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트루먼 쇼 SE - 할인행사
피터 위어 감독, 짐 캐리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트루먼 버뱅크는 태어나자마자 방송국에 입양되었다. 그가 삼십 평생을 산 곳은 다름아닌 방송 세트장이었다. 그는 24시간 생방송되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연기자일 뿐이었다. 그런 곳에서 트루먼은 결혼도 했고 직장도 다닌다. 우연히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게 된 트루먼. 마침내 그는 이곳을 떠나고 싶어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도 기만당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트루먼 쇼> 방송은 몹시도 잔인한 프로그램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모하여 한 사람을 삼십 년 동안 철저히 속여넘겼기 때문이다. 트루먼에게는 그 좁은 세트장 안이 세계의 전부였다. 그가 자신의 동료, 이웃, 가족,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들은 사실 진짜가 아니었다. 그러던 중 오래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쳤으나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아 답답해하는 트루먼에게,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말론조차 PD의 지시에 따라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다.
“난 널 위해 달리는 차에라도 뛰어들 거야. 너한테만은 절대 거짓말 안 해. 생각해 봐.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난 믿어줘야 해. 난 널 속이지 않아.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영화 밖에서의 우리 모습도 종종 이렇다. 때로 상대에게 숨기고 있는 진실을 말하기 두려워하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속여넘기기도 한다. 정작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았을 때는 몹시 분노하면서도 말이다.
그럼에도 인간에겐 끝내 안락한 거짓을 벗어나, 다소 잔인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알고자 하려는 속성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세트장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트루먼은 무척 두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트루먼은 결국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한다. 거짓이 아닌 진실을 선택한 것이다. <매트릭스>의 네오 역시 그랬고, 나 역시 이런 상황이었다면 트루먼과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한편, 현실 속 인간의 처지도 세트장 안의 트루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세계가 매트릭스 세계가 아닌지 누가 알겠는가? 이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아직은 없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관찰과 행동을 통해 마침내 진실을 찾아낸 트루먼의 이야기가 희망을 준다. 인류에게도 언젠가, 부단한 과학적 탐구를 통해 세계의 원리를 깨닫는 날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