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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 표지. 겉장이 참 예뻐서 서점에서 한 눈에 들어왔던 책이다. 흰 구름이 떠 있는 푸른 하늘. 내가 너무 좋아하는 광경.
하지만 서점에서 ‘꽂힌’ 이후 다시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에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고 나서 작가에 대한 인상이 이미 형성된 후이다.
#2. KISS & TELL. 이 책의 원제. 유명인물과 맺었던 밀월관계를 인터뷰나 출판을 통해 대중에게 폭로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한다. 원제는 역설적으로, 또 날카롭게 상대를 해부해가는 내용을 잘 반영했다고 생각된다. 한글 제목은 책을 읽기 전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지라도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참 잘 붙였다는 생각이 든다. 키스하기 전에, 즉 키스에 ‘이르기’ 전에-여기서 ‘키스에 이르기 전’이라는 말은 개인적 경험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리라고 본다-우리가 얼마나 상대에게 수많은 말들을 하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책 전체의 내용을 따스하게 포용한다는 느낌을 준다.
#3. 번역. 이상하게 전에 읽은 책으로 인해 형성되었던 보통에 대한 느낌과는 다소 어긋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아는 보통은 감탄할 만한 촌철살인과 놀랄 만한 관찰력(관찰력은 말 그대로 관찰력이다. 통찰력과는 완전히 다르다.)의 소유자였는데 역시 번역이 문제였나 보다. 많은 보통의 팬들이 리뷰에서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4. 책을 덮으면서 드는 의문 하나. 사랑하는 사람의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다 알고 싶어 하는 마음 평범한 여성으로서 백번 공감하고, 이 사람에 대해 내가 책을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 인터뷰를 해 보고 싶다, 라는 마음 또한 작가라는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과연 이게 진짜 사랑인 걸까 하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여자인 나는 이렇게까지 하는 남자를 이해 못 한다. 아니 견딜 수 없다, 절대로! 사랑은 이해 대상이 아니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도 나의 일부가 아니라 사실은 타인임을 중년 여성들은 어느 순간 알게 된다. 하물며 20년이 넘는 세월을 서로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이야 오죽할까. 이사벨에 대한 한권의 책. 아마 작가가 아닌 일반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분석하라고 해도 이 정도까지 하기에는 버거울지 모른다. 보통은 그녀에 대한 전기를 썼지만 결국 그녀를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런 점에서 그가 초반부에 비판한 다른 전기 작가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 것이다.
#5. 그냥 날 조용히 봐주면 안 되는 걸까? ‘왜’를 분석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게 ‘무엇’이든 따지지 말고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걸까? 내가 당신의 ‘누구’가 되었다면 ‘언제’, ‘어디서’든, ‘어떻게’하든지에 관계없이 늘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는 차마 견디기 힘든 걸까? 좀이 쑤셔서 못 견디는 걸까? 꼭 선후와 인과를 따져서 결론이 나와야만 속이 시원한 걸까?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보통은 후련해졌을지는 몰라도 결국 그녀는 떠나고 말았는데 말이다. 연애 후 남자는 전혀 성장하지 못하고 전과 동일한 상태에 머물러버렸다. 이제 완전히 남이 되어버린 그녀에 대해 한 권의 백과사전만 남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