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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의 종말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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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우울증은 나르시시즘적 질병이다. 우울증을 낳는 것은 병적으로 과장된 과도한 자기 관계이다. 나르시시즘적 우울증의 주체는 자기 자신에 의해 소진되고 기력이 꺾여버린 상태이다. 그는 세계를 상실하고 버림받은 자이다. 에로스와 우울증은 대립적 관계에 있다. 에로스는 주체를 그 자신에게서 잡아채어 타자를 향해 내던진다. 반면 우울증은 주체를 자기 속으로 추락하게 만든다. 오늘날 나르시시즘적 성과주체는 무엇보다도 성공을 겨냥한다. 그에게 성공은 타자를 통한 자기 확인을 가져다준다. 이때 타자는 타자성을 빼앗긴 채 주체의 에고를 확인해주는 거울로 전락한다. 이러한 인정의 논리는 나르시시즘적 성과주체를 자신의 에고 속에 더 깊이 파묻혀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성공 우울증이 발생한다. 우울한 성과주체는 자기 자신 속으로 침몰하고 그 속에서 익사한다. 반면 에로스는 타자를 타자로서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이로써 주체를 나르시시즘의 지옥에서 해방시킨다. 에로스를 통해 자발적인 자기 부정, 자기 비움의 과정이 시작된다. 사랑의 주체는 특별한 약화의 과정 속에 붙들리지만, 이러한 약화에는 강하다는 감정이 수반된다. 물론 이 감정은 주체 자신의 업적이 아니라 타자의 선물이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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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구원
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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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 정의 이념의 기초이기도 한 대칭은 아름답다. 정의로운 상태는 반드시 대칭적인 관계를 포함한다. 완전한 비대칭은 추의 감정을 유발한다. 불의는 극단적으로 비대칭적인 관계로 나타난다. 실제로 플라톤은 선을 대칭적인 것의 아름다움에 근거하여 사유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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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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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처음 읽다.
2018. 7. 다시 읽다.

12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 나는 그것으로 살아간다. - 페터 한트케 - P12

15-6 투명한 언어는 형식적 언어, 즉 어떤 애매모호함도 없는 순전히 기계적이고 조작적인 언어다. 이미 훔볼트는 인간 언어의 근본적 불투명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 누구도 어떤 말 속에서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완전히 똑같은 것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작을지언정 어떤 차이가 마치 물속의 동심원처럼 언어 전체에 파동을 일으킨다. 따라서 모든 이해는 언제나 몰이해이기도 하며 생각과 감정의 모든 일치는 동시에 분열이기도 한 것이다." 오직 정보로만 이루어진 세계, 정보의 원활한 유통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불리는 세계는 기계와 유사할 것이다. 긍정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더 이상 어떤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하나의 구조 속에 놓인 정보의 투명성과 외설성"이다. 투명성에 대한 강박은 인간마저 평준화하여 시스템의 기능적 요소로 만든다. 이런 점에서 투명성은 폭력이다. - P15

17-8 ‘포스트프라이버시‘의 이데올로기는 극히 단순하다. 이 이데올로기는 투명성의 이름으로 사적 영역의 완전한 포기를 요구하며, 이를 통해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실현하고자 한다. 그 속에는 몇 가지 오류가 들어 있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조차 투명하지 않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자아는 무의식이 거침없이 긍정하고 갈망하는 것을 부정한다. "이드(id, Es)"는 자아에게 거의 감추어져 있다. 그러니까 인간 정신은 균열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자아가 자신과의 일치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이런 근원적 균열 때문에 인간은 자신에 대해 투명해질 수 없다. 사람들 사이에도 틈새가 벌어진다. 그리하여 서로에 대해 투명한 인간관계는 결코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설사 그런 관계가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이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타자가 투명하지 않다는 사실 자체가 관계를 살아 있게 해준다. 게오르크 짐멜은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완벽하게 안다는 것, 심리를 끝까지 파헤쳤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취해 있지 않았었는데도 술에서 깬 듯 정신이 번쩍 들고, 인간관계의 활력도 사라진다. [......] 생산적인 관계의 깊이는 드러난 모든 마지막 진실 뒤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궁극의 최종적 진실이 있음을 예감하고 이를 존중하는 데서 나오며, [......] 인격 전체로 연결된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조차 내면의 사유재산을 존중하고 질문의 권리를 비밀의 권리로 제한하는 섬세함과 자제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P17

40-1 "가장 가까운 일부분은 불명확하고 비가시적이어야 한다." 환상은 쾌락의 경제학에서 본질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전혀 가려지지 않은 대상은 환상을 차단한다. 물러난 대상, 손에서 벗어나 버린 대상만이 환상에 불을 붙인다. 실시간의 향락이 아니라 상상 속의 전희와 후희가, 시간적인 유예가 쾌락을 깊게 한다. 상상 속의 서사적 우회로를 조금도 허용하지 않는 직접적인 향락은 포르노적이다. 과도하게 선명하고 뚜렷한 미디어 속의 극사실적 이미지들은 환상을 마비시키고 질식시킨다. 칸트에 따르면 상상력의 바탕은 놀이에 있다. 상상력은 확고하게 한정되지도 않고 분명한 윤곽선도 없는 놀이 공간을 전제한다. 상상력은 선명하지 않은 것, 불명확한 것을 필요로 한다. 상상력은 스스로에 대해 투명하지 않다. 자신에 대한 투명성은 이성의 특징이다. 그래서 이성은 놀지도 않는 것이다. 이성은 명확한 개념을 가지고 일한다. - P40

115-6 존경의 독일어 Respekt는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돌아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존경은 배려Rucksicht(‘뒤‘를 뜻하는 Ruck와 ‘봄‘ ‘시야‘를 뜻하는 Sicht의 합성어.)이다. 타인을 존경하는 사람은 함부로 호기심 어린 시선을 던지지 않는다. 존경의 전제는 떨어져 있는 시선, 거리의 파토스이다. 오늘날 존경심이 사라지면서 거리를 알지 못하는 구경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것은 스펙터클의 특징이다. 스펙터클의 어원인 라틴어 동사 spectare는 거리를 둔 배려와 존경respectare 없이 관음증적 태도로 쳐다보는 것을 의미한다. 거리의 유무가 respectare와 spectare를 구별한다. 존경할 줄 모르는 사회, 거리의 파토스가 없는 사회는 스캔들 사회로 전락한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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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마그넷 - 세트 A (태양,수성,금성,지구,달)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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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책방에 처음 들렀다가 보고 반해서 샀다. 나에게 정말 사랑스러운 굿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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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2018-09-22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가서 볼 때마다 ‘정말 사랑스러운 굿즈‘라 생각은 하지만 딱히 필요한
물건은 아니라 구경만 하고 옵니다. 다만 베텔게우스 행성에서 온 남자가 나오는
소설 이름이 붙은 굿즈는 필요 여부를 떠나 무조건, 무조건이야...입니다.ㅎㅎ
(그 굿즈들의 예: 병따개, 타월, 램프, 유리컵....내 눈에 뜨인 건 겨우 네 개뿐이네요.)

베텔게우스 2018-09-22 20:10   좋아요 0 | URL
정말 참신하달까요, 여전히 사랑스러운 굿즈입니다.ㅎㅎㅎ 아, 저도 말씀하신 그런 소설이 있다고는 들었어요. 제가 옳게 짚은 게 맞다면 굉장한 벽돌책이라고 하던데... 그 두꺼운 SF 소설책도 언젠가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루이스 2018-09-22 2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섯 권 합본은 벽돌이지만 한 권씩 된 것도 있어요. 사지 마시고 일단 도서관에서 1권을 한번 읽어보실 것을 추천드려요. 취향이 맞으면 은근히 화악, 빠져버리는 수가 있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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