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다 끝난 마당에 이런 말해서 뭣하랴만, 내 홈피에 자주 들러 글을 남기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 하나가 이런 말을 했다. "결국 기호6번 문국현은 10대들의 대통령이었던건가요. 실제로 투표권 없는 10대들은 문국현 지지층이 꽤 많다던데요." 자기 뿐 아니라 주변의 친구들, 더불어 멀리 있는 다른 10대들이 지지했던 대선 후보는 문국현이었다는 말.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왜 10대들 틈에서 문국현이 지지를 받고, 왜 투표권이 있는 어른들에게서 지지받지 못하는지 대략 짐작은 간다.
아직 때가 덜 묻은 10대들이 바라보는 대선 후보와 자기주장있고 고집이 강한 세상에 찌든 어른들이 바라보는 대선 후보는 이렇게 다르다. 이명박이 사상 최대의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팔다리에 힘이 쭉 빠지긴 했지만, 그래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 는 생각은 든다. 개개인의 경제사정이 안좋아지고, 20대는 취업을 못해 허덕이고 있는 현실에서, 경제대통령이라는 그럴듯한 구호를 내세우며 여론몰이에 성공한 이명박은, 그 본질과는 별개로, 구호만으로 국민들을 충분히 자극해줬다.
본질은 앞으로 5년 뒤에 국민들 스스로가 깨닫게 될테지만, 지금으로서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건 오로지 경제를 살리고, 기업투자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말 뿐. 그 말만으로 뭔가가 이뤄지는거 같고, 내 경제사정이 나아지는거 같고, 취업문이 활짝 열릴 것 같겠지만, 빈말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는 경제를 모른다. 그래서 거시적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경제가 어떤 곡선을 그리고 있고, 언제쯤 자연스럽게 상승할지는 예측 불가하다. 경제학자들이 5년 동안은 절대로 나아질 수 없다고 소리치는데도 불구하고 경제가 나아진다면 그를 지지한 국민들의 개인적 사정도 더불어 나아질테니 할 말 없다만 풀릴 시기가 되어서 알아서 풀려 사정이 나아진거라면 이명박은 그냥 운이 좋았을 뿐.
10대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 일반화시키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 문국현이라는 사실은, 지금껏 나온 정치인들과는 다른 신선함과 깨끗함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고, 그들이 바라는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경제대국이 되기 보다는,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이 5위 안에 링크되기보다는, 자기네 집 평수가 넓어지기보다는, 도덕적이고 깨끗한 대한민국이 되었음 하는 그네들의 바람을 말해주는건 아닐까. 부패와 비리가 없고, 자신의 양심에 의해 깨끗이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을 원하고, 그런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는건 아닐까. 이런 10대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말자고?
한때 나는 10대에게 투표권을 줘봐야 그네들의 부모님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시키는대로 투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고 생각했다. 그치만 그건 내가 10대들을 너무 낮게 평가한 탓이었다. 그들도 충분히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있고,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알지 못할지라도 그들이 바라는 대한민국의 이상은 있다.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살아가는 그들에게도, 그들이 바라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일조할 권리가 있다. 자신의 이익을 계산해서 한 표를 행사하는 어른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당신들보다 크게, 당신들보다 멀리, 바라보는 10대에게 부끄러워 해야한다.
p.s. 제 일상의 한 부분을 떼어다 짧은 생각을 펼친 것을 확대해석해선 곤란합니다. 모든 10대들이 문국현을 지지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보다는 문국현을 지지하는 중학생을 빌어 하고픈말을 했을 뿐. 주변의 이야기를 떼어다 생각을 줄줄이 엮은 것에 불과하므로, 이걸 현 상황을 한 눈에 바라보는 칼럼쯤으로 해석하면 매우 곤란해요. -_- 하고픈 말이 어디까지인지 의도만 잡아내서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글 뿐 아니라 제가 올리는 대개의 글들이 다 그렇습니다. 굳이 부제를 달자면, '주변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