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 연옥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1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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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연옥편

우리의 감각이 기쁨이나 고통에
사로잡혀 있을 때 영혼은
그 둘 중 하나의 감각에 쏠려서

다른 기능에는 완전히 무디어진다.
이는 우리 안에서 한 영혼이 다른 영혼과
함께 타오른다고 믿는 오류에 반대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것을 보거나 들으며 우리의 영혼이
거기에 완전히 사로잡힐 때
시간이 흘러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시간을 알아차리는 감각과, 영혼을
완전히 지배하는 감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인데
전자는 영혼에서 풀려나 있고 후자는 매여 있다.-연옥편 4곡

어떤 일에 깊게 몰두해 있을 때면 시간이 가는지도 모를 때가 있다. 우리의 기분이 아주 좋아서 붕붕 뜨는 것과 같을 때에는 사소한 고민이 신경 쓰이지 않고 심지어 고통조차도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 반대로 우리가 어떤 고통스러운 일에 맞부딪혀 깊이 침잠해 있을 때에는 마치 물속에 가라앉아 잠긴 사람처럼 보고 듣는 능력도 저하되는 것 같을 때가 있다. 현재 나는 어디에 몰두에 있는지, 몰입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지, 반대로 해내야만 하는 힘든 일에 압도당한 상태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선생님이 나를 꾸짖었다. “무엇에 관심을 뺏겨
걸음을 늦추느냐! 그들 재잘거리는 소리에
신경을 써 무엇 하리!

내 뒤를 따르라! 저들은 떠들도록 내버려 두고,
바람이 불어쳐도 끝자락조차 흔들리지 않는
탑처럼 굳건하여라!

사람이란 생각에 생각을 겹쳐 놓다 보면
원래의 목표를 잃게 마련이니,
힘이 서로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연옥편 5곡

지금 나에게 필요한 말이었다. 생각에 생각을 겹치다 보면 원래의 목표를 잃게 된다. 서로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원래의 목표가 무엇인지 간결하게 생각하자, 주변의 재잘거리는 소리에 신경을 쓰지 말자, 저들은 떠들도록 내버려 두고 나는 불어치는 바람에도 끝자락조차 흔들리지 않으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형제여, 내가 가리키는 이자는,”
하고 그가 앞에 있는 한 영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모국어의 가장 훌륭한 대장장이였소.

그는 사랑의 시와 산문에서
누구보다도 탁월했소! 리모주의 시인이 그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바보들은 내버려 두시오.

그들은 진실보다 소문에 고개를 쳐들고
예술의 원리나 이유를 알기도 전에
저들의 판단을 내리고 맙니다.

많은 사람들은 과거에 귀토네를 그런 식으로 판단하고
그 사람만 떠받들고 칭찬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진실을 받아들입니다.

당신이 넓은 은혜를 입어 지금
그리스토께서 주인으로 계시는
수도원에 들어갈 수 있는 큰 특권을 지녔다면,

나를 위해 주기도문을 해 주시오.
더 이상 죄를 지을 수 없는 이곳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만 말이오.”-연옥편 26곡

이 구절에서 내가 끌렸던 것은 시인을 대장장이에 비유한 부분이었다. 시인이 대장장이라면 모국어는 철기구의 재료인 철이나 금속일 것이다. 시인이 노동자라니. 영화 패터슨이 생각나는 부분이었다. 주석에 따르면 단테는 기로 드 보르넬, 아르노 다니엘, 베르트랑 드 보른을 프로방스 3대 시인으로 인용했다고 한다. 여기서 가장 훌륭한 대장장이는 아르노 다니엘, 리모주의 시인은 기로 드 보르넬이라고 한다. 11곡에서 귀니첼리라는 시인을 언급했고, 연결하면 단테는 자기를 포함하여 시인들의 순위를 매기고 있다고 해석한다. 그러면서 다소 오만이 엿보인다는 내용도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았기에 평생 망명하면서도 이런 대작을 써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지옥편을 읽고 난 후 연옥편을 읽으면 확실히 박진감은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온화하게 묘사되어 있지만 여기에도 벌을 받는 사람들은 등장하고, 다만 간간이 여기에서는 구원되는 사람은 있는 것 같다. 지옥에 가고 연옥에 가는 사람들은 철저히 단테의 기준이기에, 여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 하나하나를 다 이해한다면 단테, 나아가 중세 사람들의 종교관, 세계관, 역사관을 알 수 있겠으나 그 정도에 도달하기에는 겉핥기식 지식 습득으로는 어림도 없다. 어쩌면 세월을 거쳐 반복해서 읽는다면 지식의 축적에 따라 매번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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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지옥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0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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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지옥편

미친 듯 재산을 모은 자는
재산을 잃을 때가 오면 오로지
재산만 생각하며 울부짖고 괴로워한다.-지옥편 1곡

어디 재산 뿐이겠는가.
우리를 괴롭게 하는 것에는 부도 명예도 집착도 다 들어갈 것이다.


한숨과 울음과 고통의 비명들이
별 하나 없는 어두운 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처음 들은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알 수 없는 수많은 언어들, 끔찍한 얘기들,
고통의 소리들, 분노의 억양들, 크고 작은 목소리들,
그리고 손바닥 치는 소리들이

마구 엉켜 아수라장을 만들었고
회오리바람에 휩쓸리는 모래알처럼
그 영원히 깜깜한 하늘에 떠돌고 있었다.

나는 무서워서 머리를 감쌌다.
“선생님! 지금 들리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렇게 고통을 당하는 자들은 누구입니까?”

“치욕도 명예도 없이
살아온 사람들의 슬픈 영혼들이
이렇게 비참한 꼴을 당하고 있다.

하느님께 반항하지도
복종하지도 않았고 단지 자신에게만 충실했던
저 사악한 천사들의 무리도 섞여 있다.

하늘은 그들을 쫓아냈다. 그들이 하늘의 빛을 가릴 테니까.
그러나 깊은 지옥도 그들을 거부하니, 그들을 보고
지옥의 자들이 우쭐해할까 두려웠기 때문이지.”- 지옥편 3곡

이 부분의 묘사와 HELL canto 3 이라고 적힌 윌리엄 블레이크의 그림을 보면서 신과 함께 저승편을 떠올렸다. 그림은 영화보다는 실감나지 않는 구나, 영화에서 상상 속의 저승을 잘 그려냈구나, 신과 함께도 신곡의 영향을 받았겠구나 등등. 사실 신곡을 읽게 된 계기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읽으면서 신곡과 비교하여 인곡 이라는 평가를 읽었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한번쯤은 신곡을 읽어보고 싶기도 했고. 인곡이라고 불리는 데카메론을 읽고 나서 바로 신곡으로 넘어 오는 것이 겁나기도 했고, 잠시 쉬어갈 겸 신과 함께 9권을 전부 읽게 되었다. 영화 두 편도 보았고. 예나 지금이나 사후 세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꺼지지 않는 것 같다. 신과 함께는 우리 나라 고유의 사후 세계 관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저승-극락-환생 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마 저승 편은 신곡 지옥편에 대응할 것이고, 천국편에 대응할 극락은 만화나 영화에서 그려지지 않았다. 연옥의 개념은 신곡 책만 봐서는 지옥에 가까운 모습이라 좀 더 가벼운 벌을 받고 있는 지옥의 느낌이었다. 신곡은 사실 죽죽 읽어나가기만 해서는 이 책의 10퍼센트 정도만의 이해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고, 중세 사람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이 이 책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힘들 것이다. 주석이 달려 있기는 한데 워낙 그 양이 방대해서인지 책 뒤쪽에 따로 실어 놓았다. 매번 책을 앞 뒤로 넘겨서 보는 것이 불편해서 어느새 멈추고 그냥 읽어나가기로 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셰익스피어의 책처럼 바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여기에는 모든 이교도 분파의 두목들과
추종자들이 누워 있는데, 네가 추측하는 것 이상으로
이 무덤들 안에 겹겹이 포개져 있다.

여기에는 비슷한 자들끼리 묻혀 있지.
무덤은 묻힌 자에 따라 더 뜨겁기도, 덜 뜨겁기도 하다.”
그러고는 그가 오른편으로 몸을 돌렸다. 우리는

끊임없는 고뇌와 높은 둔덕 사이를 지나갔다.- 지옥편 9곡

마지막 문장의 서술이 좋았다. 높은 둔덕 만큼이나 끊임없는 고뇌. 심신이 전부 극한 바로 직전까지 몰아쳐지는 과정인 것 같다. 이 때는 몰랐는데 신곡에서는 이런 표현이 참 많다.


“나의 몸에서
이렇게 가지가 꺾이는
무자비한 광경을 보러 온 영혼들이여.

그 가지들을 이 가엾은 나무 발치에 모아 주시오.
나는 처음의 수호신을 세례자로 바꾼
도시 출신이었고. 바로 그 일 때문에

수호신은 자신의 기술에 맹세코 그 도시를
파멸시키려 하고 있소. 만일 지금 아르노 강의 다리에
그의 모습이 남아 있지 않다면,

아틸라가 남긴 잿더미 위에
도시를 새로 건설했던 시민들은
다시 철저하게 파괴될 것이오.

나는 내 집을 교수대로 만들었던 거요.”- 지옥편 13곡

이 부분은 주석의 설명이 필요하다. 페데리코 2세의 신하였던 자코모는 무료함을 달래려 뱃놀이를 하며 강에 돈을 쏟아 붓는가 하면 자기 집을 태우며 즐거워하는 등, 기질이 괴팍하고 방탕했다고 한다. 자기 집에서 목을 매 죽었다고 하는데 그처럼 피렌테도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고 있다는 말이다. 피렌체는 처음에 전쟁의 신 마르스를 수호신으로 섬기다가 나중에 세례 요한으로 바꾸었다. 주석에서는 단테가 6세기에 피렌체르르 침략한 오스트로고트 족의 왕 토틸라와 아틸라를 혼동한 것 같다고 하며, 당시에는 이 둘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단테는 피렌체를 다스리는 6명의 행정장관 중 한 명이었는데, 피렌체와 교황의 갈등으로 순탄치는 않았다고 하며 외교관으로 로마에 갔을 때 쿠데타가 일어나 망명했다고 한다. 이후 죽을 때까지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하고 베로나에서 사망했는데 시간이 흐른 후 피렌체에서 단테를 기리겠다며 빈 무덤을 만들었으나 베로나에서는 단테의 시신을 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이 부분은 그의 개인적인 경험이 반영된 문장일 것이다.


길잡이의 말이 알고자 하는
나의 입맛을 돋우었기에
나는 더 많은 음식을 부탁했다.

그러자 그가 말을 시작했다.- 지옥편 14곡


말을 음식에, 입맛을 호기심이나 흥미에 비유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듯이 맛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 생뚱맞지만 요즘 한참 유행 중인 ~의 맛 이라는 프로그램이 생각 나기도 하고. 어쩌면 먹지 못하면 사람이 죽는 것처럼, 이야기가 없어도 사람은 생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 부분을 꿰뚫고 단테가 이 구절을 썼다면 대단한 통찰력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나 나는 분명히 보았다. 아직도 눈에 선하다.
머리가 잘린 몸체 하나가 다른 온전한 몸을 지닌
슬픈 무리와 함께 태연히 가고 있는 그 모습이.

그자는 자신의 잘린 머리를 초롱불처럼
양손으로 받쳐 들고 있었다. 그 머리는
우리를 쳐다보며 “아이고, 내 신세야!” 하고 말했다.

제 몸으로 제 등불이 되었으니,
하나 속에 둘이요 둘 속에 하나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그를 벌한 분만 아실 테지.-지옥편 28곡

개인적으로 지옥편 전체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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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형태 7 - 완결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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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어. 그래도... 그래도 역시 죽을 만한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 아... 내가 너한테 이런 소리 할 수 있을 처지는 아니지만서도. 그게... 그러니까... 사실은 네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울어서 될 일이면, 울었으면 좋겠어. 나한테 오늘 이후로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좀 더 모두와 함께 있고 싶어. 많은 걸 얘기하고, 또 놀고도 싶어. 그걸 도와줬으면 좋겠어, 네가. 살아가는 걸 도와줬으면 좋겠어.

오늘부터 제대로 모두의 얼굴을 보고 인사하자. 그리고 듣자. 모두의 목소리를. 좋은 소리든 싫은 소리든.

중학교 시절, 나 자신의 미래는 보잘것없는 것이 되리라고 상상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상상 속의 미래도 몹시 눈부셔 보인다. 아찔하리만치 희망으로 가득하다. 내가 옛날 니시미야를 싫어했었던 것처럼, 이 문 너머에 있는 것은 분명 쓰라린 과거일 것이다. 그래도 또 하나 있는 것이 있다. 가능성이다. 그것은 언제든 열 수 있다. 살아 있는 한.

이 이상의 결말을 생각할 수 없는 완벽한 결론이다. 완전하지는 않다. 원래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니까. 그런 존재들이 발버둥치며 노력하며 만들어낸 최상의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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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형태 6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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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제발 조금만 더 나한테 힘을 주세요. 더 이상 뭐 싫은 게 있다 해서 도망치고 그러지 않을게요. 니시미야 핑계 안 댈게요. 내일부터 애들 얼굴 제대로 볼게요. 내일부터 애들 목소리도 제대로 들을게요. 내일부터 제대로 살게요.

다들 걱정했단 말이야! 저기, 알고 있니? 니시미야! 괴로운 건 너만이 아니야! 다들 괴로워! 괴로워하고 있어! 그게 인생이라는 거야! 하지만 그 인생은 가장 소중한 거야. 알고 있어. 니시미야의 마음. 말할 수가 없지? 괴로워도 털어놓을 수가 없지? 넌 나랑 닮았으니까 알 수 있어. 그러니까 있지, 괴로운 일이 있어도 일일히 신경 쓸 거 없어. 자기 자신의 못난 부분도 사랑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맞아. 예를 들면 나는 예쁘다... 예쁘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잖아. 그렇게 안 하면 죽어버리고 싶어지는 걸.

겉으로는 어찌됐든 괜찮아 보이던 것들이 실제로는 괜찮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합리화를 누군가는 회피를 누군가는 직면을 하려고 한다. 누군가를 용서하고 용서받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시간이 필요한 일인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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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형태 5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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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면 자신이 옛날보다 성장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까?

사하라로부터 온 이 메일은 이시다 쇼야에게 묻는 말처럼 들리지만 결국엔 스스로에 대한 물음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증명이다. 어떡하면 자신이 옛날보다 성장했다는 걸 알 수 있을까? 가 아니다. 증명이란 나혼자 느끼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 나는 분명히 옛날보다 성장했다고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였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 동안 나의 노력은 전부 헛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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