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해당 페이퍼가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한다면 몰라도, 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내겐 더 이상해보인다. 적어도 야하다거나 포르노라고 말하려면, 보고서 뭔가 좀 꿈틀거리거나 속된 말로 꼴려야하는데 한번도 이런 적이 없다. 참고로 나는 지극히 건강한 20대 청년이고, 성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스스로 평균치보다 민감하다 생각하고 있다. 이는 내가 봤을 때 아무렇지 않으니 해당 페이퍼가 문제 없다는 말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말하고픈게다. 상대성에 촛점을 맞추어주시면 고맙겠다.
어떤 이는 티비 연예 프로그램에 나오는, 겹겹이 옷을 입긴했지만 이쁘고 잘 빠진 몸매의 여자분만 봐도 꿈틀거릴 수 있고, 어떤 이는 눈 앞에서 실제로 남자 혹은 여자가 벌거벗고 야릇한 포즈를 취해주지 않는한은 꿈틀거리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는 눈앞에서 다 벗겨놓기보다 적당히 노출하고 옷을 입은 상태에서만 반응을 보일 수도 있고, 어떤 이는 포즈가 야하거나 몸매가 착하거나 얼굴이 이쁘거나 하지 않아도 벗겨놓기만 해도 야하다고 난리법석을 떨 수도 있다. 그러니, 어떤 글이나 사진이나 영상이 야하다고 말할 수 있는건, 개개인이 자극을 수용하고 반응하는 정도의 문제 혹은 취향의 문제라 볼 수 있다. 다 벗겨놨다고 해서, 노골적인 단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야한 것도 아니고, 돌려 돌려 빙빙 둘러 말하고 비유적인 표현을 썼다거나 어깨나 쇄골 정도만 드러낸 사진을 올렸다고 해서 야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전적으로 문제의 페이퍼를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특정한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느낌과 취향의 문제를 가지고, 이건 잘못되었다, 그러니 이제부터 그런 페이퍼 쓰지말아라, 라고 말하는건 발언의 정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에서 이런 글을 작성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페이퍼가 싫다거나 내 취향이 아니다, 라고 말할 순 있어도, 이제부터 쓰지말아라 라고 강요하는건 폭력이다. 내 취향이 아니고 나는 싫지만 누군가 상대방에게 못하도록 강요한다면, 취향이 다르고 해당 서재나 서재인이 싫다하더라도, 쓸 권리에 대해서는 옹호해줘야한다. '싫음'이나 '취향아님'으로부터 '잘못되었음'을 이끌어내서는 안된다.
만약 어떤 이쁘고 늘씬한 여성분이 어떤 페이퍼를 작성하다 자신의 사진을 살짝 보였을 때, 누군가는 그 사진을 보고 불끈했을수도 있고, 심지어 혼자만의 '은밀한 손장난'을 즐길 수도 있다. 그냥 따스한 봄에 회사 앞 화단에서 찍은 지극히 평범한 사진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이 멀쩡한 평범한 사진을 통해 누군가가 신체적 자극을 받는다고 해서 올려선 안되는가 생각해보면 그건 또 아닌데 하는 답이 나온다. 결코 특수한 경우가 아니다. 주변 누군가의 실제 사례를 말하고 있는 것이고, 서로들 은밀한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꺼내지 않아서 그렇지, 알고보면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를 자극하는 자기만의 여러가지 성적코드를 가지고 있다.
내 취향이 아니라고 해서, 혹은 해당 서재인이 그냥 싫다고 해서, 페이퍼를 작성치 못하게 하거나, 그가 잘못했다고 보는건 부당하다. 이 공간에서 누군가가 나를, 내가 알고 있는 바나 생각의 깊이에 비해 오지랖 넓고 말이 많다하여 싫어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같은 페이퍼를 작성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순 없는 것과 같다. (실제로 그렇게 말씀하신 분은 아직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그렇다는 말.) 포르노냐 아니냐, 야하냐 야하지 않느냐, 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도 없을 뿐더러, 이 공간에서조차도 의견이 갈리는 듯하니 포르노라 전제를 깔고 보지는 말자. 타인에게 명백히 해가 되는 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쓰지말라 강요하는건 너무하지 않은가.
* 포르노의 정의와 기준에 관해서는 아래 글은 참고로 읽어보시길 권유합니다. 본인을 즐겨찾는 다른 서재에 브리핑되지 않도록 해놓으신지라 스스로를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으시는거 같은데, 혹시라도 아래 링크를 걸어놓은 것이 이 분께 실례가 된다면 '별표글'과 링크는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포르노의 기준에 관한 짧지 않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