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서, 새롭게 알게된 점도 있지만, 아쉽기도 하다.

우선 이 책의 동기인 정당정치적 이유에서 시작된 68혁명운동 관련 논쟁이라는 것이 내 흥미나 관심의 깊이를 지나친다. 내 관심은 68혁명운동의 '이해' 후 '평가'인데, 책은 전유럽적인 68혁명운동을 다루고 있고, 여러 저자들의 소논문을 모아둔 것이라는 점에서 아쉽다.

드는 의문은, 이 전유럽적 68혁명운동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동력이 있는가, 또는 왜 이는 모두 68년도에 일어났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68이라고 했을때는, 담배냄새 자욱한 프랑스 대학들에서 쓰레기통을 뒤집어쓴 리쾨르와 담배를 꼬나문 알튀세를 그룹의 '맑스 읽기'가 떠오른다. 그 전경이나 후경 어디쯤에 미국의 히피들의 문화(존 레논)와 반베트남 전쟁, 그리고 지금까지는 연결시켜보려고도 못 했던 체코의 벨벳 혁명이 존재한다. 이는 왜 68년도 였는가. 운동들간의 연관성은 있는가?

 
 

 

 

 

 

 

 


"1968이 하나의 명확한 영상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미국 및 유럽의 거의 모든 대학에서 일어난 시위들, 마틴 루터 킹의 암살, 멕시코에서 자행된 학생 2000명 학살, 파리의 총파업, 시카고의 '분노의 날들', '프라하의 봄'과 그 진압, 베트남의 구정공세 드으이 몽타주 같은 것을 상상하는 것이 오히려 더 좋다" (30면)

이 첫번째 글 "미국적 관점의 후퇴: 1968년과 이후 30년" - 슈티븐 에릭 브로너

번역 수준도 그렇고, 글의 소략함도 어이상실 수준이다. 첫번째 장 "급진 민주주의와 자유지상적 사회주의"의 서론격인듯 한데, 왜 서론에 집어넣었는지는 아마 위와 같은 내용을 언급하기 때문.

그러나 번역의 질이 다음 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 1968년 '프라하의 봄' 혹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헬레나 캐냐-베커

 

 

 

 

 

 

 

로 오면 괜찮다. 어쨌든 체코를 둘러볼 때, 혹은 유럽 역사서들을 읽다보면, 그리고 쿤데라 소설들의 단골 혹은 유일한 레파토리로 항상 언급되는 '벨벳 혁명'의 과정을 소략하게나마 언급된 것이 흥미롭고, 다음과 같은 벨벳혁명의 평가는 재미있다.

"프라하의 봄은 ... 공산주의 체제를 혁명적으로 전복하려는 시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현실사회주의체제를 평화적으로 전환하려는 최초의 시도이자 유일한 시도였다. 프라하의 구조개혁은 소련 페레스트로이카(1995)의 모델이었다. 소련 체제를 개혁하려는 고르바초프의 시도는 실패했지만, 프라하의 봄은 그와 반대로 폭력을 잠들게 했다. ... 프라하의 봄은 훌륭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러시아의 점령은 소비에트 체제의 종말을 20~30년 앞당겼다. 1968년의 봄이 없었다면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는 가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밖에 서구 공산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구성우너들에게도 프라하의 봄은 유익한 충격이었다. 사회주의는 개혁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그들은 알게 되었다. 1989년의 변동 이후에는 1968년의 혁신 시도가 지향했던 제3의 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누구도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사람들은 개혁 실험에 신물이 났다. 1968년의 실망은 너무나 컸다. 20년 후 모든 것은 달라졌다." (66~67면)

2.8, 3.1, 4.19, 광주, 한국 80년대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보다 보니 이해영 엮음 "1980년대 혁명의 시대"라는 책이 눈에 띈다. '한국 80년대 세대의 초상화: 독일 68세대와의 비교'라는 글이 있는데, 이것을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하다. 
 


하지만 할 일이 많다...

 
 

 


또 드는 생각, 아날학파의 '장기 지속의 역사'와 대비되게, '광대 넓이의 역사'라는 개념 같은 것은 없나? 뭐 68을 보니 그냥 그런 생각이 드는데. 세계사라는 게 뭐, '장기 지속의 역사' + '광대 넓이의 역사'라는 것은 당연하겠지만서두. 피곤하고 심심하다.
 

 

 

 

 

 

 

어쨌든 68을 정리는 한번 해야 할터인데, 복학과 결혼준비가 동시라서 참 지친다. 영어와 일어 번역과 중국어 공부를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중국어 공부하고, 나서는 영어 책 번역하고 있다가 저녁에는 일어책 번역을 하는 식. 피곤하다 참. 중간중간에 시를 읽고 세미나 준비를 하다가 사람들 만나서 술도 마시고, 결혼준비도 하고, 일요일에는 돈도 벌고 하는 것이다.  주변국 한국에서 국문학을 한다는 것은 이런건가.


댓글(7)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ephistopheles 2009-01-19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고 있는 그 기인님이 맞는지요..^^

기인 2009-01-19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ㅜㅠ 오랜만이에요~메피님 ㅎㅎ 그동안 공익 다녀오느냐고 뜸했습니다 ㅎㅎ
자주 찾아뵐께요 :)

Mephistopheles 2009-01-19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세월이 이리 빠르게..벌써 결혼준비라니..^^ 조만간 유부남되시겠군요..^^

가넷 2009-01-20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준비도 힘드시겠어요. 2004년에 큰 누나가 결혼을 한다고 야단법석이였던 것 같은데..

그것보고 이것도 참 어렵네.... 난 결혼 같은거 안해! 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기인 2009-01-20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제 유부남 이네요 ㅎㅎ 결혼은 좋은데, 아이 길러야되는 것은 참 힘들 것 같아요 ㅜㅠ 심적, 경제적 여유가 별로 없어서;; 그래도 메피님 보면, 그런 이쁜 아이 저도 갖고(?) 싶은데 ㅎㅎ
Garnet님 안녕하세요 ^^ 처음 뵙는듯 하네요 ㅎㅎ 네 ㅎㅎ 피곤하기는 한데, 여러가지가 겹쳐서 더 그런것 같습니다 ㅎㅎ

마늘빵 2009-01-2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헛, 기인님 아니 결혼을! ^^ 중국어, 일본어, 영어, 한국어까지. -_- 하나만 하기도 힘든데 그걸 하루에 동시에 다 작업하시다니. 번역을 많이 하시나봅니다. ^^

기인 2009-01-2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오랜만 반가워요 :)

네 먹고 사는게 점점 더 힘들어지네요. 언제 국문학 공부 할지.. 쩝;;;
결혼도 해야하니 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