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버스
존 고든 지음, 유영만.이수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자기계발서들이 서점을 점령했던 적이 있었다. 특히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에는 (전적으로 내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열풍이 절정에 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물론이고, 신간 코너까지 휩쓸었다기보다는 차라리 넘쳐흘렀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자기계발서의 유형도 점점 세분화되어서 그 유명한 ‘마시멜로 이야기’를 필두로 한 우화 형식의 자기계발서, 예수나 정조 등 역사 속 인물을 현대적 관점으로 조명한 자기계발서들이 쏟아졌고, 이번엔 대상 독자를 쪼개서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 10대를 위한 자기계발서, 샐러리맨을 위한 자기계발서, 팀장을 위한 자기계발서, 초등학생을 위한 자기계발서... 각종 자기계발서가 범람하다 이제는 자제된 듯한 분위기다. 아무튼 그 때는 유명한 자기계발서의 문장 하나쯤은 전부 대학생들 미니홈피에 있었고 베스트셀러가 된 자기계발서는 다시 다듬어져 ‘초딩’마저도 읽을 수 있게 그림책이나 만화책 버전으로 나오기도 했다. 결국 그 많은 자기계발서의 내용은 다 거기서 거기고, 문제는 책을 읽기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도 실천하지 않는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일부 독자들부터 조금씩 느끼기 시작하면서 마치 광풍과도 같았던 바람은 순식간에 가라앉은 것 같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라 한때 자기계발서 중독증에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흠뻑 심취해서 읽었었고, 그 중 몇 권은 뿌듯해하면서 샀고, 감명 깊은 문장은 블로그에 옮겨 아직도 남아 있다. 지금은 어떤 자기계발서를 봐도 다소 냉소적인 면이 없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렇게 읽어댔는데도 정작 ‘나’라는 사람은 크게 바뀐 게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좀 씁쓸해서 그랬나보다.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고, 보관함에 보관해서 한 번씩 볼 때마다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막상 읽어보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 설 연휴에 세배도 차례도 다 끝내고, 할 일이 없어진 친척집에서 올림픽 중계를 보다가 중간 중간 짬이 날 때 읽었는데, 아마도 이런 이유들이 아니었더라면 내가 이 책을 앞으로도 읽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에너지 버스’가 나왔을 때는 한참 자기계발서들이 쏟아질 때였다. 비슷비슷한 내용, 식상한 전개 등 고만고만하게 느껴지는 책들 사이에서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 남고 후속까지 나왔다면 누구나 다 아는 평범한 내용을 깔끔하게 다듬고 보기 좋게 정리해 실용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이런 책들은 다 읽고 나서 ‘또 속았다’가 아닌 ‘나쁘지 않다’라는 느낌만 주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에너지 버스’는 후하게 채점한다면 B+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또 한 번 더 속는다고 하더라도 그 속은 것 때문에 책을 읽은 후 단 며칠만이라도 정말 ‘에너지’가 넘치게 생활할 수 있다면, 속은 게 크게 대수일까 하는 너그러운 마음도 생기게 된다.




사람들이 왜 골프에 빠지는지 아십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골프를 치고 난 후,

형편없었거나 실수를 했던 샷은 잊어버립니다.

대신 그 날 멋지게 날렸던 한 방만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기억, 그 순간의 짜릿하고 강렬한 느낌 덕분에

또 다시 골프장을 찾게 되고 서서히 골프에 중독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다른 사람들은 그날 일어났던 안 좋은 일이나 잘못한 것들을 곱씹으며 잠자리에 든다 해도,

당신은 전혀 다른 걸 기억하며 잠을 청하십시오.

그날 있었던 가장 즐거운 일, 유쾌한 전화통화, 회의에서 멋지게 발표했던 순간,

고객의 사인을 받아낼 때의 그 쾌감,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었던 한 마디의 대화….

그 멋진 성공의 기억이 내일도 더 멋진 성공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줍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인생에 중독됩니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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