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풀리는 작은 여행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걷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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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연히 수짱 시리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4권의 만화를 연속으로 보면서 마스다 미리에게 꽃혀 그녀의 저작들을 전부 섭렵하는 중이다. 일본이나 우리나 사는 것은 대동소이한지라, 30대 싱글 여성의 삶을 그려 일본에서 열렬한 반응을 얻었던 것처럼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그녀의 책은 인기를 끌고 있다.

 

수짱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나오지는 않고, 마스다 미리의 개인적인 에세이인데, 기대를 많이 하고 보면 오히려 실망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만화에서 몇 개의 선 만으로도 인물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 함축미가 없기 때문이다. 일하는 싱글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평소에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잡아내는 세심함, 그리고 글이 많지 않아서 오히려 따스하게 느껴지던 편안함이 마스다 미리의 매력이었는데 글줄에서는 아무래도 드러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마스다 미리의 팬이 아니라면, 이 책은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여행기라고 하기에는 또 지나치게 개인적이어서 마치 일기장에 끄적인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일본에 살고 있다면 모를까, 우리 같은 독자들에게는 좀 그림의 떡인 것이, 이 책에 나온 지역 축제 중 현재는 없어져 버린 것도 있고, 1년 중 한시적으로만 하는 행사들도 많아서 그저 글을 읽고, 간혹 등장하는 만화만 보면서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마저도 소소한 재미는 있다.

 

여행이란, 평소의 일상과는 다른 환경에 나 자신을 놓아두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인생의 작은 비밀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에서는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면서도, 곳곳에 즐거운 깨달음이 등장한다.

 

나는 일본을 총 세 번 가보았다. 온천으로 유명한 큐슈, 세계적인 도시인 도쿄, 그리고 저자의 고향이기도 한 오사카. 상하로 긴 나라여서 그런지 한 나라이면서도 각각의 특색이 다 살아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매번 갈 때마다 감탄하고,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리 읽고 갔으면 더 좋았을 것을, 여기도 가 보는 건데, 하는 곳들이 많았다.

 

도쿄인데도 숲 속의 호텔 같은 포시즌스 호텔. 경치 좋은 곳에서 느긋하게 우아한 아침식사를 하는 휴일을 꿈꾸면서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휴일은 내 마음대로야, 하다가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다는 것은 영원히 가지 않을 가능성과 종이 한 장 차이라며 초여름 어느 일요일에 저자가 친구들과 함께 간 곳이다. 수북한 빵과 몇 번이나 우려달라고 부탁했다는 홍차, 그리고 애피타이저 느낌의 가벼운 플레이트 요리. 요리 자체보다 '호화로운 시간'을 산 느낌이라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경치 좋은 창가 쇼파에서 즐기는 '선데이 레이트 브랙퍼스트'. 더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1년에 한 번은 친구와 호텔에 브런치를 먹으러 다니고 싶다는 저자의 말에 나도 마음이 설렌다.

 

신에노시마 수족관의 '해파리 나이트'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 수족관에서 마음껏 해파리를 관람하고 사육사의 도움을 받아 만져보기도 하고 저녁을 먹은 후 수족관 안에서 다 함께 자는 행사다. 처음에는 뭐 이런 특이한 행사가 있나? 하는 느낌이었는데 죽 읽다보니 나도 하고 싶어진다! 마음대로 관내를 산책하며 물고기도 펭귄도 돌고래도 구경하다 좋아하는 수조 앞에서 담요를 펴고 자면 된다. 누군가는 그 앞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누군가는 문자를 하면서 깨어 있다. 생각만 해도 편안해진다. 물론 바닥이 딱딱해서 잠자리가 불편하기는 해도 인생에 딱 한 번이라면 평생 추억이 될 것 같았다.

 

훗카이도의 구시로 습원 국립공원도. 영화에서만 보았던 훗카이도의 모습은 러브레터의 눈 쌓인 모습뿐인데, 10월에 간 저자는 카누를 타면서 야생 사슴도, 밍크도 구경하며 노을이 질 때까지 호수에서 뱃놀이를 했다는 이야기는 언젠가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다짐이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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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대니 보일 감독, 데브 파텔 외 출연 / CJ엔터테인먼트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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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단체 군무는 전형적인 볼리우드 영화스타일이다.

주인공 남자가 잘생겼다. 데브 파텔, 이름을 외울 정도였다.

불안한 듯한 눈빛이 참 매력적이었는데, 그러면서도 당돌한 느낌이 섹시하게 느껴졌다.

여주인공은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별로 안 예뻣서 놀랐다. 실제 6살 정도 차이가 나는 둘은 영화를 통해 연인이 되었다고 한다.

7~80년의 우리나라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친숙했다.

소설도 감명깊었지만, 영화도 잘 만들엇다.

세트가 아닌 실제 현지에서 찍었기 떄문에 현대 인도를 잘 그려낸 것 같다.

아카데미에서 8개를 수상했다는데, 소설은 그렇게 감명깊에 읽었어도 기억이 나는 구절이나 장면이 좀 적은 편인데 영화는 한번을 보고도 잔상이 길게 남았다. 소설과는 조금씩 다른 부분도 있지만 훨씬 더 극적이다. 하지만 명작일수록 별다른 감상이 필요없다는 생각도 든다.

스토리는 원작의 힘과 함꼐 영화하로 잘 각색한 감독의 힘일 것이다. 확실히 소설보다 재미있다.

자말의 형이 살림 or 라티카가 더 나이 많은 변호사 or 게이 영화배우들의 에피소드는 바뀌었다.

영화 개봉 후 일부 인도의 영화계 사람들은 불만을 표시했다고도 한다.

인도라는 나라에 꼭 가고 싶었다. 여러 껍질을 벗겨보는 매력이 느껴지는 나라 같다.

수많은 관강객들이 오는 거대하고화려한 타지마할... 아마 미리 갔더라면 관광지만 보고 감탄만하고 왔을 것이다. 지금 가서 보면 다르지 않을까.

인도라는 나라가 영어와 힌두어를 혼용하기 떄문일까? 영화상의 빈민가 소년도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애들이 너무 안쓰럽다. 귀엽고 동글동글한 눈망울을 가지고 있어서 더 슬프다.

아이들의 순수함과 인도의 비참한 현실이 대비되어 서로를 부각시킨다.

비침한 현실이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희망을 갖게 한다.

아마도 대사 떄문인 듯 하다. "이게 인도다" "그럼 우리가 미국을 보여줄게"

그리고 나서 고층빌딩과 빈민가의 대조... 영화의 내용을 한번에 알게 한다. 만약 이 영화가 미국 자본이 아니라 인도인들 스스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반발이 나왔을까....

 

결말은 소설보다 훨씬 극적이었다. 설마 그렇게 재회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마지막에 찍어서 맞추는 것보다 틀리는 게 낫지 않았을까.

이기적이어도 동생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형이 그렇게 죽어버리는 것도 허무했다.

너무 할리우드 적인 결말 같아서.

 

오프닝 문제의 마지막 답변이었던 'D. It is written'은 중의적인 표현으로 오프닝과 엔딩에서의 의미가 다르게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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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의 모든 것 (1disc)
민규동 감독, 이선균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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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연애하고 결혼에 골인한 수현과 정인.

7년차 부부인 둘은 아직까지 아이 없이 살고 있다.

 

어쨌든 영화상으로는 꽤 능력 있어 보이는 건축가 수현과

얼굴, 몸매, 요리 실력, 하나 빠질 것 없어 보이는 전업주부 정인.

 

정인의 끝도 없는 잔소리에 시달려 수현은 카사노바 성기를 고용해 그녀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사실, 줄거리는 이 정도로 간단하다.

흘러가는 이야기, 예상되는 두 가지 정도의 결론.

영화는 이런 줄거리에서 가능한 극과 극의 두 가지 결론 중에서

좀 더 안전한 결론을 택했다.

누군가는 그 결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처음에 영화를 보기 전에는

아무리 여자가 떽떽거려도

임수정 같은 여자와 헤어지려는 남자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다 보면, 아, 이해가 간다.

본인은 가식이 없다고,

눈치를 보지는 않지만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 솔직함이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무례가 되는 것은 분명하기에.

 

나는 떳떳하다고, 당당하다고, 진실되다고 말하면서

마치 그것을 무기 삼아 자신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위선이라고 몰아붙이는 사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람 우리 주변에 몇이나 될까.

그렇기에 영화를 보면 채 15분 정도도 되지 않아 정인에게 질리게 된다.

 

신기한 것이,

정인이 일을 하게 되고, 집 밖으로 나가서 자기 자신을 찾으며,

누군가에게 한 여자로서 사랑받는 경험을 하면서,

수현의 감정이 변화하는 것처럼

보는 사람의 감정도 똑같이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아, 이 여자가 진짜 매력이 있구나, 하고.

연기하는 배우는 똑같은데

처음과 끝이 이렇게 다르다니 참 임수정은 똑똑한 배우같다.

 

영화와 직접적으로 관계는 없는 이야기지만,

꽤 이름 있는 블로거가 이 영화에 대해서 쓴 리뷰를 본 기억이 났다.

정확한 신상은 모르지만, 블로그의 다른 글을 참고로 하면,

60대 여성이고, 아들을 둘 두었으며,

명문 여대를 졸업하셨고, 결혼 생활은 경제적으로 평탄치는 않았던,

그러나 지금은 비록 서울이 아닌 곳에서 생활하고 있더라도

늘 개봉 영화를 찾아볼 정도로 멋있게(!) 인생을 즐기고 계시는,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그런 느낌이었다.

 

이 영화에 대한 그분의 리뷰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내가 그 리뷰를 봤을 당시 영화를 보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분의 생각을 꼼꼼히 따져보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만, 아무리 임수정처럼 예쁜 여자라도 영화처럼 저렇게 행동한다면

어떻게 같이 살 수 있겠냐는 것은 분명히 기억이 난다.

또한, 영화 리뷰가 정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비난했지만,

상대방인 수현의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기억도 있다.

여주인공의 가정교육에 문제가 있어보인다거나, 내 며느리들은 저런 아이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리뷰에 달린 댓글들은 찬성과 반대가 갈렸다.

 

분명히 아직 미혼 여성인 내가 보아도 심각할 정도였고

저런 여자는 내가 만약 남자라면 아내로 싫다, 정도가 아니라

친구로도, 직장 동료로도, 대학 동기로도 만나기 싫을 정도였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까지 고용해서 아내를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하려는 것은

참 못나고 비겁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리고나서 바뀐 아내가 자신에게 잔소리를 덜 하게 되자,

이번에는 오히려 불안해하는 남편을 보고, 참, 한숨이 나왔는데

역시 사람은 자신 위주로 보게 되는 것 같고,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자신의 살아온 경험만큼만 판단할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 연기도, 음악도, 화면도 다 좋지만,

약간 엉성한 느낌은 어쩔 수 없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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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즈
권칠인 감독, 김주혁 외 출연 / 대경DVD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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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생전의 장진영 팬이었기 때문에, 오버 더 레인보우와 국화꽃 향기를 너무 좋아해서, 발랄하면서도 당당하고 꾸미지 않으면서도 청순하게 예쁜 모습이 늘 좋았는데 참 안타까웠다. 아마 생전에도 미모와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흔치 않은 여배우였었는데, 살아 있었더라면 지금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먹먹했다.

 

고등학교 시절, 이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예고편이나 영화 스틸 컷으로 본 김주혁 모습이 멋있었고, 장진영이 예뻐서 늘 기억에 남았다. 지금 봐도 촌스럽지가 않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결국 사람들 사는 모습은, 20대 여자들 고민은, 다 비슷한 것일까. 바뀌지 않는 걸까.

 

나난의 머리 모양도 옷 입는 스타일도 다 따라하고 싶을 정도였다.

 

아쉬운 것은, 고등학교 때, 아니 대학 들어온 직후에 이 영화를 봤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다. 똑같은 영화, 책, 드라마를 몇 년이 흐른 후에 다시 감상할 때 느낌이 180도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리고 그런 작품일수록 명작이라고 생각된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참 괜찮은 남자를 떠나보내는 것, 그 내용을 어렸을 때의 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을까. 지금 느낌과 다를까, 아니면 같을까.

 

극 중 나난이 근무했던 씨즐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브랜드가 되었다. 이제는 11년 전 29살이었으니 이제는 마흔이 되었겠지. 곧 마흔 한 살이 되겠구나. 동미의 아이는 잘 크고 있을지, 아이 아빠와는 어떻게 되었을지, 그리고 나난은 실업자가 되기전에 또 새로운 일을 하고 있을지, 수헌과는 재회했을지... 좌충우돌은 20대의 특권일 수도 있지만 현실은 더 냉혹하고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흐른다. 그만큼 요구되는 부담도 늘어난다. 그저 판타지로만 나열된 해피 엔딩도 아니었지만, 우울함으로만 점철된 새드 엔딩도 아니었다. 딱 현실적인, 하지만 희망을 주는. 어쩌면 2014년을 바탕으로 하면 또 다른 얘기가 나올지, 아니면 의외로 거의 비슷할지도. 서른을 문턱에 둔 나도 이런 저런 생각이 들면서도, 묘하게 힘이 나고 웃음이 나는 영화였다. 더 늦기 전에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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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말자,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모자라고 부족한 자식이 아니다.˝ 저 또한 몇년 전에 꽤 큰 실패를 겪었고 한동안 허우적대고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저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마음이 어떨지는 신경도 쓰지 않았어요. 제 삶이 너무나 버거워서... 그 시간은 이제 지나갔고, 이제 추억으로 회상할 수 있지만, 그 때 마음 아파하던 부모님을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합니다. 단순히 실패가 아니라, 그 실패로 내 자신을 스스로 비하하던 모습에 어머니가 아파하셨거든요. 그래서 저 대사! 수많은 미생의 명대사 중에 정말정말 어렵게 하나만 꼽으라면 저 대사를 고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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