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어떻게, 세상에 어떻게 자신을 비하시키는 감정 그 자체에서 쾌락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 자신을 존경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지금 어떤 감상적인 후회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보통 나는 이렇게 말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 <미안해요 아빠, 앞으론 그러지 않겠어요.>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와 반대로, 아마도 바로 내가 이런 말을 너무 쉽게 또한 능숙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때떄로 꿈에서든 정신적으로든 내게 잘못이 없을 때에도, 나는 마치 의도적인 것처럼 그런 상황에 처하곤 한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비열한 일이다. 그리고 이럴 때도 역시 나는 다시 기분이 감상적으로 변해서 후회하고 눈물을 흘리고는 내 자신을 속인다. 비록 결코 내가 꾸미려고 한 짓은 아니지만 웬일인지 내 마음이 그런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자연의 법칙조차도 비난할 수 없다. 비록 자연의 법칙이 끊임없이 인생 내내 나를 모욕했어도 말이다. 이 모든 것을 회상하기란 혐오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그 당시 또한 혐오스러웠다. 흔히 그렇듯이 1분 정도 지난 후에 나는 이미 화가 나서 깨닫곤 했다. 이 모든 것은 거짓말이고, 혐오스럽고, 꾸며낸 거짓말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즉, 그런 모든 후회들, 그런 모든 감동들, 새로 태어나겠다는 모든 맹세들이 단순히 거짓말이란 걸 깨달았던 것이다. 그리고 만일 나에게 무엇 때문에 그렇게 자신을 일그러뜨리고 괴롭혔느냐고 당신이 물어본다면, 나는 팔짱 끼고 앉아 있기가 매우 지루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바보 같은 기행에 몰두하게 되었다. 정말이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당신 자신들을 봐라. 신사 양반들, 그러면 당신은 그렇군, 하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삶 비슷한 것을 살기 위해, 나는 모험들을 생각해 냈으며, 나 자신의 삶을 만들어 냈다. 얼마나 많이, 별다른 이유도 없이 모욕감을 느끼곤 했는가. (중략) 의식의 직접적이며 당연하고 솔직한 결말은 정말 이 무기력이다. 즉 의식적으로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위에서 이미 언급했다. 반복하지만, 강조해서 반복하지만, 모든 직선적인 사람들과 활동가들은 그들이 멍청하고 편협하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기에 그 답이 있다. 그러한 편협함 때문에, 그들은 근시안적이고 이차적인 원인들을 가장 근본적인 원인들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찬가지 방식으로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쉽게 자신들의 행동을 위한 흠잡을 데 없는 기초를 발견했다고 확신하고 안도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결국 행동하기 위해서 당신은 당신의 마음을 미리 완전히 편안하게 만들어야 하고 어떤 의심도 남아 있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당신은 어떻게 내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나를 지탱할 만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들은 어디에 있고, 어디에 기초들이 있을까? 어디에서 그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사색하는 데에 단련이 되어 있고 따라서 하나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을 끌어내게 마련이다. 이것이 모든 의식과 사고의 정확한 본질이다. 다시 한번, 이때 우리는 자연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마지막으로 어떤 결과를 갖게 되는 것인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런 식으로 한없이 계속된다. 얼마 전에 내가 복수에 관해서 말했던 것을 상기해 주기 바란다. (당신은 아마도 그것을 깊이 규명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은 복수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정당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과 기초를 발견했다는 것, 즉 정당성을 찾았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그의 마음은 모든 면에서 편안해졌으며, 이제 그는 침착하고 성공적으로 복수를 할 수 있다. 자신이 가장 정직하고 정의로운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면서……. 그러나 나는 이것에서 어떤 정의도 볼 수 없고, 어떤 종류의 미덕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만일 내가 복수를 한다면, 나는 그것을 오직 악의 때문에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악의는 나의 모든 의심을 극복할 수도 있고, 성공적으로 나의 근본적인 원인을 대신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안에 어떠한 악의도 없다면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나는 얼마 전에 바로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러한 빌어먹을 의식의 법칙들 때문에, 나의 악의는 다시 또 화학적으로 분해되어 버린다. 그래서 바로 눈앞에서 악의의 대상이 사라져 버리고, 이성들도 증발해 버리고, 원인 제공자 또한 발견되지 않고, 모욕도 더 이상 모욕이 아닌, 급기야는 치통처럼 운명적인 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원망할 수 없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다시 한번 예전과 똑같은 방법만 남게 된다. 즉 벽을 가능한 한 힘껏 아프게 들이받는 일이다. 이렇게 당신을 체념하게 된다. 왜냐하면 당신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의식을 억누르면서 맹목적으로 생각 없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도 없이 당신의 감정에 휩쓸리려고 해보라. 또 증오하거나 사랑하려고 해보라, 단순히 팔짱 끼고 앉아 있지 않기 위해서. 아무리 늦어도 이틀만 지나면 당신은 당신 자신을 경멸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당신은 알면서도 자신을 속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결과로 무엇을 얻는가? 비누 거품과 무기력이다. 아, 신사 양반, 내가 자신을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유일한 이유는, 내 전생애를 통해 어떤 것도 시작하지 않았고 끝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다, 좋다, 그래 나는 수다쟁이다, 해롭지 않은 화가 난 수다쟁이다. 그러니 이제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만일 모든 현명한 사람들의 직접적이고 유일한 목적이 지껄이는 것이라면, 즉 의도적으로 허튼소리를 늘어놓는 것이라면……? - P455

오, 단지 게으름 때문에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면, 주여 그랬더라면, 나는 얼마나 나 자신을 존경했을 것인가. 나는 내가 게으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존경했을 것이다. 그 게으름이 스스로 믿어 의심치 않는 단 한 가지의 긍정적인 자질이기만 하다면 말이다.
질문: 그는 누구인가?
대답: 게으름뱅이다.
자신에 관해서 그러한 말을 들었다면 대단히 신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것은 나에 관하여 무엇인가 말할 것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게으름뱅이>, 그것은 신분이자 사명이며 약력이다. 농담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그렇다. - P459

모든 바라는 것과 사유하는 것은, 실제로 미리 계산될 수 있기 때문에 ㅡ 언젠가 우리는 자유 의지라고 부르는 것의 법칙들을 확실히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ㅡ 그때에 모든 농담들을 제외하고는 도표 같은 것이 준비될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실제로 그 도표에 따라 모든 것을 원하게 된다. 예를 들어 만약에, 언젠가 그들이, 내가 어떤 사람을 조롱하는 손가락질을 했을 때 그것이 내가 그 짓 이외에 다른 짓은 할 수 없다는 정확한 이유 때문이며, 그 짓은 바로 이 손가락으로 행해져야 했다라고 나에게 계산해서 입증한다면, 그때에 내 안에 자유롭게 남아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특히 내가 배운 사람이고 어딘가에서 학업을 마친 상태라면 말이다? 나는 아마 향후 30년의 내 모든 인생을 미리 계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인생이 이런 식으로 준비되어 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이 순간과 정확히 같은 상황하에서 자연이 우리에게 의견을 물어보지 않음을 쉴새없이 스스로에게 반복하면서 우리가 상상하는 자연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실제로 그 도표와 달력대로 나아가게 된다면, 심지어는 시험관으로라도 가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으며 시험관까지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지어 당사자 없이도, 그것은 계속될…….」 - P471

여기에 항상 만나게 되는 그런 종류의 것이 있다. 당신도 알다시피, 인생에는 그토록 예의 바르고 분별 있는 사람들이 항상 나타나게 마련이다. 자신들의 인생 전체를 통해 가능한 한 예의 바르고 지각 있게 행동하는 것을 자신들의 목표로 삼고 있는, 바로 그런 현인들과 박애주의자들이 있는 것이다. 그들은 형제들에게 실제로 이 지구상에서 예의 바르면서 동시에 분별 있게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엄격한 목적을 위하여, 빛을 전파하기 위하여 애쓴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예견하건대, 이러한 박애주의자들 중 많은 이들은 조만간, 그들의 인생의 말미에서 무엇인가 바보 같은 일을 함으로써, 때때로 아주 꼴사나운 어떤 짓을 저지르기까지 함으로써, 그들의 목표를 저버릴 것이다. - P474

그러나 그는 언제나 자신의 뜻대로 할 것이다! 세상에 저주를 퍼부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저주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기 때문이다(이것은 그의 특권이기도 하며, 다른 동물들과 가장 현저하게 인간을 구별짓는 것이기도 하다). 장담컨대 그는 저주하면서 자신의 뜻대로 할 것이며, 그는 정말로 자신이 인간이며 피아노 건반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에게 확신시킬 것이다! 만일 당신이, 모든 것들이 ㅡ 혼돈, 어둠, 저주 ㅡ 그 도표에 의해 계산될 수 있어서 그 예비 계산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멈추게 하고 이성이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때 인간은 이성을 갖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하기 위해서 일부러 자신을 미치게 만들 것이다. 나는 이것을 믿으며, 이것을 책임질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의 일이란 정말로 매순간마다 그가 톱니바퀴가 아니라 인간임을 자신에게 입증시키는 데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 P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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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8-17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하로부터의 수기, 가 이렇게 페이지 수가 많은 책이었나 의문이 들었는데. 다른 작품과 같이 실린 것이군요. 지하로부터의 수기, 의 팬입니다.
주인공이 꼭 저의 분신처럼 생각하면서 읽었거든요.^^

베텔게우스 2023-08-17 22:24   좋아요 1 | URL
네, 두 작품의 합본이에요. 저도 페크님 댓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정말 놀라운 작품 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