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녀석이 죽었다.
내가 철학과로 전과하고 졸업 후 친하게 지내던 아이인데 근 1년을 못봤더랬다.
그제 새벽.
싸이에 남겨진 비밀방명록의 짧은 글은... 내 가슴을 할퀴고 지나갔다.
매번 보자 보자 하면서 미루고 미룬 것이 일년이 넘었더랬다.
9월 30일에도 그녀와 함께 만나던 다른 동기녀석의 홈피에 나는 그렇게 글을 남겼다.
조만간 00랑 같이 보자꾸나. 라고. 그런데... 그 아이가 죽었다.
사고인줄 알았지만 자살이었다. 약을 먹었다고. 그 동안 난 뭘 했는데...
미안하단 말은 이제 소용 없다. 죽은지 3일 뒤에야 가까스로 소식을 접한 나는 너를 위해 할 말이 없다.
가슴이 아프다.
졸업 후 가장 가까이 지내던 몇 안되는 친구 중 한 명이었다.
작년 이 맘때 내게 전화해 고민을 털어놓고 울기도 했던 너였다.
철학을 전공했고, 지극히 철학적인 아이였지만, 철학에 실망했다며 대뜸 서울대 자연대로 편입했던 너였다.
네가 원하는 길을 찾아 공부하며 잘 지내고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접한 너의 마지막 소식은 죽음이다.
그 날 아침 발인한다는 쪽지를 뒤늦게 보고 나는 울고 싶었다. 갈 수 없기에. 마지막으로 볼 수 없기에.
뜨거운 불에 몸을 태우고 한 줌 재가 되어 뿌려진 너는 이제 없다.
너와 대학로 성균관대 안에서 엽기사진을 찍었던 때가,
너와 종로에서 영화를 보고 커피숍에 앉아 재밌게 수다떨던 때가,
너와 마주 앉아 스파게티를 휘휘 감아 먹던 때가,
.......
그립다. 너무 그립다.
무엇이 널 그렇게 힘들게 했는지 난 모른다.
네가 죽음을 택한 이유를 난 모른다.
연락이 없던 일년 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난 모른다.
친구랍시고 연락도 없던 내가 미웠을테지. 그렇게 힘들어하는 동안 왜 전화 한번 안했는지.
홈페이지에 남겨진 너의 사진과 글들,
네 글을 읽을 때마다 참 신선했다. 넌 신기한 아이라 생각했다.
이제 너의 장난질도, 엉뚱한 행동도, 신선한 글도 볼 수 없다.
핸드폰에 등록된 주인 없는 전화번호는 지우지 않으련다. 그렇게라도 널 보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거. 잘 가. 좋은 곳으로. 네가 원하는 곳으로.
별나라 공주 율 안녕.
속시원히 울고 싶다. 그런데 잘 안된다. 너무 바빠서.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여기 남아있는 나는 너무 할 일이 많아서. 너를 생각하며 떠올리며 울고프지만 잘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