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네이버 뉴스에 이런 기사가 떴다. 15살 여학생이 45살인가 하는 여교사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폭행했다고. 시작은 여교사가 급식지도를 하면서 여학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뒤로 가서 서있으라고 한 듯 한데, 이에 불만을 품은 여학생이 뒤돌아선 여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때렸다는 것이다. 현장에 있어봐야 진실여부를 알 수 있겠지만 이같은 기사가 하루에 한건씩 뉴스에 뜨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반대로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자위행위를 했다는 등 문제있는 교사에 대한 기사들도 가끔씩 뜨곤 한다. 어느 집단이건 꼴볼견은 존재하고, 그 배경이 학교와 교실이 되었다고 해서 예외는 될 수 없다.
뉴스로만 보고 듣던 사건이 내가 근무하는 그곳에서 벌어졌다. 학교에 경찰이 들이닥친 것이다. 나는 당시 수업 중이었던지라 옆반에 있던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는데, 3학년 여학생 하나가 수업중에 선생님을 향해 글로 담아내지 못할 욕을 퍼붓고 깽판쳤다는 것이다. 두 시간에 걸쳐서. 앞 시간엔 욕을 하고, 뒷시간엔 욕과 더불어 선생님을 향해 의자를 집어던졌다고 한다. 그리곤 경찰에 신고해서 선생님을 데려가라고 했나보다. 작년부터 좀 문제있는 아이다 싶어 말이 많았다. 어르고 달래서 학교에 문제 없이 잘 다니도록 했는데 결국은 한 건 했다. 시작은 역시 꾸지람이었다. 수업태도의 문제를 지적한 듯 한데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이 학교와서 많이 느끼는 바지만 대개의 많은 아이들이 일단 기분이 나쁘면 자신이 잘못했건 안했건 간에 나를 기분 나쁘게 만든 그 사람이 먼저 잘못한 것으로 간주하고 들어간다. 잘못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적해주면 머리로는 받아들일지 몰라도 마음으로 받아들이진 않는다.
이건 오늘 내게 있었던 사건이었다. 2학년 한 남학생이 내 수업 때마다 환타지 소설을 보길래 오늘은 미리 빼앗고 시간이 끝나면 주겠노라 했다. 그랬더니 이때부터 억지를 쓰기 시작하는데 보다 걸리면 일주일 압수이고, 지금 빼앗고 주면 한시간만 못보는 것이다, 라고 말하며 설득을 했고, 설득이 먹혔다. 이런걸 설득해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겹다. 어쨌든 수업이 끝났고 나는 수행평가와 관련해 앞에 나온 다른 학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지우개 조가리가 여러개 날아왔다. 맨 앞에 앉은 그 녀석이 저쪽에서 지우개를 뜯어내 던지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왜 그러냐, 그랬더니 자기가 계속 불러 책을 달라고 했는데 보지 않았다고 내 시선을 끌기 위해 지우개를 던졌다는 것이다. 순간 당황을 넘어서 황당했지만. 옆에 있는 여학생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선생님 얘 아까부터 선생님 불렀어요. 진짜에요. -_-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리.
하나 더. 3학년 한 여학생이 수업 시간에 핸폰으로 게임을 하길래 집어넣으라 말했다. 하지만 바로 꺼내어 다시 게임을 하기 시작했고, 초반엔 못본척 했지만 계속 하고 있길래 애초 말했던대로 압수하고 7일 후 돌려준다 했다. 달라 달라 계속 떼를 쓰다가 결국 나를 쫓아와 왜 안주냐고, 그럼 날짜라도 줄여달라고 화를 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_- 어휴. 당연히 수업시간에 핸드폰은 안되고, 더군다나 시작할 때 지적해서 넣으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꺼내어 게임을 했으니 당연히 잘못한거 아니냐, 했지만 막무가내다. 자기자신만 빼앗겨서 기분 나쁘고 잘못한건 생각지 않는게다.
정말 기본이 안된 사례들을 매일매일 경험한다. 나름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배려한다고 이거저거 다 봐주고 최대한 존중해줬더니 돌아오는건 더 큰 요구다. 내 교육철학이 잘못되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집에 돌아와 패닉상태에서 케이블 티비를 돌리며 멍하니 <공공의 적2>를 봤는데, 강철중 검사가 이런 말을 하더라. "우리가 개냐. 개들 그러잖아. (조용히) 저리가, 그러면 좋다고 따라오고, (무섭게) 이리와! 그러면 도망가고." 여지껏 (조용히) 이리와 그랬는데, 새학기가 시작되면 (무섭게) 이리와! 해야될까보다. 결국 아이들이 기본을 지키는건 그나마 무서운 선생님 앞에서니까. 공맹의 덕치보다는 한비자의 법치가 더 끌리는 요즘이다.
*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앞에 있던 선생님께서 본인의 경험을 말씀하시더라. 어떤애가 계속 자신을 부르길래 가봤더니 그 학생이 떨어뜨린 프린트를 주워달라는 거였다고. 왜 불렀는데 빨리 안오고 안주워주냐고 따졌다고. 할 말을 잃었단다. 듣고 있는 나도 숨이 막힌다. 거의 매일 나눠준 프린트가 내 앞에 떨어지면 주워다가 주곤 했는데 어떤 녀석은 두 손으로 받으며 고맙습니다, 그러고 대개의 아이들은 아무 말 없으며, 적지 않은 아이들이 저 같은 반응을 보이니까. 선생님들이 강남지역으로만 가길 원한다는 기사를 봤을 때 속으로 그 분들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는데 이제는 고개를 끄덕인다. 좀 더 나은 근무환경이란 교사들에게 공부는 못해도 기본은 최소한 지킬 줄 아는 아이들이 있는 곳이다. 많은 분들이 강남지역 아이들은 최소한 그건 되어있다고 느끼는 듯 하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 학교 내에서 체벌을 금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일인지 의문이 든다. 예전엔 교단에 서면 절대 매는 들지 말아야지 했는데, 대화와 설득이 먹히지 않고 모든 것을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자신에 대한 억압으로 받아들이는 '다수' 의 학생들을 대함에 있어 더 이상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모두 동원해봤지만 먹히지 않았다. 마지막에 남은 것은 매 인데, 몇 차례 가볍게 한 두대 때려본 바로는 효과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는데 일단 선생님과 수업시간을 싫어하게 되고 공부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이다. (하긴 공부로부터 먼 건 원래 그런 아이들이니 크게 달라지는건 아니다. 다만 공부를 가까이 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 문제다.) 수업시간에 별 탈 없이 딴짓을 하든 뭘하든 조용히 시킬 수는 있지만 그 학생이 공부하도록 하는 욕구로부터는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즉 그저 무서워서 조용히 있을 뿐이지 자기가 잘못을 했기 때문에 뉘우치고 조용히 있는건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 매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다만.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문제있는 소수를 조용히 시킬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