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민음사 사서四書
동양고전연구회 역주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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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자들은 저마다 인간 본성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가진다. 유학자로 춘추전국시대를 살다 간 맹자도 독창적인 인간 본성 이론을 제시한 사람 중 하나다. 그 중에서도 맹자는 인간 본성을 매우 낙관적으로 바라보았다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우리에겐 인간이 이기적 동물이라는 믿음이 익숙하다. 주류 경제학이 기본적으로 합리적·이기적 인간관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글로 접했을 뿐이지만 그의 이론에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본론에서는 『맹자』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세 가지 내용을 중심으로 나의 의견을 덧붙여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성선(性善)을 제시하는 대목이었다. 맹자는 인간은 본바탕대로라면 누구나 선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이를 설득력있게 뒷받침하는 그의 예증이었다. 삼단논법이나 산파술과 같은 논리적 방법을 사용하면서도 직관적인 사례들을 여럿 제시했다. 먼저 어린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하는 것을 본다면 누구나 깜짝 놀라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든다는 점을 들어, 누구에게나 측은지심이 있음을 알게 하였다. 양혜왕이 제사에 끌려가며 떠는 소를 불쌍히 여긴 일도 역시 측은지심 때문이다. 누구라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사례들로 맹자는 자신의 주장을 성공적으로 예증한다. 맹자는 두뇌 회전이 빠르고 말을 유창히 하는 이였음에 틀림없다.


 둘째, 기백과 생명력이 넘치는 맹자의 이상적 자아상, '대장부'가 기억에 남는다. 그가 말하는 대장부는 내가 평소 생각하던 영웅의 모습과 거의 일치했다. 영웅이라면 자기의 이익보다 정의를 우선해야 한다. 영웅에게 결정적인 것은 뛰어난 체력이나 지능이 아니다. 악당도 그런 자질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어떠한 유혹에도 굴하지 않는 대장부의 선한 의지가 없다면 강철 체력도, 알파고급 지능도 나쁜 목적을 위해 이용될 뿐이다.


 마지막으로, 맹자가 낙관적인 인간 본성과 이상적인 삶의 자세를 말하면서도 현실적인 측면을 놓지 않았음이 놀라웠다. 무항산자무항심(無恒産者無恒心), 즉 생업이 없다면 변함없이 선하고 안정된 마음을 가지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인정한 것이다. 맹자와 같이 바른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높은 기준을 갖다 대며 아무리 궁핍한 상황에서라도 정신적 노력으로 선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마냥 이상론만 외치는 몽상가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맹자는 유학의 이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수기안인' 중에서 수기뿐 아니라 안인에 대해서까지도 깊이 고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렇듯 『맹자』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동시에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좋은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일부 종교인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령 기독교는 이웃 사랑 실천을 강조하는, 그 가르침대로만 본다면 매우 이타적인 종교다. 그러나 예수의 가르침대로 실천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목회자나 신도들에게 가해지는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 마찬가지로 유학에서도 사람의 본바탕이 선하다는 믿음을 가졌지만 이를 따르는 유학자 모두가 항상 선하게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이를 맹자는 인간이 마음을 놓아 버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격 수양에 온전히 따르지 않고 타락한다면 결국 비난을 받게 될 뿐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의 품격을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 특히 수기의 종착지는 안인이다. 수기가 무너지면 안인도 무너진다. 이는 위정자가 스스로에 대한 높은 기준과 엄격성을 갖추지 않는다면 결국 모두가 고통받게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상으로 맹자에 나타난 그의 사상을 성선·대장부·현실성이라는 세 가지 측면을 중심으로 짚어 보았다. 그런 다음 특히 정치 철학으로서 『맹자』를 받아들이는 위정자에게는 매우 철저한 수양이 요구됨을 강조하였다. 인간의 높은 기준을 제시하는 이론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실천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완성되지 못한다. 마무리는 사람의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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