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묘한 것 하나. 태안 기름 유출 사고가 난지 한참 지났는데 왜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다뤄주지 않는거지. -_- 또 삼성이 언론에 돈먹여서 그런건가. 모든 신문과 방송에는 태안 자원봉사에 대한 내용만 수두룩 하고 삼성 얘기는 쏙 빠져있다. 삼성중공업 크레인이 부딪혀서 사고내고 기름 콸콸 흘렸으니 얘네가 책임을 져야할텐데, 삼성은 조용하다. 어떻게 된게. 자원봉사자 30만명인가 나와서 일본해안이 금방 복구되었다는 일본의 예를 삼아 기업이고 학교고 관공서고 자원봉사를 독려하는 모습만 보일 뿐 일 저지른 삼성에 대한 분노는 찾아볼 수가 없다. 왜 그럴까나.
"사고를 일으킨 삼성중공업이 책임지는 액수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최원경 애널리스트는 "도의적 책임은 인정할 수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삼성화재에 선박보험 360억원과 선주배상 책임보험 500만 달러의 보험 계약을 맺고 있어 배상액은 삼성화재가 부담하게 된다. 또한 삼성화재 역시 선박보험의 85%를 해외 재보험으로 넘기고 배상책임의 경우에도 90%를 해외 재보험으로 넘긴 것으로 알려져 손실액은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 중략 ... 특히 삼성중공업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되레 '쏠쏠한 재미'를 볼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지역 등에서 단일 선체 유조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중 선체 수주 물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 대기업이 '보험'만 믿고 태안 주민들의 고통을 계속 '나 몰라라'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시사IN 14호)
일 저질러놓고 손해를 보기는커녕 오히려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니. 그런데도 서해안이 저 지경이 되고 주민들 일년농사(?) 다 날아가버렸는데 아무런 '사과말씀'도 안하시고 얌전히 사태만 지켜보고 보험으로 처리하겠다? 혹시 물밀듯 밀려드는 자원봉사자들 중에 삼성에서 '지시'해서 오게 된 사람들(삼성직원)이 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만약 있다 하더라도 그 정도만으로 어떻게 덮을 생각이라면 국민을 우습게 봤다. 태안에서는 고무장갑이고, 흡착포고, 이거저거 모자라서 난리인데, 뒷짐지고 서서 전혀 지원도 안하고 있다. 최소한의 양심조차 없는 기업같으니라고. 모든 물자가 모자라고 기름 빨아들이는 전문기계(?)도 턱없이 부족하다는데 쟤들은 뭐하고 있는건지.
태안 주민들에 대한 보상뿐 아니라 엎질러놓은 기름 흡수하는 것도 당연한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나몰라라 하고 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도대체 뭐하려고. 하는 꼬라지가 영 마음에 안든다. 지난번 철학자 김상봉, 홍윤기를 비롯 300여명이 서명한 '토삼성격문'에 동참해 삼성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어 더이상 나로서는 쟤들에 대한 분노를 표현할 방법이 없다. 온갖 좋은 이미지로 잔뜩 포장된 광고를 내보내며 생활 곳곳에 침투하고, 정작 가까이에서 책임져야 할 일에는 누구세요, 하고 있으니 어찌 화나지 않으리. 책임규명하던 경찰이며 검찰은 뭐하는지 서로 떠밀고 앉았고. 그리 삼성이 무섭더냐. 에라이 썩을 것들.
순진하고 착한 국민들만 자원봉사로 고생하는구나. 언론도 자원봉사 독려를 그만두라. 요새는 연예인도 자원봉사 안하면 욕먹는 추세라던데 - 무한도전 멤버들이 가려고 했다가 무슨 사정으로 못갔다고 들었는데 욕먹는다더라, 라인업은 갔는데 - 상황이 아주 요상하게 돌아간다. 정작 책임져야 할 녀석들은 뒤로 빠져서서 어떻게 하면 요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하고 앉았고, 국민들은 너나없이 자원봉사에 열을 올리고 있고. 어느 대학에서는 학교 차원에서 자원봉사 지원을 받아 버스대절해서 내려가더라. 신문이고 방송이고 카메라를 태안 앞바다가 아니라 삼성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화면을 딱 절반으로 나누어 왼쪽엔 태안 앞바다, 오른쪽엔 삼성을 비춰주면 아주 딱이겠구나.
p.s.
잘못 읽으시는 분들이 있는거 같아서, 보충 설명을 해야겠습니다. 저는 '개인의 양심'을 중요시하며, 때로 이건 '개인'과 '양심'으로 따로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위 글 중 "삼성에서 '지시'해서 오게 된 사람들(삼성직원)이 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라는 부분을 오해하셔서 '삼성직원'을 괄호에 넣었습니다. 삼성이 그곳에 봉사하러 가는 국민들을 지시하고 사주해서 비자발적으로 그들이 갔다고 해석해선 곤란합니다. 이건 말도 안 되는거고요, '지시'의 대상이 있다하더라도 그건 '삼성의 직원'이 그 대상이 될 뿐이지, 일반 국민이 대상이 될 순 없습니다. 더불어 한 가지 더. 삼성 직원 중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있을테지만, 그들의 자발성이 삼성의 과오를 가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추가로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