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내가 정직한 대답을 할 수 없는 질문만 퍼부었고, 나는 그때마다 대담한 거짓말로 응수하며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구역질이 나는 걸 참았다. - P112
오오, 아버님 어머님, 오오, 내 젊은 날의 아련하고 신성한 불빛이여, 오오, 그 수많았던 즐거움이여, 내 삶의 작업과 목표여! 이 중에서 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회한조차 없으며, 그저 남은 것이라곤 구역질과 고통뿐. - P116
점점 가까이, 점점 또렷하게 내가 두려워하는 유령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집에 가는 것이었다. 내 작은 다락방으로 돌아가 절망을 가만히 응시하는 것이었다. 몇 시간 더 헤매고 다닌다 해도 그것에서 벗어나지는 못한다. - P116
진지함이란 시간의 문제라네. 이것만큼은 자네에게 일러 줘야겠네. 진지함이란 시간을 과대평가하는 데서 생겨나는 거라네. 나도 한때는 시간의 가치를 과대평가한 적이 있었네. 그래서 백 살까지 살고 싶어 했지. 그러나 영원 속에선, 자네도 알다시피, 시간이란 없다네. 영원은 한순간에 불과한 것이라네. 즐거운 일을 하나쯤 할 수 있는 딱 그만한 시간이지. - P135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성인들이 있어. 성 스테파노나 성 프란체스코 같은 성인들. 때때로 난 이들의 그림이나 구세주 예수나 성모 마리아를 그린 그림을 보는데, 모두가 기만적이고 멍청한 날조된 그림들이지. 당신이 괴테의 그림을 보고 느끼는 것과 똑같이 나도 이 그림들을 보면 참을 수가 없어. 난 그렇게 우아하고 멍청한 구세주나 성 프란체스코의 초상을 볼 때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 그림을 아름답고 교훈적이라고 생각하는 걸 볼 때마다, 내게는 그것이 진짜 구세주에 대한 모욕과 같이 느껴져. 그런 멍청한 그림이 사람들에게 만족을 준다면 예수는 왜 살아서 그렇게 엄청난 고통을 겪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어. 그렇다고 해도 나의 구세주 상이나 프란체스코 상 역시 인간의 상에 불과하며, 원래의 모습에 비추어 충분한 것이 못 된다는 것도 알아. 구세주에게는 내 내면의 구세주 상도 터무니없고 불충분하게 보일 거야. 저 우아하게 꾸민 복제물들이 나에게 그렇게 보이듯이 말이야. - P139
그녀는 흐릿한 유리종 같은 나의 무감각 상태를 깨부수고 나에게 손을 내민, 그 선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손을 내민 살아 있는 인간이었다. - P141
그녀, 이 이상한 여자 친구는 또한 성인들에 대해 이야기했고, 내가 아무리 이상하고 터무니없는 일을 한다 해도 절대 이해받지 못하는 외톨이가 아니며, 병적이고 예외적인 존재도 아니라고 일러 주었다. 내게도 형제가 있으며, 사람들이 나를 이해한다는 걸 보여 준 것이다. - P142
그녀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어머니 같은 태도로 귀를 기울였는데, 그건 영리한 부인이 남편의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들을 때 보이는 그런 태도였다. - P143
내가 ‘검은 독수리’에서 본 그 아름답고 이상한 소녀를 만나기로 한 날은 화요일 저녁이었다. 그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일이 나에게는 무척 힘들었다. - P145
그녀가 약속을 깨거나 잊을 수도 있다는 생각만 떠올려 보아도 분명히 알았다. 그러면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말이다. 세상은 다시 텅 비어 버릴 것이고, 하루하루가 우울하고 가치 없이 지나갈 것이며, 모든 것이 소멸한 무시무시한 정적이 내 주위를 완전히 둘러싸, 면도칼 이외에는 이 적막한 지옥을 탈출할 길이 없을 것이다. - P145
그러나 나에게 필요한 것, 내가 절망적으로 동경한 것은 지혜나 이해가 아니라 체험과 결단, 충격과 도약이었다. - P147
그녀는 느닷없이 깊은 진지함에서 익살스러운 유쾌함으로, 또한 그 반대로도 넘어갈 줄 알았고, 그러면서도 전혀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변화시키거나 왜곡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 P150
본래 모든 사람은 서로서로 상대를 위한 거울이어서, 서로 답을 주고받고 서로 조응하는 거지. 그러나 당신 같은 기인들은 괴팍하고 쉽게 마술에 걸리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눈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읽어 낼 수도 없어. 세상에 어느 것 하나 중요하게 여기지 않지. 그런 기인이 느닷없이 그를 정말로 응시하는 얼굴, 그에게 어떤 대답을 줄 것 같고 어떤 친족성을 풍기는 그런 얼굴을 발견했을 때 기쁨을 느끼는 건 당연해. - P151
하지만 즐기기 전에 우선 다른 사람의 허락부터 받으려 한다면, 당신은 정말 불쌍한 바보야. - P156
그것이 높은 지혜에서 온 것이건, 아주 단순한 천진함에 불과한 것이건, 그렇게 순간을 사는 법을 아는 사람, 그렇게 현재에 살며 상냥하고 주의 깊게 길가의 작은 꽃 하나하나를, 순간의 작은 유희적 가치 하나하나를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에게 인생은 상처를 줄 수 없는 법이다. - P157
그러면 그들이 모두 진실하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동물은 없어. 동물들은 당신에게 아양을 떨려고도, 어떤 감동을 주려고도 하지 않아. 연극을 하지 않는다고.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지. 돌이나 꽃처럼, 혹은 하늘에 있는 별처럼 말이야. - P160
내 나라 사람들 셋 중 둘은 그런 종류의 신문을 읽고, 매일 아침, 매일 저녁 그런 논조에 설득당하고, 경고당하고, 선동당한 나머지 불만과 악의에 차 있어. 그 모든 것의 목적과 종착점은 또 전쟁이야. 다가오는 다음 전쟁은 이번 전쟁보다 훨씬 더 끔찍할 거야. 이 모든 것은 분명하고 간단한 이야기야. 누구나 파악할 수 있고, 한 시간만 생각해도 똑같은 결론을 찾아낼 거야. 그러나 아무도 그걸 하려고 하지 않아. 아무도 다음 전쟁을 막으려 하지 않고, 아무도 자신과 자기 아이들에게 일어날, 또다시 수백만 명이 살육당할 운명을 막으려고 하지 않는 거야. 이 이상 더 값싸게 전쟁을 막는 방법이 없는데도 말이야. 한 시간만 성찰해 보고, 잠깐만 자기 자신에 침잠해 들어가, 자기 자신이 이 세상의 무질서와 악행에 얼마나 동참하고 있는지, 얼마나 책임을 나누어져야 하는지 자문해 보는 것, 아무도 그걸 하려고 들지 않는단 말이야! 그러니 상황은 변함없이 계속 그대로이고, 다음 전쟁은 수많은 사람에 의해 하루하루 착실하게 준비되고 있는 거야. - P164
사랑하는 하리, 죽음에 맞서려는 투쟁은 언제나 아름답고, 숭고하고, 놀랍고, 존경할 만한 일이야. 전쟁에 반대하는 투쟁도 마찬가지고.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가망 없는 돈키호테 같은 짓이지. - P165
한 시간 후에 그녀는 갔다. 다음번엔 나아질 거라고 장담하면서. 내 생각은 달랐다. 내가 그토록 둔하고 감각이 없다는 데 무척 실망했던 것이다. 내가 보기엔 이번에 배운 건 아무것도 없었다. 춤을 추기 위해서는 쾌활함, 순수함, 경솔함, 감흥 같은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내게는 그것이 결여되어 있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다음에 만났을 땐 정말로 더 나아졌고, 슬슬 재미까지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연습이 끝났을 때 헤르미네는 이제 내가 폭스트롯을 출 수 있다고 단언했다. - P167
소녀에게 접근하는 남자는 누구나 비웃음을 당할 각오를 해야 하는 법이라고. 그러니 하리, 한번 과감히 해 봐. 최악의 경우라 해 봐야 비웃게 내버려 두면 그만이잖아. - P170
"전 지금 상대가 있는데요."라고 말하면서 그녀는 생기 넘치는 커다란 두 눈에 호기심을 가득 담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제 상대는 저쪽 바에서 죽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리 오세요!"
나는 그녀를 감싸 안고, 그녀가 나를 쫓아 보내지 않은 것에 의아해하며 첫 스텝을 밟았다. - P171
몽상가이자 시인이었고, 내 정신적 수련과 방탕의 더없는 동지였던 헤르만과 닮았던 것이다. - P174
나는 당신이 언젠가 나를 사랑하게 만들 테지만, 서두르지는 않겠어. 우선 우린 동지니까. 우리는 서로를 인정하기 때문에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사이야. 지금 우리는 상대방에게서 배우고 같이 놀고 싶어 해. - P175
당신이 고통과 고독에 절망하여 완전히 망가진 모습으로 나와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었던 그날 밤을 생각해 봐! 도대체 어떻게 내가 그때 당신을 알아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
"어떻게 그런 거지, 헤르미네? 얘기해 봐."
"내가 당신과 같기 때문이지. 나도 당신처럼 외톨이였고, 당신처럼 인생과 인간과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없고, 진지하게 대할 수 없기 때문이야. 인생에서 지고의 것을 요구하고, 자신의 어리석음과 조야함에 만족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지." - P175
춤도 잘 추고, 인생의 표면을 이렇게 잘 알고 있는 내가 그래도 행복하지 않다면 당신은 놀라겠지.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심오한 것들, 정신, 예술, 사상에 정통해 있는 당신이 그렇게 삶에 실망하고 있다는 데 난 정말 놀라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끌어당긴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남매가 된 거야. 나는 당신에게 춤추고 유희를 즐기고 웃는 걸 가르쳐 줄 거야. 그러나 만족하는 걸 가르쳐 주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당신에게서 사색하고 인식하는 걸 배울 거야. 그러나 만족하는 걸 배우지는 않을 거야. - P176
"예를 들면 당신은 정신적인 능력은 고도로 발달해 있지만, 다른 작은 삶의 기술은 어느 것이건 매우 뒤처져 있어. 사상가 하리는 백 살이지만, 춤꾼 하리는 태어난 지 하루도 채 안 된 거지. 우리는 이제 춤꾼 하리를 더 개발하려는 거야.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작고, 어리석고, 성장 부진인 그의 작은 동생들도 모두." - P177
당신이 사랑을 너무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물론 그래도 되겠지. 당신은 나름의 이상적인 방식으로, 당신이 원하는 만큼 사랑할 수 있어. - P178
내가 신경을 쓰는 건 당신이 인생의 작고 가벼운 기술과 유희들을 더 잘 배워야 한다는 거야. 그 방면엔 내가 당신의 선생님이고, 과거 당신의 이상형 애인보다 더 나은 선생님이 될 거야. 날 믿어! 당신에겐 다시 예쁜 소녀와의 잠자리가 꼭 필요해, 황야의 이리 씨."
"헤르미네." 나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날 좀 봐. 나는 늙은이라구!"
"당신은 조그만 젊은이야. 그저 때를 놓칠 뻔할 정도까지 춤 배우기를 게을리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 배우기를 게을리한 것뿐이야. 이상적이고 비극적인 사랑, 당신은 그것을 틀림없이 잘할 수 있을 거야. 나는 확신해. 또 그 점을 존경해! 이제 당신은 좀 평범하게 인간적으로 사랑하는 것을 배우는 거야. 벌써 첫발은 내디딘 셈이지. 지금 당장 무도회에 가도 손색이 없으니까. - P178
그리하여 나는 이제 눈앞에 있는 그림을 보듯 지금까지의 나의 개성이라는 것이 하나의 망상에 지나지 않음을 똑똑히 보았다. 나는 우연히 잘할 수 있었던 서너 가지 능력과 활동만을 정당화하면서 하리라고 하는 사내의 상(像)을 그려 내어 본래 문학, 음악, 철학에 지극히 빈틈없는 교양을 갖춘 전문가인 그자의 삶을 살아왔던 것이고, 그러면서 내 개성의 나머지 부분, 즉 그 밖의 모든 능력과 충동과 노력의 카오스를 부담스럽게 느껴 ‘황야의 이리’라고 불러 왔던 것이다. - P179
음악을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할러 씨.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음악을 한다는 게 중요한 겁니다! 바로 그겁니다. 내가 바흐와 하이든의 전곡을 외고 있고, 그것에 대해 아주 뛰어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으로는 아무에게도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트럼펫을 잡고 경쾌한 시미 춤곡을 불어 대면, 이 곡이 훌륭하건 보잘것없건 상관없이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줍니다. 그것이 사람들의 다리를 움직이게 하고 피를 관류하는 거지요. 중요한 건 바로 이겁니다. - P184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한번 현실을 함께 형상화하겠다는 욕망, 언제나 그저 머릿속으로 미학과 공예에 골몰하는 대신 언젠가는 진지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는 강렬한 동경을 느끼는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그건 항상 체념으로, 운명에 대한 복종으로 끝났다. 장군들과 산업 자본가들의 말이 옳았던 것이다. 우리 같은 ‘정신주의자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현실에 적응하지도 못하고 책임감도 없는 불필요한 존재, 머리가 복잡한 한 떼의 수다쟁이들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P189
그러나 또 어떤 이들은(마리아도 여기 속하는데) 사랑에 탁월한 재능이 있고, 사랑을 갈망하는데, 이들은 대개 사랑에서 양성과 모두 관계한다. 그들은 오로지 사랑 때문에 살고, 돈을 지불하는 공식적인 친구들과는 별도로 또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한다. - P192
책을 읽지 않고, 독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차이콥스키와 베토벤을 구별할 줄 모르는 여자와 한 시간 이상 사랑한다는 건 전혀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마리아는 교양이 없었지만, 그녀에겐 교양과 같은 에움길이나 대용품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모든 문제는 직접적인 감각에서 나왔으니까. - P198
많은 성인이 처음엔 사악한 죄인이었어. 죄 또한 신성에 이르는 길일 수 있는 거야. 죄와 악덕도 말이야. - P213
이날 밤 무도회에서 내가 겪은 것은, 처녀나 학생이면 누구나 다 해 본 것일 테지만, 나에겐 오십 평생에 처음 겪은 체험이었다. 그건 축제의 체험이었고, 축제에 모인 사람들의 도취였으며, 무리 속에 낀 개체의 몰락의 비밀, 환희의 신비스러운 합일의 비밀이었다. - P234
그녀는 나를 사로잡기 위해 더 이상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녀의 것이었다. - P238
그는 우리에게 아주 다정하게 눈짓을 보냈다. - P240
나는 당신 속에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당신에게 줄 수 없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열어 드릴 수 있는 건 오로지 당신 자신의 영혼의 화랑뿐입니다. 내가 당신에게 드릴 수 있는 건 기회와 자극과 열쇠일 뿐, 그 밖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는 당신이 당신 자신의 세계를 볼 수 있도록 도와드릴 뿐입니다. - P243
그리고 모든 고급 유머는 더 이상 자기 자신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을 때 시작됩니다. - P246
"구스타프." 나는 행복에 겨워 소리쳤다. "맙소사, 너를 다시 만나게 되다니! 도대체 어떻게 지내 온 거야?"
그는 소년 시절과 똑같이 좀 화난 듯한 묘한 웃음을 지었다.
"이 멍청아, 만나자마자 질문이냐? 나는 신학 교수가 됐어. 이제 알겠지. 그런데 지금은 신학이고 뭐고 더 이상 소용없지. 전쟁이 전부지. 자 이리 와 봐!" - P252
나의 선배 루터는 당시 농민들에 맞서 영주와 부자들을 도왔지만, 우리는 지금 그것을 조금 수정하려고 하는 거야. - P252
당신은 검사입니다. 어떻게 인간이 검사가 될 수 있는지 나는 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을,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을 고발하고 처벌하는 일을 밥벌이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렇네. 나는 나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네. 그게 내 직무니까. - P257
어머니가 나를 낳음으로써, 나는 죄를 짊어진 것입니다. 살아야 한다는 선고를 받고, 한 국가의 국민이 되어야 하고, 군인이 되어야 하고, 사람을 죽여야 하고, 군비를 위해 세금을 내야 하는 의무를 짊어진 겁니다. - P258
고차원적 의미에서 보면 광기가 모든 지혜의 출발점이듯이, 정신 분열은 모든 예술, 모든 환상의 출발점이오. - P269
나는 금방 알아챘다. 그녀가 나를 좋아하고, 이 만남은 그녀에게도 나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 P276
별로 재주가 없는 사람도 몇백 년 떠돌아다니다 보면 성숙하는 법이다. - P289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젊지도 늙지도 않은 우리
우리의 영원한 존재는 싸늘하게 변치 않고
우리의 영원한 웃음은 싸늘하게 별 되어 빛나리. - P293
헤세의 문학도 시대사의 변화에 완전히 초연할 수는 없었고, 나아가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대한 나름의 대응 양식이었음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 P308
더욱 많은 세계를, 결국은 이 세계 전체를 고통스럽게 확장된 자신의 영혼에 받아들인" ‘불멸의 존재’의 본보기를 좇아 내면의 본원적인 다원성으로 돌파해 들어가거나, - P312
할러는 여러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이 인물들은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억압되어 있는 할러의 집단 무의식의 소인(素因)의 원형들을 대표한다.(헤세는 당시에 『데미안』을 집필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융의 제자인 심리학자 랑 박사에게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들은 할러가 내면적 다원성을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할러는 절망의 정점에서 자살을 목전에 두고 고급 창녀 헤르미네를 만난다. 그녀를 통해 대도시의 또 다른 반쪽 세계, 즉 향락적인 삶과 접하게 된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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