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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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표지. 겉장이 참 예뻐서 서점에서 한 눈에 들어왔던 책이다. 흰 구름이 떠 있는 푸른 하늘. 내가 너무 좋아하는 광경.

하지만 서점에서 ‘꽂힌’ 이후 다시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에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고 나서 작가에 대한 인상이 이미 형성된 후이다.




#2. KISS & TELL. 이 책의 원제. 유명인물과 맺었던 밀월관계를 인터뷰나 출판을 통해 대중에게 폭로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한다. 원제는 역설적으로, 또 날카롭게 상대를 해부해가는 내용을 잘 반영했다고 생각된다. 한글 제목은 책을 읽기 전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지라도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참 잘 붙였다는 생각이 든다. 키스하기 전에, 즉 키스에 ‘이르기’ 전에-여기서 ‘키스에 이르기 전’이라는 말은 개인적 경험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리라고 본다-우리가 얼마나 상대에게 수많은 말들을 하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책 전체의 내용을 따스하게 포용한다는 느낌을 준다.




#3. 번역. 이상하게 전에 읽은 책으로 인해 형성되었던 보통에 대한 느낌과는 다소 어긋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아는 보통은 감탄할 만한 촌철살인과 놀랄 만한 관찰력(관찰력은 말 그대로 관찰력이다. 통찰력과는 완전히 다르다.)의 소유자였는데 역시 번역이 문제였나 보다. 많은 보통의 팬들이 리뷰에서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4. 책을 덮으면서 드는 의문 하나. 사랑하는 사람의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다 알고 싶어 하는 마음 평범한 여성으로서 백번 공감하고, 이 사람에 대해 내가 책을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 인터뷰를 해 보고 싶다, 라는 마음 또한 작가라는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과연 이게 진짜 사랑인 걸까 하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여자인 나는 이렇게까지 하는 남자를 이해 못 한다. 아니 견딜 수 없다, 절대로! 사랑은 이해 대상이 아니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도 나의 일부가 아니라 사실은 타인임을 중년 여성들은 어느 순간 알게 된다. 하물며 20년이 넘는 세월을 서로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이야 오죽할까. 이사벨에 대한 한권의 책. 아마 작가가 아닌 일반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분석하라고 해도 이 정도까지 하기에는 버거울지 모른다. 보통은 그녀에 대한 전기를 썼지만 결국 그녀를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런 점에서 그가 초반부에 비판한 다른 전기 작가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 것이다.




#5. 그냥 날 조용히 봐주면 안 되는 걸까? ‘왜’를 분석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게 ‘무엇’이든 따지지 말고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걸까? 내가 당신의 ‘누구’가 되었다면 ‘언제’, ‘어디서’든, ‘어떻게’하든지에 관계없이 늘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는 차마 견디기 힘든 걸까? 좀이 쑤셔서 못 견디는 걸까? 꼭 선후와 인과를 따져서 결론이 나와야만 속이 시원한 걸까?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보통은 후련해졌을지는 몰라도 결국 그녀는 떠나고 말았는데 말이다. 연애 후 남자는 전혀 성장하지 못하고 전과 동일한 상태에 머물러버렸다. 이제 완전히 남이 되어버린 그녀에 대해 한 권의 백과사전만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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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버스
존 고든 지음, 유영만.이수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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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들이 서점을 점령했던 적이 있었다. 특히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에는 (전적으로 내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열풍이 절정에 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물론이고, 신간 코너까지 휩쓸었다기보다는 차라리 넘쳐흘렀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자기계발서의 유형도 점점 세분화되어서 그 유명한 ‘마시멜로 이야기’를 필두로 한 우화 형식의 자기계발서, 예수나 정조 등 역사 속 인물을 현대적 관점으로 조명한 자기계발서들이 쏟아졌고, 이번엔 대상 독자를 쪼개서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 10대를 위한 자기계발서, 샐러리맨을 위한 자기계발서, 팀장을 위한 자기계발서, 초등학생을 위한 자기계발서... 각종 자기계발서가 범람하다 이제는 자제된 듯한 분위기다. 아무튼 그 때는 유명한 자기계발서의 문장 하나쯤은 전부 대학생들 미니홈피에 있었고 베스트셀러가 된 자기계발서는 다시 다듬어져 ‘초딩’마저도 읽을 수 있게 그림책이나 만화책 버전으로 나오기도 했다. 결국 그 많은 자기계발서의 내용은 다 거기서 거기고, 문제는 책을 읽기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도 실천하지 않는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일부 독자들부터 조금씩 느끼기 시작하면서 마치 광풍과도 같았던 바람은 순식간에 가라앉은 것 같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라 한때 자기계발서 중독증에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흠뻑 심취해서 읽었었고, 그 중 몇 권은 뿌듯해하면서 샀고, 감명 깊은 문장은 블로그에 옮겨 아직도 남아 있다. 지금은 어떤 자기계발서를 봐도 다소 냉소적인 면이 없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렇게 읽어댔는데도 정작 ‘나’라는 사람은 크게 바뀐 게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좀 씁쓸해서 그랬나보다.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고, 보관함에 보관해서 한 번씩 볼 때마다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막상 읽어보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 설 연휴에 세배도 차례도 다 끝내고, 할 일이 없어진 친척집에서 올림픽 중계를 보다가 중간 중간 짬이 날 때 읽었는데, 아마도 이런 이유들이 아니었더라면 내가 이 책을 앞으로도 읽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에너지 버스’가 나왔을 때는 한참 자기계발서들이 쏟아질 때였다. 비슷비슷한 내용, 식상한 전개 등 고만고만하게 느껴지는 책들 사이에서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 남고 후속까지 나왔다면 누구나 다 아는 평범한 내용을 깔끔하게 다듬고 보기 좋게 정리해 실용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이런 책들은 다 읽고 나서 ‘또 속았다’가 아닌 ‘나쁘지 않다’라는 느낌만 주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에너지 버스’는 후하게 채점한다면 B+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또 한 번 더 속는다고 하더라도 그 속은 것 때문에 책을 읽은 후 단 며칠만이라도 정말 ‘에너지’가 넘치게 생활할 수 있다면, 속은 게 크게 대수일까 하는 너그러운 마음도 생기게 된다.




사람들이 왜 골프에 빠지는지 아십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골프를 치고 난 후,

형편없었거나 실수를 했던 샷은 잊어버립니다.

대신 그 날 멋지게 날렸던 한 방만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기억, 그 순간의 짜릿하고 강렬한 느낌 덕분에

또 다시 골프장을 찾게 되고 서서히 골프에 중독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다른 사람들은 그날 일어났던 안 좋은 일이나 잘못한 것들을 곱씹으며 잠자리에 든다 해도,

당신은 전혀 다른 걸 기억하며 잠을 청하십시오.

그날 있었던 가장 즐거운 일, 유쾌한 전화통화, 회의에서 멋지게 발표했던 순간,

고객의 사인을 받아낼 때의 그 쾌감,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었던 한 마디의 대화….

그 멋진 성공의 기억이 내일도 더 멋진 성공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줍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인생에 중독됩니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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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빌 브라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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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느 시대에 유년 시절을 보냈든

키득거리며 공감하게 될 것이다!

어느 날 지하실에서 선더볼트(번개) 무늬가 그려진 낡은 스웨터를 발견한 여섯 살의 빌 브라이슨. 그는 그것을 입고 망토를 두르면 초능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믿었다. ‘선더볼트 키드’라는 이름의 용사가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슈퍼맨이나 원더우먼을 꿈꾸며 망토를 두르고 뛰어다닌 어린 시절이 있다. 세상 모든 것이 느낌표와 물음표로 다가오던 시절 말이다.

이 책은 《나를 부르는 숲》 《거의 모든 것의 역사》로 이미 언론과 독자들에게 맛깔스런 입담과 세심한 관찰력을 인정받은 작가 빌 브라이슨이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풀어놓은 유쾌발랄 성장에세이다. 1951년 미국 중부 아이오와 디모인에서 태어난 저자는 ‘선더볼트 키드’라는 페르소나를 출발점으로 삼아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과 그 시대상을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코피 흘린 사실을 자랑스럽게 떠벌이고 동네 구멍가게에서 과자를 훔쳐먹는 등 악동 같았던 저자와, 지역신문의 스포츠 담당기자로서 자부심이 있었지만 한편으론 엽기적인 행동을 일삼던 아버지, 음식을 하도 태워 부엌을 화상병동으로 만들기 일쑤이던 어머니의 이야기에선 안면 근육을 씰룩이며 웃게 되고, 담배, 방사능 낙진이 몸에 좋다고 광고하거나 학교에서 강제로 민방공 훈련을 시키는 미국 정부와, 핵 개발, 공산주의자 색출 등에 희생당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선 가슴이 저린다.

“우리를 특별하고 남다르게 만들어주었던 것들을 지키지 못해 너무 부끄럽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도 새것이 마냥 좋아서, 일상의 피곤함에 지쳐서 그 옛날 반짝거리던 추억을 잃어가고 있다.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은 그런 우리에게 추억을 마음속에 붙잡아둘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웰컴 투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우리 모두의 기억이 만나는 공감도 테스트!

1. 슈퍼맨을 흉내 내며 보자기를 두르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적이 있다.

2. 치과에서 발가락이 신발을 뚫고 나올 정도로 아픈 기억이 있다.

3. 운동화 밑창에서 개똥처럼 물컹한 것을 파내느라 한나절을 보내곤 했다.

4. 모기가 활개를 치는 초여름, 소독차 뒤꽁무니를 신나게 따라다녔다.

5. 코피를 흘리는 친구는 잠깐이나마 연예인 대접을 받았다.

6. 구멍가게에서 아저씨가 한눈파는 사이 과자를 슬쩍한 경험이 있다.

7. 플라스틱 모형을 조립하느라 손이 접착제로 범벅된 적이 있다.

8. 부모님 방에서 야한 잡지나 비디오가 있는지 찾아봤다.

9. 학교에서 민방위 훈련 때만 되면 의자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10. 겨울이면 옷을 많이 껴입히는 어머니 때문에 난감했다.




10개 문항 중 ‘O'를 표시한 문항이 5개 이상이라면 당신은 분명 어린 시절에 ‘선더볼트 키드’였다. 당신은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 것이다. “선더볼트 키드? 무슨 뜻이지?”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빌 브라이슨과 함께 떠나는 여행의 티켓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웰컴 투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재기발랄하고 따뜻한 눈을 지닌 작가, 빌 브라이슨의 성장 에세이

세심한 관찰력과 위트 있는 문체로 이미 수많은 언론과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빌 브라이슨. 그의 글을 읽는 동안은 웃음을 참느라 안면 근육을 씰룩이게 되고, 그 맛깔스런 문장에 입맛을 다시게 되며, 읽고 나서는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힘에 압도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관심사 또한 다양하여 여행, 과학, 언어 등의 분야를 종횡무진하는데, 여행기 《나를 부르는 숲》과 과학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모두 베스트셀러로 만든 바 있다.

그런 빌 브라이슨이 이번엔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성장에세이를 펴냈다. 미국의 세기 중반 1951년, 미국 중부 지역인 아이오와 디모인에서, 베이비 붐 세대의 중간쯤에 태어난 저자는 ‘선더볼트 키드’라는 페르소나를 출발점으로 삼아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과 그 시대상을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난 세상을 구할 거야! 왜냐면 선더볼트 키드니까!

저자는 여섯 살 때 지하실에서 선더볼트(번개) 무늬가 그려진 낡은 스웨터를 발견한다. 아무도 그 스웨터가 누구 것인지 몰랐지만, 저자는 그 비밀을 알았다고 말한다. 분명히 엘렉트로 별의 볼튼 왕이 부모님에게 자신을 맡기면서 남긴 유산일 것이라고. 그 스웨터를 입고 망토를 두르면 초능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믿은 어린 빌 브라이슨. ‘선더볼트 키드’의 탄생의 내막은 그러했다.

우리에게도 슈퍼맨이나 원더우먼을 꿈꾸며 망토를 두르고 뛰어다닌 어린 시절이 있다. 세상 모든 것이 느낌표와 물음표로 다가오던 시절 말이다. 빌 브라이슨은 바로 그 두근거리고 설렜던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다준다. 앞의 공감도 테스트에서 살펴본 10개 문항은 모두 빌 브라이슨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뽑아낸 것이다. 다른 시대, 다른 공간의 이야기임에도 우리의 어린 시절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또한 지역신문의 스포츠 담당기자로서 자부심이 있었지만 밤참을 만들 때면 꼭 반벌거숭이 차림이여서 식구들을 놀라게 한 아버지, 음식을 하도 태워 부엌을 화상병동으로 만들기 일쑤고 자식들이 어느 계절에 태어났는지도 잊어버리는 어머니, 과학적 실험정신으로 집을 날려버릴 뻔한 윌러비 형제, 화물차에서 맥주를 차떼기로 훔친 친구 스티븐 카츠 등의 이야기는 우리의 어린 시절 주변 인물들을 하나둘 떠올리게 한다.




글로서 1950년대 미국의 사회문화상을 그리다

이 모든 것들은 그 시절 길가에 굴러다니던 종이쪽지 하나에 얽힌 이야기까지 풀어놓을 듯한 빌 브라이슨의 놀라운 기억력과 세심한 관찰력, 철저한 자료 조사 덕분이다. 그는 그 당시 어떤 정치사회적 사건들이 있었는지, 텔레비전 프로그램, 만화, 광고, 스포츠 등에서 무엇이 이슈였는지, 고향의 거리 풍경은 어땠는지, 어떤 먹을거리와 전자제품이 인기였는지 등을 눈앞에 그림을 그리듯 보여준다. 또한 챕터마다 실린 신문기사 한 구절을 읽어보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재밋거리다.

한편으론 담배, 방사능 낙진이 몸에 해롭지 않고 오히려 좋다고 광고하거나 학교에서 강제로 민방공 훈련을 시키는 미국 정부를 풍자하고, 핵 개발, 공산주의자 색출 등에 희생당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도 놓치지 않았다. 어이없게도 우리는 이런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조차 공감하게 된다. 시대만 다를 뿐 우리도 비슷한 과정을 지나왔으므로….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그리움인 것을

“우리를 특별하고 남다르게 만들어주었던 것들을 지키지 못해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도 새것이 마냥 좋아서, 일상의 피곤함에 지쳐서 그 옛날 반짝거리던 추억을 잃어가고 있다.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은 그런 우리에게 추억을 마음속에 붙잡아둘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즐거운 놀이를 마음껏 즐기지 못할 만큼 여유가 없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어른들 모두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출판사 책 소개에서 펌

                                                                                      

너무나 미국적이라 공감이 안 가는 부분만 빼놓는다면 최고의 성장 에세이이자 유년 시절의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 우리나라 작가가 쓴다면? 혹은 내가 저자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내 또래의 작가가 이런 글을 펴낸다면 어떤 글이 될까? 내가 나고 자란 80년대 후반 이후의 서울의 모습, 아파트가 빽빽이 늘어서고 서너 동에 하나씩 있는 놀이터마다 학교 끝나고 아이들이 붐볐던 모습, 한 달 동안 전교생이 준비했던 운동회, 저학년 때 했던 꼬마 신랑 각시와 조금 자라고 나서 했던 매스 게임, 줄다리기, 6명씩 끊어서 했던 달리기, 오후 5시부터 시작되었던 만화 타임, 이 때 우리 또래들은 30분 단위로 한 회씩 끊어지는 만화를 지상파 세 방송을 계속해서 돌려가며 각 방송국의 만화를 봤었고 7시까지는 우리들의 시간이었다. 고무줄, 뽑기, 달고나, 만화방, 파워레인저... 지구용사 선가드와 다간의 시간대가 겹쳐서 어린이들 사이에 둘로 나뉘었던 기억, 조금 커서는 HOT 대 젝키 구도로 나뉘었었다. HOT의 캔디 모자와 엉덩이 춤, 학예회나 수련회 장기자랑 때 HOT, 젝키, SES, 핑클의 춤을 삼삼오오 모여 연습하던 시절, 언론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IMF의 기억, 박찬호의 이름을 딴 찬호박 아이스크림, 맨발 투혼의 박세리로 인한 골프 열풍, PC방, 중학교 때 불었던 외고입시 열풍으로 방과 후까지 다녔던 학원, 순정만화를 반에서 한 명이 빌려오면 돌려보던 기억, 중학교 때 활동했던 교지 편집부, 2002년 월드컵 때 학생들마저도 한밤중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기억... 정말정말 많구나... 이 글쓴이처럼 지나간 시간은 모두 다 아름다운 추억이 되나보다. 그럼 지금 나의 모습도 수십 년이 흐르면 아름답게 기억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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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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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AN WITHOUT A COUNTRY







THERE IS NO REASON

GOOD

CAN'T TRIUMPH

OVER EVIL,

IF ONLY ANGELS

WILL

GET ORGANIZED

ALONG THE

LINES

OF THE MAFIA.




OH, A LION HUNTER

IN THE JUNGLE DARK,

AND A SLEEPING DRUNKARD

UP IN CENTRAL PARK,

AND A CHINESE DENTIST

AND A BRITISH QUEEN

ALL FIT TOGETHER

IN THE SAME MACHINE.

NICE, NICE,

SUCH VERY DIFFERENT

PEOPLE IN THE SAME

DEVICE!

-BOKONON




I WANTED ALL

THINGS TO SEEM TO

MAKE SAME SENSE,

SO WE COULD ALL BE

HAPPY, YES, INSTEAD

OF TENSE. AND I

MADE UP LIES, SO

THEY ALL FIT NICE,

AND I MADE THIS

SAD WORLD A

PARADISE.




FUNNIEST JOKE

IN THE WORLD:

"LAST NIGHT I

DREAMED

I WAS EATING

FLANNEL CAKES.

WHEN I WOKE UP

THE BLANKET WAS

GONE!"




I DON'T KNOW

ABOUT YOU,

BUT I PRACTICE

A DISORGANIZED

RELIGION.

I BELONG TO AN

UNHOLY DISORDER.

WE CALL OURSELVES

"OUR LADY OF

PERPETUAL

ASTONISHMENT"




EVOLUTION

IS SO CREATIVE.

THAT'S HOW

WE GOT

GIRAFFES.




WE ARE HERE

ON EARTH

TO FART AROUND

DON'T LET

ANYBODY

TELL YOU

ANY DIFFERENT.




DO YOU THINK

ARABS ARE DUMB?

THEY GAVE US

OUR NUMBERS.

TRY DOING

LONG DIVISION

WITH

ROMAN NUMERALS.




THE HIGHEST TREASON

IN THE USA

IS TO SAY

AMERICANS

ARE NOT LOVED,

NO MATTER

WHERE THEY ARE,

NO MATTER

WHAT

THEY ARE

DOING THERE.




WE DO, DOODLEY DO,

DOODLEY DO, DOODLEY DO,

WHAT WE MUST,

MUDDILY MUST,

MUDDILY MUST,

MUDDILY MUST,

UNTIL WE BUST,

BODILY BUST,

BODILY BUST,

BODILY BUST,

-BOKONON




THAT'S THE END OF

GOOD NEWS ABOUT

ANYTHING. OUR

PLANET'S IMMUNE

SYSTEM IS TRYING

TO GET RID OF

PEOPLE. THIS IS

SURE THE WAY TO

DO THAT.

KV

6AM    11/3/04




WHAT IS IT,

WHAT CAN IT

POSSIBLY BE

ABOUT

BLOW JOBS

AND GOLF?

-MARTIAN VISITOR




LIFE 

IS NO WAY

TO

TREAT AN ANIMAL




PECULIAR

TRAVEL SUGGESTIONS

ARE

DANCING LESSONS

FROM GOD.

-BOKONON




MY

FATHER SAID,

"WHEN IN DOUBT,

CAS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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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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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결말을 통해 소설 족 가족의 문제를 우리 모두의 문제로 확대시킨 작품




유전공학의 발달은 법과 윤리의 영역에서도 전에는 상상에만 머무르던 문제를 현실 세계로 끌어낸다.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단계의 문턱까지 다다른 것 중 하나는 '맞춤형 아기(Designer-baby)'를 둘러싼 논쟁이다. 디자이너 베이비를 만들어내는 기술은 착상 전 유전자 진단법(PGD·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이다. 배아가 가진 특성을 검사해 그중 선택된 것을 자궁에 착상시키는 것이다.

한때 유전질환의 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여겨졌던 기술이 이제 아이의 특징을 선택하는 도구로 사용하게 되었다. 사실 전부터 아이의 성별을 선택하는 시술은 이미 수천 건 이상 행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에는 1970년대 시험관아기 연구의 권위자였던 제프 스타인버그가 이끄는 의료기관에서 '아이의 머리카락과 눈 색깔을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거센 반대 여론에 못 이겨 한 달 만에 포기해버린 일도 있었다.




부모가 아이의 특성을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상당수 국가는 법으로 이러한 시술을 금지하고 있다. 물론 유전적 결함을 가진 남녀가 건강한 아이를 갖고 싶어 할 때 의학의 도움을 받는 정도에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 정도는 허용한다. 실제로 ‘엄지 공주’라는 애칭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한 여성은 50% 확률로 유전되는 자신의 선천성 질환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PGD를 사용했다. 하지만 성별을 선택하는 것도 허용해야 할까? 외모는 어떨까? 자식이 큰 키에 매력적인 몸매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많은 부모의 선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나아가 쌍꺼풀을 갖고 태어나게 하는 것은 어떨까? 작은 얼굴이나 긴 팔다리를 갖는 것은?




외모뿐만이 아니다. 높은 지능을 가진 유전자나 예술적 재능을 가진 유전자를 장착한 배아를 선택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할까? 지능이 아닌 성격은 어떨까? 자상한 성격을 가진 아이를 원하는 것은 괜찮을까? 리더십이 타고난 아이는 어떨까?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강함, 매사에 당당하고 긍정할 수 있는 자세, 이런 것들도 자라면서 겪는 경험을 통해서가 아니라 태어나기도 전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도 가질 수 있다면? 




'맞춤형 아이'를 향한 시도에 반대하는 논리는 인간을 품질개선이 가능한 상품으로 보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근거를 두고 있다. 능력 있는 부모의 아이들은 날 때부터 사회에서 바람직하게 여기는 자질을 갖추고 태어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살아가는 게 버거워질지 모른다. '우월한 인종의 출현' '초인(Super Human)의 탄생'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태어나는 아이의 인권도 중요한 쟁점이다. 유전과학은 아직도 발전중인 분야이며, 특히 인간에 관한 분야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이어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아무도 모른다. 수많은 동물실험, 검증에 또 검증을 반복하더라도, 아이가 자란 뒤에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 완벽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일들이 일반화되면 인류의 유전자 풀(pool)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질병이나 유전적 결함을 치료하기 위해 과학의 힘을 이용하는 것은 ‘인간의 행복 추구권’에 위배되지 않아 가능할지라도, 세상에 나기도 전에 이른바 '품질개선'을 위한 행위는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데 다수의 의견이 모아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다른 사람을 위해 '맞춤제작'되는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 물론 인간을 완전히 수단으로 봐서 '전투형 인간'을 만든다거나 '순종적인 인간'을 생산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당연히 금지해야 하겠지만,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일이라면 어떨까? 불치병에 걸린 자식을 둔 부모가 조직 이식이 가능한 아이를 낳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이용하는 것은 허용될까?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도 크게 위험한 일이 아니라면 아직 스스로 의사 표현할 수 없는 신생아 단계에서 혈액채취나 골수이식 등을 부모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을까? 그런데 만일 아이가 자라면서 거부를 한다면? 몸에 대한 결정권은 부모가 아닌 자신에게 있는데 형제자매를 돕기 싫다고 한다면 법은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할까? 조디 피콜트의 소설 <마이 시스터즈 키퍼-쌍둥이별>은 이런 문제를 다루고 있다.




변호사였던 사라는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다. 소방관인 남편 브라이언과 함께 행복했던 그녀의 인생은 두 살 된 딸 케이트가 전골수구백혈병(promyelocytic leukemia)에 걸리면서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의사는 케이트에게 골수 공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라 부부나 케이트의 오빠는 항원이 일치하지 않아서 공여를 할 수 없었고, 골수은행만 바라보고 있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사라 부부는 케이트의 이상적인 공여자가 될 수 있는 배아를 선택해서 체외수정을 통해 착상한다. 언니를 위한 존재, '마이 시스터즈 키퍼'(My Sister's Keeper)인 안나가 탄생한 것이다.




안나는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언니에게 제대혈을 제공한다. 다섯 살이 되던 해 팔꿈치 안쪽에서 피를 뽑아서 림프구를 채취했고, 수차례 똑같은 시술을 받아야 했다. 1년 뒤에는 케이트가 감염과 싸울 수 있도록 과립구를 기증했다. 골수를 채취할 때는 전신마취를 하고 엉덩이뼈에 바늘을 찔러야 했다. 백혈병 환자인 케이트는 끊임없는 병의 재발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병원에서 살다시피 한다. 무엇보다 부모를 견디기 어렵게 하는 것은 그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케이트가 병원 갈 때는 안나도 같이 가야 한다.




안나는 아픈 언니를 동정하고 사랑하지만, 부모님이 항상 케이트에게만 매달리고 자신의 희생은 당연한 듯이 여기는 것이 조금은 불만이다. 오랜 기간 고대했던 하키 캠프에 못 가게 되었을 때는 "언제쯤 언니에 대한 의무에서 풀려날 수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케이트의 병은 다시 악화되고 의사는 신장이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장을 이식한다고 해서 반드시 회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신장이식을 하지 않으면 며칠 안에 신부전으로 사망하게 된다. 당연히 사라 부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안나의 신장을 케이트에게 이식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나는 이번에는 협조하지 않는다. 이제 13살이 된 안나는 그동안 모은 137달러87센트를 들고 변호사를 찾는다. 부모가 신장이식을 강요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 책의 가족은 인간의 존엄과 가족의 의미 사이에서 커다란 도전과 시험을 받는다. 딸의 생명을 소중히 여길수록 또 다른 딸의 삶의 질은 종잇장처럼 얇아져 간다. 언니를 위해 기증을 하면 동생의 삶은 저당 잡힌다. 그러니 몸의 권리를 찾는 건 정당하지만 기증을 거부하면 죽어가는 언니를 지켜봐야 한다. 어느 한쪽만을 위할 수 없고 어느 누구도 손가락질 받을 수 없는 상황. 작가는 가족 모두에게 각자의 내레이션을 부여하며 그들 내면의 소리를 꺼내 보인다.

병에 걸린 아이로 인해 행복을 잃은 것은 이 가족 뿐만은 아니다. 그 주변에도 아픔은 많다. 안나의 사건을 맡은 판사는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고, 나중에 밝혀져 놀라움과 함께 은은한 감동을 주게 되는 변호사의 몸에 대한 반전도 있다.

모두들 상처투성이다. 실제로 3년 동안 10번이 넘는 대형수술을 한 아이의 엄마였던 원작자 조디 피콜트가 바라본 세상이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소설은 물론 의료윤리나 신체의 자기결정권에 관한 법률 이론을 묻기 위해 만든 단순한 케이스 문제가 아니다. 불치병을 앓는 딸을 가진 부모의 고뇌, 자녀들 사이의 갈등,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생각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안나가 신장이식을 거부하게 되는 사연도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언니를 위해서 태어난 '맞춤형 아기'였던 안나의 운명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옳은지는, 소설의 이야기가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이 시대의 의학과 법학이 반드시 대답을 해야 하는 문제다. 불치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안나와 같은 존재를 만드는 게 허용되는 것일까? 신장이식은커녕 피 한 방울이라도 본인의 동의 없이 채취하는 것은 당연히 법으로 금지되지만, 만약 나를 세상에 내어놓기로 결정한 부모가 요구한다면? 그 이유가 역시 부모의 또 다른 아이를 위해서라면 이것은 부모의 권리에 포함되는 것일까? 또한 과학이 치료의 가능성을 제공하는데 법이 그것을 가로막는 것은 올바른 일일까?




법과대학에서 불법행위와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배울 때 만나게 되는 문제 중에 '결함 있는 생명으로 인한 소송'(wrongful life lawsuit)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제약회사의 잘못으로 약을 복용한 임신부가 장애아를 낳거나, 태아의 장애를 발견하지 못한 의사의 오진으로 인해 장애아를 낳은 경우 '결함 있는 생명'이라는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제기하는 소송이다. 당연히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런 소송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결함 있는 생명'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머리가 좋건 나쁘건, 키가 크건 작건, 성격이 착하건 포악하건, 장애가 있건 없건 모든 생명은 똑같이 소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건에서 치료비를 청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남들보다 못한 존재'라는 이유로 배상을 받을 수는 없다.




치료를 위해 태어나는 아이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런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과학의 발달은 쉽게 답하기 어려운 윤리적 딜레마를 가져온다. 양쪽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고 구체적인 사건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 원칙을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생명은 똑같이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불치병을 앓는 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이 아무리 괴롭더라도 다른 사람의 희생을 강요해서 생명을 연장할 수는 없다. 안나의 사건이 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 법원에 오더라도 승소해야 하는 것은 이런 원리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사람의 특징을 다양성이 아닌 '품질'로 생각해서 개량이 가능하다고 여기거나, 생명이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인류는 유전공학의 결과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생각에 의해 괴물로 변모할지도 모른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에 동명의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이다. 예고편만 보고 영화소개만 보아도 ‘그렇고 그런 영화는 아니겠구나’하는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약간은 상투적이지만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어쩔 수 없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책을 빌려보기 위해 동네 도서관에 대출 예약을 해 놓았는데 반년이 넘어서야 볼 수 있었다. 수많은 독자들의 칭찬처럼, 이 책은 한번 잡기 시작하면 책을 다 읽고 결말을 확인할 때까지 쉬지 못하게 한다. 다 읽고 나서야 500쪽이 넘는 책의 두께가 느껴진다. 이보다 덜 두꺼운 책도 이렇게 끝까지 재미있고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었던 적이 과연 있었던가?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는 어이없을 정도로 당황스러운 결말이,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상상력의 제한이 불만인 것 같다. 하지만 영화 ‘노트북’의 감독이었던 닉 카사베츠는 과감한 생략과 때론 원작을 뛰어넘는 의미 부여를 통해 영화를 매끄럽게 잘 각색하였다고 생각되며, 책의 결말은 영화에서 너무 상냥하고 우아하게 다독여진 문제를 좀 더 첨예하고 깊이 있게 찌름으로써 여운이 더 오래가는 아픔을 우리 모두에게 던졌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사실 이것 이외의 결말을 내기가 작가 입장에서는 힘들었으리라고 생각된다. 두 딸 모두를 사랑한 극 중 사라처럼 작가도 등장인물 모두에게 치우치지 않은 똑같은 애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처를 억지로 봉합하는 대신 시간과 자연의 흐름에 맡기는 것, 이 가족에게 그것 외엔 다른 어떤 치료법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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