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론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43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2005년 1월
구판절판


사람들에게는 세속의 권력자 또는 신이 좋아하거나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바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노예근성 같은 것이 있다. 이것은 법이나 여론이 특정 행동을 촉구하거나 금지시키는 행동 규칙을 결정하는 또 다른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 노예근성은 이기심을 근본으로 하고 있으나 위선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술사나 이단자를 화형시키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증오심을 낳는다. 한 사회의 도덕 감정이 형성되는 데는 여러 요소들이 핵심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그 사회 전체가 크게 의미를 부여하며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당연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면밀히 따져보면 그런 이해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공감과 반감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의 이해관계와 그다지 또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공감과 반감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26쪽

자유 가운데서도 가장 소중하고 또 유일하게 자유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 각자 자신이 원하는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는 자유이다. 우리의 육체나 정신, 영혼의 건강을 보위하는 최고의 적임자는 누구인가? 그것은 바로 각 개인 자신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자기 식대로 인생을 살아가다 일이 잘못돼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령 그런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게 되면 다른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는 길로 억지로 끌려가는 것보다 궁극적으로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인간은 바로 그런 존재이다.-35-36쪽

사람들이 마음 놓고 믿는 것일수록 온 세상 앞에서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그 믿음이 단단해지는 것이다. 그런 검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일단 검증을 받았으나 허점이 드러나지 않은 경우에도, 인간의 현재 이성이 허용하는 수준 안에서 검증을 받은 데 지나지 않으므로 그것이 절대 진리라고 확신할 일은 결코 아니다.-50쪽

기존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그에 대해 자유 토론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부작용이 그저 사람들이 그 주장의 근거에 대해 잘 모르게 되는 것뿐이라면, 자유 토론을 하지 않은 것이 지적 측면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도덕적으로는 크게 해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 또 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면에서 볼 때 그 주장이 갖는 가치에도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유 토론이 없다면 단순히 그 주장의 근거만 아니라,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도 모르게 된다. 그 주장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특별한 생각을 담아내지 못하거나, 아니면 처음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의 일부분만을 옮길 수 있을 뿐이다. 생생한 개념과 분명한 확신 대신에 그저 기계적으로 외운 몇 구절만 남게 되는 것이다. 그 의미를 둘러싼 몇몇 껍데기는 남을지 몰라도 정말 중요한 본질은 잃고만다. 인류 역사의 위대한 순간들을 뒤돌아보면 이런 사실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고 심사숙고하더라도 모자랄 지경이다.-78-79쪽

기존의 통성일 틀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와 다른 의견이 진리일 수 있다. 또는 통설이 진리일 경우, 그 반대 의견은 오류일 것이다. 그렇기는 하나 진리와 오류 사이의 논쟁은 진리를 보다 분명히 이해하고 또 깊이 깨닫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이다. 그러나 서로 대립하는 두 주장 가운데 하나는 진리이고 다른 하나는 틀린 것으로 확연히 구분되기보다는, 각각 어느 정도씩 진리를 담고 있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이럴 때 통설이 채우지 못하는 진리의 빈 곳을 채울 수 있도록 그 통설에 도전하는 이설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감각을 통해 확인할 수 없는 주제에 관한 대중의 주장이 흔히 진리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전적으로 옳은 경우는 거의 또는 전혀 없다. 그런 주장은 상황에 따라 진리를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담고 있기는 하나 부분적으로만 옳을 뿐, 대체로 과장되고 왜곡되어 있다. 그리고 다른 각도에서 존재하는, 그래서 상충되는 내용을 담은 진리들과는 거리가 멀다. -89-90쪽

진보라는 것도 진리를 새로 덧붙이기보다는 대부분의 경우 부분적이고 불완전한 진리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중략) 다수가 받아들이는 의견이 비록 올바른 기초 위에 서 있을지라도 이처럼 부분적인 진리 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런 통설이 빠뜨리고 있는 진리의 어떤 부분을 구현하는 다른 모든 생각은, 그것이 아무리 많은 오류와 큰 혼돈을 초래하더라도, 마땅히 소중히 다루어져야 한다. 세상살이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라면, 누군가가 자칫 우리가 어떤 진리를 빠뜨리고 놓칠까봐 윽박지르면서 정작 우리는 알고 있는 진리의 어느 부분에 대해 모른다고 그에게 화를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수의 주장이 일방적인 한, 일부의 의견을 주장하는 또 다른 일방이 존재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소수파가 아주 강력하게 유일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이 실은 부분적인 진리에 지나지 않더라도, 그런 과정을 통해 사람들이 그 소수 의견에 대해 억지로라도 관시믕ㄹ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90-91쪽

"인간의 목적, 또는 막연하고 덧없는 욕망이 아니라 영원하거나 변함없는 이성은 우리에게, 각자의 능력을 완전하고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최대한, 그리고 가장 조화 있게 발전시킬 것을 명령한다." 그러므로 그는 "각자의 개별성에 맞게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사람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특히 다른 사람을 이끌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그 목적을 향해 언제나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훔볼트는 이를 위해서 '자유 및 상황의 다양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필수적으로 충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하여 '개별적 활력과 고도의 다양성'이 생기는데, 이들이 곧 '독창성'의 바탕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101쪽

인간은 개인에 따라 서로 다른 것들을 획일적으로 묶어두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잘 가꾸고 발전시킴으로써 더욱 고귀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있다. 창작물이 그것을 만든 사람의 성격을 반영하듯이, 인류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한껏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인간이 발전하게 되면 우리 삶도 풍요로워지고 다양해지며 활력이 넘칠 것이다. 고귀한 생각과 고결한 감정을 더욱 북돋워주게 되고,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는 연대의 끈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각자의 개별성이 발전하는 것과 비례해서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더욱 가치 있는 존재가 되며, 또 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도 더욱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자기 존재에 대해 더욱 충만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각 개인이 이처럼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면, 개인들이 모인 사회 역시 더욱 의미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119쪽

이 원리가,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은 타인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고 서로의 행복이나 성공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이 이기적인 무관심을 조장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주 심각한 오해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이 원리는 우리 모두가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사심없는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사심 없이 남을 돕는 것도, 글자 그대로 또는 비유적인 의미에서 채찍질을 하거나 혼을 내는 것보다는, 그가 자기에게 좋은 것을 스스로 하도록 설득하는 것과 같은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는 어느 누구 못지않게 자기중심적 덕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을 굳이 찾으라고 한다면 사회적 덕목을 꼽아야 할 것이다. -142-143쪽

(위에 이어서)

교육자들은 이 둘을 동일하게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교육도 강압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확신과 설득을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한다. 그래서 일정한 교육 기간이 지나고 나면 오직 후자, 즉 설득과 확신을 통해서만 자기중심적 덕목을 배양해야 한다. 사람은 서로 도와가며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며, 나쁜 것을 피하고 좋은 것을 취하도록 서로 격려한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높은 능력과 감정과 목표가 현명하게, 그리고 품위를 유지한 채 고상한 목표와 계획을 점점 더 지향하도록 서로 자극을 주며 살아야 한다.-143쪽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어떤 사람이 자기에게만 문제가 되고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사람의 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어떤 행동과 성격 때문에 무언가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데 대해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뿐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남에게 해를 주는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달리 취급할 수밖에 없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 정당한 권리 없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고 타격을 입히는 것, 거짓으로 또는 표리부동하게 사람을 대하는 것, 불공정하게 또는 관대하지 못한 방법으로 남에게서 이득을 얻는 것, 심지어는 다른 사람이 위험에 빠져 있는데 이기적인 마음에서 모른척하는 것 등, 이 모두는 도덕적 비난 또는 심각할 경우에는 도덕적 징벌잉나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직접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그런 행동을 유발하는 기질도 비도덕적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잘못하면 혐오감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 -146-147쪽

사려 깊지 못하고 인간적 존엄을 지니지 못한 탓에 어쩔 수 없이 타인들에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한 까닭에 비난을 받는 것은, 단순한 명목상의 차이 이상으로 다르다. 어떤 사람이, 우리가 그를 통제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서 우리를 불쾌하게 만드느냐 아니면 그렇지 않은 일에서 불쾌하게 만드느냐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우리의 감정과 행동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사람이 우리를 불쾌하게 만들면 우리는 싫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를 불쾌하게 만드는 그 일은 물론이고 그 사람도 멀리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일로 그 사람의 삶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모든 벌을 벌써 받고 있다고 또는 받게 되리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그 사람이 일을 잘못 처리해서 이미 자신의 삶을 망치고 있는데, 그러한 잘못을 이유로 그의 삶을 더 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 -148-149쪽

(위에 이어서)

그 사람을 처벌할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에게 그런 행동으로 인해 생기는 나쁜 일들을 어떻게 피하거나 치유할 수 있을지 가르쳐줌으로써 그가 받는 벌을 경감시켜줄 방도를 열심히 찾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동정이나 혐오의 대상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노여움이나 분노의 대상은 아니다. 그를 사회의 공적인 것처럼 다루어서는 안 된다. 그에게 흥미나 관심을 보임으로써 선의로 간섭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그를 가장 심하게 대하는 것은 그를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규칙을 위반했다면, 그런 경우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가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사회는 모든 구성원들을 보호해야 하므로, 그에게 응징을 가해야 하고 명백한 징계의 표시로 고통을 주어야 하며 그 처벌이 충분히 무겁도록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149쪽

사회적 윤리나 타인에 대한 의무 같은 문제를 놓고 공공 여론, 즉 압도적 다수의 의견이 가끔씩 틀리기는 하지만 옳을 때가 더 많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런 ㅁ누제에 대해 자신들의 이익, 그리고 어떤 특정한 행동 양식이 실제로 실천에 옮겨질 경우 자기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서만 판단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다수 의견이라 하더라도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관계되는 행동에 대해 하나의 법으로서 군림하는 의견은, 옳을 때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틀리는 경우도 많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 공공 여론이라는 것은 기껏해야 다른 사람에게 좋고 나쁜 것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생각이고, 실제 대부분은 아무런 관심도 없는 사람들의 쾌락이나 편의에 대해 그저 자신들의 기분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행동은 전부 자신에게 해를 주는 것으로 생각하며 극단적인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 마치 몹시 완고한 신자가 다른 사람들의 종교적 감정을 무시하낟고 비난을 받자 오히려 그들이 이상한 의식과 교리를 고집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무시한다고 반박하는 것처럼 말이다. -156-157쪽

우리가 옳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박해할 수 있지만 저들은 옳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생각이 아니라면, 어떤 정의롭지 못한 원리가 우리에게 적용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그런 것을 함부로 남에게 적용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마땅하다.-160쪽

그러나 포주가 되는 자유, 도박장을 운영하는 자유도 허용해야만 하는가? 이런 경우는 정확하게 두 가지 원리 사이의 경계선 위에 있어서 둘 가운데 어느 쪽에 가까운지 즉각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양쪽 모두 주장할 근거가 있다. 관용을 주장하는 쪽에서 본다면, 생계를 잇거나 이윤을 얻기 위해 직업으로 하는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지 범죄가 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런 일은 전부 허용되든지, 아니면 전부 금지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주장해온 원리가 옳은 것이라면, 사회가 - 글자 그대로 사회가 - 한 개인만 관계 되는 일에 대해 그것이 무엇이든지, 잘못된 것이라고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회는 그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것 이상을 할 수 없다. 누구든지 그런 일을 하도록 또는 하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데 똑같은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183-184쪽

다른 사람이 문제 되지 않는 한, 개인의 자발적인 행동에 간섭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바로 그 사람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그가 자발적으로 무엇인가 선택했다는 것은, 그 일이 자기에게 바람직한 또는 적어도 참을 만한 것이기 때문에 그가 최선이라고 판단한 수단을 동원해서 그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가장 큰 이익을 준다는 사실의 증거가 된다. 그러나 자신을 노예로 파는 것은 자유를 포기한다는 말이다. 한번 이렇게 하고 나면 나중에 다시는 자유를 누릴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이는 자신을 팔아버리는 행위도 허용해주는 원리, 즉 자유의 목적을 본인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른없다. 그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본인이 자유 상태에 있을 때 누리는 이점을 향유할 수 없다. 자유의 원칙이 자유롭지 않을 자유까지 허용하지는 않는다. 자유를 포기한 자유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189쪽

국가는 각 개인에게만 특별히 관계되는 일에 대해서는 각자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권한의 행사에 대해서는 항상 주의 깊게 통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의무 사항이 가족들의 관계 속에서는 - 인간의 행복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는 점에서 다른 모든 관계를 합친 것보다 더 중요함에도 - 거의 완전히 무시되다시피 하고 있다.-192쪽

"인간은 그 본성상 모형대로 찍어내고, 그것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기계가 아니다. 그보다는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내면의 힘에 따라 온 사방으로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려하는 나무와 같은 존재이다." (밀)-223쪽

"인간의 삶에서 각자가 최대한 다양하게 자신의 삶을 도모하는 것 이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없다."(<자유론>의 표지)-229쪽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 방식 자체가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밀)-230쪽

각주63)

그러나 밀은 자유를 향유할 '성인'의 자격 요건을 매우 낮게 설정하고 있다. 즉 '웬만한 정도의 상식과 경험' 또는 '충분히 나이가 들고 보통 수준의 이해 능력'만 갖추면 '확신과 설득에 의해 자기 자신의 발전을 도모할 능력'을 갖추고 '자유롭고 평등한 토론에 의해 정신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사람에게는 그 어떤 경우에도 자유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밀은 자신의 <자유론>이 주된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사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개화되어서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유를 누릴 만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본다. '문명사회'에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생각하며 살 정도'의 도덕적, 지적 능력을 어느 정도는 구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낙관론을 바탕으로 밀은 '문명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선의의 독재'라는 것이 '악 중의 악'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선의의 독재는 그 포장이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실제로는 사리에 어긋나는, 가공할 만한 위험한 괴물로 탈바꿈하고 마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248-249쪽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12-22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로운 개인이 중요하지요.
떼거리, 집단, 사회.. 등등을 경멸하는 편입니다.
그것이 지향하는 바가 옳든 그르든..

 


  아주 묘한 것 하나. 태안 기름 유출 사고가 난지 한참 지났는데 왜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다뤄주지 않는거지. -_- 또 삼성이 언론에 돈먹여서 그런건가. 모든 신문과 방송에는 태안 자원봉사에 대한 내용만 수두룩 하고 삼성 얘기는 쏙 빠져있다. 삼성중공업 크레인이 부딪혀서 사고내고 기름 콸콸 흘렸으니 얘네가 책임을 져야할텐데, 삼성은 조용하다. 어떻게 된게. 자원봉사자 30만명인가 나와서 일본해안이 금방 복구되었다는 일본의 예를 삼아 기업이고 학교고 관공서고 자원봉사를 독려하는 모습만 보일 뿐 일 저지른 삼성에 대한 분노는 찾아볼 수가 없다. 왜 그럴까나.

   "사고를 일으킨 삼성중공업이 책임지는  액수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최원경 애널리스트는 "도의적 책임은 인정할 수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삼성화재에 선박보험 360억원과 선주배상 책임보험 500만 달러의 보험 계약을 맺고 있어 배상액은 삼성화재가 부담하게 된다. 또한 삼성화재 역시 선박보험의 85%를 해외 재보험으로 넘기고 배상책임의 경우에도 90%를 해외 재보험으로 넘긴 것으로 알려져 손실액은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 중략 ... 특히 삼성중공업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되레 '쏠쏠한 재미'를 볼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지역 등에서 단일 선체 유조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중 선체 수주 물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 대기업이 '보험'만 믿고 태안 주민들의 고통을 계속 '나 몰라라'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시사IN 14호)

  일 저질러놓고 손해를 보기는커녕 오히려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니. 그런데도 서해안이 저 지경이 되고 주민들 일년농사(?) 다 날아가버렸는데 아무런 '사과말씀'도 안하시고 얌전히 사태만 지켜보고 보험으로 처리하겠다? 혹시 물밀듯 밀려드는 자원봉사자들 중에 삼성에서 '지시'해서 오게 된 사람들(삼성직원)이 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만약 있다 하더라도 그 정도만으로 어떻게 덮을 생각이라면 국민을 우습게 봤다. 태안에서는 고무장갑이고, 흡착포고, 이거저거 모자라서 난리인데, 뒷짐지고 서서 전혀 지원도 안하고 있다. 최소한의 양심조차 없는 기업같으니라고. 모든 물자가 모자라고 기름 빨아들이는 전문기계(?)도 턱없이 부족하다는데 쟤들은 뭐하고 있는건지.

  태안 주민들에 대한 보상뿐 아니라 엎질러놓은 기름 흡수하는 것도 당연한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나몰라라 하고 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도대체 뭐하려고. 하는 꼬라지가 영 마음에 안든다. 지난번 철학자 김상봉, 홍윤기를 비롯 300여명이 서명한 '토삼성격문'에 동참해 삼성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어 더이상 나로서는 쟤들에 대한 분노를 표현할 방법이 없다. 온갖 좋은 이미지로 잔뜩 포장된 광고를 내보내며 생활 곳곳에 침투하고, 정작 가까이에서 책임져야 할 일에는 누구세요, 하고 있으니 어찌 화나지 않으리. 책임규명하던 경찰이며 검찰은 뭐하는지 서로 떠밀고 앉았고. 그리 삼성이 무섭더냐. 에라이 썩을 것들.

  순진하고 착한 국민들만 자원봉사로 고생하는구나. 언론도 자원봉사 독려를 그만두라. 요새는 연예인도 자원봉사 안하면 욕먹는 추세라던데 - 무한도전 멤버들이 가려고 했다가 무슨 사정으로 못갔다고 들었는데 욕먹는다더라, 라인업은 갔는데 - 상황이 아주 요상하게 돌아간다. 정작 책임져야 할 녀석들은 뒤로 빠져서서 어떻게 하면 요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하고 앉았고, 국민들은 너나없이 자원봉사에 열을 올리고 있고. 어느 대학에서는 학교 차원에서 자원봉사 지원을 받아 버스대절해서 내려가더라. 신문이고 방송이고 카메라를 태안 앞바다가 아니라 삼성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화면을 딱 절반으로 나누어 왼쪽엔 태안 앞바다, 오른쪽엔 삼성을 비춰주면 아주 딱이겠구나. 
  

p.s.

잘못 읽으시는 분들이 있는거 같아서, 보충 설명을 해야겠습니다. 저는 '개인의 양심'을 중요시하며, 때로 이건 '개인'과 '양심'으로 따로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위 글 중 "삼성에서 '지시'해서 오게 된 사람들(삼성직원)이 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라는 부분을 오해하셔서 '삼성직원'을 괄호에 넣었습니다. 삼성이 그곳에 봉사하러 가는 국민들을 지시하고 사주해서 비자발적으로 그들이 갔다고 해석해선 곤란합니다. 이건 말도 안 되는거고요, '지시'의 대상이 있다하더라도 그건 '삼성의 직원'이 그 대상이 될 뿐이지, 일반 국민이 대상이 될 순 없습니다. 더불어 한 가지 더. 삼성 직원 중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있을테지만, 그들의 자발성이 삼성의 과오를 가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추가로 말하고 싶습니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보석 2007-12-21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마냥 좋아할 수는 없더군요. 필수적인 각종 물품마저 모자란다는 말에 정부나 삼성은 도대체 뭘 하나 싶은 생각이-_- 이러한 큰 재해가 발생했을 때 시민들의 자발적인 도움과 참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만 너무 거기에만 의존하는 것 같아요.

마늘빵 2007-12-21 19:12   좋아요 0 | URL
자원봉사는 분명 그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아야하지만, 사건 당사자가 빠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바라 2007-12-22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과장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치 아이엠에프 때 금모으기 운동을 보는 거 같기도 하고요..-_-

마늘빵 2007-12-22 09:11   좋아요 0 | URL
그쵸. 시일이 지나다보니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전국적인 동원. -_- 삼성은 뒷짐.

Mephistopheles 2007-12-22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겨워요 지겨워 삼성의 저런 행동이...
불현듯 삼성 모 계열사에 취직에 성공한 어떤 동기놈이 오리엔테이션 끝마치고 양복에 그 타원의 삼성빼지 달고 180도 사람이 달라져서 나타났던 기억이 나는군요.

마늘빵 2007-12-22 09:12   좋아요 0 | URL
아주 삼성 가지가지 합니다. 안 끼는데가 없어요. 삼성에 들어가는 걸 최고의 성공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구직자들도 생각을 달리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태우스 2007-12-22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기엔 삼성 직원들도 자원봉사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과 다른 봉사자들이 반감을 느낄 게 뻔하기에 삼성로고를 일체 사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요. 회사 차원에서 가더라도 좋은 삼성버스 놔두고 관광버스를 대절해 간다고 하네요. 그리고 삼성이 내는 돈이 미미하다고 하셨는데, 그 역시 회사 차원에서는 어려움이 많을 겁니다. 삼성이 얼마를 내든간에 "순이익이 얼마인데 겨우 그거 내냐"는 비판이 쏟아질 거니깐요. 삼성이 돈을 냈는지 안냈는지는 모르지만, 자원봉사 얘기는 신빙성이 있는 얘기랍니다. 사실 삼성도 수뇌부가 나쁜 거지 다니는 사람들은 악마가 아니지 않을까요^^

마늘빵 2007-12-22 09:13   좋아요 0 | URL
안내고 뒷짐지고 있는거보다는 '떡값'이라도 내놓는게 낫다고 봅니다. 돈을 내놓는 차원으로 끝내서는 안되고, 장비를 지원하고, 인력을 동원해줘야합니다. 오늘 신문에 또 미술품으로 비자금 은닉했다고 나오던데, 그런 돈은 참 어디서 그렇게 술술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검사 떡값 줄 돈 합쳐서 내면 어마어마하겠구만. 직원을 탓하진 않아요. -_- 구조본이 문제지.

Mephistopheles 2007-12-22 09:47   좋아요 0 | URL
저도 마태님의 말씀엔 80%까지 동의합니다. 삼성내부에서 일련의 이번 일들로 자성의 목소리도 많이들 나오곤 하지만. 워낙 수뇌부의 기업장악력이 막강해 이런 소리는 모기소리처럼밖에 들리질 않습니다. 모두가 악마고 자기기업옹호자일리는 없지만 대부분의 삼성맨,우먼들은 스스로 삼성수뇌부의 수족이 되어 사회적인 성공을 이룰려고 많이들 노력하기도 합니다. 제가 말했던 제 동기놈은 대학때 제법 운동권쪽이였거든요. 그런데 바뀌더라구요 어떻게 개조를 당했는지....

2007-12-22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2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3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4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12-24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헙...ㅡ.,ㅡ
제 글을 삭제했더니 아프님의 댓글도 같이 사라졌습니다.
제 글을 삭제하기 위해 그런 것이지 아프님의 댓글을 없애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이런....

마늘빵 2007-12-24 11:43   좋아요 0 | URL
-_ㅜ 그 댓글 다 쓰느라고 힘들었는데 그걸 지워버리시면... 쩝. 이미 지워졌으니 할 수 없지만 나중에 다시 읽고픈 부분도 많았는데. 굳이 지우실 필요가 있나 모르겠습니다.

비로그인 2007-12-24 12:02   좋아요 0 | URL
이럴줄 알았으면 저장해둘걸 그랬네요.
사실은 아까 우리들의 댓글을 컴에 저장하려다 실패해서, 귀찮아서 다시
시도를 안해버렸는데.

Heⓔ 2007-12-24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태안 다녀와서..
블로그에 글을 올렸습니다.
삼성이야기는 맨 첫줄에만 잠깐 언급하고..
나머지는 그냥 자원봉사 가실 분들이 꼭 읽어줬으면 이야기였는데..
다음블로거뉴스라는 곳에 메인에도 올랐었거든요.
몇시간만에 천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읽기도 햇고..
어제 밤에만 해도 있었는데..
오늘 아침 보니까 관리자에 의해 삭제당했습니다 -_-;;;;;;
다른 건 전혀 문제될 게 없었는데..
아마 '삼성'을 안 좋게 이야기한 그 '한 줄'이 포함된 포스팅이..
메인에 걸려있었던 게 문제였나봐요...
다음에 급실망. 실망의 낭떠러지에서 다이빙하던 삼성도 완전 완전 실망!!
흠..그러고보면 알라딘은 참 관대한 것 같아요 =_=

마늘빵 2007-12-25 11:06   좋아요 0 | URL
티스토리 말하는건가요? 히님 블로그 거기에 있었던걸로 아는데. 아니 자원봉사 후기를 적었는데 '삼성'이 한 줄 들어갔다고 그걸 지워버려요? 와, 정말.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절대권력이군요! 이대로 삼성은 그냥 묻혀지려나봅니다. 아무 언론도 다뤄주지 않고 있으니 이거야 원.

Heⓔ 2007-12-25 16:17   좋아요 0 | URL
아..아뇨아뇨..티스토리에서 삭제된 게 아니라..
음..다음블로거뉴스라고.. 블로그 글들이 모이는 곳인데..
예를 들면...알라딘 화제의서재글에 계속 올라 있다가..갑자기 사라진 거죠...
서재에 들어가면 보이는데..화제의서재글에서는 삭제당한 상황.

암만 봐도 문제된만한 부분은 삼성 말고는 안 보이고..
뭐..예를 들어.. 화제의 서재글 옆에 삼성배너가 붙어 있는데
삼성욕하는 글이 화제글에 뜨면 서재지기님들이 당황할 것 같지만 -_-...
[예를 든 상황이었지만...딱 한 줄이었는데... -_ㅠ]
암튼 좀 삼성이 무서워지기 시작했어요 ㅎㅎ;

마늘빵 2007-12-25 22:27   좋아요 0 | URL
아 다음블로거뉴스요. 그런건 있는줄도 몰랐는데. 그렇군요. 어쨌든 조회수가 많아서 메인에 올라갔는데 정당한 이유없이 제거된건 화나는 일이군요! 제가 히님 글을 읽어보지 못해 무슨 내용이 들어갔는지는 잘 모르지만 단지 '삼성'에 대한 말 때문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언론에 뿌린 돈이 어마어마할텐데.
 


 선거 다 끝난 마당에 이런 말해서 뭣하랴만, 내 홈피에 자주 들러 글을 남기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 하나가 이런 말을 했다. "결국 기호6번 문국현은 10대들의 대통령이었던건가요. 실제로 투표권 없는 10대들은 문국현 지지층이 꽤 많다던데요."  자기 뿐 아니라 주변의 친구들, 더불어 멀리 있는 다른 10대들이 지지했던 대선 후보는 문국현이었다는 말.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왜 10대들 틈에서 문국현이 지지를 받고, 왜 투표권이 있는 어른들에게서 지지받지 못하는지 대략 짐작은 간다.

  아직 때가 덜 묻은 10대들이 바라보는 대선 후보와 자기주장있고 고집이 강한 세상에 찌든 어른들이 바라보는 대선 후보는 이렇게 다르다. 이명박이 사상 최대의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팔다리에 힘이 쭉 빠지긴 했지만, 그래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 는 생각은 든다. 개개인의 경제사정이 안좋아지고, 20대는 취업을 못해 허덕이고 있는 현실에서, 경제대통령이라는 그럴듯한 구호를 내세우며 여론몰이에 성공한 이명박은, 그 본질과는 별개로, 구호만으로 국민들을 충분히 자극해줬다.

  본질은 앞으로 5년 뒤에 국민들 스스로가 깨닫게 될테지만, 지금으로서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건 오로지 경제를 살리고, 기업투자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말 뿐. 그 말만으로 뭔가가 이뤄지는거 같고, 내 경제사정이 나아지는거 같고, 취업문이 활짝 열릴 것 같겠지만, 빈말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는 경제를 모른다. 그래서 거시적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경제가 어떤 곡선을 그리고 있고, 언제쯤 자연스럽게 상승할지는 예측 불가하다. 경제학자들이 5년 동안은 절대로 나아질 수 없다고 소리치는데도 불구하고 경제가 나아진다면 그를 지지한 국민들의 개인적 사정도 더불어 나아질테니 할 말 없다만 풀릴 시기가 되어서 알아서 풀려 사정이 나아진거라면 이명박은 그냥 운이 좋았을 뿐.  

  10대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 일반화시키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 문국현이라는 사실은, 지금껏 나온 정치인들과는 다른 신선함과 깨끗함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고, 그들이 바라는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경제대국이 되기 보다는,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이 5위 안에 링크되기보다는, 자기네 집 평수가 넓어지기보다는, 도덕적이고 깨끗한 대한민국이 되었음 하는 그네들의 바람을 말해주는건 아닐까. 부패와 비리가 없고, 자신의 양심에 의해 깨끗이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을 원하고, 그런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는건 아닐까. 이런 10대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말자고?

  한때 나는 10대에게 투표권을 줘봐야 그네들의 부모님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시키는대로 투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고 생각했다. 그치만 그건 내가 10대들을 너무 낮게 평가한 탓이었다. 그들도 충분히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있고,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알지 못할지라도 그들이 바라는 대한민국의 이상은 있다.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살아가는 그들에게도, 그들이 바라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일조할 권리가 있다. 자신의 이익을 계산해서 한 표를 행사하는 어른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당신들보다 크게, 당신들보다 멀리, 바라보는 10대에게 부끄러워 해야한다.

p.s. 제 일상의 한 부분을 떼어다 짧은 생각을 펼친 것을 확대해석해선 곤란합니다. 모든 10대들이 문국현을 지지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보다는 문국현을 지지하는 중학생을 빌어 하고픈말을 했을 뿐. 주변의 이야기를 떼어다 생각을 줄줄이 엮은 것에 불과하므로, 이걸 현 상황을 한 눈에 바라보는 칼럼쯤으로 해석하면 매우 곤란해요. -_- 하고픈 말이 어디까지인지 의도만 잡아내서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글 뿐 아니라 제가 올리는 대개의 글들이 다 그렇습니다. 굳이 부제를 달자면, '주변 단상'.  

 


댓글(17) 먼댓글(1)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 집단 이기주의
    from 내 안의 폐허에 닿아 2007-12-22 04:18 
      저 역시 계급에 따라서 - 내오랜꿈님은 '계급'이란 용어는 적절치 않다고 전에 말씀하신거 같은데, 제가 이해하기로는. 혹시 내오랜꿈님 이 글 보시고 아니다 싶으면 지적을. - 한 표 행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결국 자기 '이익'을 고려할 거라면 자신의 처지에 맞는 정책을 내놓는 자에게 투표를 해야한다는 것이죠. 제가 말한 계급과 신지님께서 말씀하신 계급의 의미가 조금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계급임을
 
 
웽스북스 2007-12-21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스도 안보고 화도 안내려고 노력하는데 계속 화나는 거죠 -_-
10대를 어린애로 가둬두고 싶은 어른들이 10대를 어린애들로 머무르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Heⓔ 2007-12-2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한때 나는 10대에게 투표권을 줘봐야 그네들의 부모님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시키는대로 투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고 생각했다.

이건 아프님이 10대들을 낮게 평가했다기보다는..
10대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에게 적용해도 딱 맞는..
진리와 같은 평가라고 봅니다.
주위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시키는대로 투표하는 사람들이..
연령불문하고 참 많으니까요..
10대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겠죠.

사실 전 문국현을 지지했고 주위에도 많이 알렸습니다.
제 블로그와 연이 닿는 블로그나 그렇지 않은 블로그나..
거의 대부분의 블로거들도 문국현을 지지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블로거도 분명 존재했고..오프라인에선 그들이 대부분이었죠.
아마 저 중학생도..
주위에선 문국현을 지지하는 10대가 대부분이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10대들도 참 많습니다..
전 아프님 페이퍼를 보고 놀랐을 정도로 제 주위의 10대들은 이명박이 대세였습니다;

여튼 저는 10대들에게 투표권을 줬다해도 어른들의 결과와 별로 달라지진 않았을거라고 봅니다.
막상 그렇게 되면 더 어린 유치원생들을 언급할 지도 모르구요..

마늘빵 2007-12-21 15:48   좋아요 0 | URL
어떤 하나의 현상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고, 제가 위에서 서술한 '중학생의 눈'은 그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 히님 말도 맞습니다.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겠죠. 명확한 자기 신념이나 확신이 없다면 주변 사람들의 말에 혹하고 귀를 기울여서 자신의 생각으로 굳히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제게 속삭인 중학생의 경우는 그 아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같은 후보를 지지했던 것이고, 그래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했던거랍니다. 한 사례를 던져놓고 싶었습니다. :) 애들이나 어른이나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겁니다. 그치만 10대들(여기서 10대는 18세이상)에게 투표권을 주는 문제는, 저런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그들 또한 어느 정도 성숙한 머리와 가슴을 가지고 있고,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참여하도록 하는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거에요.

신지 2009-05-08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도 좀 다릅니다. 발달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우선 부모와 선생님의 영향에 강하게 좌우됩니다. 심지어 인간은 20대가 되어서도 자신의 판단 보다는 친구들이나 주변 집단의 영향을, 생각보다, 현저하게 많이 받는답니다.

대학생이어도.. 지금처럼 빡빡한 교육 제도대로라면 사실은, 아직은, 세계를 넓게 보기는 힘든 상황이죠. 우리들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는 많은 경우, 결국 경험해야지만(겪어봐야지만) 알게 되는 것도 있으니까요.

아프락서스님은 아이들의 순수한 점을 강조하셨는데.. 그점은 저도 동감입니다.
어느 초등학교 4학년 짜리가 그러더군요..
"저 아저씨는 왜 자기 얘기는 안하고.. 나올 때마다 다른 사람 얘기만 해?"

스캔들이나 부정, 자신이 아닌..'남의 잘못'은 왜 항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까요?
언론, 미디어, 선거는.. 그런 점을 이용하는 것같습니다.

어른들이라고 해도..알고보면 대중은 항상 수동적입니다.
사실은 영향을 '받는데' 잘 느끼기 어렵죠.
항상 보여주는 것만 보면서도.. 스스로 본다고 착각하는 게 현대사회의 구조라고 생각되어요.

네가티브가 나쁘다는 건 우리들 누구나 다 알고 있는데..
어른들은 언론, 미디어, 정치가 비추는 쪽만 바라봅니다.
하다못해 애들도 남욕만 해서는, 반장선거에서도 이길 수 없다는 걸 아는데 말이죠.


마늘빵 2007-12-21 15:52   좋아요 0 | URL
위에 히님께 드린 댓글을 조금 참고하시고요, 인간관계가 좁고 한정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선생님이나 친구들, 부모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점 인정합니다. 또한 그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도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 인정합니다. 한 사례를 던져놓고 싶었을 뿐이고, 위 논지로서 모든 현상을 일반화시켜 설명할 생각은 없답니다. :)

어른과 아이들이 어떤 외부의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라는 것도 맞습니다. 그래서 언론이 중요하고, 지식인들이 언론을 대상으로 삼아 자꾸 정화시켜려 하는 거겠죠.


신지 2009-05-08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빈말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는 경제를 모른다... 경제학자들이 5년 동안은 절대로 나아질 수 없다고 소리치는데도 불구하고

ㅡ> 남의 판단을 자신의 판단으로 생각하는 거 아닐까요.

경제가 나아진다면 ... 그를 지지한 국민들의 개인적 사정도 더불어 나아질테니 할 말 없다만 풀릴 시기가 되어서 알아서 풀려 사정이 나아진거라면 이명박은 그냥 운이 좋았을 뿐.

ㅡ> 그러니까 이것은 신념이군요...


마늘빵 2007-12-21 15:55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인지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경제의 흐름은 제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들이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 부분은 그들에게 일임한 것입니다. -_- 제겐 그럴만한 능력이 없으므로.

아래 또한 '신념'이라기 보다는 그렇게 될 경우엔 지금의 지지율이 그냥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한 것이라는 말을 하고팠던 겁니다. 신념은 아니죠. -_-

신지 2009-05-08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아프님 글이 하나의 사례를 던진 것일 뿐 일반화 하지 않았다는 점을 오해하진 않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아프님이나 저나 누구나) 아이들의 말조차도 각자 자의적으로(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해석하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2002년 대선이 끝난 후, 열풍과 함께 극적으로 승리한 여당은 곧바로 선거연령을 현행 20세에서 18세로 낮추자고 했습니다. 결국 19세로 낮추었는데 그런건 너무 당리당략적 아닌가, 생각했었거든요.

저는 원래 '선거연령을 낮추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선거연령'에 대한 다른 생각일 뿐입니다.

제가 문제를 삼는 부분은 그게 아니고..


" 앞으로 5년 뒤에 국민들 스스로가 깨닫게 될테지만......빈말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ㅡ>
이것은 누구의 판단인가요? -_-
그리고 " 경제가 나아진다면 ... 이명박은 그냥 운이 좋았을 뿐." 이라는 말도 이해가 잘 안돼요. -_-

마늘빵 2007-12-21 18:01   좋아요 0 | URL
네. 그 아이가 던진 한 마디를 꼬투리 삼아 제가 단상을 펼쳐놨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당이 선거연령을 내리자고 했던 건 당연히 당리당략적인 발상이겠죠. 그런 이유에서라면 반대입니다. 하지만 다른 이유에서라면 찬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펼쳐본거랍니다. :) 같은 이유에서 다른 주장이 나올수도 있고, 다른 주장에서 같은 주장이 나올수도 있으므로 개인이 생각하기 나름이겠죠.

아래 화살표 부분은 제 생각이죠. -_-
음 제가 문장을 어렵게 썼나요? -_-a 경제학자들이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것이 앞으로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다, 라고 판단한다면 이명박이 지금에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 경제대통령이 된 것은, 실제로 경제가 나아진다고 하더라도, 우연의 일치라는 걸 말한거랍니다.

신지 2009-05-08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앞으로 5년 뒤에 국민들 스스로가 깨닫게 될테지만......빈말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ㅡ>

경제는 모른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에게 일임했는데.. 아프님이 어떻게 저렇게 '믿고'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지금 경제적인 여건이나 상황은 많이 안 좋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에게 경제에 대한 기대를 가진 것이고, 그가 잘못하거나 경제가 더 나빠진다면.. 그 부분에 있어서 이명박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못하면 이명박의 책임이고..경제가 나아지면 우연의 일치입니까. ㅠ

(아프님의 의도를 의심하진 않습니다만..저 부분은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

마늘빵 2007-12-21 18:25   좋아요 0 | URL
아 무슨 말인지 이제 알았습니다. -_- 끄덕끄덕.
그러니깐 명박이가 잘해도 그건 그가 잘해서 그렇게 된 것일수도 있고, 우연일수도 있다, 로 보면 -_- 정확할란가요. 원인이 앞에 있을 것 같진 않지만. -_-

신지 2009-05-08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박이가 잘해도 그건 그가 잘해서 그렇게 된 것일수도 있고, 우연일수도 있다, 로 보면 -_- 정확할란가요.

ㅡ>

흠.. 아집이군요.-_- (대통령과 경제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라고 주장하시는 건지..)

알겠습니다. ^^




마늘빵 2007-12-21 18:38   좋아요 0 | URL
-_- 상관이 있으니까 그렇게 말한거에요. 저로선 계속 뭔가 '덜' 이해되고 있는 느낌. 아무래도 제가 이해력이 딸리는 느낌.

"지금 경제적인 여건이나 상황은 많이 안 좋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에게 경제에 대한 기대를 가진 것이고, 그가 잘못하거나 경제가 더 나빠진다면.. 그 부분에 있어서 이명박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요건 당연하고요. 잘 풀렸을 경우를 두 가지 원인으로 본거랍니다. -_-

신지 2009-05-0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프님의 글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기분이 좀 나빴어요.
알라딘 분들은.. 흔히 이명박을 찍은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보취급하거든요. 집값 때문이라는 둥, 어리석게 자기 계급에 반하는 선택을 한다는 둥.. ^^

계급 때문에, 연고, 지역 정서로 투표하는 게 '집단 이기주의'지요.


님의 글에는
어떻게 해서 " 앞으로 5년 뒤에 국민들 스스로가 깨닫게 될테지만......빈말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라고 말씀하시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가 빠져 있습니다.

경제는 모른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에게 일임했다..고 말씀하시니 기가 막혔습니다.^^;

그래서 그것은 단지 신념이라고 말한 겁니다.



계급이나 지역, 내편 니편 파당으로(당파적) 나누어서 의견을 정하고..
그냥 '저 사람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라는 식으로 주장을 하면 글을 읽는 사람은 쉽게 납득할 수가 없는 겁니다.

알라딘에서 인기 있는 장하준도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비판적이지만, 반기업정서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던가요? (흔히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됩니다)

(나중에 깨닫게 될 거라고 하셨는데) 경제를 장담하는 건 부질 없습니다.

잘 몰라서 그런 것도.. 노망든 것도 아니어요. ^^;

지금 정부와 다르게 정책을 하면 결과가 당연히 다르지 않겠어요?
비평준화, 평준화.. 결과가 다를 겁니다.
방만한 공기업과 공무원, 정부를 축소하여 국가의 개입을 줄이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규제를 풀고, 편가르기 하지 않고,
'이념'보다 일에 더 매진한다면..
결과가 다를 거라고 기대하는 겁니다.

지난 5년에 책임을 물은 거 아니겠어요?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책임을 지게 되어 있잖아요. )

누구든 말이나 글을 항상 정확하게만 사용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생각을 아무런 오해없이 전달하기도 어렵구요. 그렇게 이해하겠습니다. :-)



마늘빵 2007-12-21 21:20   좋아요 0 | URL
아 이제 제대로 이해가 됩니다. -_- 그렇다면 '신념'이 맞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바람이기도 하죠. 여기서 사람들이 이명박 욕하고 댓글달며 특별한 자기만의 이유를 달지 않는 것은,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정표현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대선축시'라는 제목으로 쓴 글같잖은 글도 그렇게 보시면 돼요. 다른 분들의 생각까지 제가 전달할 수는 없고. 일단 저는 그렇단 말입니다. 같은 정치성향을 가진 분들이 모여서 토로하는거죠.

"앞으로 5년 뒤에 국민들 스스로가 깨닫게 될테지만......빈말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요 부분에 그 이유가 빠져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거까지 다 쓰면 너무 장황해지고 길어져서. 국가전체로 봤을 때 경제수치가 어떻게 올라가고 내려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치만 이명박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다소 뻥튀기 됐고, 잘못 반영되었다는 생각입니다. 그가 파이를 키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파이를 키운다고 해도 그것이 국민 개개인의 삶 속에 녹아들어가진 않을거라고 생각하고요, 그 이유는 그가 갖고 있는 경제관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신자유주의적 사고고, 모든 분야에 경쟁이 도입되고 속도가 붙게 되면 결국 살아남는건 특별한 소수와 거대 기업 뿐일 겁니다. 지금보다 더더더욱 심해지겠죠. 따라서 5년 뒤에 국민들 개개인이 깨닫게 될 거라는 말을 한거랍니다.

'계급'으로 투표를 하는게 집단이기주의인지는 생각해봐야할 것 같고요, 지금으로선 그게 왜 집단이기주의에 들어가는지는 의문입니다.

신지 2009-05-0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집값 때문이라는 둥, 어리석게 자기 계급에 반하는 선택을 한다는 둥.. ^^
(오히려 계급, 당파, 지역 정서로 투표하는 게 '집단 이기주의' 아닌가요? )

라고 수정합니다.

정신분석학자인 김서영씨는 자신의 저서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에서 그러더군요.
"나는 영화를 정신분석적으로 밖에는 보지 못한다." 고..
자신도 그것이 한계라고 했지만... 저 역시 그것은 조금 슬프다, 고 생각했습니다.

계급이론은 세계를 바라보는 유용한 프레임을 제공하죠. 그런데 이론은 하나의 수단일 뿐입니다. 이념이 우리 삶에 유용한 것이어야지, 우리가 이념에 복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념 때문에 세상을 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것은 아프님 글과는 관계 없는 제 생각이었구요)


2) 저는 님의 글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잘못 표현된 것이거나..
혹은 아프님의 '그런 생각'이 잘 설명되지 않았다고 여겨 .. 조금 의문을 가졌던 것입니다.

성실하게 대화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해가 풀렸습니다. 가볍게 쓰신 글에 엉뚱하게 제 의견을 너무 많이 썼어요.

좋은 밤 되세요. :-)






마늘빵 2007-12-21 21:49   좋아요 0 | URL
아마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과 그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차이는 '모두'와 '어떤'의 차이일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그런 이유로 투표한다, 라는 걸 받아들이는 사람이 '모두'로 해석할 때는 당연 본래의 의미가 확대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안에 자신 또한 포함되므로 기분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해석의 문제인거 같고요.

저 역시 계급에 따라서 - 내오랜꿈님은 '계급'이란 용어는 적절치 않다고 전에 말씀하신거 같은데, 제가 이해하기로는. 혹시 내오랜꿈님 이 글 보시고 아니다 싶으면 지적을. - 한 표 행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결국 자기 '이익'을 고려할 거라면 자신의 처지에 맞는 정책을 내놓는 자에게 투표를 해야한다는 것이죠. 제가 말한 계급과 신지님께서 말씀하신 계급의 의미가 조금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계급임을 말씀드립니다.

저도 처음엔 당황했지만 - 어떤 문제를 제기하는건지 잘 몰라서 - 대화를 통해 오해가 풀렸고, 님의 의견 또한 존중합니다. :) 즐거웠습니다. 꾸벅.
 
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라는 선동적인 메세지는 이 책의 내용과 저자의 메세지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동시에, 인생의 초반부터 삶을 포기한 듯한 무기력한 20대들에게 힘을 준다. 자발적으로 연대해 문제제기하지 못하는 20대들을, 행동하지 못하는 20대들을, 뒤에서 퍽퍽 밀어붙여 올라가게 도와준다. 절망을 보여줌과 동시에 조그마한 희망을 안겨줬지만, 그나마 남은 조그만 희망을 키우는건 그들 스스로의 몫이다.

  나는 매달 88만원보단 많이 벌었지만, 아마 일년동안 번 돈을 평균내면 88만원을 약간 초과할 것이다. 동시에 나는 20대이고, 비정규직이었다. 지금은 백수다. 고학력 백수. '그 누구보다'라고 말할 만큼은 아니지만 비정규직의 설움을 겪었고, 비정규직으로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자존심 상하고 뻑뻑한 일상인지를 알고 있다. 내가 경험한 비정규직은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었는데 다른 비정규직 20대들의 일상은 나보다 심하면 심했지 낫지는 않았을 것이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언론에 오르내려 책을 읽지 않은 이들도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한번쯤 접해봤을 즈음, 주변에 있는 공업고졸, 전문대졸 학력의 두 살 어린 직장인에게 '88만원 세대'가 의미하는 바를 설명해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아이 曰 "에이 그건, 다 20대가 게을러서 그렇지, 예전에는 막노동도 뛰고 이 일 저 일 닥치는대로 다 하면서 살았는데 지금 20대들은 그렇게 안하잖아. 다 찾으면 일은 있어. 고등학교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받는 금액이 딱 88만원 맞긴 한데, 이건 너무 오버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다. 지금의 20대들은 예전보다 눈이 높아졌고, 막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돈과 시간을 좀 더 쏟아서라도 그들이 생각하는 더 나은 직장에 안착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건 주변에 보여지는 작은 모습들을 묘사한 것이고,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 봤을 때 '괜찮은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건 확실하다. 대기업이고 중소기업이고를 떠나서 모든 일반 기업체와 대형 마트들, 그리고 심지어는 대학과 중고등학교에까지 비정규직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현격히 늘어나고 있고, 이 시스템은 '당분간'이 아닌 '지속적'으로 저렴하게 유지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똑같은 일을 시키면서 싸게 부려먹는 셈이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피 터지게 싸우는 현실이다.

  하루가 다르게 프랜차이즈점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얼마전 대학로를 갔다왔는데 딱 하나 있던 그 영화관이 - 비싸서 잘 안가긴 했지만 - 씨지비로 바뀌어있더라. 언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관이고 슈퍼마켓이고 커피전문점이고 모든 것이 싹 다 거대자본에 의해 싹쓸이 되고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스타벅스는 정치적인 이유로 가지 않았지만 이제는 스타벅스에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20대들은 취업을 할래도 해봐야 비정규직이고, 취업 말고 장사를 하려고 해도 망할게 뻔히 보이니 갈 곳이 없다. 20대에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건 매우 무리가 있지만, 20대가 돈을 모아 장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거대자본의 침투를 저지해야 한다.

  내가 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건 내 문제는 아닌데 뭐, 하는 식의 사고방식, 그래도 스타벅스가 맛있는걸 어떡해, 라며 '88만원 세대 이론'의 문제의식에 동감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스타벅스와 커피빈 등을 이용하는 것은 결국 그 영향이 나에게 오지 않으리라는 믿음 때문인데, 당장은 내게 피해가 없을지 몰라도 결국 나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게 되어있다. 우석훈 씨는 이 책에서 20대의 일부분 약 5% 정도는, 소위 말하는 학벌을 갖추고 좋은 직장에 안정적으로 취업하여 재테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들은, 자신들과 다른 딴세상 이야기로 치부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피해는 모두에게 돌아온다고 말한다.

  지금의 386세대들은 당시 민주화 투쟁에 열을 올리며 오늘날의 그나마 민주적인 풍토를 조성하는데 일조했지만, 없는 학벌에 낮은 학점이어도 취업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직장을 골라 잡아 갈 수 있었고, 사회적으로도 그들은 대접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의 20대들이 자신들이 완성한 민주화의 틀을 깨고 있다고 여기고 있고, 따라서 20대들에게 호의적이지 못하다. 4,50대들은 어떤가 하면 그들도 역시 마찬가지로 쉽게 취업했고, 지금은 각 기업의 높은 자리에 앉아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이양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의 20대들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윗 세대들의 배려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것은 너무나 소극적인 대처 방법이다. 그래서 우석훈씨는 토플책을 덮고 짱돌을 들고 일어나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는지 모른다. 비정규직을 갖게 될, 혹은 비정규직에 있는, 혹은 그나마도 못한 젊은 실업자들은, 연대해야 한다. 적어도 같은 처지에 있는 20대가 20대를 배반하는 상황을 연출해선 안 된다. 지금 우리는 비정규직이고 실업자일지 모르지만 함께 뭉치면 살 수 있다. 안정적인 직장에 있는 5%의 다른 20대들을 제외한 나머지 95%의 20대들이 그나마 남은 괜찮은 자리를 자신이 차지하겠다고 발버둥치는건 깊은 구덩이 속에서 서로 나오겠다고 싸우다가 공멸하는 것과 같다.

  연대, 연대 외치지만 사실상 연대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게 없는 현실이다. 기껏해야 거대자본에 저항하면서 소극적인 실천을 할 수 밖에 없다. 거대 자본에 그게 먹히느냐 하면 모든 20대들이 연대해 거부한다면 몰라도, 소수만으로는 끄떡도 하지 않을 것이다. 20대의 주머니를 털기 위한 어떤 기업의 상품을 이들이 연대해서 사주지 않으면 타격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모두가 아닌 소수라면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다. 우석훈씨는 강연회에서 자신이 몇가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지만 일부러 이 책에서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건, 그런 상황에 처한 20대들이 연대해서 머리싸매고 해결해야 할 숙제이지 누군가가 어떻게 하라고 지시해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했다. 

  중요한건 연대다. 같은 처지에 있는 20대들이 뭉쳐서 - 물리적으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라도 - 그들이 할 수 있는 저항을 해야 한다. 거대 자본에, 또 앞선 세대들에 대해서 자신의 몫을 찾아와야한다. 매우 절망적이고 비관적인 20대의 모습이지만 깨고 나가야 한다. 더불어 '88만원 세대'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양심있는 윗 세대들이 그들이 가진 자본과 권력을 (내놓으면 더 좋겠지만) 가지고 최소한 20대들이 숨을 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

 
p.s.

  지금까지 홍세화를 비롯하여 사회의 진보적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은 틈만 있으면 20대들이 책도 안 읽고 생각 없이 산다고 비판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결과적으론 그들의 말이 맞다. 책도 안 읽고 오로지 생각은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에서 비롯된 재테크, 혹은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한 토플 토익 공부, 자격득 취득에만 몰입해있다. 돈 좀 있는 집 아이들은 대학 도서관에 틀어박혀 고시 공부에만 올인한다. 돈 없는 집 아이는 그나마 매달려봐서 안 되면 일찌감치 때려쳐야한다. 시기를 놓쳐 백수가 되지 않도록.  

  하지만 그들의 비판은 이제 절반만 맞다. 이들은 이들이 처한 상황이 그럴 수 밖에 없음을 들어 스스로를 변호할 수 있다. 아씨 상황이 그런걸 어떡해. 너 같으면 먹고 살 길 막막한데 고상하게 헤겔의 <정신현상학> 들고 앉아있겠냐 머리아프게. 대선을 앞둔 시점에 수능점수 상위권 학교 몇몇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명박의 지지율이 제일 높다고 한다. '이해'는 된다. 경제와 효율을 앞세우는 이명박을 지지함으로써 그들은 자신이 머물 자리 하나라도 더 나오길 기대하는 듯 하다. 다 말아먹은 이명박이 정말 경제 대통령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88만원 세대의 문제의식과 지적을 토대로 그들이 스스로를 무조건 감싸고 돌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현실이 이러니 어쩔 수 없다, 는 의식보다는 현실이 이러니 뚫고 나가자, 는 의식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과 지적을 핑계로 그들이 재테크와 토익책에 더 몰입해서는 안 될 것이다. '88만원 세대'는 너희들을 '변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희들이 '함께' 살아나갈 길을 제시해주고 있으니.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12-10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 20대 취업 난의 책임은 지난 10년간 국정을 펼쳤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있습니다.


마늘빵 2007-12-10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님 / 어느 특정 정권에 책임을 떠넘기는건 '정치적'인 견해일 뿐이라 봅니다.

살청님 / 현실은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눈을 뜨면 현실인걸요. -_-

미즈행복 2007-12-11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대하기 전부터 연대에 대한 희망이 없는것 같아요. 연대해서 이겨본 경험이 없고, 그런걸 본 적도 없으니까요. 연대하다가 망하느니 차라리 혼자 앞가림하자는 것 같아 보이는데...
모두가 너무 경제적인 것에 올인하는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물론 경제적인 것을 무시할 수는 절대 없지만, 예전보다 더욱 경제적인 것에만 다들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 같아요.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돈 이외에도 많은데 그건 보지 않고 돈만 보고 있는것 같아요. 전에 누군가와 얘기하다가 '안빈낙도' 를 얘기했더니 제 3자가 옆에 있다가 코웃음을 치더라고요. 돈이 좀 없어도, 브랜드 옷을 입지 않아도, 집이 좀 좁아도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게 더욱 문제가 아닐까요? 피천득씨 수필에도 보면 그런 얘기가 있어요. 집이 좁아서 팔고 옮기려고 했더니 가진 돈과 맞지 않아서 스트레스 받으면서 괜히 이런 일 벌였다고 후회하는 얘기요. 자유를 팔아버렸다고요. -결국 집값의 반은 오랜기간에 걸쳐 상환하는 조건으로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고 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마늘빵 2007-12-11 10:12   좋아요 0 | URL
그쵸. 경험이 없다는게 가장 큰 장벽이에요. 그러니까 다들 꺼려하는 것이고, 해봐야 뭐 되겠어, 라고 생각하는거겠죠. 지금 시대에 안빈낙도는 정말 속세에 미련이 없는 혹은 도통한 사람들에게만 해당하지 않나 싶습니다. 안빈낙도도 돈 많은 사람들의 특권이 되어버린거 같은...
 
한국사회 교육신화 비판
이철호 외 지음 / 메이데이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도서검색창에서  '메이데이'라고 쓰고 클릭하면 대략 출판사의 성향을 알 수 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책 뿐 아니라 읽은 책 중에서도 메이데이 에서 나온 책은 이 책이 유일한 것 같은데, 이렇게 출판사명을 가지고 궁시렁 거리고 있는 건 별다른 딴지를 걸려는게 아니고, 책장을 굳이 열어보지 않아도 어떤 내용을 담아내고 있는지 쉽게 눈치챌 수 있다는 말을 하고파서다. 대략 교육 문제에 관한 여러 주제들에 관해 평소 관심을 갖고 신문이나 뉴스를 꼼꼼히 챙기신 분들에겐 이 책이 필요없다. 진보성향의 단체 소속의 개인에 의해 한 꼭지씩 쓰여져 엮인 대한민국 교육 비판서이기 때문에 여기 담겨있는 주의주장들은 평소 언론에서 대립구조를 이루는 한쪽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가지 걸고 넘어지면 나는 전교조에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다. 평소 사회에 관한 내 생각들을 따라가면 전교조로 연결되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전교조와 또다른 노선을 걷고 있는 교총이 맘에 드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교총은 전교조보다 조금 더 싫다. 전교조는 단지 그보다 아주 조금 덜 싫을 뿐. 아무래도 하나의 '단체' 안에 여러 다양한 의견을 가진 분들이 모이다보니 내부에 진통이 지속되기도 하는데, 그리하여 나오는 주의주장이나 결론은 그다지 동의해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교육 현장에서 흔히 목격되는 비정규직 교원에 대한 태도나 학생을 대하는 태도도 전교조에 소속된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한다. 어쩌면 내가 전교조는 이래야 한다, 라고 감당 못할 기대감을 떠안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한국 교육이 제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 파헤치고(?) 있다. 학교 교육이 평등하고 중립적이다, 라는 세간의 시선은 왜곡된 것이라고 시작하며, 공교육이 부실해서 사교육이 번성하는 것인가, 대학입시제도를 고치면 교육문제가 해결되는가, 교원을 평가하면 교육의 질이 높아지는가, 간판이 품질을 보장하는가, 등등의 아주 민감한 '정치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각각의 글은 여러 사람들이 하나씩 도맡아 작성했다. 필자에 이름 올린 이들은 홍세화씨를 비롯 참교육연구소 소장 이철호, 민노당 정책연구원 송경원, 대안교육연대 사무국장 이치열, 진보교육연구소 사무차장 박유리 등 단체의 이름을 걸고 나온 이들과 교육 현장에 있는 중고등학교 교사들이다.

  머릿글에서 이철호 저자 대표는 "소수의 경쟁력 있는 인재가 육성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수의 학생들이 현 교육제도 아래서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은 영어와 컴퓨터에 능숙한 젊은이들을 많이 육성해낼 수 있을지 모르나, 창조적 지식, 높은 수준의 과학적 지식, 문화적 감성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지식인을 양성해내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 의식에 동의한다. 지금 한국 교육의 문제는 평준화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이다. 사회에서, 기업에서 필요로 한다는 이유로 그들이 해야 할 역할을 국가의 공교육에 떠맡기고, '大學'의 이름을 먹칠하면서 학원화시키고 있다.

  '경쟁'이라는 이름 하에 모든 것은 용납되고, 마치 '경쟁'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양 부추기고 있는 언론과 정치인들에 의해 빈부격차 벌어지듯 학력까지 벌어지고 있다. 잘하는 놈은 잘하는 놈들끼리 묶고, 못하는 놈은 못하는 놈들끼리 묶어서, 잘하는 놈들은 더 잘하게 만들고, 못하는 놈들은 더 못하게 만든다. 여기에 개입하는 게 '자본'이다. 건너들은 어떤 분의 말씀따라 강남에선 초등학생들이 카프카며 니체며 읽고 있고, 강북이나 지방에선 산수와 한글을 배우고 있다. 태어나면서 부모가 가지고 있는 돈의 액수에 따라 맞춤형 교육이 시작되고, 친구들은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타자가 되어간다.

  한국 교육은 결코 평등하지 못하다. 과거에 교육에 있어서 평등은 기회의 평등을 의미했지만 이제 더 이상 기회의 평등은 껍데기만 남았다. 애초 시작이 다른 학생들을 놓고 기회의 평등을 논하고, 경쟁에서 진 아이에게 기회를 똑같이 줬는데 네가 졌으니 어쩔 수 없다, 라고 말하는 건 폭력이다. 이제 기회의 평등은 그 의미가 정정되어야 한다. 기회의 평등을 논하기에 앞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차별'이다.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혜택을 받으며 자란 아이의 문을 더 좁게 만듦으로써 기회의 평등을 논해야 한다.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올 법 하지만, 그 아이가 자라며 누린 혜택부터가 이미 역차별의 시작이었다. 이러한 또다른 역차별을 막기 위해선 사사로이 가진 자본에 의해 이루어지는 차이를 충분히 인위적으로 메꿔줘야 할 것이다.   

  한달 평균 50만원의 비용이 사교육에 지출된다는 기사를 읽었다. 왜 사교육을 멈출 수 없을까. 안보내면 그만인데, 안보낼 수가 없다고 말한다. 왜? 학급의 친구들이, 같은 동네 영희, 쳘수도 다 그만큼의 사교육을 받고 있으니까. 불안해서 불안해서 안보낼 수가 없다. 내 아이만 뒤쳐질까봐. 똑같이라도 따라가기 위해서는 그만의 비용을 매달 지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그들 모두가 함께 멈추면 된다. 그런데 멈추지 않는다. 영희가 학원 가면 철수도 학원 가고 철수가 학원 가면 순이, 갑수, 말자 다 따라 간다. 그래야 보통이라도 유지를 하니까. 사실 시작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우수해지기 위해서, 더 앞서나가기 위해서였는데, 종국엔 모두가 평균이라도 따라가기 위해서 다니고 있다. 비극이다.

  사교육 번성의 원인은 결코 공교육 부실에 있지 않다.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학교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싶어서 생겨난다. 근데 모두가 두각을 드러내고 싶어하다보니 종국엔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우선시 된다. 학교에서 우수해지기 위해서, 그래서 점수를 잘받고 내신을 다지고,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대학에 잘 가기 위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가면 결국은 대학이다. 그런데 그냥 대학이 아니라, 일류대학이다. 이미 고등학교 정원보다 대학 정원 수가 더 많고, 지방의 몇몇 대학들은 망할 위기에 처해있는 판에, 대학에 가려고 그 고생을 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하늘대학을 꿈꾸기 때문이다. 하늘대학 나와서 대접받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 그래서 성공한 인물로 기억되고 싶어서.

  민노당 송경원 정책위원장은 이 책에서 이 짓을 멈추기 위해서 첫째, 일류대 거품을 빼자. 둘째, 60만 명의 희망자에 맞게 일류대 문을 더 열자. 더불어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를 만들자. 나라에 속한 국공립대만이라도 먼저 네트워크를 만들어 함께 뽑고 함께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대학 이상은 평생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고3 마치고 들어가는 코스가 아니라 언제라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나 기업이 노동자의 평생교육을 위해 학습휴가제나 학습비 지원 등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교육을 멈추기 위해서는 공교육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줘야 한다. 저들이 경쟁을 멈출리는 없으므로 경쟁을 멈출 수 있게끔 문을 활짝 열어버리고 같이 뽑고 같이 교육시키는 마인드를 가진다면 어느 정도 해소된다는 것이다. 막연한 꿈이 아니라 모두가 그리하겠다는 합의만 있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방법이다.

  왜 부모는 자식을 남들보다 더 뛰어나게 만들고 싶어할까. 잘 살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럼 잘 사는게 뭔데? 특목고와 일류대학과 대기업이 잘 삶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버리자. 돈 많이 벌고 풍족하게 살면 그걸로 충분할까. 왜 스스로의 몸만 살찌우려 하고 영혼을 돌보지 않는가. 결국 부모가 꿈꾸고, 아이들이 꿈꾸는 것은, '행복'이라 할 수 있을텐데, 정말 그것들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걸까. 부모가 자식이고 교사고 기타 등등 동일한 공동체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 미친 짓을 멈추고, 생각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들을 통해 내가 이루고자하는 것은 또 무엇이고, 또 무엇이고, 또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부모의 욕심에 의해서, 혹은 부모가 주입한, 사회가 주입한 대로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있진 않을까,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건 아닐까, 를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은 공교육과 사교육의 문제, 평준화의 문제 뿐 아니라 교원평가, 학벌사회, 대학선발, 대안교육, 조기영어교육, 자립형사립고, 로스쿨, 구조조정 등에 대해서도 다룬다. 우리가 각각의 커다란 주제들을 살펴보며 생각해야 할 것은, 이런 복잡한 제도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다. 하지만 이 책엔 그런 근본적 물음은 들어있지 않다. 그보다는 언론에서 다루어지는 맥락에 대해, 또 그들이 가진 정치적 교리에 따라 각 주제를 살펴보고 있다. 틀렸다고 말하고픈 것이 아니다. 나는 대략 여기 쓰여져있는 주장에 대해 90%는 동의한다. 10%를 뺀 것은 근본적으로 더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미리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바탕에 두고서 작성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정치적 맥락을 치고서 시작했다면 더 좋은 생각들이 많이 나올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든다. 

p.s. 진보교육연구소, 범국민교육연대, 참교육연구소 등이 전교조와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는 사실 모른다. 앞에서 전교조를 이야기한 것은, 느끼기에 전교조의 주의주장과 여기 거론된 단체들의 대표로 나온 이들의 주의주장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여서이다. 사실상 관련 없는 단체들을 임의로 엮어 개인적 견해를 드러낸데서 오해가 빚어진다면 그건 전적으로 나의 잘못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urnleft 2007-12-07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총은 전교조보다 조금 더 싫다. 전교조는 단지 그보다 아주 조금 더 싫을 뿐."
어느 쪽이 더 싫다는 겁니까 -_-;

마늘빵 2007-12-07 09:10   좋아요 0 | URL
-_- 흐음. 이래서 쓰고나면 한번은 읽어봐야해. 수정하겠습니다. 리을 하나의 차이가 크군요.

미즈행복 2007-12-08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기 전교조와 지금의 전교조는 차이가 많지요. 초기에는 정말 열혈분자(?)들의 집합이었으나 이제는 특별한 생각없이 가입해요. 세 늘리기죠. 전교조 사람들도 '교총보다는 낫지 않냐, 그냥 한달에 만원 회비 내는거 아깝지 않으면 좀 들어달라'고 말하면서 회원을 모집하니까요. 아무래도 사람이 많아지면 순수한 열정은 희석되기 마련일테니까요.

마늘빵 2007-12-09 00:40   좋아요 0 | URL
큰 조직이다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있겠죠. 그 안에서도 각기 다른 생각으로 갈등이 있을테고. 교총도 마찬가지겠죠. 조직이 커지면 어쩔 수 없나봐요. 그 안에서 자정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