, DNA를 추출, 공룡을 부활시켰다. 어느 외딴 섬에 쥬라기 공원이라 이름붙이고 각종 공룡들을 다 들여놨는데, 사납고 빠른 랩터는 단 세마리 뿐. 게다가 공룡들은 모두 암컷만 들여놨다. 하지만 자연의 이치가 그렇지 않은 것을. 인위적으로 조작되어 태어난 공룡들은 변이를 일으키고 자생적으로 알을 낳았다. 인공 공룡뿐 아니라 야생 공룡까지도 함께 쥬라기 공원 내에 번식하고 있는 것이다.



* 전기철조망을 뚫고 나온 공룡의 침입으로 위험에 처한 사람들. 견학용 차는 이미 뒤집혔다.

  시스템이상으로 공원의 경계에 설치된 철조망에 전기가 끊기고 공룡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견학 중이던 박사 일행과 할애비의 손녀, 손자 그리고 변호사. 이들은 위기에 처했다. 차는 곤두박질치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박사와 손자, 손녀일행. 그리고 또 다른 쪽으로 흩어진 나머지 사람들. 공원을 조성해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할애비의 계획은 위험천만한 공룡들이 풀려남으로써 무산되었다. 자연은 자연상태 그대로 놔둬야지 인위적으로 조작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남기며.

  공룡의 멸종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학설이 대두되지만 가장 주목받는 것은 빙하기 때문이라 배웠다. 고딩때 교과서에서. 다른 이유가 있을런지 모르지만 이유야 어찌되었건 이미 공룡은 자연에서 버림받아 멸종되었고, 시간은 흘러흘러 이제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되었다. 과거의 지구의 정복자 공룡과 지금의 지구의 정복자 인간의 공존. 과연 가능할 것인가? 과학 기술 문명의 급속한 발달로 인간복제니, 유전자 복제니 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황우석 박사는 줄기세포배양연구에 성공하였고, 관련 학과에 몸담고 있는 친구의 말로는 인간복제는 이론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고 - 암 것도 모르는 나는 그래도 인간 복제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죽은 자를 부활시켜 살려낸다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결국 <쥬라기 공원>의 교훈은 자연은 자연 그대로 냅둬라. 이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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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안 2005-09-17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죽은자의 부활도 부활이지만.. 최근에 로빈쿡이 쓴 <발작>에 보면 예수의 DNA와 결합하려는 시도가 나오죠.. 아무튼 요즘은 별의 별 일이 다 생긴다니까요.. 하하하.

2005-09-17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들이다 싶더니 주드로와 니콜키드먼과 르네젤위거였다. 다 알만한 인물들임에도 난 꼭 영화를 보고 나서 포스터를 확인해야만 아 그 배우였구나 하면서 무릎을 탁 친다. 비슷하게, 난 몇년동안 이 동네에 살면서도 철물점이 어디있고, 뭐가 어디있는지 잘 모른다. 청소년독서실이 근처에 하나 있는데 이걸 모르고 있다가 엄마에게 아니 몇년을 살았는데 그것도 못봤냐는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 난 주변 사물을 인지하는 감각이 떨어지는 듯 하다. 내가 봐야할 것, 당장 필요한 것들만을 보고 다니다보면 그 주변의 것들을 잘 못보고 지나친다. 영화를 볼 때 분명 다른 영화에서  몇 차례 본 배우이고, 아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꼭 이름을 확인해야만 안다.

  <리플리> <잉글리쉬 페이션트> 등을 만든 안소니 밍겔라  감독이 만든 영화. 사실 감독은 잘 몰랐다. 이름도 처음 듣는다. 별 관심을 두지 않던 감독인지라. <콜드 마운틴>, 차가운 산? 흠. 아마도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한 겨울의 눈덮힌 산을 말하는 듯 하다. 처음에 난 '콜드'가 아닌 '골드'인줄 알았다. 2004년 아카데미 7개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꽤나 파장을 일으켰던 영화였나본데 개봉일이 2004년 2월 20일. 내가 아직 민간인이 아닐 적에 나온 거라 여태 잘 모르고 있었나보다. 무심결에 본 영화인데 꽤나 감동적이었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평화로운 산골마을에 전운이 감돌고 고추달린 남자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모두가 전쟁에 나가 전사하거나 아니면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 의용군 대장과 그 일당은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탈영병을 색출하고 먹을 것을 약탈하고 부녀자를 희롱한다. 탈영병을 숨겨주거나 도움을 줄 때엔 교수형에 처한다는 법칙에 따라 탈영병을 함부로 들일 수 없지만 그들은 전쟁의 피해자일뿐이다. 전쟁에 나간 사람치고 전쟁이 좋아서, 사람 죽이는게 좋아서 나간 사람 없지만 그렇다고 그들은 선이요, 탈영병은 악이라는 규정은 그네들만의 규정일 뿐. 대의를 위해 싸우는 군인들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 연인에 대한 사랑 혹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죽여야하는 상황으로부터 피하고픈 자들 모두가 옳다.



* 이보다 더 기쁠 수 있으랴. 죽은 줄만 알았던 사랑하는 이가 돌아왔고 재회했다. 사랑을 나눴다.

  아이다와 인만. 짧은 시간 동안 서로를 알았고, 느꼈고, 사랑했다. 그리고 인만 역시 다른 남정네들과 똑같이 전쟁통속으로 끌려갔고, 전쟁에서 부상당했으며, 아이다를 위해 탈영했다. 결코 탈영을 미화하는 영화가 아니다. 국가보다 사랑하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탈영한 것이다. 아이다에게 가는 길은 너무나 멀다. 붙잡혀 몇몇 사람들과 함께 연줄 연줄 묶여 사막을 걷기도 하고, 가까스로 할머니에게 발견되어 구사일생 했으나 탈영병을 잡기 위해 돌아다니는 의용군을 피해다녀야하는 처지.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돌아왔지만 멀찌감치 그녀는 내게 총을 겨누며 돌아가라 한다. 아... 하지만 이내 그임을 알아채고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전쟁영화지만 남과 북이 전쟁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 영화의 주가 되는 것은 탈영병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오히려 남과 북의 전쟁이 아닌 탈영병을 색출하고 마을 사람들을 약탈하는 의용군과 탈영병, 마을주민들과의 대립이 중심이 된다. 어린 두 아이를 전쟁에 내보내지 않았다고 즉결 처형된 아버지와 고문당한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가 고통받는 것을 보다못해 뛰쳐나온 두 꼬마아이는 총살당했다. 닭, 돼지, 양을 빼앗고, 옷을 빼앗고, 겁탈하고, 살해하고. 전쟁이 무서운 것은 적과의 대치가 아닌 힘없는 주민들의 핍박이다.



* 마지막으로 총을 겨누고 그는 생을 마감했다.

  끝내 탈영병 인만은 아이다를 지키다가 총에 맞고 생을 마감한다. 울부짖는 아이다. 그리고 영화는 전쟁이 끝난 뒤 아이다와 죽은 인만의 딸을 비춘다. 행복한 가정.

  인만은 탈영병이었지만 죽음이 두려워 전쟁을 피한 것이 아니다. 그는 많은 이들을 죽였고, 자신의 영혼이 썩어감을 괴로워했으며, 사랑하는 아이다를 지키기 위해 끝내 목숨을 바쳤다. 전쟁 통 속에서 그 어떤 공적을 세운 병사 못지 않게, 어쩌면 그보다 더 위대한 일을 해냈는지도 모른다. 전쟁 속에 깃든 감동적인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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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책 2005-09-17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이 영화 정말 보고 싶어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이상하게 소리소문없이 개봉했다가 금새 간판을 내렸던 것 같아요. 언데 개봉했는지도 모르고 지나쳐버렸다니까요...DVD로 꼭 봐야겠습니다!!

마늘빵 2005-09-17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민간인이 아니어서 이 영화 개봉했는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감금당해있어서. ㅋㅋㅋ 재밌어요. 감동적이고.

marine 2005-09-19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정말 재밌게 봤어요 여담이지만 르네 젤위거와 니콜 키드만, 이렇게 비교돼도 되는 겁니까? 민간인과 선택받은 이의 차이 같더라구요 ^^

마늘빵 2005-09-1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나나님도 보셨네요. 영화에서 르네젤위거가 좀 비중이 약하게 나오죠? ㅎㅎ 주드로에게 선택받은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 젤위거에게도 사랑의 대상이 있었지만 조금 나오다가 말더라구요. ㅋ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작가 노트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진중권의 <미학오디세이> 전 3권의 성공을 축하하며 쏟아지는 찬사와 칭찬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는지 독자들의 질문과 진씨의 대답 형식의 '작가노트'를 내놓았다.

 "10년만에 '미학오디세이가 완간되는 순간'입니다. 혹, 벅차다거나 감격스럽다거나 하지는 않은지요?"

 "글쎄요. 뭐 오랫동안 미루어왔던 일을 '싹' 정리하는 기분이죠. 10년전, 그때 저는 베를린으로 유학 간 가난한 유학생이었죠. 지금은 결혼도 하고, 아빠가 되었으니......"

  진중권의 3권의 <미학오디세이>는 10년전부터 계획되어있었다. 그리고 10년후 그는 목표를 달성했고, 형식면에서 내용면에서 그리고 상업적으로도 완벽한 성공을 거두며 열매를 거두었다. 1권과 2권이 나왔을 때 난 그의 책을 구입하지 않았고, 3권이 나오고, 작가노트가 나왔을 때도 그의 책을 찜해두었을 뿐 구입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작가노트가 포함된 4권의 셋트를 구입했고, 성급히 구판 1, 2권을 구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만약 구판을 구입했다면 신판 1,2권 또한 샀을지도 모를 일.

  나는 본 저서 3권을 읽기전에 <작가노트>를 먼저 읽었다. 이것이 더 나중에 나왔다는 사실 쯤은 알고 있었지만 작가노트를 통해 그가 어떤 말을 내놓고 있을지가 궁금해져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얇은 3000원 밖에 안하는 작가노트를 통해 <미학오디세이>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 시킬 수 있었고, 어서 한 손에 1권을 낀 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 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현재 먼저 손댄 다른 책이 있는지라 참고 참고 있지만 참은 만큼 나중에 그의 책을 읽으며 접하는 기쁨 또한 배가 되리라.

  작가노트를 통해 그는 독자들의 질문에 대해 세심하게 대답하고 있으며, 이것은 또 하나의 미학오디세이가 된다. 결코 3권의 성공에 힙입어 나머지 한권을 팔아볼까 하는 심산은 아니고, 단지 독자에 대한 서비스일 뿐 이라는 생각. 페이지마다 적혀있는 그의 독자들의 코멘트도 재밌다. 인터넷 서재질을 하는 사이 알게 된 몇몇분들의 코멘트도 실려있었다. 세분 씩이나. 그 영광을 나는 누리지 못하다니. 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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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9-1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만화버전으로 나온다고 하는데, 기대중입니다. ^^

마늘빵 2005-09-1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게 만화버전으로요?? 와... 될까.
 
뽀뽀 상자
파울로 코엘료 외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연금술사>를 시작으로 기왕 그를 읽은 김에 그가 쓴 책들을 모두 읽어버리자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다. 지금까지 나와있는 그가 쓴 모든 단행본들을 읽었고, 마지막으로 그를 비롯해 17명의 작가가 자신의 어린시절을 빌어 이야기를 풀어내는 <뽀뽀상자>까지 손을 댔다. 사실 <뽀뽀상자>는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검색을 하면 그 혼자 쓴 책인양 둔갑하고 나와있다. 수많은 지은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울로 코엘료 지음'이라고 나오는 건 정말 그의 확대포장된 명성을 이용하여 어떻게든 책을 팔아보려는 심산이다. 나는 그 혼자 쓴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 판매전략에 걸려들어 속아줬지만 말야.

  이 책은 에이즈 아동 보호 연대의 계획 아래 17명의 유명 작가들이 한편씩 글을 보내 엮어진 것이다. 첫탄을 쏘아올린 파울로 코엘료의 '하느님이 어머니를 창조하시다'를 비롯하여, 잘 모르는 작가들의 이름이 쭉쭉 나열된다. 파스칼 브뤼크네르, 알렉상드르 자르뎅, 낸시 휴스턴, 막스 갈로 등등. 코엘료를 제외하고는 아는 이들이 하나도 없다. 대체로 이름에서 풍겨지는 분위기로 보아 남미나 프랑스 계열의 작가들이 주를 이루는 듯 하다.

  사실 이 책을 모두 읽어보진 않았다. 내가 이 책을 왜 샀는지도 모르겠다. 무슨 생각으로. 코엘료를 비롯해 앞의 몇몇 작가들의 글을 읽다가 이내 내키지 않음에 손에서 놓았다.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려기 보다는 에이즈 아동 보호 연대의 요구에 억지로 써내려 간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그다지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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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9-16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사셨어요? ㅋㅋ 저도 사고 싶었던 책인데. 재밌을 것 같은데! 근데, 파올로 코엘료를 다 읽으실 계획을 세우셨었다니 대단해요. 전 남미나 프랑스 계열 작가들 좋은데.

마늘빵 2005-09-16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이거 별로 재미없던데요. 아무래도 코엘료는 <연금술사> <11분> <베로니카...>에서 그만 뒀어야했나봐요. 쩝. 이젠 정이 뚝 떨어졌어요. 곧 <악마와 미스프랭> 리뷰도 올릴거에욤. 왜 샀는지 몰겠어욤.

이리스 2005-09-17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는 앞으로도 쭈욱 안읽고 안사려구요. ㅎㅎ

마늘빵 2005-09-17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구두님. 그러시는게 현명한 선택. 차라리 다른 작가를 파볼걸.

2005-09-17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했고, 3월부터 철학교육연구소에 몸을 담았으며, 5월부터 중학교의 시간강사를 뛰었고, 9월부터 중학교의 기간제 교사를 뛰고 있다. 최근 6개월, 사회로 내던져진 이후 난 많은 경험을 했다. 짧은 시간에 겪는 다양한 경험은 많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동반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겪을 일들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데에 도움이 된다.

 철학교육연구소를 통해 전부터 생각해왔던 소크라테스식의 문답법, 산파술을 실제로 수업에 적용해 볼 수 있었으며, 관련 주제를 놓고 몇몇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토론을 한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구성원 간의 주고받는 토론이 되어야 하는데, 대개는 선생과 학생의 1:1로 주고받는 토론이 되기 일쑤였다. 철학교육연구소에서 작으면 4명, 많으면 9명 정도를 데리고 했던 이 수업방식을 고스란히 5월부터 37-8명 가량이 앉아있는 중학교 교실에 적용해보았으며, 아이들로부터 신선한다, 새로운 방식이다 라는 평을 들었고, 그들 스스로도 재밌어했다. 모두가 토론에 참여할 수는 없었으며, 대표로 두 학생 혹은 네 학생이 일어나 서로를 공격하는 내가 이름붙인 일명 '맞짱토론'을 아이들은 좋아했다. 자신들이 아닌 친구들이 일어나 서로를 공격하고 방어한다는 것이 재밌었던 모양이다. 대체로 맞짱토론을 잘 되었으며, 수업의 활력소를 불어넣는데 도움이 되었다.

  9월 남학교가 아닌 남녀공학 학교로 새로 오게 되면서 이곳에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지난 학교는 홍대 부근에 있는 꽤나 사는 동네의 아이들이 몰려있었고, 지금 있는 학교는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차이는 꽤 났다. 지난 학교에서는 아무런 기자재를 이용하지 않고, 책을 읽고 중간중간 토론하고, 설명하고, 필기하는 식의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해서는 안될 것만 같았다. 책을 읽으라고 하면 읽는 부분을 따라 눈을 움직이는 학생은 많지 않았고, 주의가 산만한 친구들이 많아 전체적으로 수업분위기가 잡히지 않았다. 다행히 나는 첫시간부터 읽고 설명하고 필기하는 따분한 방식을 택하기보다는 시청각적인 방식을 택했다. 파워포인트와 설명, 예화, 그리고 함께하는 시간, 막무가내 발표, 숙제. 파워포인트를 처음에는 새롭게 받아들였으나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되는 이것이 나중에는 아이들의 시선을 이끌지 못했다. 그래서 인터넷 자료도 활용했고, 음악도 들려줬다. 어떤 아이는 이제 도덕시간만 되면 음악을 들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그놈 참.

  수업방식은 지금에 대체로 만족한다. 난 실물화상기와 빔프로젝트도 있었으면 하지만 그것은 대학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수업기자재였고, 일단 지금에 만족할 밖에 없다. 실물화상기는 각 반마다 비치되어있지만 되는 것이 있고 안되는 것이 있다고 한다. 교사에게 할당되어있다면 손에 쥐고 돌아다니며 이용할테지만 그런 것이 아니므로 무효. 반에 가서 일일히 컴퓨터 되는지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수업초반 5분가량을 잡아먹게 된다. 5분 사이에 아이들은 숙제를 펴놓고, 책을 펴놓는다. 그리고 컴터가 돌아가는 틈을 이용해 숙제검사를 한다. 때리진 않는다. 숙제 안해온 것을 가지고. 그리고 또 실제로 안때려서 그런지 숙제 안해오는 사람 무지 많다. 하지만 점수로 보복한다. 처음에는 태도점수로, 나중에는 노트점수로 이중적용되니 나중에라도 해 올 것이다.

  나의 수업의 부족한 부분 혹은 보완할 부분

 1. 난 아이들을 혼내는 것이 아직 미숙하다.

 분명 지적해주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 데도 수업의 맥이 끊겨버릴까봐 점수로 패널티를 주고 넘어가게 된다. 난 활기찬 수업을 원하기 때문에 내가 화냄으로 인해, 어떤 아이가 나한테 혼남으로 인해 수업 분위기가 축 쳐진 것을 원치 않는다. 축 쳐지면 물론 나야 조용한 분위기에서 수업하기 편할지 모르지만 난 조용한 분위기보다는 조금 떠들썩한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 그래서 수업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떠듬은 봐주고 넘어가는 편이다. 가끔 수업과 관련된 떠듬 이외에 그 틈을 이용해서 개인적인 떠듬을 하는 이들이 있는데 요놈들이 혼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학생들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그 아이들을 혼냄으로써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다. 이건 내가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할 부분이다. 그 아이들까지도 같이 아우를 수 있는 더 재밌는 수업을 준비하거나 아직 거기까지 능력이 미치지 않는다면 수업을 하며 그 아이들을 통제할 방법을 찾아내거나.

2. 수업과 관련된 아이디어 부족

  도덕책에 있는 내용 사실 별거 없다. 정말. 대학원에 계시는 다른 도덕샘들이나 교수님들이나 우리나라 도덕교육, 윤리교육에 대해 회의적이시다. 어떤 샘은 자신은 책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로 자신이 책을 만들어서 그걸로 수업을 한다는 이야기도 한다. 도덕책은 너무나 뻔하디 뻔한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시각은 아무래도 국가에서 실시하는 공교육의 교과목이다보니 국가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강조한다. 애국주의에 호소하기도 하고 개인과 국가에 있어 국가의 우위를 강조하기도 하고. 하지만 일단 내용에 대한 비판은 제껴두고 이걸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읽으면 다 알 수 있는 뻔한 내용을 어떻게 재밌게 수업할 것인가 하는 점을 고민하게 된다. 인터넷과 파워포인트를 이용한다고는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중학생 또래의 아이들은 항상 뭔가에 금방 질리며 새로운 것을 원한다. 그들의 욕구에 부응하려면 항상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 아이디어가 부족하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같은 경우에는 전국의 샘들끼리 공유된 자료가 많다. 하지만 도덕과 같은 소수교과는 각자 다 알아서 하시는 것 같다. 매번 자료를 찾아 헤매는 나는 번번히 자료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매번 한시간 한시간의 수업을 하나의 완성된 형태의 종합예술(?)로 이끌고픈 마음에 시간내에 너무 많은 것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려하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으려 하는지도 모른다. 또 많은 내용을 짧은 시간에 다루다 보니 충분히 깊게 파고들지 못하고 넘어가는 부분들도 많다. 진도를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난 소단원 하나씩을 매시간 나가는 편이다. 선배 한명은 소단원 하나를 두 시간에 나눠나간다고 하는데 하나의 주제를 두 시간 동안에 걸쳐 한다는 것보다 하나의 주제를 한 시간 내에 끝내는 것을 나는 선호한다. 한 토막 한 토막을 끝냄으로써 완결지었다는 내 성격에서 오는 강박관념이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되면 진도는 빠르다. 그리고 남는 시간이 있다면 색다른 관련된 활동을 하고픈 것이 내 마음이다. 그 활동에 대한 아이디어와 대비책이 없어서 지금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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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9-16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존경스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