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를 철학하다
차민주 지음 / 비밀신서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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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BTS)은 가사 한 줄도 가볍게 쓰지 않는다는 글을 인터넷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그만큼 멤버들이 자신만의 깊은 고민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노랫말에 담아 곡을 만든다는 의미일 것이다. 최근 BTS의 노래를 자주 듣는 편인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그들의 노래를 처음 접한 건 약 3개월 전쯤이었다. 5월 27일(미국 현지시각)에 BTS가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빌보트차트 1위에 올라서고 몇 주가 지나서였는데, 평소 음악적 취향이 진중한 편인 친척과 이야기를 나누다 그 1위 소식이 화제에 올랐다. 그런데 그 친척이 자기도 BTS를 즐겨 듣는다며, 음악성이 무척 뛰어나다고 평하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긴 나도 「고민보다 GO」, 「DNA」, 「Best Of Me」 등 몇 곡들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아이돌 가수의 노래는 흔히 음악성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편견이 있지만, BTS의 노래를 들어보니 기본적으로 뛰어난 가창력을 기반으로 군무·퍼포먼스·뮤직비디오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그러한 편견을 불식시켰다. 듣던대로 가사도 남달랐다. 「DNA」는 여느 사랑노래처럼 운명을 이야기하지만, 무려 '혈관 속 DNA'를 그 증거로 제시하는 지극히 과학적인(?) 가사를 담고 있다. 장난스럽게 이야기했지만, 이런 가사 말고도 은유적이고 문학적인, 거기다 가치지향적인 가사들도 찾아보면 많다. 주로 청춘의 입장에서 청춘을 위로하여 주는 가사가 가장 많은 것 같다.


 『BTS를 철학하다』는 BTS의 노래 가사와 퍼포먼스, 소통방식 등을 철학적 관점에서 비평한 일종의 가벼운 철학 에세이집이다(관련내용은 「밑줄긋기」를 참조).


 한편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인상적인 사실이 있는데, BU(BTS Universe의 약자로 추정)라 하는 이들의 세계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BU는 연이어 나오는 뮤직비디오 및 업로드되는 동영상 등에 적용되어 BTS가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를 보여준다. 게다가 이들은 그런 뮤비와 동영상을 올릴 때 표정과 무대연출, 그리고 퍼포먼스를 촬영하는 카메라 워크까지 의도적으로 설계된 그들만의 표현방식을 적용한다고 한다. 이를 알고 나니 BTS가 단순한 가수 그룹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세계와도 같은 무언가를 창조하였고, 그것을 통해서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 전에는 9월 8일자 '빌보드 200' 차트에서 BTS가 차기 앨범으로 올해만 두 번째로 1위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참 반갑고 뿌듯한 뉴스였다. BTS는 국적과 상관없이 뛰어난 가수이긴 하지만, 번역 없이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그 유명한 빌보드 1위를 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느낌을 갖게 한다. 지금까지 잘 해 온 것처럼 BTS가 앞으로도 오래오래 멋지고 위로가 되는 노래로 세계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모습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73 "I love I love I love myself
I know I know I know myself"

_<BTS Cypher 4> 중에서

(중략)

그렇다면 나를 아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니체는 본래적 자기를 알기란 너무 어렵다며 본래적인 자신이 7의 70곱의 가죽에 싸여있다고 표현하였습니다. 본래의 자기를 발견하는 방법으로 우리가 평소에 존경하는 대상이 갖는 성격들을 고려해볼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존경하는 영웅이야말로 본래적인 자기가 무엇인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존경하는 사람의 존경하는 점들을 리스트업 해보면, 내가 되고 싶은, 되어야할 내 모습이 나타납니다. 나의 정체성,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은 ‘되고 싶은 나’입니다. 되고 싶은 모습이 ‘나’입니다.

철학자 강신주님은 나를 알기 위한 방법으로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였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고. - P73

95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우니까
먼 훗날의 넌 지금의 널 절대로 잊지 마
지금 니가 어디 서 있든 잠시 쉬어가는 것일 뿐
포기하지 마 알잖아 너무 멀어지진 마 tomorrow

_<TOMORROW> 중에서

(중략)

길을 잃는단 건
그 길을 찾는 방법

_<Lost> 중에서

그냥 하루만 더 버텨낼 용기라도 누군가에겐 얼마나 큰 의미일까요. - P95

102 오늘따라 림이 멀어 보여
코트 위에 한숨이 고여
현실이 두려운 소년

이 순간은 영원할 듯 하지만 해 지는 밤이
다시 찾아오면 좀먹는 현실
정신을 차리면 또 겁먹은 병신
같은 내 모습에 자꾸만 또 겁이 나
덮쳐 오는 현실감
남들은 앞서 달려가는데 왜 난 아직 여기 있나

_<Intro : 화양연화> 중에서

(중략)

금메달은 결과를 모르고 최선을 다한 과정에 대한 찬사입니다. 청춘의 불안은 결정되지 않았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기에, 과정이라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의 한 조각입니다. - P102

108 성공할 사랑이라서가 아니라 그 사랑이 내게 가치가 있어 사랑하는 것입니다. 청춘이니까요. 도구적 가치의 계산 없이 내 영혼의 환희를 위해 삶을 던질 수 있는 에너지와 순수함이 있다면 청춘입니다.
환희는 삶에서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 삶에서 사랑할 가치가 있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줄이 묶여 있는지도,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그냥 뛰어내리고 달리고 부딪히다 보니 내 운명의 모양을 대충은 알아냈지만 흉터가 남을 수도 있습니다.

돌아갈 수 없다면 직진
실수 따윈 모두 다 잊길
Never mind
쉽진 않지만 가슴에 새겨놔
부딪힐 것 같으면 더 세게 밟아 임마
부딪힐 것 같으면 더 세게 밟아 임마

_<Intro : Never Mind> 중에서

BTS는 실패를 두려워말고 부딪히라고 합니다. 용기를 이야기합니다. 두려우면 더 큰 용기를 내서 행동하라고. - P108

118 유혹 당하는 사람이야말로 매혹적인 사람입니다. 또 유혹당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매혹과 유혹으로 이루어진 자신의 존재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매혹적인 사람입니다.
_뱅상 데콩브

(중략)

미치도록 좋았지
달콤함에 중독된 병신
그래 병신
놓치긴 싫었어 악마의 손길을...
It‘s too evil
Too bad but it‘s too sweet

_<Intro : Boy Meets Evil> 중에서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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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제 이름을 부르지 마십시오
이별은 그냥 이별인게 좋습니다

남은 정 때문에 주저앉지 않고
갈 길을 가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리움도 너무 깊으면 병이 되듯이
너무 많은 눈물은 다른 이에게
방해가 됩니다

차고 맑은 호수처럼
미련없이 잎을 버린 깨끗한
겨울 나무처럼
그렇게 이별하는 연습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 이해인,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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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체력 -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이영미 지음 / 남해의봄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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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미생> 4권에서 프로 기사가 된 장그래를 앞에 두고, 사범은 바둑만 잘 두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바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체력‘이라고 말한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서,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정신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체력이다. 날이 선 정신노동자로 길게 살려면 무엇보다 체력부터 키워야 한다. 체력이야말로 죽는 그 순간까지 키우고 유지해야 할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다. 이제 좀 설득이 되는가? - P221

225 숙소에다 차를 세워 놓고, 내가 좋아하는 고창 선운사와 고인돌 공원 등을 누비고 다녔다. 걸어서 구경하기 힘든 한적한 관광지는 자전거로 돌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다음 행선지인 해남으로 가는 여정에도, 경치 좋은 곳을 만날 때마다 차를 세우고 자전거를 꺼내 신나게 타고 다녔다. - P225

242 둘째, 나는 남에게 거의 화를 내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남편에게만은 별일 아닌데도 불처럼 분노의 감정이 솟구칠 때가 있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에 대해, 현명한 알랭 드 보통은 역시나 속 시원하게 분석을 해 놨다. "우리가 불만 목록을 노출할 수 있는 사람, 인생의 불의와 결함에 대해 누적된 모든 분노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뿐"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 P242

249 뇌과학자 정재승은 한 칼럼을 통해서, 중년으로 접어든 뇌가 가장 ‘절정의 뇌‘라는 연구 결과를 보여 주었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고 반응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 눈이 침침해지고, 심지어 치매 초기 증상과 비슷한 경험을 반복한다. 따라서 그 나이에 리더가 된 사람들은 급격히 자신감을 잃고 나이듦을 억울해 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뇌의 가장 중요한 여섯 가지 인지 능력인 어휘, 언어 기억, 계산, 공간 지각, 반응 속도, 귀납적 추리 중에서 무려 네 가지가 초절정의 성과를 내는 나이대는 45세에서 53세 사이의 중년이라는 결과가 있다. 나빠진 기억력 때문에 고민이 많은 내게도 희망찬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우리에겐 몸과 마음, 뇌에 이르기까지 아직 많은 가능성과 시간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이 세상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내 몸밖에 없다. 특히 내 자유 의지로 운동을 하면서 서서히 변해 가는 몸을 지켜보는 건 근사한 경험이다.
운동이 단순히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고 심장 기능을 강화하는 데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노력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만든다. 나이듦이라는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넋 놓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분발하며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그런 자부심과 자신감을 발산하는데, 어찌 내가 예전에 알던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겠는가. - P249

261 나이 들수록, 노년이 될수록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체력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결국 ‘잘 죽기‘ 위해서다. 나는 미국의 위대한 사상가인 스콧 니어링의 삶을 흠모한다. 죽는 순간까지 부인 헬렌과 함께 조화롭고 충만한 삶을 실천해 온 그의 <스콧 니어링 자서전>은 늘 가까이 꽂아 두고 인생 공부로 뒤적이는 책이다.
"우리는 경쟁적이고 공업화된 사회양식에 필연적으로 따라다니는 네 가지 해악에서 벗어나는 데 꽤 성공한 편이었다. 그 네 가지 해악이란 (돈과 가재도구를 비롯한) 물질에 대한 탐욕에 물든 인간들을 괴롭히는 권력, 다른 사람보다 출세하고 싶은 충동과 관련된 조급함과 시끄러움, 부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에 반드시 수반되는 근심과 두려움, 많은 사람이 좁은 지역으로 몰려드는 데서 생기는 복잡함과 혼란을 말한다."
그가 일생 동안 일관되게 지켜 온 생각과 행동에는 발가락만큼도 따라갈 수 없지만, 마지막 죽음에 이르는 순간만큼은 꼭 본받고 싶다. 100세가 된 스콧 니어링은 지상에서의 임무를 마감하고 스스로 곡기를 끊어, 아내 헬렌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극히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했다. 어느 정도의 절제력과 맑은 정신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일까. 지금으로서는 짐작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강한 체력이 있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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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2018-09-22 0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생의 바둑사범님 말씀이 특히 감동적(?)입니다. 머리가 자주 아프고 몸이 힘드니까 별 거 아닌 일에도 짜증나고 분노하고 우울해지고...저대신(?) 좋은 부분을 정리해주셔 감사합니다.^^

베텔게우스 2018-09-22 01:32   좋아요 0 | URL
ㅎㅎ 별말씀을요^^ 저한테도 특히 와닿았던 구절이에요. 실제 운동을 꾸준히 했을 때 덜 지치고 감정소모도 줄어든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아, 저도 편두통을 달고 삽니다 ㅜㅜ 동병상련이네요. 모쪼록 잘 견뎌내시길...

루이스 2018-09-22 0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걸 공유(?)하고 있군요. 베텔게우스님도 잘 버티시길...-_-;;
 

<범망경> 읽음.

59
5. 『계온품』 각 경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

(1) 「범망경」(梵網經)
인간은 견해의 동물이다. 인간은 매순간 대상과 조우하면서 수많은 인식을 하게 되고 그런 인식은 항상 견해로 자리잡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이 가지는 견해는 너무도 다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견해는 항상 무엇이 바른 견해인가라는 질문을 수반한다. 견해란 무엇인가? 아니 바른 견해란 도대체 무엇인가? 바른 견해란 도대체 가능한 것일까? 인간은 견해 없이 살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말씀하고 계실까?
견해의 문제에 대한 고뇌를 누구보다 많이 하신 분이 바로 부처님이시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디가 니까야』의 첫 번째가 되는 「범망경」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견해를 과거에 관한 것 18가지와 미래에 관한 것 44가지로 나누어서 모두 62가지로 분류해서 심도 있게 설명하고 계신다. 이를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가) 18가지 과거를 모색하는 자들
I-1. 영속론자들 - 4가지
I-2. 일부영속 일부비영속론자들 - 4가지
I-3. 유한함과 무한함을 설하는 자들 - 4가지
I-4. 애매모호한 자들 - 4가지
I-5. 우연발생론자들 - 2가지

(나) 44가지 미래를 모색하는 자들
II-1. 사후에 자아가 인식과 함께 존재한다고 설하는 자들 - 16가지
II-2. 사후에 자아가 인식 없이 존재한다고 설하는 자들 - 8가지
II-3. 사후에 자아가 인식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인식을 가지지 않은 것도 아닌 것으로 존재한다고 설하는 자들 - 8가지
II-4. 단멸론자들 - 7가지
II-5. 지금여기에서 열반을 실현한다고 주장하는 자들 - 5가지

그러나 「범망경」이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견해를 모두 62가지로 정리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범망경」은 오히려 왜 이렇게 다양한 견해가 생길 수밖에 없느냐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연기(緣起)의 관점으로 명쾌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견해란 조건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본경에서 견해는 ‘느껴진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것을 복주서는 "체험되고 경험된 것"으로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이 경험된 것은 대상과 감각기능과 알음알이의 세 가지가 서로 조우할 때 일어나는 감각접촉[觸]에 조건 지워진 조건발생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조건 발생을 불교에서는 연기(緣起)라고 말한다. 이렇게 부처님께서는 견해를 감각기능·감각대상·알음알이[根·境·識]의 삼사화합(三事和合)에서 기인한 감각접촉의 산물이라고 불교의 연기 구조로 명쾌하게 정의하신다. 이렇게 하여 견해의 문제는 마침내 괴로움의 발생 구조[流轉門]와 소멸 구조[還滅門]를 적나라하게 밝힌 연기의 가르침으로 회통이 되고, 이것은 괴로움[苦]과 괴로움의 원인[集]과 괴로움의 소멸[滅]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로 정리된 불교 만대의 진리인 사성제(四聖諦)의 가르침으로 귀결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이런 연기의 가르침이야말로 무아의 가르침이요 무아의 가르침은 바로 존재론적인 실체인 자아를 해체하는 가르침이다. 이처럼 연기-무아로 존재론적인 실체인 자아가 있다는 견해를 떨쳐버릴 때 그것이 바로 견해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것이라고 부처님께서는 설하신다. 그러므로 62견은 연기-무아를 철견할 때 극복된다는 것이 본경의 결론이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본경은 팔정도의 첫 번째인 바른 견해[正見]와 바른 견해의 내용인 연기의 가르침을 천명한 가르침이다. 그러므로 4부 니까야의 첫 번째인 『디가 니까야』를 대표하는 첫 번째 경으로 결집이 되었을 것이다. - P59

106 ‘마음의 삼매를 얻는다.‘의 주석(72번째 주석)
옛날에는 이처럼 마음의 삼매로 표현되는 정신적인 능력이 과거를 보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삼매의 힘은 주관적인 것이라서 객관성이 없는 것이 흠이지만 수행자들의 권위가 뒷받침되어 그들의 주장은 통용되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주관적인 권위는 객관성이 결여되었고 그래서 그들의 권위를 지탱시키기 위해서 힘, 즉 폭력을 수반해온 것이 인류역사다. 세속의 정치적 힘을 능가한 서양 종교의 권위와 힘은 교황을 만들어 내었고 천년 넘게 서양을 지배해 왔다. 이런 주관적 권위를 극복하고자 서양 지성인들은 많은 노력을 하였고 그래서 과학(science)이라는 방법론을 개발하였다. 과학은 무어라 해도 객관적인 자료가 중요하다. 이런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한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서 그들은 과거 즉 세상의 기원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하여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 P106

131
2.24. "비구들이여, 여기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은 ‘이것은 유익함[善]이다.‘라고 있는 그대로 꿰뚫어 알지 못하고, ‘이것은 해로움[不善]이다.‘라고 있는 그대로 꿰뚫어 알지 못한다. 그에게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이것은 유익함이라고 있는 그대로 꿰뚫어 알지 못하고, 이것은 해로움이라고 있는 그대로 꿰뚫어 알지 못한다. 만일 내가 이것은 유익함이라고 있는 그대로 꿰뚫어 알지 못하고 이것은 해로움이라고 있는 그대로 꿰뚫어 알지 못하면서도 이것은 유익함이라고 설명하거나, 이것은 해로움이라고 설명한다면,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곤혹스러운 것이고, 곤혹스러운 것은 나에게 장애가 된다.‘라고.
이처럼 그는 거짓말을 두려워하고 거짓말을 혐오하여, ‘이것은 유익함이다.‘라고도 설명하지 않고, ‘이것은 해로움이다.‘라고도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저런 것에 대해서 질문을 받으면 얼버무리거나 애매모호하게 늘어놓아서, ‘나는 이러하다고도 하지 않으며, 그러하다고도 하지 않으며, 다르다고도 하지 않으며, 아니라고도 하지 않으며, 아니지 않다고도 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한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첫 번째 경우이니, 이것을 근거로 하고 이것에 의거해서 어떤 사문·바라문 존자들은 애매모호한 자가 되어 이런저런 것에 대해서 질문을 받으면, 얼버무리거나 애매모호하게 늘어놓는다." - P131

166
62견은 단지 느낀 것이요 동요된 것일 뿐이다

3.32. "비구들이여, 여기서 영속론자인 그 사문·바라문들이 네 가지 경우로 영속하는 자아와 세상을 천명하는 것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갈애에 빠져 있는 그 사문·바라문 존자들이 단지 느낀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 느낌이 [견해와 갈애에] 의해 동요된 것일 뿐이다."(160번째 주석)

주석 160) 「범망경」 전체에서 이 문단이 가장 극적이면서도 중요한 구절이라고 역자는 파악한다. 아무리 과거와 미래에 대한 굉장한 견해를 늘어놓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지금여기에서의 체험이나 경험의 문제로 귀결되고 만다는 의미이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견해의 토대로 부처님 당시에는 삼매체험이 중시되었다. 삼매에 들어서 먼 과거를 보고 과거에 대해서 단언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지금여기에서 삼매에 들어서 그렇게 봤기 때문이다. 미래는 예측의 문제인데 이것도 역시 지금 그가 그렇게 예측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거와 미래에 관한 모든 견해는 자기 자신이 바로 지금여기에서 경험하고 체득하고 느낀 것을 넘어서지 못한다.
시대가 바뀌어 지금은 과학적 방법론으로 과거와 미래를 파악한다. 과학적 방법론이 지향하는 것은 객관화이다. 객관화의 방법은 바로 자료이다. 정확한 자료에 근거할 때 우리는 그것을 정설로, 객관적인 것으로 인정한다. 그래서 과학은 신빙성 있는 자료의 확보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처럼 과학이 가설이나 학설(견해)을 주장하는 근거는 자료이다. 그러므로 지금여기에서 실험이나 관측 등을 통한 자료가 없으면 과거와 미래에 대한 견해는 있을 수 없다.
관측이나 실험에 의한 자료를 통해서 보면 우주는 팽창한다고 한다. 다른 관측과 실험을 통해서 요즘은 우주는 팽창한 뒤에 다시 수축하고 그래서 팽창·수축을 거듭한다고도 주장한다. 이것은 부처님 당시의 수행자들이 삼매에 들어서 판단하던 것이 자료에 의한 견해로 바뀌었을 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모두 현재 바로 지금여기에서 어떤 자료를 어떻게 판독하고 어떤 실험을 어떻게 하고 어떤 관측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로 되돌아온다. 이 문제를 부각시켜 말씀하시는 것이 바로 vedayita(느껴진 것, 체험한 것)이다. 지금여기에서 그들이 느끼고 체험한 것을 넘어서서는 아무런 견해도 가질 수 없다는 부처님의 명쾌하신 지적이다.
초기불전을 통해서 우리가 반드시 통달해야 하는 가장 큰 인식의 전환이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과거를 되새기지 말고 미래를 바라지 마라.
과거는 제거되었고 미래는 닥치지 않았다.
현재에 [일어나는] 법(dhamma)을 바로 여기서 통찰하라."
(Bhaddekaratta Sutta, M131/iii.187)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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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9-21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텔게우스님, 추석인사 드립니다.
오늘부터 추석연휴입니다.
즐거운 추석명절, 기분 좋은 연휴 보내세요.^^

베텔게우스 2018-09-21 22:12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풍성하고 여유로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마녀체력 -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이영미 지음 / 남해의봄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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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유익하다!!! 🙄

책의 본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운동의 방법과 효과뿐 아니라, 작가의 인생 이야기와 중간중간에 좋은 책 구절을 인용하는 부분도 인상깊었다. 그리고 위 모든 내용을 맛깔나는 글솜씨로 버무린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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