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사건과 관련해 떠오른 기억 하나.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게 오랫동안 학력을 속이셨다. 아버지는 연세대 성악과 중퇴라고 하셨고, 어머니는 이화여대(?) - 하여간 무슨 여대 -졸업하셨다고 거짓말 하셨다. 둘째 큰 아버지가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마친 뒤 서울 모 대학에 성악과 교수로 부임하셨으니 셋째인 아버지가 대학을 다니기엔 집안이 힘들었을 것이고, 돈이 부족해서 다니다가 그만두셨나보다 라고 자연스럽게 추론했고, 어머니의 경우에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난 그게 거짓말이란걸 알았다. 누가 말해준 것도 아니고 두 분의 대화를 엿들은것도 아닌데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많은 부모들이 자식에게 학벌과 학력을 속이리란 생각을 해본다. 비단 이건 우리 부모님만의 문제는 아니지 싶다. 특별히 나의 부모님이 도덕성이 떨어져서는 아닐테다. 내게 거짓말을 한다고 좋은 일자리가 생기는 것도, 돈이 들어오는 것도, 권력을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님에도 왜 거짓말을 했을까. 자식에게 뭔가 있어보이려는 만들어진 떳떳함과 이만큼 열심히 노력해 자수성가한 분들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고 싶으셨을게다. 보통 자식은 부모님을 닮아가기 마련이고, 부모님이 환경이 좋지 않음에도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대학까지 졸업하셨다면, 자식으로서도 주어진 환경 탓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할 것이니 이런 점을 노리고 거짓말을 하셨을게다.

  다행히도 나는 이런 기대대로 학창시절 공부도 곧잘 했으며,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떠올려봐도 초중고 12년 중 적어도 10년은 근면성실하고 부지런한, 부모님과 선생님이 원하는 바로 그 모범생의 전형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나의 근면성실함이 이같은 거짓말로부터 나온 모방심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본래 나는 매사 조심스럽고 수줍음 많았으며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순하고 복종적인 아이였다. 우연하게도 부모님의 거짓말을 안 시점과 내 성적이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린 시점은 일치하지만, 이건 우연일 뿐이다. 거짓말을 알았을 때에도 큰 충격을 받거나 하진 않았고, 그저 왜 거짓말을 했을까, 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이후에도 알아챘음을 티내지 않았다. 

  글쎄 다른 나라에서도 자식에게조차 부모가 학력을 속이는지 어쩌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학력이란 특별히 어떤 떡고물이 떨어지는 상황이 아니어도 이렇게 일상에서조차 '필요' 요소로 작용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부모님이 학력과 학벌을 속임으로써 얻어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나의 부모님에 대한 신뢰도만 떨어뜨렸을뿐. 두 분의 위조된 학력으로 인해 내가 공부를 특별히 더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으니 거짓말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없었던 셈이다. 

  학력과 학벌은 자식조차 속이고픈 부끄러운 부분일까. 그 시대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만으로도 두분은 남들하는 만큼은 따라한 셈이다. 더군다나 아버지가 졸업한 상업고는 당시 꽤 이름있는 고등학교였다고 하니 굳이 속이지 않으셨어도 되는데, 아버지는, 어머니는, 자식에게 당신들의 학력이 그렇게 부끄러우셨나보다. 학력과 학벌 위조는 사회에서 요직을 차지하기 위해서, 돈많고 지위높은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서도 발생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서도 이루어진다. 당신들의 자녀에게 떳떳하기 위해서도 쓰인다. 자라면서 우리 부모님은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부모형을 따르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이런 민감한(?) 부분에 있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더군다나 타인에게는 털어놓는 일이 없으니, 부모님을 제외한 다른 사례는 알 수 없으나, 일반화시켜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관련글 : http://blog.aladin.co.kr/drumset/143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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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7-07-2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부모님은 두 분 다 집안형편이 많이 어려우셔서 학교를 별로 못 다니셨어요. "학교에서 물으면 엄마는 중졸, 아빠는 고졸이라고 말해라." 라고 일러주셨죠. 요즘도 학교에서는 새학기마다 부모님의 학력과 경제적인 형편을 조사하나요? 냉장고 있는 집. 에어컨 있는 집. 자가용 있는 집. 손들어 보라고 그랬었죠. 예엣날에는. ^^;

마늘빵 2007-07-22 13:58   좋아요 0 | URL
달밤님 부모님은 있는 그대로 말씀하셨나봐요. 우리 부모님도 그냥 사실 그대로 말씀하셨으면 더 좋았을 것을. 요즘에는 아마 그정도까지 조사하진 않을거에요. 제가 담임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에어콘, 냉장고, 세탁기 크흐 이런건 당연히 조사하지 않고요. 글쎄요 학력기재란이 있거나, 따로 물어 조사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달밤님 때도, 저 때도, 이런 점들이 해당 학생을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곤 했었죠.

Mephistopheles 2007-07-22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정아 사건의 경우 알파걸을 곱게 보지 못하는 소위 줄윗선의 남자들의 보복심리도 깔려있는 듯 싶습니다..^^ 그리고 신정아 사건의 경우 100% 노력보다는 일단 모래로 쌓여진 기초에서 지금의 업적을 이뤄놨기에 언제가 되었건 간에 무너지게 되어있을 예정이라고 보고 싶어요. 더군다나 그녀는 거짓학력과 학위였지만 그걸 십분 활용하여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으니까요..황우석 사태를 봐도 알 수 있듯이 객관적인 잣대로는 분명 거짓말임에 틀림없지만 이미 그것이 머리속에서는 진실이라고 거부할 수 없도 없고 반전될 수도 없는 대못이 박혀버렸다고나 할까요..참고로 신정아씨의 가족들은 이미 그 대못이 박힌 듯 하더라구요.^^

마늘빵 2007-07-22 16:08   좋아요 0 | URL
신정아의 경우 실력과 능력이 어찌되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지금까지 보기로는 인맥과 친화력, 거짓학위로 하나하나 쌓아간 모양새죠. 언젠간 무너졌을거란 생각도 듭니다. 근데 이지영의 경우는 다릅니다. 만화가 이현세씨도 그렇고. 도미노처럼 커밍아웃을 했지만, 내용이 다르죠. 이지영씨나 이현세씨는 능력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봐야하는데 학위와 학벌을 위조한 경우죠. :)

다락방 2007-07-22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정아뿐만이 아니더군요. 굿모닝팝스의 이지영도 학력속였더라구요. 이지영의 경우는 고졸이든 박사든 영어를 잘하는것임에는 틀림없잖아요.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한것도 나쁘고, 학벌이 좋아야만 대우받는 사회도 나쁘고. 뭐가 더 나쁜지는 모르겠지만 돌고도는것 같아요. 그리고 아프락사스님의 말씀처럼 저희 부모님도 학력을 자식들에게 속이셨고, 그런데 그걸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됐어요, 저도. 부모님은 부모님의 생각이 있었을거고, 부모님의 마음이 그런것이었을테니 굳이 왜 속였냐고 묻고싶지 않아요. 부모님의 학력이 어찌됐든, 그리고 거짓이든 진실이든 저희 부모님임에는 틀림없으니깐요.
신정아 사건은 근래 가장 재미있는 뉴스였어요.

마늘빵 2007-07-22 16:11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부모님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큰 분노를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알게 됐을 때도 그냥 담담하더군요. 그렇다고 그게 잘한 일은 아니지만, 굳이 탓하고 싶지도 않더라고요. 그걸로 어떤 이득을 취하려하신것도 아니고, 부끄러움을 감추시고 자식에게 뭔가 있어보이려고 하셨던 것일텐데, 라는 생각만 했어요. 근데 언젠가 네 가족이 모인 갈등을 푸는 자리에서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은 있는거 같습니다. 거짓말하지 않았냐고 어쩌고. 잘 기억은 나지 않고. -_-

맑음 2007-07-23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껴안고 있는 각자의 상처이자, 자존심의 마지노선이 아닐까요? 먹고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학력을 따는 일은 저 멀리 동떨어져 있고(먹고 살만 하니 처자식이 줄줄이 딸려있더라는). 그게 늘 맘속에 콤플렉스처럼 똬리를 틀고 계시겠죠.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대학은 저절로 가는 우리 세대(그래도 전국의 고삼은 늘 괴롭겠지만)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건드리면 안 되는 민감한 부분이 아닐까요? 사람마다 남들이 거론을 안 해줬으면 하는 자존심이 걸린 부분이 있는데, 부모님 세대는 바로 학력인 것 같아요. 굳이 거짓말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비록 그것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일단 자식 앞에 부끄럽지 않고 싶다는 소망과 가정조사(지금은 안 써내는지 몰라도 90년대까진 썼어요)에 써낸 학력 때문에 교사나 친구들 앞에서 부모로 인하여 자식이 창피하지 않기를 바라는 맘이 아니였을까란, 추측만,,, 대부분 커가는 과정에서 추측으로만 부모의 학력을 알게 되는데,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다고 부모의 뒤를 캐는 일은 없기를!!! 제가 살면서 자존심 때문에 한, 큰 거짓말에는 뭐가 있나 생각해 보나 딱히 당장 떠오르는 건 없고. 학생시절 성적표를 파기하거나 위조하거나 빼돌리는 것도 일종의 같은 거짓말에 속하지 않나 싶군요.

당당함의 차이일 수도 있어요. 88년도인가? 90년대 초반인가? 읍니다를 모두 습니다로 통일하는 등으로 한글맞춤법이 새로 바뀌었잖아요. 지금도 연세가 있으신 분들 중에 당당하게 읍니다를 쓰시는 분이 있고, 혹시나 틀린 맞춤법으로 창피를 당하시지 않을까 싶어 너무 조심스러워 공문서는 모두 자식에게 쓰라고 시키시는 분이 있죠.

끝까지 지키고 싶은, 세대 별 자존심의 마지노선은 어떤 게 있을까요?
50대 이상은 학력이 있을 수 있겠고 30대 후반에서 40대는 영어 능력이나 명퇴 등의 칼바람을 피하는 것.
20대에서 30대 초반은 짧은 기간에 취직 하는 것???
아무튼 부모님에게 학력 질문은 면접에서 열 몇 번 떨어진 친구에게 아직도 돈 안 벌고 뭐하냐고 묻는 질문쯤 될 것 같군요. 아프님, 어쩌시려고 부모님께 이야길 꺼내셨어요.ㅡ.ㅡ

덤으로, 왜 개인이 사회에 학력을 속일까란 의문에 학력을 속이지 않으면 기회조차 사회가 주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고졸이더라도 결국 국내 대형 전시회 큐레이팅을 박사못지 않게 신씨가 해낼 수 있고 고졸이더라도 박사보다 이씨가 영어를 잘 하고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실무적인 면에서. 개인의 능력 자체를 검증하는 단계로 학력을 활용하는 제도 자체에, 기준 학력을 채우지 못하면 능력이 없다는 것으로 간주하는 진입장벽이 생기고. 그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학력을 속일 수 밖에 없고 그게 계속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는 게 아닐까란. 공손한 대안이라면 학력보다 능력을 우선시하는 사회를 만들자 정도. ㅋㅋ~(난 왜 댓글만 달면 글이 이리 길어질까요?)

마늘빵 2007-07-23 10:11   좋아요 0 | URL
맑음님 댓글 본 나의 반응
1. 허걱
2. 끄덕끄덕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는데요? :)
맑음님 가끔씩 출몰하시면 긴 댓글 다시는데, 자주 페이퍼로 이런 글을 써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럼 애독자가 될텐데요. 구구절절 끄덕끄덕입니다.

비로그인 2007-07-23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을 가르친다는 교수에게 있어 도덕성이 가장 중요한 항목중 하나이기는 합니다만, 우리사회의 능력이 아닌 학벌로만 사람을 판단하는 부분도 같이 비판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어째 사농공상중 '사'를 앞에 놓는터라...

마늘빵 2007-07-23 20:10   좋아요 0 | URL
요즘은 사람들이 누구에게나 도덕성에 관해서는 관대(?)해진거 같아요. 도덕성이나 인격보다는 능력, 실력 위주고, 이건 또 학력과 학위에 의해서 평가되고 있으니...
 


  동국대 신정아 교수의 학위위조사건을 시작으로 웃지 못할 학력 커밍아웃이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굿모닝 팝스 진행자였던 이지영씨가 자발적으로 더이상 양심을 속이기 싫다며 가짜임을 밝혔고, 만화가 이현세씨도 자신의 데뷔 첫 인터뷰 이후 좀 있어보이려고 대학 중퇴라고 거짓말을 해왔다고 이제는 진실을 말하겠노라고 밝혔다. 오늘 본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에서는 주변에 학력이나 경력을 과대 포장한 사람을 알고 있으면 제보를 달라고 메세지를 내보내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면, 이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다음번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을 기대해봐야겠다.

  무엇이 가짜이고, 무엇이 진짜인가?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방법은 쉽다. 거짓말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없던 일을 있었다고 말하면 그것이 거짓말이고 가짜일 것이요, 있는 일을 그대로 있다고 말하면 그것이 진실이고 진짜일 것이다. 그러나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사회의 문제이고, 한국은 가짜가 쉽게 대학 교수가 될 수 있는 국가라는 것도 문제이다. 실력도 없는 가짜가 감히 대학 교수가 될 수 있는가, 라는 문제가 아니라, 검증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은밀한 뒷공간에서 진행되는 무언가가 난무한다는 문제점. 동국대는 나름대로 자체적으로 검증을 했다고 하지만 이렇게 학력위조가 사실임이 들통나버렸고, 이 과정을 조사한다고 하면서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채 사건을 자체적으로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다. 가짜를 교수로 임용한 동국대나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밝히지 않고 마무리짓는 동국대는 별로 달라보이지 않는다. 

  학력위조사건의 핵심은 '학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참에 전에 사두었던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의 <학벌사회>를 읽어볼까 하는데, 당장 공부해야할 것들이 많아서, 읽게될지는 모르겠다. 서울대 졸업, 혹은 외국유명대학 석박사학위라면 껌뻑 죽는 대한민국. 인정하자.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에서 이런 타이틀이라면 다 통한다. 학계뿐 아니라 정치계, 문학계, 예술계 나아가 장사를 하더라도, 연예인을 하더라도, 밤무대를 서더라도, 청소부가 되더라도, 버스기사가 되더라도, 서울대 간판은 어디든 통한다. 서울대 졸업생이 버스기사가 되었다는 기사를 오래전 접한 기억이 있고, 티비에서는 그를 추적해 그가 서울대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버스기사가 된 이유를 인터뷰를 통해 전달한 바도 있다. 그만큼 '서울대'는 많은 관심을 받는다. 연예인을 해도 서울대 라는 간판은 그를 스타로 올려놓는데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사례는 김OO.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이참에 아예 온 국민이 학력위조를 해서 '서울대 졸업생' 혹은 '외국유명대학 졸업생' 임을 자처해보는건 어떨까 생각도 해본다. 모두가 서울대 및 외국유명대학 졸업생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본다면 과연 어떻게 실력자를 가려내려할까. 일전에 정부에서 이력서에 학력란을 없앤다 어쩐다 이야기나 나온 적이 있었는데 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결국은 졸업장이 모든 것을 판가름할 터.

  신정아의 사기극을 보면서 신정아는 그저 한국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제반조건들을 잘 읽어냈고 적절히 활용한 능력이 뛰어난 사기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는 동시에 진짜로 실력이 있는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한국사회에서 대학교수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 능력있는 여성이다. 교수직 뿐 아니라 머머 비엔날레, 어디 미술관(?) 등의 직위까지도 역임할 수 있는 다방면에 걸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열정을 지닌 위인이며, 각 계의 권위자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뛰어난 화술과 친화력 또한 지닌 위인이다. 이 정도면 그녀에게 교수직과 기타 다른 중요한 직위를 주어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_- 지금껏 아무런 문제도 없었는데.

  결국 지금의 학력위조사건과 학력 커밍아웃은 대한민국 사회의 웃지 못할 뛰어난 코미디 한 편으로 결론내려진다. 사실상 학력과 학벌은 대한민국이란 테두리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대학을 가지도 않았을 때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출신대학과 학벌이 나를 옭아매고 -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모든 선생님들이 내게 어머니와 아버지의 학력과 학벌을 물어왔다 -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는 서울대서부터 수능점수에 의해 구분지어진 대학서열순위를 자연스럽게 외우고 다녔으며, 대학에 왜 가야할까, 라는 의문은 가져봤어도, 수능점수 상위권 대학을 왜 가야할까, 라는 질문은 생각지도 못하며 졸업했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의 졸업장은 나의 진로에 영향을 미쳤고, 아마도 결혼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 내가 상대여성의 학벌과 학력을 따지지 않더라도 만나는 여성들은 나의 그것을 따질 것이란게 일반적인 생각 - 앞으로도 나의 인생 전반에 관한 부분에 걸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비단 나뿐 아니라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국민들에게. 

  학력이 무엇이길래, 학벌이 무엇이길래, 그 사람의 취직과 결혼과 기타 등등의 인생의 모든 것들을 재단하고 결정하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을 4년제와 3년제, 2년제로 구분하고, 각각의 4,3,2년제 대학에 1부터 번호를 매겨 표기한 후, 매년 재추첨하여 다시 번호를 매기면 어떨까. 정말 진지하게 건의하고 싶다. 웃기지도 않은 코미디를 여기서 마치기 위해서.

  능력이 있으면서도 학력을 위조하지 않은 사람은 낮게 평가되고, 능력이 없으면서 학력을 위조한 사람은 높게 평가되는 것이 현실이라면, 이로 인해 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사기를 치고 싶은 작은 욕망쯤 마음 속에 간직할 수 있다. 다만 용기(?)있는 자만이 행동으로 표출할 뿐. 언제쯤 위조하지 않은 학력과 학벌로 정정당당하게 평가받을 날이 올런지 모르겠다. 아마도 불가능하리라 본다. 

 p.s. 굿모닝 팝스 진행자인 이지영씨의 고백(?) 이후, 네티즌들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어쩐지 발음이 이상하더라, 가짜인거 티나지 않았냐 나만 그렇게 생각했나, 세상 무섭다 등등. 이지영씨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지영씨 괜한 고백하셨습니다. 그냥 그대로 가시지. 들통나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댓글 단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무서운건 이지영과 같은 가짜가 아니라 우리 사회라고.

 
참고기사 :
진짜가 무능하니 가짜가 득세
실력이 당신의 간판, 토종 실력파 박사 외국대서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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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7-22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처럼 솔직하게 까발렸을 때 그 후폭풍이 대단한 나라도 드물꺼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일단 무조건 아니라고 부인하는 건지도 몰라요..ㅋㅋ

turnleft 2007-07-22 0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가타카> 한국판 버젼 같죠. 물론 영화보다는 훨씬 속물적이고 유치찬란한 -_-

비로그인 2007-07-22 11:31   좋아요 0 | URL
우아- 가타카 불후의 명작이죠.
겁나게 좋아하는 영화랍니다 :)

마늘빵 2007-07-22 11:43   좋아요 0 | URL
체셔님 저도 겁나게 좋아하는 영화에요. 애들 보여줬는데 보는 애들이 서넛밖에 안돼서 공포물로 바꿨어요. -_- 쩝.

마늘빵 2007-07-22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네. 정치인들이 정치인인 이유가 다 있는거겠죠? :) 정치란게 교묘히 누군가를 속이거나 시기를 맞춰 물타기 해놓고 치고 빠지는 거라면, 한국의 정치인들은 이 분야에 아주 탁월한 솜씨를 발휘합니다.

정아무개님 / 님 말을 들으니 이 기사가 떠오르는군요. 지방사립대 - 아마도 한남대로 기억 - 4년 연속 장학금에 과톱 임에도 불구하고 취업이 안되고 있다며 현수막을 걸고 우리의 피를 줄테니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뛸테니 제발 취직을 시켜달라고 헌혈운동하던 그들. 현실입니다. 학력, 학벌에 있어 우리 사회가 변하리란 기대는 하기 힘들거 같습니다. 지금의 대학입시체제과 대학교육으로는.

턴레프트님 / 가타카. 재밌는 영화죠. 현실성있고. 유전자를 속이느냐 학력과 학벌을 속이느냐의 차이. 다시 보고싶어지는군요 가타카. :)

Heⓔ 2007-07-22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들의 실력이 그만한 학력자들과도 맞먹을 정도로 뛰어났던 건지...
학벌의 영향력이 실력이 없는 사람도 뽑게 만들 만큼 강력한 건지...@_@

마늘빵 2007-07-22 12:39   좋아요 0 | URL
히님 그쵸? 헷갈리죠? 저도 헷갈립니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강할 것이고, 실력과 능력은 누가 봐도 질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지위를 보존시켰겠죠. 그래도, 의심할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보여줬다면 능력도 뛰어난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나도 @.@

2007-07-22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7-22 13:05   좋아요 0 | URL
속닥님 / 학력을 위조하고 속이기가 생각보다 쉬운가 봅니다. 저도 사실 머머대학 철학과를 졸업했지만 그 안에서 저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고, 그나마도 저처럼 꾸준히 학교를 잘 다닌 사람의 경우나 그렇지 잘 나오지 않는 학생들은 더더욱 동문들도 기억하기 힘들죠. 그러니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봐도 아웃사이더였음을 주장하면서 말하면 누가 의심이나 하겠습니까. 굿모닝팝스 듣진 않지만 꽤 오랫동안 잘 운영해왔고 팬들도 많은거 같던데 안타깝습니다.

다락방 2007-07-2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ee님과 아프락사스님의 말씀처럼 그정도의 능력을 보여줬다면 학력이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재미있는 사회예요.

마늘빵 2007-07-22 16:14   좋아요 0 | URL
그쵸? 실제로 학위가 있냐 없냐를 떠나서 학생들 가르치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다른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문제가 없었다면, 충분히 '한국사회에서' 교수될 능력이 있다고 봐야죠. 그 능력이 어디서부터 나오든. (아마도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문제가 없었던건 대학 교수들이 수업 때 설렁설렁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익숙하게 받아들여졌을 것이고, 그래서 신정아 또한 아무런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도 해봅니다)

2007-07-23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7-23 00:21   좋아요 0 | URL
아 속닥님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강제로 좁힌다니 그분들 너무합니다. 선택의 권리는 본인에게 있고,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고, 주의를 해야하는지 정도만을 언급해주면 그분들로서는 해야할 도리를 다 한것일텐데. 결국 프랭카드가 관건이군요. 풉. 학벌 문제에 관해선 또 따로 페이퍼를 작성할 예정이지만 - 언젠가 - 고등학교 정문에 붙이는 그 플랭카드 없애야한다고 봅니다. 그게 대학 서열화를 조장해요.

이런. 그러고보니 또 졸업한 고등학교의 출입구에 붙어있는 년도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등의 합격자 숫자와 대표적인 졸업생의 이름이 써있는 간판이 떠오르는군요. 이런 줵일.
 


  가수 싸이가 병역법 위반으로 내달 다시 군생활을 하게 되었다. 싸이는 처음에 잘못했다면 잘못한것에 대해서 응당 처벌을 받을 것이며, 법원의 명령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현재 행정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래는 싸이가 자신의 홈피에 올린 장문의 글 중 핵심적인 부분을 언론이 발췌 기사로 내보낸 것이다.

  "저는 죄인이 아닙니다", "감히 행정기관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상상 조차 무서웠다. 목숨보다 소중한 제 콘서트의 절반, 형제들을 잃을까봐 무서웠다. 죄를 짓지 않아도 죄인이 돼버리는 이 모든 일련의 상황들이 죽기보다 무서웠다",  "합법적으로 취득한 자격증으로, 합법적으로 병역특례 업체에 편입해, 9시간씩 3년 동안 출퇴근 시간 한 번 안 어기고, 시키는 대로 성실히 근무했다", "철원의 6사단에서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사단장 표창까지 받으며 잘 마쳤고, 이에 3년 동안 관리감독했던 서울지방병무청으로부터 복무만료처분과 소집해제를 명 받았다", "3년간 제게 '이상무'라고 말했던 같은 곳에서 갑자기 '이상'이라고 다시 가라 그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누구보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담당 기관에서 그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법적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가족들의 상처를 덜어주고 싶었고, 벌써 몸도 잘 못 가누는 예비 쌍둥이 엄마의 눈물도 마르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응할 생각을 하니 무서웠다."

  이상의 발언은 서술 내용의 진실과 거짓 여부를 떠나 모두 싸이의 진심일 것이다.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국가의 명령과 언론, 국민의 시선이 두려웠던 것일게고, 따라서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가, 생각하니 너무 억울해 다시 말을 바꾼 것이리라. 충분히 이해가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싸이의 행정소송 기사 아래 댓글을 달면서 병무청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는 싸이를 욕하고 있으나, 몇몇 네티즌들은 싸이의 잘못을 지적함과 동시에 병무청의 잘못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싸이가 부정적인 방법으로 병역특례를 얻어냈는지, 그가 출퇴근 시간을 지켰는지, 업무를 성실히 했는지 등은 모른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어떤 과정과 경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병무청은 상세히 밝혀야 한다. 이런 점에서 네가 잘못을 저질렀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내용은 생략된 채 싸이가 부실근무를 했고 병역법을 어겼다라는 결과만이 주어졌고, 네티즌들은 싸이에게 달려들고 있다.  

  내용이 밝혀지고 그것이 사실이라하더라도, 이 시점에서 왜 싸이인가, 라는 의문을 가져봐야한다. 수많은 병역비리자들 중에서 싸이가 표적으로 선택된 이유는 무엇인가. 높으신 양반들의 자제분들은 돈과 지위, 권력을 이용한 온갖 방법으로 그물을 빠져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만한 연예인 하나 족침으로써 끝내려하는건 아닌가. 우리 병무청이 이렇게 열심히 검증해내고 있으니 국민여러분은, 특히나 앞으로 군대 가실 남성분들은, 걱정 마시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병역의무를 공평하게 수행하고 있다, 라는 메세지를 흘리는건 아닐까. 의문을 제기하자.

  사기꾼 하나, 사기꾼 둘, 사기꾼 셋.... 사기꾼 백만스물둘. 만일 싸이의 잘못이 명확한 것이라면, 잘못에 대해서 응당 처벌을 받아야하나, "3년 동안 관리감독했던 서울지방병무청으로부터 복무만료처분과 소집해제를 명 받았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면, 병무청의 명령 번복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다. 이미 성실한 근무를 했다고 검증한 전역한 병사에게 군복무기간 동안 정규일과 시간을 지키지 않고 피엑스에 가서 몰래 땡 돌려먹은 일과 부대 RCT 훈련 중 주머니에 건빵을 집어넣고 까먹던 일, 훈련 중 방독면을 벗어제끼고 홀로 편히 쉬었던 일,  해안소초에서 경계근무를 열심히 서지 않고 졸았다고 하여 날짜를 계산해 그만큼 다시 군복무를 하라고 한다면 어떻겠는가. 싸이를 무조건 옹호해주자는 것이 아니다. 왜 싸이이고, 병무청은 이 사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모든 총구가 싸이에게만 집중되어있는건, 아니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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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7-07-22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문제나, 군가산점 문제 같은 군대 관련 일련의 논란들을 보면서 군대라는 제도가 어떻게 개개인의 의식체계를 주조하는가라는 문제에 관심이 가더군요. 님이 지적하신대로 싸이에 분노하면서도 병무청에 대해서는 무덤덤하고, 군가산점 폐지에 광분하면서도 정작 실질적인 군인 처우 개선 문제는 아예 관심 밖인 현상 말이에요. 군대에서 온갖 불합리한 예산/인력 낭비를 목도하면서도 제대 후에는 그저 무용담 정도로만 가끔 입에 올릴뿐 아무도 그 문제를 고치고자 안하죠. 복종이 무의식적으로 내면화된건지, 아니면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라라는 일종의 보상심리인지.. 암튼 그런 쪽으로 고민이 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나치 시대의 일상사>를 읽을 생각인데, 뭔가 좀 힌트를 얻었으면 하네요.

Mephistopheles 2007-07-22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이가 욕을 먹는 이유는 무언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경솔하게 앞선 말을 했다면 그것이 잘못이겠으나 그 이상의 무언가가 존재할 듯 싶군요.
왜 하필 싸이인가...에서는 그의 배경이 기타 연예인들보다 좋으면 좋았지 결코 나쁘지
않기에 의문스럽긴 합니다. 아울러 그의 방위산업체 복무 또한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그의 집안의 재력과 권력을 이용한 결과물이라는 기사도 나왔었고요 재미있는 사실은 싸이의 일련의 이러한 행동과 사건진행과정동안에 그와 관련된 기사나 내용은 잠수함을 타버렸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이 앞뒤가 안맞어요 제가 그때 봤던 싸이의 기자인터뷰 내용은 어떠한 처분도 달게 받겠다..군복무도 다시 하라면 하겠다는 언급낒; 했는데 왜 하필 이제와서..가족과 정의를 내세우며 재판까지 끌고 갈려는 진짜 이유도 궁금합니다.이러한 법적공방이 지루하게 진행된다면 일단은 소집해제까지 갈 가능성도 높을 껍니다. 병무청과 군관련기관의 비합리적인 처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여태까지 이런 병역비리가 터졌을 땐 대표적인 연예인들이 주목을 받았지 병무청 관련인사의 처벌이나 문책은 공개된 적이 없었죠..지독히 폐쇄적인 집단이며 이건 아마도 과거 두번에 걸친 군사쿠데타와 정권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군인공제회의 재테크도 다른 기관에 비해 월등한 이윤을 남긴다고 하더군요..^^ 아 오늘 박여사가 516혁명은 구국의 혁명이였다라는 기사를 보고 신문을 굉장히 거칠게 내팽개쳤던 기억도 나는군요..

마늘빵 2007-07-22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턴레프트님 / 저도 역시 님과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과거 2년2개월에서 3년까지, 현재는 2년 정도의 군생활은 개인의 의식체계에 있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습득되는, 자연스럽게 의식의 한편에 자리잡는 것이 더 무섭죠. 군대 다녀온 남성들이 군관련 문제에 내놓는 의견은 대부분 사회에 나온 뒤의 자신의 무엇과 연결이 되죠. 직접 목도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제는 나와 관련없는 일이니 말하지 않는 것이고. 님께서 고민하고 있는 방향과 제 그것이 거의 일치합니다. <나치 시대의 일상사>는 처음 듣는 책이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그 책에서 님께서 뭔가를 얻으셨다면 저도 읽어봐야 할 듯 하군요.

메피님 / 싸이의 집안 배경이 좋은 것이 타겟이 된 근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연예인으로 보지않고 한 재력가 집안의 자제로 바라봐야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다른 놈들 놔두고 싸이가 표적이 된건 아무래도 의심스럽습니다. 재력가라기엔 그다지 '큰' 재벌이 아닌 듯 하고, '재력가의 자제'보다는 사회비판적 메세지를 내보내고 자유로운 '연예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훨씬 강하죠.

병무청과 군관련 인사들의 비리와 비합리적 처사 또한 이 기회에 언급하여 함께 끌고들어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극히 폐쇄적인 집단인 군은 - 자신에 대한 비판은 절대 접수하지 않는 - 비판에 있어 성역이죠. (사례로 부대 내에서는 한겨레는 결코 볼 수가 없죠. 부대마다 좀 다르게 적용하는거 같지만 육군은 특히나.) 세력도 막강하고 국가의 안보문제와 직결되어있어 누구도 비판하지 않습니다. 예비역 장성인 표명렬씨가 예비역 집단에서 축출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그분을 존경합니다. 제가 직접 겪은 문제만 해도 언급하려면 기억을 더음어 한참을 서술해야 할겁니다.


Heⓔ 2007-07-22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랄까 싸이가 타깃이 된 데는..본인이 노출된 것 또한 있으리라 봅니다.
본인이 의도했건 언론이 타깃으로 삼았건 간에..
일단 같이 묶여서 터졌던 강모씨나 이모씨같은 유명 가수들의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 데 반해..
싸이의 이야기는 메인으로 등장하곤 했죠..
거기에는 본인 스스로 인정하는 듯한 그런 발언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봅니다.
뭐 유 모씨가 병역기피의 아이콘이 된 것도..
가겠다는 식으로 몰아가다 말을 바꾼 배신감이 컸던 것처럼...
싸이도 달게 받겠다는 식으로 몰아가다가 말을 바꾼 데 대한 반감도 큰 것 같습니다.

암튼 싸이를 옹호하진 않지만...싸이의 말도 틀린 건 없다고 봅니다..
병무청의 하는 짓은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병무청이라면 나름 국가기관이고 군인을 관리하는 곳인데..
일처리를 그따위로 하는 것은 참... =_=....

마늘빵 2007-07-22 12:52   좋아요 0 | URL
"싸이를 옹호하진 않지만" 제가 싸이의 입장이라 할지라도 화가 치밀 것 같군요. 다 됐다고 인정할 땐 언제고 이제와서 다시 가라니. 군대를 다시 가라고 하는건 죽기보다 싫은 저는 정말 거부하고 감옥에 갈지도 모릅니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싸이가 스스로 일을 크게 만든 것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언론을 제대로 가지고 놀 줄 몰랐던거죠. 평소의 솔직한 발언이 이때는 지금과 같은 파장을 일으키는군요. 고로 도출되는 결론 하나는, 연예인은 솔직해선 안되고 거짓말을 잘해야 한다. 그나저나 싸이 말고 다른 이들은 누굽니까 저도 첫 기사에서 다른 이들도 언급됐단 사실을 까먹고 있었군요. -_-

Heⓔ 2007-07-22 13:07   좋아요 0 | URL
인기 댄스 그룹 젝모그룹으로 활동하던 멤버들 중 강 모씨와 이 모씨입니다.
제가 알기로 그 둘도 싸이와 같은 처분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싸이와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하더군요 =0=;;;;;

마늘빵 2007-07-22 13:15   좋아요 0 | URL
정보가 참 빠르십니다. 싸이 말고는 전혀 언론을 통해 들어본 바가 없는데. 인기그룹의 강모씨면 혹시 강타인가. -_-

책읽기는즐거움 2007-07-22 16:52   좋아요 0 | URL
젝모그룹이라고 하셨으니 아무래도 강성훈과 이재진인듯 하네요ㅋ 강타는 안칠현이라는 아름다운 본명이 있는데 '강'을 성으로 하기에는 좀 그렇잖아요^^

마늘빵 2007-07-22 16:16   좋아요 0 | URL
방금 네이버에 기사가 떴네요. 아니 우리가 궁금해하는거 어떻게 알고. 기자도 참 용치. :) 강현수와 이재진이라고 하는군요. 쟤네 홈피에도 네티즌들 - 특히 남성네티즌들 - 주루룩 몰려가겠군요.

책읽기는즐거움 2007-07-22 16:53   좋아요 0 | URL
강현수는 젝스키스가 아니지 않나요? 음,,, 저도 한번 기사를 찾아봐야 하겠네요^^ㅋ

마늘빵 2007-07-22 16:58   좋아요 0 | URL
모르겠어요. 제가 소녀팬이 아닌지라 재키 멤버가 누가 있는지는 모릅니다. 크흣. 일단 네이버에는 강현수라고 나와있네요.

Heⓔ 2007-07-23 09:10   좋아요 0 | URL
기왕 이름 다 떴으니 밝히자면..
젝키의 강성훈,이재진, 브이원으로 활동했던 강현수, 싸이로 활동했던 박재상.
같은 혐의로 같은 처분 받고 같은 반응을 보이는 동료들입니다~

가넷 2007-07-22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현수는 브이원인가 뭔가로 나왔던 사람아닌가요? 예전에 쿠데타라는 제목으로 노래를 불렀던 것 같기도하고...

마늘빵 2007-07-22 23:09   좋아요 0 | URL
검색들어갑니다. :)

마늘빵 2007-07-22 23:40   좋아요 0 | URL
뒷조사 결과 맞습니다. :) 저는 처음 보는 얼굴인데...

2007-07-23 0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7-23 08:52   좋아요 0 | URL
아 속닥님 증인이시군요 :) 네 일단 싸이가 부실근무를 했다는게 명백한 사실이라 하더라도, 병무청 또한 벗어날 수 없음을 이 글을 통해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여기서 부실근무가 사실이냐 아니냐는 중요한게 아니니깐요. 아마도 대부분의 - 연예인뿐 아니라 - 병특들은 '부실근무'라는 죄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을 겁니다.

비로그인 2007-07-23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나름의 의견을 내놓지 않고 동조만 한다고 말하기가 껄그러운 오늘이지만, 위에 메피님 말씀에 심히 공감합니다. 저도 박여사 말듣고, 왜? 유신헌법얘기는 안하는데? (그것까지 감쌌다간 대선은 건너간거지만) 했거든요.

마늘빵 2007-07-23 20:13   좋아요 0 | URL
저도 싸이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진 않습니다. 죄값을 치뤄야죠. 근데 이게 너는 이미 되었다, 고 땅땅땅 치고 난 뒤의 일인지라 억울하겠죠. 무사히 다 통과했는데 왜 이제와서 응응? 이거죠. 오늘 검찰이 병무청은 당시 강제처벌권(?)이 없었고, 순찰(?)시 걸리지 않았던 것이지 싸이 니가 잘못이 없다는건 아니지 않느냐, 그러니 이제와서 검찰이 조사를 해서 잘못이 있다고 말한 것이 아니냐, 고 말했지만 - 좀 복잡한가요? - 이것도 검찰과 병무청의 말장난이죠. 병특이 아닌 현역에게도 이렇게 말 할 수 있나 물어보고 싶군요.
 
요즘 어떤 영화 보셨어요?

2007. 7. 18 예스24

http://movie.yes24.com/movie/movie_memwr/view.aspx?s_code=SUB_MEMWR&page=1&no=16349&ref=77&m_type=1




* 스포일러 경고

   분명 다시 확인해봐도 영화 장르는 애정/멜로/로맨스를 벗어날 수 없는데, 영화를 보면 한 가지 장르를 추가해야 할 듯 하다. 미스테리. 이 영화를 보고서 관객이 충격받지 않도록 하려면 장르 명칭을 제대로 붙여야 한다. 멜로/로맨스로 알고 기대했던 영화를 보고 의외의 충격을 받는 관객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 싶다. 미스테리 로맨스.

  영화를 무작정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이 영화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잘나가는 일본의 미스테리/추리물 작가의 동일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번역된 책에 달려있는 별의 갯수와 평가는 영화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별의 갯수가 중요한건 아니고, 그것이 영화를 평가하는 객관적인 척도도 될 수는 없겠지만, 책을 읽은, 영화를 본 많은 독자와 관객들의 주관적인 평가가 한데 모인 이 결과물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영화 <변신>은 높아진 관객의 기대를 채우기엔 역부족이었고, 소설의 미스테리/추리도, 영화가 추구하려했던 멜로/로맨스도 모두 잡지 못했다.




  * 나루세 준이치(타마키 히로시). 메구미를 사랑했고, 사랑하지 않는건, 내가 다른 사람의 뇌를 이식받았기 때문인가.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다고 생각하는건, 달라진건, 내가 다른 사람의 뇌를 이식받았기 때문인가. 생각을 전환하자. 영화를 달리 보자. 주어진 그대로를 바라보지 말자. 뇌이식은 잊어라.

  "타인의 뇌를 이식한 나는 본래의 나라고 할 수 있는가?" 영화는 어색한 멜로/로맨스의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면서도 끝까지 이 물음을 놓지 않고 있다. 총에 맞아 뇌의 일부가 다쳤고, 마침 십 만 분의 일이라는 확률에 나올까 말까한 나의 뇌에 딱 들어맞는 뇌가 있다고 하자. 수술대에 올라간 나는 이름 모를 누군가의 딱 들어맞는 뇌의 일부를 이식받았고, 몇날며칠을 잠을 잔 끝에 깨어났다. 뇌를 이식받기 전의 나와 이식받은 이후의 나는 동일인물인가. 의학적으로 일부의 뇌만을 이식하고 그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뇌 기증자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의 행동습관을 무의식중에 따라하게 된다는 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의 진리 관계를 떠나 애초의 물음에서 좀 더 나아가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인식한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뇌이식을 받기 이전의 나루세 준이치는 메구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자상하고 수줍고 착한 사랑스러운 남자였다. 하지만 뇌이식을 받은 이후의 준이치는 메구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그저 귀찮을 따름이고, 그 누구로부터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 심지어 옆방에서 떠드는 소리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식칼을 손에 쥐는 등의 살인충동까지 느낀다. 뇌이식을 전후해서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A의 뇌를 B의 뇌로 바꾼다면 A는 B가 될 수 있단 말일까.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인식한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심리철학자 힐러리 퍼트넘은 '통 속의 뇌'라는 걸 가정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라는 책의 '완전한 은둔자' 부분에도 '통 속의 뇌'를 언급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어떤 사악한 과학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는 한 사람의 뇌를 육체에서 분리하여 이 뇌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줄 영양액이 담긴 통 속에 옮겨 담았다. 뇌의 각 신경 조직은 초과학적 컴퓨터에 연결되고, 이 컴퓨터는 뇌에 전기적 자극을 주어 우리의 감각 경험과 똑같은 질적 정보를 준다. 그 사람(뇌)의 입장에선 환경, 각종 사물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존재하고 또한 완벽히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 모든 것은 컴퓨터와 신경 세포 간의 전기적 자극의 결과일 뿐이다."

  통 속에 담긴 뇌가 컴퓨터의 전기적 자극에 의해 무엇인가를 인식한다면, 누군가가 피자를 먹고 있을 때 피자 맛이 나도록 전기 자극을 주고, 손을 들었다고 착각하도록 전기적 자극을 줄 수 있다. 심지어는 우리가 지금 가정하고 의심하고 있는 "어떤 사악한 과학자가 사람들의 뇌를 떼어내 뇌를 계속 살아 움직이게 할 영양분이 담긴 통 속에 집어넣고 이런저런 조작을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다. 우리 모두의 뇌는 각기 다른 통 속에 들어있고 각각의 뇌는 각각의 전기적 자극을 통해서 대화한다고 느끼고, 숨을 쉰다고 느끼고, 생각을 한다고 느낄 수 있다. 지금 자판을 치고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나 또한 통 속의 뇌가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는가. 나 자신에게 몸이 있다고 말 할 수 있는가. 두 팔과 두 다리가 두 눈이 있다고 말 할 수 있는가. 심지어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일까. 내가 바라보고 인식하는 모든 것들, 참이라 알고 있는 것들을 확신할 수 있는가. 힐러리 퍼트넘의 '통 속의 뇌'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도록 만든다.  결국 '통 속의 뇌' 개념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현대적 검증이라 할 수 있다.



* 멜로/로맨스라 해서 눈물 쏙 빼겠다 싶었던 영화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상황으로 관객을 몰고간다. <변신>은 울고 싶지만 웃긴 영화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는, 헌신할 준비가 되어있는 이 여자, 메구미(아오이 유우). 결국 그녀가 받아들여야할 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었다. 준이치의 말과 행동과 마음이 달라졌다고 그녀의 준이치에 대한  사랑이 변하는건 아니다. 그녀는 여전히 준이치를 사랑했다.

  영화를 보면 수술대에서 회복 중이던 준이치가 일어나 병원의 다른 방으로 들어가 자신의 뇌와 기증자의 뇌가 통 속에 담긴 것을 보고 구토하는 장면이 나온다. 잘려진 나의 뇌와 잘려진 기증자의 뇌는 모두 투명한 통 속에 잘 보존되어있었다. 그로부터 지금 나는 내 뇌의 일부와 기증자의 뇌 일부를 가지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는가. 잘려진 일부의 뇌와 잘려진 일부의 뇌가 내 머리 속에 들어있다고 말 할 수 있는가. 아니다. 단지 그렇다고 추리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어느 것도 믿을 수 없다. 그렇다면 내가 통 속에 담긴 두 개의 뇌를 봤고 구토를 했다는 것은 확실한가. 그것도 믿을 수 없다. 투명한 통 속에 담긴 뇌는 나의 것이 아닐 수도 있고, 통에 붙여진 N.J. 라는 알파벳 약자를 통해 '나루세 준이치'를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그 조차도 또 거짓. 

  힐러리 퍼트넘의 '통 속의 뇌' 이론을 적용시켜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나루세 준이치의 뇌를 가졌을 때 사물을 인식하는 법과 기증자의 뇌를 가졌을 때 사물을 인식하는 법은 다르다고. 그 또한 조작된 것이라고. 결국 나루세 준이치가 자신의 뇌를 가졌을 때 보였던 행동양식과 가치관이 기증자의 뇌를 가졌을 때 보였던 그것과 다르다고 말 할 수도 없다. 전기적 자극에 의해 조작된 것일 수도 있으니까.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메구미를 향한 준이치의 사랑도, 준이치에 대한 메구미의 사랑도. 

  뇌를 바꾸면 그 사람의 특성도 바뀌는지, 그 사람의 정체성도 바뀌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우리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이다. 애초의 물음 "타인의 뇌를 이식한 나는 본래의 나라고 할 수 있는가?" 에 대해서 그렇다, 아니다, 라는 확실한 답을 내리려하진 말자. 행동의 급격한 변화를 보인 뇌이식 이전의 나루세와 이후의 나루세 뿐 아니라, 뇌이식을 받지 않은 우리 모두 또한 변화하고 있다. '뇌이식'은 잊고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자.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다고 말할 수 있는가?" "1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다고 말 할 수 있는가?" 의심하라. 내가 인식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자기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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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신기루 2007-07-18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뇌만을 꺼내놓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통 속의 뇌'는 <매트릭스>와 비슷하네요
인간의 신체를 움직이는 데 사용될 에너지를 기계에 사용하는 대신 가만히 누워있게 만든 인간에게 매트릭스라는 가상현실을 머릿속으로만 인식하도록 하는 거 잖아요
만약 우리가 정말 매트릭스 안에 사는 거라면, 가상현실 속에서 뇌수술 따위를 하고 그로 인해 인격이 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거겠죠??(이 질문은 약간 생뚱맞은 듯.)
뇌이식에 대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은 정말 많은데 정리가 안돼요ㅠ_ㅠ

마늘빵 2007-07-19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 다른 식을 전개해나가다가 바꾸지 못한 흔적이 그렇게 남을 줄이야. -_- 수정했습니다.
신기루님 / 모든 것이 의심스럽죠? :) 인간들은 어쩌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에 나오는 수많은 개미들 중 하나 일 수도 있어요. ㅋㅋ

마늘빵 2007-07-19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데도 하긴하는데, 활동은 잘 안하고 주요 글만 올립니다. 알라딘에서만 '놀아'요.
근데 <변신> 영화 영 아닙니다. -_-
 
비평 15 - 2007. 여름
비평이론학회 엮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5월
품절


어느 쪽이 낫다 못하다를 떠나서, 만약 우리가 고교생들에게 미국 방식의 에세이를 쓰게 한다면 어찌될까? 어림도 없는 얘기다. 학생들이 소질이 없어서가 아니다. 지금의 교육 현실에서는 우선 학생들의 소질을 북돋아 줄 방법이 없고, 이미 사회에 만연한 상호불신과 반교육적 '에토스'가 그런 자발성의 교육을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대학으로서 당장 그 제출된 에세이가 학생이 제 손으로 쓴 것인지 누가 대신 써준 것인지 판별할 길이 없다. 미국 방식의 자유논술 같은 것은 "학생 에세이는 절대로 타인이 써주지 않는다"는 규칙과 명령의 교육적 준엄성이 사회적으로 존중되고 학교, 사교육장, 학부모, 학생이 모두 그 규칙을 준수할 때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잘 쓴'혹은 '잘 썼다'는 에세이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시장이 즐비하고 대신 써줄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데가 대한민국이고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아무도 지키지 않는 규칙을 제 혼자 지키려는 자는 바보가 된다. 학생들은 바보이고 싶지 않다. 부모들도 바보이고자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대학에 붙고 보자"는 명령이 다른 모든 명령들을 압도하는 상황에서는 수단방법을 가리고 규칙을 따질 겨를이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붙어야 하기 때문에 그 '무슨 수'들이 아무리 부당하고 불법적이고 비교육적인 것이라 해도 일단 대학에 붙기만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속임수를 포함해서 '무슨수' 이건 쓸 줄 아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이다. 고교생 독서이력철 같은 제도가 시행되어도 대학으로선 그것을 믿을 수 없다는 난감한 문제에 봉착한다.

(경쟁력, 수월성, 창의성의 비극 - 도정일)-27-28쪽

대학입시 경쟁에서 91점을 받은 학생은 입학하고 90점을 받은 학생이 탈락하는 것은 개인의 실력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학과정원 수에 의해, 30명 정원일 경우 30등을 한 91점 학생은 입학이 가능하고 31등을 한 91점 학생은 탈락해야만 하는 것이다. 사정이 그렇기에 91점과 90점 간의 차이 1점은 결코 인간의 능력이 실력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지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1점으로 겨우 붙은 학생은 실력 있는 학생처럼 사회적으로 대우 받는 반면 90점으로 탈락한 학생은 열등생으로 낙인 받게 된다. 이것이 입시 위주 한국 교육의 병폐인 동시에 한국 교육의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지점이다.

(교육 붕괴와 교육의 민주화 - 한준상)-32쪽

이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다. 어른들에게뿐만 아니라 곁 사람에게, 세상에, 그리고 자기 스스로에게 버르장머리가 없다. 사람대접은 보고 배운 적도, 따로 익힌 적도 없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가끔 도저히 눈뜨고 볼 수가 없어서 불러 야단치면 "왜요?"하고 눈부터 치켜뜨고 대든다. 사회의 소수자나 약자는 고사하고 도대체 남을 배려하는 일엔 손방이다. 하기는 이들이 누구에게 뭘 보고 배워 그걸 알겠는가? 무엇보다도 사이버 공간에서 익명성에 기대 함부로 악담으로 대거리로 마녀사냥을 일삼는 이들의 버르장머리 없음과 배려 없음은 등골이 서늘할 지경이다. 또 디지털 세대로서 어른들보다 월등한 핵심역량으로 어른세대의 위선과 모순에 앙갚음하는 서슬 또한 무섭기 짝이 없다. 아이들을 이렇게 죽음과 죽임의 나락으로 내몬 어르신들은 과연 어떠신가?

그토록 교육이라면 맹신하다 못해 광신하는 세상에서 정작 교육을 맡은 교사들부터 헌신짝 취급이다. 그림자도 밟지 않도록 모시고 기리던 스승의 자취는 어느 새 간 데 없고, 스승의 날이면 교문 닫아걸고 손사래 치며 대접은커녕 손가락질이나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처지다. 그깟 세상이야 뭐라던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아이들 잘 가르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일 뿐이다. 내가 아는 어느 초등교사가 울먹이며 한탄하듯이 아이들은 숫자나 글자는 죄 배워갖고 오면서, 정작 싸가지는 하나도 배워먹지 못하고 학교에 들어온다.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에서는 퍼져 자기나 하다가 행여 이름이라도 부르면 눈을 부릎뜬다. 나무라거나 꾸지람 할라지면 핸드폰으로 호시탐탐 동영상 찍어 신고할 건수나 노린다. 부모들은 이제 교사 알기를 우습게 알고 아무 때나 달려들고, 걸핏하면 팔 걷어붙이고 나선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두렵다고, 부모들이 무섭다고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른다.

(교육, 마지막 식민지 - 정유성)-106-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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