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대학을 졸업했고, 3월부터 철학교육연구소에 몸을 담았으며, 5월부터 중학교의 시간강사를 뛰었고, 9월부터 중학교의 기간제 교사를 뛰고 있다. 최근 6개월, 사회로 내던져진 이후 난 많은 경험을 했다. 짧은 시간에 겪는 다양한 경험은 많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동반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겪을 일들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데에 도움이 된다.
철학교육연구소를 통해 전부터 생각해왔던 소크라테스식의 문답법, 산파술을 실제로 수업에 적용해 볼 수 있었으며, 관련 주제를 놓고 몇몇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토론을 한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구성원 간의 주고받는 토론이 되어야 하는데, 대개는 선생과 학생의 1:1로 주고받는 토론이 되기 일쑤였다. 철학교육연구소에서 작으면 4명, 많으면 9명 정도를 데리고 했던 이 수업방식을 고스란히 5월부터 37-8명 가량이 앉아있는 중학교 교실에 적용해보았으며, 아이들로부터 신선한다, 새로운 방식이다 라는 평을 들었고, 그들 스스로도 재밌어했다. 모두가 토론에 참여할 수는 없었으며, 대표로 두 학생 혹은 네 학생이 일어나 서로를 공격하는 내가 이름붙인 일명 '맞짱토론'을 아이들은 좋아했다. 자신들이 아닌 친구들이 일어나 서로를 공격하고 방어한다는 것이 재밌었던 모양이다. 대체로 맞짱토론을 잘 되었으며, 수업의 활력소를 불어넣는데 도움이 되었다.
9월 남학교가 아닌 남녀공학 학교로 새로 오게 되면서 이곳에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지난 학교는 홍대 부근에 있는 꽤나 사는 동네의 아이들이 몰려있었고, 지금 있는 학교는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차이는 꽤 났다. 지난 학교에서는 아무런 기자재를 이용하지 않고, 책을 읽고 중간중간 토론하고, 설명하고, 필기하는 식의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해서는 안될 것만 같았다. 책을 읽으라고 하면 읽는 부분을 따라 눈을 움직이는 학생은 많지 않았고, 주의가 산만한 친구들이 많아 전체적으로 수업분위기가 잡히지 않았다. 다행히 나는 첫시간부터 읽고 설명하고 필기하는 따분한 방식을 택하기보다는 시청각적인 방식을 택했다. 파워포인트와 설명, 예화, 그리고 함께하는 시간, 막무가내 발표, 숙제. 파워포인트를 처음에는 새롭게 받아들였으나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되는 이것이 나중에는 아이들의 시선을 이끌지 못했다. 그래서 인터넷 자료도 활용했고, 음악도 들려줬다. 어떤 아이는 이제 도덕시간만 되면 음악을 들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그놈 참.
수업방식은 지금에 대체로 만족한다. 난 실물화상기와 빔프로젝트도 있었으면 하지만 그것은 대학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수업기자재였고, 일단 지금에 만족할 밖에 없다. 실물화상기는 각 반마다 비치되어있지만 되는 것이 있고 안되는 것이 있다고 한다. 교사에게 할당되어있다면 손에 쥐고 돌아다니며 이용할테지만 그런 것이 아니므로 무효. 반에 가서 일일히 컴퓨터 되는지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수업초반 5분가량을 잡아먹게 된다. 5분 사이에 아이들은 숙제를 펴놓고, 책을 펴놓는다. 그리고 컴터가 돌아가는 틈을 이용해 숙제검사를 한다. 때리진 않는다. 숙제 안해온 것을 가지고. 그리고 또 실제로 안때려서 그런지 숙제 안해오는 사람 무지 많다. 하지만 점수로 보복한다. 처음에는 태도점수로, 나중에는 노트점수로 이중적용되니 나중에라도 해 올 것이다.
나의 수업의 부족한 부분 혹은 보완할 부분
1. 난 아이들을 혼내는 것이 아직 미숙하다.
분명 지적해주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 데도 수업의 맥이 끊겨버릴까봐 점수로 패널티를 주고 넘어가게 된다. 난 활기찬 수업을 원하기 때문에 내가 화냄으로 인해, 어떤 아이가 나한테 혼남으로 인해 수업 분위기가 축 쳐진 것을 원치 않는다. 축 쳐지면 물론 나야 조용한 분위기에서 수업하기 편할지 모르지만 난 조용한 분위기보다는 조금 떠들썩한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 그래서 수업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떠듬은 봐주고 넘어가는 편이다. 가끔 수업과 관련된 떠듬 이외에 그 틈을 이용해서 개인적인 떠듬을 하는 이들이 있는데 요놈들이 혼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학생들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그 아이들을 혼냄으로써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다. 이건 내가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할 부분이다. 그 아이들까지도 같이 아우를 수 있는 더 재밌는 수업을 준비하거나 아직 거기까지 능력이 미치지 않는다면 수업을 하며 그 아이들을 통제할 방법을 찾아내거나.
2. 수업과 관련된 아이디어 부족
도덕책에 있는 내용 사실 별거 없다. 정말. 대학원에 계시는 다른 도덕샘들이나 교수님들이나 우리나라 도덕교육, 윤리교육에 대해 회의적이시다. 어떤 샘은 자신은 책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로 자신이 책을 만들어서 그걸로 수업을 한다는 이야기도 한다. 도덕책은 너무나 뻔하디 뻔한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시각은 아무래도 국가에서 실시하는 공교육의 교과목이다보니 국가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강조한다. 애국주의에 호소하기도 하고 개인과 국가에 있어 국가의 우위를 강조하기도 하고. 하지만 일단 내용에 대한 비판은 제껴두고 이걸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읽으면 다 알 수 있는 뻔한 내용을 어떻게 재밌게 수업할 것인가 하는 점을 고민하게 된다. 인터넷과 파워포인트를 이용한다고는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중학생 또래의 아이들은 항상 뭔가에 금방 질리며 새로운 것을 원한다. 그들의 욕구에 부응하려면 항상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 아이디어가 부족하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같은 경우에는 전국의 샘들끼리 공유된 자료가 많다. 하지만 도덕과 같은 소수교과는 각자 다 알아서 하시는 것 같다. 매번 자료를 찾아 헤매는 나는 번번히 자료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매번 한시간 한시간의 수업을 하나의 완성된 형태의 종합예술(?)로 이끌고픈 마음에 시간내에 너무 많은 것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려하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으려 하는지도 모른다. 또 많은 내용을 짧은 시간에 다루다 보니 충분히 깊게 파고들지 못하고 넘어가는 부분들도 많다. 진도를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난 소단원 하나씩을 매시간 나가는 편이다. 선배 한명은 소단원 하나를 두 시간에 나눠나간다고 하는데 하나의 주제를 두 시간 동안에 걸쳐 한다는 것보다 하나의 주제를 한 시간 내에 끝내는 것을 나는 선호한다. 한 토막 한 토막을 끝냄으로써 완결지었다는 내 성격에서 오는 강박관념이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되면 진도는 빠르다. 그리고 남는 시간이 있다면 색다른 관련된 활동을 하고픈 것이 내 마음이다. 그 활동에 대한 아이디어와 대비책이 없어서 지금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