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조선인 > Turner "황금가지'
황금가지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지음, 이용대 옮김 / 한겨레출판 / 2003년 1월
구판절판


그러나 저승의 땅, 그 무서운 어둠과 죽음의 영토를
끔찍한 지옥의 강을 두 번 건너
검은 지옥의 심연을 두 번 헤쳐서
그대가 지나가고자 한다면
먼저 내 충고를 듣고 나서 안전하게 가도록 하라.
황금가지가 달린 거대한 나무 하나가
지옥의 강을 다스리는 조브 신이 왕비에게 바친
숲으로 둘러싸인 계곡에서 자라고 있다.
그 나무줄기에서 꽃핀 황금가지를 잘라내기까지는
어떤 유한한 존재도 그녀의 저승세계를 엿볼 수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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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6-07-03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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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영화 ‘페이스 오프’를 현실화했다고 해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끈 얼굴 이식수술에 대한 보고가 권위적인 영국 의학 저널인 ‘랜싯(Lancet)’ 4일자에 실렸다. 수술팀의 보고와 함께 실은 코멘트(해설기사)에서 독일 키엘대의 파트릭 바른케 박사는 “안면 재건술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베르나르 드보셸(아미앵병원) 박사팀은 추가로 얼굴 이식 수술을 실시할 계획이고, 영국 로열 프리 병원 피터 버틀러 박사팀은 얼굴 전체를 이식하는 수술을 하기 위해 신청자 29명 중 4~5명을 선정하는 등 얼굴 이식이 신장이나 각막 이식처럼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얼굴을 이식받은 환자가 겪을 정체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혈관 근육 신경 등 통째로 이식

세계적 주목을 받은 얼굴이식 환자는 프랑스의 38세 여성인 이자벨 디누아르. 그는 지난해 5월 신경안정제를 과다 복용한 후 쓰러진 상태에서 개에게 얼굴을 물어 뜯겼다. 이후 지난해 11월 동갑의 뇌사자 여성으로부터 코, 입술, 턱 등 얼굴 아랫부분을 이식받았다.

이자벨을 수술한 베르나르 드보셸(아미앵병원) 박사와 장 미셸 뒤베르나르(에두아르 에리보 병원) 박사는 랜싯에 보고한 논문에서 “수술 후 4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환자의 외모, 감각, 수용정도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환자 자신의 엉덩이 등에서 이식을 하는 기존 방법보다 월등히 나은 성과를 보여준다는 의미다.

드보셸 박사팀의 수술법은 얼굴의 복잡한 조직을 통째로 갖다 붙인 것이다. 영화 ‘페이스 오프’에서는 마치 과일 껍질을 벗겨내듯 얼굴 피부만 살짝 벗겨내 옮겨 붙이지만 실제 얼굴은 수많은 근육과 중요한 신경이 지난다. 이자벨의 수술은 얼굴 양쪽의 동맥과 정맥을 이어 붙이고, 코와 입 안쪽의 점막을 재건하고, 미세한 신경을 잇고, 턱 위에 운동신경과 근육을 붙인 뒤 피부를 덮는 복잡한 5시간의 수술이었다.

이처럼 기증자로부터 얼굴 조직을 적출해 이식하면 환자 자신이 조직을 떼어야 하는 부담은 없지만 평생 면역거부반응의 짐을 져야 한다. 이자벨은 다른 장기이식에서처럼 면역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하는 기증자로부터 얼굴을 기증받았지만 면역억제제를 처방받고 기증자의 골수세포도 이식했다.

이자벨은 수술 후 1주일만에 음식을 먹고, 말하는 속도가 빨라졌으며, 이식부위로 근육수축이 전달되는 정도로 급속히 이식에 적응했다. 지난해 2월 언론에 모습을 공개했을 때에도 이자벨과 수술팀은 입을 완전히 닫을 수는 없지만 모든 기능이 회복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수많은 근육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입 주위의 근육은 쉽게 회복되지 않아 물리치료가 진행중이다.





●정체성 회복은 남은 문제

하지만 얼굴 이식은 먹고 말하고 웃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랜싯은 의학적 보고와 함께 윤리적 문제에 대한 해설을 나란히 실어 “얼굴 이식은 정체성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영화 ‘페이스 오프’에서 얼굴이 바뀐 주인공들은 사회적 관계와 지위, 결국 인생 자체가 뒤바뀌어버렸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런 문제는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1952년 최초의 생체 신장 이식, 1967년 최초의 심장 이식이 행해진 뒤 장기이식은 장기 매매처럼 기증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윤리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얼굴이식은 이식받은 사람에게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리적 문제에 대한 해설을 쓴 토마스 프라도(프랑스 소르본대 철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손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의사소통을 하고 인간관계를 맺는 중요한 수단이며, 얼굴은 더 직접적으로 사람의 정체성과 관련되는 부위”라며 “얼굴과 같은 보이는 부위의 이식은 기능적 회복뿐 아니라 정체성 재정립에 성공했을 때만이 수술에 대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1998년 다른 사람의 손을 이식받은 뉴질랜드인 클린트 핼럼은 이식받은 손을 자기가 아닌 남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참지 못한 채 면역억제제 투여를 중지해버렸다. 그는 거부반응을 일으켰고 결국 다시 손을 잘라달라고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얼굴 이식이 오히려 손 이식보다 극복하기 쉬울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손은 환자가 매일 봐야 하지만, 얼굴을 거울을 봐야만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지금까지 이자벨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미 2월에 공개석상에 얼굴을 드러낼 정도로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의 수술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다는 조건으로 그는 12억원의 계약금을 받기도 했다. 자살을 하려고 신경안정제를 과다 복용했던 미혼모 이자벨은 새 얼굴과 함께 말 그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얼굴 이식은 단순히 피부만이 아니라 혈관, 신경, 근육 등 복잡한 조직을 연결하고 붙이는 수술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안면기형환자나, 화상으로 얼굴에 큰 부상을 입은 환자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 얼굴 기형이나 부상은 감내하기 힘든 큰 상처인 듯 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교통사고 때문에 얼굴에 큰 화상을 입은 여대생의 자서전적 산문집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막내 이모가 크게 화상을 입어서 생명의 위험할 정도였었다. 다행히 얼굴은 크게 화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온 몸과 목까지 아직도 큰 흉터가 남아있다. 그게 이모가 대학생 때였다. 언제나 외할머니, 할아버지가 미스코리아감이라고 했을 정도이고, 막내딸이라서 듬뿍 사랑을 받으며 자랐을 막내이모인데..

어렸을 때는 누나처럼 나랑 함께 많이 놀아준 쾌활한 분. 지금은 결혼해서 아들도 두 명이나 낳고 했지만, 그 화상을 생각하면 아직도 몸서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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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중국계 프랑스 작가, 샨사

오늘자 조간신문들의 문학란은 대부분 중국계 프랑스 작가 샨사의 방한기사로 채워져 있다.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방한소식을 기사를 통해 처음 접하고 나는 두번 놀랐다. 나이가 나보다 많이 어리다는 사실에 한번 놀랐고, 그럼에도 외모는 나이가 더 들어보인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랐다. '놀랐다'고 적었지만 그냥 '의외였다'고 해야 맞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의외인 것은 이 '중국 여성'이 불어를 배운 지 4년만에 쓰기 시작한 소설들로 프랑스 문단을 뒤흔들고 있다는 사실. 이게 사실은 가장 '놀라운' 일이다! 비록 당분간은 그녀의 소설을 읽을 일이 없을 듯하지만, 안면 정도는 터둔다는 의미에서 관련기사 몇 편을 옮겨둔다(일부 중복되는 내용은 조정했다).   

세계일보(06. 07. 03) "천안문 사태가 내 인생 전환점"

-감각적인 문체와 진중한 서사로 국내에도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한 중국계 프랑스 작가 샨사(34·사진)가 지난 1일 ‘현대문학’ 초청으로 방한했다. 1972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천안문사태를 겪은 후 17세에 파리로 건너가 불어를 배운 지 불과 4년 만에 불어 소설을 집필, <천안문> <바둑 두는 여자> <측천무후> 등을 잇달아 펴내면서 프랑스 고교생들이 선정하는 ‘공쿠르 데 리세앙’상 수상을 비롯해 뜨거운 호응을 얻어낸 작가. 입국 당일 기자와 만난 작가는 일본에서 다양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난 직후여서인지 다소 피로한 듯했지만 맑은 눈동자에 빛나는 투지를 담고 있었다.

 

 

 



―불어로 쓴 첫 소설이 <천안문>인데, 천안문사태는 당신에게 어떤 경험이었나?

당시 고교생이었기에 적극적으로 낄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시위대에게 물을 가져다 주고 여러 가지 물품을 공급하는 정도의 일은 했다. 나는 그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프랑스 정부 장학금을 받아 파리로 건너갔는데, 개를 데리고 산책을 다니는 파리지앵들을 보면서 비극적인 사태로 인한 심리적 내상까지 지니고 있던 나는 난파선에서 살아남은 듯한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도 천안문사태를 매체를 통해 접했겠지만 고통이란 공유되기 힘든 것이었다.”

―왜 중국어가 아닌 불어로 소설을 썼는가.

“프랑스에 가기 전까지 따로 불어를 배운 적은 없다. 하지만 나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 틀리건 맞건 간에 ‘쓰겠다’는 용기를 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

―독자들이 당신 소설에 열광하는 이유는?

좋은 소설이기 때문일 것이다(*다른 인터뷰에서도 드러나지만 그녀의 자신감과 도도함은 하늘을 찌른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소설이란 자기 만족을 위한 에고이스트 소설이 아니라, 보편적인 주제를 통해 감동과 함께 작가의 생각이나 감정을 공유하는 소설이다. 내 소설은 공간이 특별하고 오감을 건드리는 심포닉한 불어를 쓰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당신 소설에서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 배경은?

내 소설은 꿈꾸게 하는 소설과 공포나 잔인함, 생의 막다른 골목을 드러내는 소설로 나뉜다. <측천무후>나 <버드나무의 네 번째 삶>이 전자이고, <바둑 두는 여자> <천안문> <음모자들>이 후자일 것이다. 이 두 부류의 작품들을 번갈아 쓰면서 내 안의 균형을 유지하는 편이다.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흔히 성공한 여자들을 ‘악마’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이런 여자들이야말로 ‘불꽃 위를 나는 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미 불꽃을 건너 날아가는 새다.”

-그림도 병행하고 있는 샨사는 소설을 쓸 때는 하루에 15시간씩 매달리며 수도자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단문을 전략적으로 구사하는 그는 단어를 신중하게 선택해 단칼에 문장을 요리하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단어를 사람처럼 대한다는 그는 “단어마다 각기 다른 기질과 관능이 배어 있는데 주방장이 향신료를 적절히 활용해 좋은 요리를 만들어내듯 내가 애정을 가지는 그 단어들로 소설을 완성해낸다”고 말한다.

-프랑스에서 한국인들도 많이 접했다는 샨사는 “한국인은 다이내믹하고 창의적인 민족 같다”며 “한국영화는 셀 수도 없이 많이 봐서 제목조차 기억 못할 정도”라고 한국과의 친연성을 드러냈다. 한국에서는 낭송회(4일 오후 7시 교보문고 잠실점)와 사인회(5일 오후 3시 교보문고 광화문점)를 비롯해 각종 매체와의 바쁜 인터뷰 스케줄로 꽉 차 있다. 1주일 후에는 부모가 사는 베이징으로 날아가 영화 계약을 해야 한다. 이렇게 바쁜 생활 속에서 사랑은 언제 하나.(*소설은 언제 쓰나, 라고 질문했어야 하지 않을까?)

“사랑은 불가능합니다. 사랑은 우리 각자의 가장 훌륭한 부분, 서로 만나기로 되어 있는 두 존재의 완전한 융합입니다. 그러나 삶은 그 존재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랑은 짧은 순간들 속에서만 존재합니다.”(글·사진 조용호 기자)

동아일보(06. 07. 03) "‘베이징의 별’…중국계 프랑스인 작가 샨사 내한"

-소녀는 작가가 되리라는 걸 알았다. 여덟 살 때 시를 쓰기 시작해 10대 시절 이미 세 권의 시집을 냈고 ‘베이징의 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베이징대 진학을 앞둔 17세에 소녀는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맞는다. 도저히 공부할 상황이 아님을 알고는 프랑스행을 결심했다. 파리에 도착한 그는 얀니(閻c)라는 원래의 이름 대신 샨사(山颯)라는 이름을 쓰기로 한다. 아들을 낳으면 이름에 ‘사(颯·바람소리를 뜻함)’를 쓰려고 했다는 아버지의 얘기를 일찍이 들었기 때문이다.



-중국계 프랑스인 소설가 샨사(34)가 1일 처음 내한했다. 국내에선 2002년 소설 <바둑 두는 여자>가 처음 소개된 뒤 대표작 <측천무후> 한 종만 8만 부가 팔린 인기작가다. <바둑 두는 여자>는 고등학생들이 가장 읽고 싶은 책으로 뽑혀 공쿠르 데 리세앙 상을 받았으며 <측천무후>는 프랑스 출판사 두 곳이 판권을 놓고 법정 분쟁까지 벌였다.

-놀라운 것은 그가 파리에 도착했을 때 프랑스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몰랐다는 사실. 그랬던 그가 파리 생활 7년 만인 1997년 프랑스어로 쓴 첫 소설 <천안문의 여자>를 냈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창작을 감행한 이유를 묻자 샨사는 “나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냈을 때 희열을 느낀다”고 답했다.

-샨사 소설의 문체는 아름답지만 단문으로 쓰여 속도감 있게 읽힌다. 그는 “(소설을 쓸 때) 사전 속 단어를 찾아보면서 ‘언어의 관능’을 느낀다”고 했다. 단어를 정교하게 직조하되 “단칼에 치듯” 문장을 쓴다고도 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여성이지만 전쟁, 음모 같은 남성적인 주제를 다룬다. 샨사는 “권력, 두뇌의 힘, 사상의 대립과 충돌을 지켜보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로 귀화한 그는 “서양인, 동양인 중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나”라는 물음에 “나는 중국이 벼려내고 서양의 불 속에 담금질된 칼”이라고 답했다.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른 만큼 질시도 따랐다. 공쿠르상 등 각종 문학상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심사위원들에게 ‘샨사는 중국 스파이’라는 투서가 잇따랐을 정도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얘길 들려줬지만 이내 “거기서 소설 <음모자들>의 모티브를 얻었다”며 웃었다(<음모자들>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중국 스파이와 미국 CIA 요원의 사랑을 다룬 소설이다).

-그는 아침마다 태극권으로 몸을 단련하고 서예를 하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창작에 매진할 때면 하루 15시간씩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그는 개인전을 수차례 연 화가이기도 하다). 일하느라 바빠 연애할 시간이 없다면서도 샨사는 “사랑은 운명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지만 <형사> <태극기 휘날리며> 등 한국 영화를 많이 봤으며 임권택 감독을 좋아한다고 했다. 수년 전 임 감독 등 한국 영화 제작진과 우연히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한 적이 있는데 ‘보드카 폭탄주’를 만드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김지영 기자)

한국일보(06. 07. 03) 中 태생 佛작가 샨사 방한 "동서고금 아우른 세계문학 추구"

-"단어는 하나하나가 영혼을 가진 존재입니다. 저는 그 영혼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그 존경과 사랑이 단어와 저를 매개합니다." 중국 태생의 프랑스 작가 샨사(34)는 앙가슴이 드러나는 드레스 차림이었다. 그리 크지않은 키에 둥근 몽골리언 골격, 서글서글한 눈매와 푸근한 웃음은 그의 문장이 지닌 섬세한 힘과 언뜻 조화되지 않는 듯했지만, 소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대목에 이르자 측천무후의 위의(威儀)처럼 도도하고 당당했다.

-베이징에서 나서 문학 신동이라 불리며 8살 때부터 시를 썼고, 18살에 프랑스 정부 장학금으로 파리 유학, 7년 만에 불어로 장편소설 <천안문의 여자>(원제 <천안문>)를 써낸 작가. 이후 <바둑 두는 여자> <측천무후'>등 그의 작품은 발표될 때마다 프랑스 문단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고, 미국과 일본에도 번역 출간됐다. 이번 한국 방문은 책 출간 홍보와 <측천무후> 등의 영화 제작 협의차 중국과 일본을 들르는 김에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저는 완벽주의자예요. 문장이 마음에 안 들면 10번이고 20번이고 고쳐 씁니다." 그 노력이 2차 언어로 직조한 그의 문학을 토종 프랑스문학에 꿀리지 않게 한(때로는 압도하게 한) 힘일 것이다.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유러피언의 산문은 복싱입니다. 그만큼 몸과 발과 팔동작이 복잡하다는 의미지요. 반면 저의 글은 검도예요. 머뭇거림 없이 단칼에 내려치는 것이지요." 그는 자신의 문학이 지닌 장점을 "독창적인 문장과 강렬한(강력한) 인물 설정, 그리고 현실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현실을 벗어나게 하는 묘사의 힘"이라고 말했다.

-부모는 중국에 있고 매년 한두 차례 고향을 방문한다. 6년 전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지만 그의 소설은 다분히 중국적이다. 작품 소재로서의 역사가 그러하고, 문화적 맥락이 그러하다. 하지만 그는 "나의 문학은 세계 문학"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9월쯤 출간될 신작 <알렉산더와 알레스트리아>는 중국 역사와 무관한 작품이죠. 전 보편적인 문학을 추구합니다." 그는 근작의 내용을 잠깐 소개했다.

-"스키타이 일족 가운데 여전사 부족이 있었고, 그 부족 여왕과 알렉산더가 만났다는 기록이 그리스 문헌에 등장합니다. 물론 사료적 근거는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은 그 둘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알렉산더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사뭇 진지하게 "알렉산더가 나를 택한 것"이라고 말할 만큼 당당한 이 작가는 독자사인회와 인터뷰 등 일정을 마친 뒤 7일 출국한다.(최윤필기자)

06. 07.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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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6-07-03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샨샤의 작품은 몇 개 읽어보았는데, 좀 실망했었습니다. 천안문을 소재적 차원에서만 다룬다는 느낌도 있었고, 오리엔탈리즘을 무기로 혹은 화장으로 공허함을 감추는 것도 같았고요.
하지만, '고통이란 공유되기 힘든 것이었다'라는 말은 가슴에 울리네요...
우리의 박완서나 임철우의 글들이 생각납니다. 망각에 저항하며 상처를 쥐어뜯는 사람들.

비자림 2006-07-03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안문', '측천무후'를 읽었는데 저는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요. 그런 점에서 보면, 님이 더 진지하게 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
저는 우리 눈에 보이는 일상을 헤집고 그 속에 숨겨진 삶의 이면을 작가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허구화시키기만 해도 의미가 있다고 보거든요. 대중적이지만 시적인 문장도 가지고 있고, 스케일이 큰 그녀의 소설도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듯 했어요.
호호 말이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지????

기인 2006-07-03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ㅎㅎ ^^; 저는 문학을 업으로 삼고 있어서 그런지, 작가나 시인들에게 바라는 것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점점 맘에 드는 소설이 더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ㅜㅠ 딜레마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문학이 좋아서, 전공을 하니 점점 맘에 드는 문학이 없어진다는 것도..
그래도 시는 다른 것 같아요. 좋은 시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하게 되요. 이상하게. ^^;

연우주 2006-07-04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위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잘난 척이 눈에 띄기에 언젠가 읽으려고 합니다. 잘난 척 할만한지 궁금해서요. ^^

박완서, 임철우.. 아주 정겨운 소설가의 이름들이군요. ^^
게다가 저도 마음에 드는 한국 소설들은 날로 없어지더라구요. 다행인 건 시는 안 그렇다는 거죠. 한국 시는 아직 괜찮은, 읽을 만한 시가 종종 눈에 띄여요. 다행이죠. 참. 그런데 소설은 좀 암담해요. ^^ 저야 현대문학 전공자는 아니니 그리 속상해할 필요는 없겠지만. ^^;;;;

기인 2006-07-04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ㅎㅎ 상당부분 동의합니다. 그런데 저는 외국 소설도 요즘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리 ^^; 쩝. 그래도 틈 나는 대로 계속 읽고는 있습니다. ㅎㅎ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3일 취임사에서 `교통환경부담금제 신설 공론화'를 언급함에 따라 이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가용의 도심 진입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어서 시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교통환경부담금제는 통상 4대문 안을 가리키는 도심에 진입하는 차량에 부담금을 물려 도심 차량 통행량을 억제하겠다는 정책이다.

교통량을 줄여 `차량 통행 속도 증가'와 `대기질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이와 관련, "현재 시행 중인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동참이 부족할 경우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달지 않은 경유차에 한해 교통이 매우 밀리는 혼잡지역부터 통행에 제한을 두는 방법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기자간담회에서 "DPF라는 매연 저감장치 부착과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유도를 이미 시범사업으로 시행 중인데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부족할 경우에 대한 대책을 시가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분간은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을 구하는 기간을 갖겠다"며 "(현재로서는)제한 가능성을 시민들이 인식하게 되면 참여를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나 일정, 대상 등은 향후 발족할 `맑은 서울 추진본부'가 담당하게 된다.

서울시는 이미 도심 진입 차량을 억제하는 정책들을 여러 가지 시행하고 있다.

승용차 요일제를 비롯해 남산 1,3호 터널에서 물리는 혼잡통행료, 도심 신축 건물의 주차장 규모를 규제하는 주차 상한제, 도심 공영 주차장의 주차료 인상, 승용차 감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건물에 대한 교통유발부담금 감면 제도 등이다.

영국 런던에서도 서울보다 좀 더 전면적인 혼잡통행료 부과 정책을 2003년부터 시행 중이다. 런던 도심에 진입하는 모든 차량에 대해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심 교통수요 관리 정책은 이미 여러 개가 시행 중이고 교통유발부담금을 포함한 다른 정책들도 검토해온 사안이어서 시행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시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문제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

 

* 꽤 괜찮은 정책같다. 나는 승용차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라서, 점진적으로 승용차 소유를 억제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약자나 장애우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말 힘든 조건 속에서 노동하시는 택시 기사님들과 대리 운전 기사님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이상론이고, 점진적으로 최대한 자가용 소유, 수용을 줄이면, 교통사고로 피해를 입는 사람도 적어지지 않을까 싶다. 사업용으로 운전을 하시는 분들, 대중교통, 개인 서비스 교통만이 남아있는 그날까지!

ps 1. 뭐랄까; 전문가인 매너님에게 여쭤봐야지 :) 

ps 2. 사실 선거는 정책 승부가 아니라 이미지 승부가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나 같이 지지당이 있는 경우는 지난 선거때도 다른 당의 팜플렛을 꼼꼼히 읽어보기가 쉽지 않았다. 항상 왜 우리 당(우리당이 아님-_-; )의 정책이 항상 가장 기층민중의 요구를 많이 반영함에도 불구하고 투표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저조한 지지를 보이는지에 대해서, 사람들이 정책에 따라서 판단하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는데, 이는 나도 마찬가지... 쩝.

ps 3.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좋아졌다는 것은 아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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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커버스토리/노골적인 ‘여성 처세서’ 봇물

커버스토리/노골적인 ‘여성 처세서’ 봇물

올 상반기, 출판사 랜덤하우스중앙은 지난 2004년 7월에 나온 책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남인숙 지음)를 대대적으로 ‘띄우기’ 시작했다. 출간 당시에는 광고조차 하지 않았던 책을 1년 반이 지난 뒤에 마케팅으로 밀어붙이기로 한 것이다.

애초 이책은 처음 나왔을 때 랜덤하우스중앙 내부의 마케팅 우선순위에서 밀린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마케팅 대상에 들지도 않았었다. 그랬던 책을 랜덤하우스중앙이 본격적으로 광고와 판촉으로 띄운 이유는-올 상반기 뚜렷한 다른 베스트셀러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무엇보다도 이 책의 판매추이가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었다. <여자의 모든~>은 별다른 마케팅 없이 1년 동안 18만부가 팔려나가는 ‘대박’을 터뜨렸다. 더욱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자기계발서 베스트셀러들이 발간 초기에 인기를 끌다가 급격하게 판매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것과 달리 이 판매량이 꾸준하게 유지되면서 스테디셀러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 주목해 판매 여지가 더 남아있다고 판단한 랜덤하우스중앙은 올해 초부터 사은품까지 끼워주면서 마케팅에 돌입했고, 이미 18만부나 팔렸음에도 다시 한번 판매량을 끌어올려 다시 10만부 이상을 더 팔 수 있었다. 지금까지 누적 판매부수는 30만부. 최근 나온 여성용 자기계발서 가운데 최고 히트상품이 됐다.

‘여자생활백서’ 10주만에 5만부

해냄출판사도 최근 베스트셀러 <여자생활백서>의 판매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이 책을 기획할 당시 해냄 편집진의 기대 수준은 ‘1만부만 팔리면 좋겠다’ 정도였다. 그런데 반응이 예상 이상이어서 출간 10주만에 판매 5만부를 돌파했다. 새로 잡은 목표는 10만부. <여자생활백서>는 현재 주요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자기계발서 부문이 아니라 전체 비소설부문 1위에 올라있어 무난히 이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 자기계발서’ 시장이 열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 출판시장에서 ‘처세’ 코드의 책이나 자기계발용 실용서는 대부분 남성 직장인을 겨냥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20대 여성이 또다른 자기계발서 독자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이들을 겨냥한 자기계발서들이 새로운 출판 분야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능력있는 여자는 스캔들을 꿈꾼다>(자유로운상상) <여자의 카리스마는 따로 있다>(명진출판) <서른살 여자가 스무살 여자에게>(토네이도) <성공하는 여자는 당당하게 때론 뻔뻔하게>(나래울) <가난한 남자와 결혼해도 부자가 될 수 있다>(휴먼비즈니스) <착한 여자는 부자가 될 수 없다>(해냄) 등 다양한 여성용 자기계발서들이 최근 줄지어 나왔다.

90년대까지 여성들에게 자기계발, 자기관리 메시지를 전하는 책들은 대부분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였다. 여성들의 사회진출 자체가 힘든 시절이었으므로 남성 중심의 공고한 벽을 뚫고 사회에 진출해 성공한 여성들의 성공담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각종 전문직 분야에서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낸 여성들이 사회 진출을 꿈꾸는 젊은 여성들의 ‘역할 모델’로서 제시되는 책들이 많았다. 조안 리의 <스물 셋의 사랑 마흔 아홉의 성공>(1994년), 아나운서 백지연씨의 <앵커는 닻을 내리지 않는다>(1998년), 번역서로는 헬렌 브라운의 <나는 초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이 좋다>(1995년)이 이 시기 대표적인 책들이다.

하지만 여성들의 꿈이나 이상을 대리충족 시켜주던 전문직 여성들의 자전적 에세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사라졌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에는 현실속에서 여성들이 ‘생존’하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4년 베스트셀러가 된 <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 같은 여성용 재테크 책들이 이런 경향을 잘 보여준다. 또한 10만부 넘게 팔린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게일 에반스 지음·2000년)도 당시 가장 각광받은 여성용 지침서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의 제목을 그대로 차용해 최근 <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처럼 승리하라>란 책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흐름이 최근 1~2년 사이에는 완전히 다른 흐름으로 바뀌었다. 더욱 현실적으로 삶의 요령을 가르쳐 주는 책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고, 시장 전체로 볼 때 본격적으로 여성용 자기계발서란 장르로 특화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이런 류의 책은 있었지만, 요즘처럼 여성 독자들만을 대상으로하는 별도의 분야로 자리잡지는 못했었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두 책 <여자생활백서>와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는 새로운 여성 자기계발서의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책들이다. 이 두 책의 공통점은 ‘잡지 아이템의 단행본화’다. 기존 여성잡지에서 기사로 다루던 종류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온다는 것이 출판 기획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남자처럼 일하라’는 말은 옛말

언니야 톡 까놓고 말해서…
이 두 책은 모두 ‘30대’인 지은이가 ‘20대’ 여성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 그 메시지는 그동안 현실적으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여성끼리 ‘수다’란 형식으로 전할 뿐 진짜 ‘충고’의 형식으로는 말하지 않던 것들을 ‘드러내놓고’ 전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충고의 내용이 ‘이기적이고 현실적인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같다.

두 책의 목차를 보면 그런 변화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작업 기간은 2주를 넘기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맨살 보이는 걸 부끄러워 말라’ ‘예쁘고 성능좋은 콘돔을 준비하라’ ‘절대 술 먹고 전화하지 말라’ ‘다리털만 밀지 말고 다른 털도 관리하라’ ‘배고픈 상태에서 쇼핑하지 말라’…(이상 <여자생활백서>). ‘20대에 속물이 되어야 30대에 고단하지 않다’ ‘20대, 노는 물의 수질관리를 시작하라’ ‘미모는 인생의 마스터 키’ ‘돈 있는 여자는 아름답다’…(이상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물론 그 사이 여성을 겨냥한 비소설 단행본들이 간간이 나와 이런 변화의 전조를 보여준 적은 있었다. 여성들에게 성과 사랑의 구체적인 관심을 채워주는 책으로는 2002년 <나에게는 두 남자가 필요하다>가 있었고, 성공지침서로는 <백만장자가 된 여성들의 아주 특별한 원칙>(2000년)이 있었다. 여성의 성생활을 위한 좀더 인문교양적인 책으로는 <네 안에 아마존을 키워라>(2001년)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게일 에빈스의 히트작 <남자처럼 일하고~>가 보여주듯 이 때까지만 해도 여성용 자기계발서들은 어차피 직장이나 비즈니스 세계는 남자들이 규칙을 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현실로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 대세였다. 반면 최근 나오는 여성 자기계발서들은 이처럼 여성의 언어를 버리고 남성의 언어를 익히라는 조언은 아예 하지 않는다. 대신 여성성을 최고의 무기로 삼으라고 역설한다. 또한 이전 책들이 ‘사랑과 성공’이란 두가지 주제를 변주해왔다면 최근 책들은 이 두가지 말고도 여자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 있다고 설파한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사회통념상 책으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을 정면으로 다룬다. 생활의 방식으로는 ‘섹스’나 ‘쇼핑’같은 것들, 그리고 삶의 태도에 있어서는 ‘속물주의’ ‘이기주의’ 같은 것들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책들에 대한 반응은 당연히 양분된다. 긍정적인 평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조언이 아니라 실제 선배 언니들이 수다떨면서 콕콕 짚어서 이야기해주듯 사소한 것들을 명쾌하고 분명하게 이야기 해주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거나 또는 “직장생활 등에 있어서 여성들이 간과하기 쉬운 것들을 점검해주는 측면이 있다”는 실용적인 평가다. 반면 “책이 새우깡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혹평도 많다. 충고의 내용이 너무 노골적이고 1회용이며 독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존 정보를 모아 재구성한 것 이상의 새로움은 없다는 지적이다.

여성잡지 아이템의 단행본화

이런 극히 현실적인 여성용 자기계발서의 미래에 대한 전망도 아직은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앞으로 더욱 이런 책들이 많아질 것이며 대상 연령층도 지금의 20대 위주에서 10대 후반부터 40대 이상까지로 넓어질 것이란 분석한다. 반면 2006년을 앞뒤로 해서 잠깐 뜨거워졌다가 사라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언제나 20대 여성들을 주 타깃으로 하는 책들은 있어왔는데, 지금은 이런 지극히 현실적인 자기계발서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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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6-07-03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래도 팔리는 책들은 이런 책들이니까요. 불안하고 막막한 20대에 이런 책을 위안/지도 삼는 심리와, 이런 책으로 대박내는 출판사들.. 쩝.
선배가 둘째로 딸을 낳는데, 딸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 애정이 간다고 하더라고요. 이 험한 세상 어떻게 헤쳐나갈까.. 하면서.

기인 2006-07-03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나침반님 안녕하세요 :) 오옷.. 20대 초반을 지나고 계신다니 부럽습니다. ㅎㅎ
항상 저보다 나이많은 분들이 이런 말씀 하시면 저는 속으로 뷁! 막 이랬는데, 젊다는 것의 가능성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
맞아요. 아이. 두렵기도 해요. 정말 신비한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결혼할 마음은 많은데, 아이에 대해서는 두려운 마음이 많이 든답니다. 내가 정말 책임질 수 있을까 하고요.
하지만, 예전 민가 중 '착한 사람들에게' 라는 노래 가사를 떠올리면서 그래도 아이를 낳아야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