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르는 숲 - 미국 애팔래치아 산길 2,100마일에서 만난 우정과 대자연, 최신개정판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Neither here nor there>의 빌 브라이슨이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하고 쓴 책이 이 책이다. 빌 브라이슨이 워낙 많은 책을 냈기도 했고, 책이 번역되면서 제목이 상당히 의역된 책이 많을 뿐더러, 개정판이 나오면 그 제목도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나도 빌 브라이슨의 책을 뭐뭐 읽었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내가 읽은 책 중 하나는 The Life and Times of The Thunderbolt Kid라는 책으로 처음에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으로 출판되었고, 개정판의 제목은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산책>으로 바뀌었다. 아마도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의 한국에서의 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도 인상깊게 읽은 책이다. 언젠가 마음먹고 빌 브라이슨의 모든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알라딘에서 검색해보면 국내도서로는 21종이 나온다. 그 중 개정판이 나와서 겹치는 책을 빼면 17종 정도인 것 같고, 그 중 이 책까지 3권을 읽었으니 14종이 남은 셈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좋다.

 

A Walk in the Woods라는 원제가 책의 내용을 더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된다. <나를 부르는 숲>만 보았을 때는 소로우의 <월든>과 같은 책을 생각했는데, 이 책은 원제처럼 그야말로 숲을 걸어서 횡단하는 내용이니까. 2100마일이면 3380킬로미터 정도인데, 대한민국의 길이가 약 1000킬로미터라는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길이가 아닐 수 없다.

 

또 부러운 게 있다. 그들의 상상력을 받쳐주는 자연의 광활함이다. 조지아주에서 메인주까지 산길로만 가는 대장정을 결심하는데 뭐 그리 대단한 상상력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들은 언제나 쉽게 광대한 모험으로 끌어들이는 다양한 천혜의 혜택을 타고났다.

 

옮긴이는 책 앞에서, 미국에서 애팔래치아 트레일의 종주 등반객(Thru-Hiker)을 만났을 때의 일화를 적고 있다. 대학 졸업 기념으로 종주를 시작했다는 젊은 남녀를 보면서 옮긴이는 젊은 나이에 벌써 인생의 행로를 꿰뚤어 보고 있는 그들이 부럽다고 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적이 있는데, 만약 통일이 되어서 육로로 중국과 러시아, 나아가 유럽까지 횡단할 수 있다면, 그 시대의 젊은이들은 지금의 젊은이들과는 사고의 틀부터 다를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카츠에게 바친다

 

책의 첫머리에서 밝힌 카츠는, 빌 브라이슨이 어릴 때 유럽 여행을 함께한 친구로,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다. 44세의 나이로 아내와 아들이 있는 빌 브라이슨이, 25년 동안 명확하게 갈라진 인생의 길을 걷고 있던 친구와 다시 한 번 여행길에 오른 책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빌 브라이슨은 오랜만에 만나게 된 이 친구와의 여행에서 억지로 감동을 짜내지도 않고,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는다. 그저, 이 모든 것이 인생의 길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인생이 죽을 때까지 걷는 길이라면, 그 중의 한 때를 카츠와 함께 걸었고, 한동안 헤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 또 걸었고, 그리고 헤어진 것이다. '발칙한~' 시리즈가 때로는 불편할 정도의 유머를 구사했다면, 이 책은 좀 더 부드럽고 온화한 편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전형적인 미국사람으로서 미국이 아닌 것들에 대해 더 풍자의 잣대를 들이대었던 게 아닐까, 생각하면 잠시나마 불편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기에는 빌 브라이슨의 책은 기본적으로 세상에 대해, 타인에 대해, 이해하지는 못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않겠지만 어쨌든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준다. 곰과 같은 야생동물의 습격, 한탄바이러스와 같은 질병,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 의한 살인 등등 실재하는 위험에 대한 두려움을 무릅쓰고 애팔래치아를 종주한 그 노력을, 감히 따라할 용기는 나지 않지만, 머릿속으로나마 풍경을 그려가며 빌 브라이슨을 따라가는 만족감은 충분하다.

 

바깥에 나가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불길한 운명 중 기묘할 정도로 예기치 못하는 현상이 저체온증이다. 저체온증에 의한 사망 치고 불가사의하지 않은 게 없다. 《자연법》이라는 책에서 저자 데이비드 퀸먼이 쓴 사례를 보자.

1982년 늦여름, 청소년 4명과 어른 2명이 밴프 국립공원에서 휴일 카누를 즐기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구조 탐색반이 그들을 찾으러 나섰다. 그들은 실종된 6명이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숨진 채 호수에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모두 얼굴을 위로 한 채 차분한 표정이었다. 슬픔이나 공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어른 1명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아직도 쓰고 있었다. 근처에 떠다니는 카누들은 전혀 손상을 입지 않았고, 간밤의 날씨도 온화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6명은 조심스럽게 카누에서 내려 그들의 시체가 발견된 호수의 찬물에 몸을 눕혔다. 한 탐색 반원 말에 의하면 '마치 자러 간 것처럼' 보였다. 어떤 의미에선 자러 간 게 맞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죽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거의 없다. 눈보라 속에서 비틀거리거나 북극의 바람과 맞서 싸우다 죽는 경우는 없다는 말이다. 우선 그런 날씨엔 상대적으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밖으로 나가고, 설령 그렇더라도 준비를 잘 갖추고 나가게 마련이다. 저체온증의 피해자들은 주로, 보다 멍한 환경에서 온화한 계절에 얼음이 전혀 얼지 않는 온도에서 당한다. 보통, 그들은 예상 못한 조건의 변화나, 또는 이런 변화가 중첩될 때-기온의 급강하라든가 세차게 내리는 찬비, 길을 잃었다는 자각에-당한다. 왜냐면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거의 언제나 그들은 뭔가 멍청한 짓-지름길을 찾기 위해 잘 표시된 길을 버린다든지, 가만히 있었으면 나았을 텐데 더 깊은 숲으로 잘못 들어간다든지, 시냇물을 건너려다 몸이 더 젖고 차갑게 된다든지-을 해서 상황을 더욱 꼬이게 한다.

(중략)

저체온증은 서서히 파고드는 간교한 충격이다. 그것은 체온이 떨어지고 신체의 반응이 느려지고 통제 불가능해지는 정도에 따라 차츰차츰 몸을 갉아먹는다. 그런 상태에서 샐리너스는 자신의 소지품을 버렸고, 곧 빗물로 불어난 강물을 건너야겠다는 절망적이고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렸다. 아마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그렇게 하는 게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가 길을 잃은 그날 밤, 날씨는 맑았고 기온은 4°c 안팎이었다. 재킷을 그대로 입고 있었고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는 불편한 정도의 추운 밤을 보내고 다음날 무용담 하나를 챙겼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은 대신에, 그는 숨졌다.

저체온증에 걸린 사람들은 몇 단계를 밟는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우선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근육을 수축함에 따라 점점 심하게 몸을 떤다. 그러다 심각한 피로감을 느끼고 몸이 무뎌지고 시간과 거리에 대한 감각을 잃기 시작한다. 그래서 판단 착오를 일으켜 신중치 못하고 비논리적인 결정을 내리려는 경향을 보이거나 명명백백한 것을 보지 못한다. 점점 방향 감각을 잃고 위험한 환각에 빠져 드는데, 그중에서도 몸이 얼어붙고 있는데도 타는 것처럼 덥게 느끼는 착각이 대표적이다. 많은 희생자들이 옷을 벗고 장갑을 던져 버리며 슬리핑 백에서 기어나온다. 트레일에서의 사망 사건에 대한 연대기를 보면 텐트 바로 앞의 눈 더미에서 반쯤 옷을 벗은 채 숨져 있는 등산객에 대한 얘기로 가득 차 있다. 이 단계에 도달하면 몸을 떠는 것을 멈추고 무감각 상태에 이른다. 심장 박동이 느려지고 뇌파는 대초원을 가로질러 질주하는 차처럼 낮게 직선을 이룬다. 이때가 되면 희생자를 발견해 응급 처치를 한다고 해도 몸이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게 된다.

<아웃사이드>라는 잡지의 1997년 1월호에 게재된 사건은 이 같은 경우를 깔끔하게 보여 주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1980년 덴마크 선원 16명이 배가 가라앉자 긴급 구조 요청 신호를 보낸 뒤 구명조끼를 입고 북해로 뛰어들었다. 거기서 구조선이 와서 건져 낼 때까지 90분을 물 속에서 버텼다. 여름이었지만 북해는 숨막힐 정도로 차가워서 30분만 그 안에 있어도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16명이 생환했다는 것은 축제라도 벌여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담요에 싸여 옮겨짐 뒤 따뜻한 음료를 마시자마자 16명 모두가 돌연 사망했다.

 

이 부분은 애팔래치아 종주를 위협하는 여러 가지 요소 중에서 저체온증에 관한 서술 중 일부이다. 실제로 빌 브라이슨이 저체온증으로 판단력이 상실되고 위험한 순간까지 갔던 부분도 이 부분 뒤에 나온다.

 

버몬트 주와 뉴햄프셔 주는 서로 편안하게 마주보고 있을 뿐 아니라 면적이나 기후, 사투리, 그리고 생업-주로 스키와 관광-도 비슷해서 종종 쌍둥이로 같은 괄호 안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사실 두 주는 아주 다른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버몬트 주에는 볼보(스웨덴 회사의 상표) 차와 골동품 가게가 많고 귀엽게 고안한 이름의 여관들이 꽤 있다. 이를테면 메추라기 골짜기 산장(에추라기는 미국에서 성적 매력이 있는 젊은 여자를 가리키는 속어. 여기에 골짜기라는 은유까지 곁들여 연상한 것)이라든지 바이올린 통 농장 여관-바이올린 본체 부분의 생김새가 무엇과 비슷한지를 연상하라-과 같은 것들이다. 뉴햄프셔 주에서는 사냥 모자를 쓰고 픽업 트럭을 몰고 다니는데, 호기롭게도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택하겠다'는 문구가 적힌 번호판을 단다. 지형적인 특징도 판이하다. 버몬트 주의 산들은 비교적 온유하고 기복이 완만하며, 곳곳에 나타나는 목장들에선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반면, 뉴햄프셔 주는 주 전체가 하나의 숲이다. 주 면적 9,304평방마일 중 85%-영국의 웨일스보다 넓다-가 숲이고, 나머지는 호수거나 아예 숲이 들어설 수 없는 수목한계선 위이다. 이 주는 때때로 마을이나 스키 리조트가 나오기는 하지만, 까마득한 자연 일색이다. 산들은 높고 바위는 울퉁불퉁 튀어나왔으며, 버몬트의 산들보다 훨씬 까다롭고 험악하다.

《스루 하이커의 안내서》-애팔래치아 트레일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책, 이제야 털어놓는다-에서 위대한 댄 '윙풋'(Wing foot은 무지하게 걸음이 빠르다는 뜻) 브루스는 밑에서 올라오는 북상 스루 하이커들이 버몬트 주까지 마치면 트레일의 80%를 걸어온 셈이지만, 걷는 데 드는 품을 감안하면 반밖에 안 된다고 썼다. 화이트 마운튼을 관통하는 뉴햄프셔 주의 259km 구간에는 해발 900m가 넘는 높은 고봉만 35개나 있다. 뉴햄프셔 주는 정말, 어렵다.

 

빌 브라이슨의 특징 중 하나는 비유와 대조를 아주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는 점이다. 쌍둥이 주라고 까지 불리는 두 주의 특징이, 단 한번도 이곳을 방문해 본 적이 없는 나조차도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그래, 트레일을 포기해서 기운이 언짢니?"

카츠가 한참 후에 물었다.

확실치가 않아 나는 잠시 생각했다. 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대해 모순되고 혼란스러운 느낌을 갖지 않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트레일이 지겨웠지만 여전히 이상하게도 그것의 노예가 됐고, 지루하고 힘든 일인 줄 알았지만 불가항력적이었으며, 끝없이 펼쳐진 숲에 신물이 났지만 그들의 광대무변함에 매혹됐다. 나는 그만두고 싶었지만,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싶기도 했다. 침대에서 자고 싶기도 하고 텐트에서 자고 싶기도 했다. 봉우리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어했고, 다시는 봉우리를 안 봤으면 싶기도 했다. 트레일에 있을 때나 벗어났을 때나 항상 그랬다.

"모르겠어. 그렇기도 하고 안 그렇기도 하고. 너는 어때?"

그는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우리는 사소한 상념에 잠겨 몇 분 간 더 걸었다.

"어쨌든, 우리는 그걸 했어."

카츠가 마침내 올려다보면서 입을 뗐다. 그는 궁금해하는 내 표정을 보더니 "내 말은, 메인 주를 등산했었잖아"라고 말했다.

나는 그를 쳐다봤다.

"카츠, 우리는 마운트 캐터딘을 못 봤잖아."

그는 내 말을 사소한 말장난으로 무시했다.

"다른 산은 봤잖아. 브라이슨, 너는 얼마나 많은 산들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입을 벌리지 않고 작게 웃었다.

"그래, 그것도 한 방법이겠지."

"그게 유일한 방법이야."

카츠가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내가 아는 한 말이야. 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었어. 눈 속에서도,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남부에서도 걸었고 북부에서도 걸었어. 내 발에 피가 나도록 걸었어. 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었어. 브라이슨!"

"우린 많은 구간을 걷지 않았어. 너도 알다시피."

"그건 사소한 것들이지."

카츠가 코방귀를 뀌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거려 보였지만 그렇게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다.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물론, 내가 옳아."

그는 달리 생각할 수는 전혀 없다는 듯이 말했다.

 

결국 애팔래치아 완주는 여기서 끝나고 만다. 그러나 빌 브라이슨은 카츠와 헤어진 후에도 혼자성 종종 등산을 게속한다.

 

뉴잉글랜드에서 가을은 달아나고 있었다. 킬링턴에 오른 지 며칠도 안 돼 겨울이 불어닥쳤다. 등산의 계절은 확실히 끝 무렵에 이르렀다. 얼마 안 지나 일요일에 식탁에 앉아 트레일 기록과 계산기를 들고 내가 걸어온 거리를 합산했다. 나는 숫자를 두 번 확인했다. 그런 뒤 카츠와 내가 수개월 전 개틀린버그에서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완전히 종주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깨달았을 때와 똑같은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나는 1,392km를 주파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의 절반도 안 되는 거리다. 모든 노력과 땀, 그리고 구역질나는 지저분함, 터벅터벅 걸었던 끝없는 나날들, 딱딱한 바닥에서 보낸 밤들, 이 모든 것이 더해져 겨우 트레일의 39.5%밖에 안 됐다-전 구간을 종주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야? 종주한 사람에 대한 존경심과 의심이 동시에 일어났다. 그래도 1,392km는 적지 않은 거리다. 뉴욕에서 시카고까지 가고도 남는다. 만약 다른 곳으로 이만큼 걸었다고 하면 나는 훨씬 더 자랑스러워했을 텐데.......

나는 요즘도, 때로 뭔가 일이 잘 안풀리면 집 근처의 트레일로 등산을 다녀오곤 한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상념에 잠기지만, 항상 어떤 지점에 이르면 숲의 감탄할 만한 미묘함에 놀라 고개를 들어 본다. 기본적인 요소들이 손쉽게 모여서 하나의 완벽한 합성물을 이룬다. 어떤 계절이든 간에 멍해진 내 눈길이 닿은 곳은 모두 그렇다. 아름답고 찬란할 뿐 아니라 더 이상, 개량의 여지 없이, 그 자체로 완벽하다. 이걸 느끼기 위해 수킬로미터를 걸어 산 정상에 오를 필요도 없고, 눈보라를 뚫고 기신기신 걸을 필요도, 진흙 속에 미끄러질 필요도, 가슴까지 차 오르는 물을 건널 필요도, 매일 매일 체력의 한계를 느낄 필요도 없지만, 그게 도움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아쉽다. 캐터딘까지 가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비록 나는 언젠가 갈 거라고 다짐한다고 해도. 곰이나 늑대를 보지 못한 것도. 느릿느릿 소리 없이 뒷걸음 치는 자이언트도롱뇽을 보지 못한 것도. 살쾡이를 쉬이 하고 쫓아내거나 방울뱀을 피해 옆걸음 치지 못한 것도. 놀란 멧돼지를 맞닥뜨리지 못한 것도 아쉽다. 나는 딱 한 번만이라도-살아남을 수 있다는 서면 보장만 있다면-정면으로 죽음과 대면하고 싶다. 어쨌든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 텐트칠 줄도 알게 됐고, 별빛 아래서 자는 것도 배웠다.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자랑스럽게도 몸이 날렵하고 튼튼해졋다. 삼림과 자연, 그리고 숲의 온화한 힘에 대해 깊은 존경을 느꼈다. 나는 전에는 미처 몰랐지만, 세계의 웅장한 규모를 이해하게 됐다. 전에는 있는 줄 몰랐던 인내심과 용기도 발견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아직도 모르고 있는 아메리카를 발견했다. 친구를 얻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요즘 산을 쳐다볼 떄마다 나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도려낸 화강암 같은 눈을 가늘게 뜨며 천천히 음미하면서 바라본다.

우린 3,520km를 다 걷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여기에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게 있다. 우린 시도했다. 카츠의 말이 옳았다. 누가 뭐래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우린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다소 난잡하고 중구난방같던 소설의 세세한 부분이 끝에 가서 한 점으로 수렴하며 커다란 감동을 던져준다. 꼭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의 마지막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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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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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몰랐던 작가의 아름다운 소설을 알게 되어 기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엉뚱한 생각. 이 책에 나오는 중국의 이 당시 현실은 지금의 북한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어쩌면 통일 이후, 이런 문학이 우리 나라에서도 쏟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살짝 들었다. 소설 분야에서 베스트 순위 내에 우리나라 소설이 한 권도 없는, 요즘의 현실이 답답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이 시지에의 자전적인 소설 같은데, 등장인물들의 뒷얘기가 궁금하다. 두 소년도, 소녀도,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훌륭한 소설의 여러 가지 기준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수십 년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만을 조심스레 잘라내어 보여주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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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양장)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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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레이먼드 카버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소설 <제발 조용히 좀 해요> 때문이었다. 일단 소설 제목이 눈에 확 띄었고, 내용을 궁금하게 만들었으니까.

 

<대성당>은 레이먼드 카버의 마지막 책이면서, 그의 작품 중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 책이기도 하다. 생전에 대부분이 고통스러웠고, 죽기 마지막 몇 년만 반짝했던 그의 삶을 생각해보면, 그의 소설들이 이렇게나 따뜻하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밑바닥까지 절망해보았던 사람이기에 이렇게 타인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소설가에게 있어서 개인적인 고통은, 마치 진주조개가 고통 끝에 진주를 품어내는 것처럼 작품만 놓고 보았을 때는 축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적으로 평탄한 삶을 살아온 작가가 과연 수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까? 문학에 대한 내 상식은 매우 좁고 얕아서 이런 생각이 편협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평탄하게 살아온 소설가들에게는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감정의 최대치를 +10~-10이라고 본다면, 양극단을 경험해 본 작가에게는 -7에 대해서도, +8에 대해서도 물흐르듯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면서 겪은 감정의 최대치가 +7~-6 정도라면, 그 사람은 -7에 대해서도, +8에 대해서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이야기한다면,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거나, 필요 이상으로 냉정해지리라고 생각된다.

 

카버는 아마도 양극단을 전부 경험한 작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어린 시절에 가난했거나, 일찍 부모를 잃었거나 하는 작가는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고통과는 질적으로 다른 고통을 카버는 겪었다. 알콜 중독으로 일생의 많은 순간동안 고통스러웠고, 결국 입원까지 하게 된다. 스스로 술을 끊지 못해 강제로 다른 사람의 손에 결정권을 맡긴 것인데, 이만큼 인간의 존엄성이, 스스로의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아마도 자기 스스로가 죽이고 싶을 만큼 밉지 않았을까. 그 시간을 견뎌내었기에, 카버의 글은 세상 모든 슬픈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저기요, 나도 그랬어요, 괜찮아요, 나도 지금 여기 이렇게 있어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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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유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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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 끝났다. 1권이 2002년 5월에 처음으로 나왔고 이 책이 2015년 4월에 나왔으니 13년만이다. 2013년 7월에 77권으로 완간되었다는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혹시 이 책 뒤로도 또 출판될 책이 남아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러 기사를 비롯해서 트위터에 황금가지 출판사 관계자들이 올린 글을 보니 진정 이 책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3년간의 노고를 단 몇 달만에 내가 홀라당 다 읽어버린 것이 한편으로는 죄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걸 내가 다 읽었구나, 결국 해냈구나 하는 생각에 내 자신이 뿌듯해지기도 한다.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얻어진 여유시간이었지만, 내 평생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크리스티의 모든 소설을 한번씩이나마 읽어봤겠나, 생각하면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예기치 못했던 지금의 pause가 시간이 흐른 후 어쩌면 감사하게 여겨질지도 모르는 일이고, 만약 그렇다면 나는 크리스티 여사에게 상당한 빚을 진 셈이다. 견디기 힘들었을 이 시간이 반짝반짝 빛나게 해 준 몇 안 되는 요소들 중 하나가 크리스티의 책을 읽는 시간이었다.

 

이 책의 원제는 Short Story Collection: The Adventure of the Christmas Pudding이다. 78권의 원제는 Short Story Collection: The Affair at the Victory Ball이었고, 78권이 Short Story Collection 1, 79권이 Short Story Collection 2이다.

 

참고로 76권은 Short Story Collection: Agatha Christie Omnibus 2 였고, 77권은 Short Story Collection: Agatha Christie Omnibus 1이었다. 75권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후기 작품이자 토미와 터펜스 부부의 마지막 등장 작품이었던 <운명의 문>으로, 장편이었다. 아마도 뒤의 4권에서는 전집에 다 실리지 못한 남은 단편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든 듯하다.

 

그 동안의 전집에도 단편집은 있었다.

1. <빛이 있는 동안> (1997, 유작 단편집)

6. <열세가지 수수꼐끼> (1932)

15. <쥐덫> (1925)

21. <파커파인 사건집> (1934)

23. <신비의 사나이 할리퀸> (1930)

37. <뮤스 가의 살인> (1937)

41. <부부탐정> (1929)

45. <푸아로 사건집>(1924)

51.<헤라클레스의 모험> (1947)

76. <리스터데일 미스터리>

77. <검찰 측의 증인>

78. <빅토리 무도회 사건>

79.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마지막 네 권은 따로 출판 연도가 없었던 것으로 볼 때, 다른 단편집들과는 달리 한 권으로 묶여서 출판된 적이 없는 것 같다. 단편이라면, 잡지나 신문 등에 연재되었을 수 있고, 그 것이 어느 정도 분량이 모아지면 책으로 내고 그랬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런 적이 없다는 것은 크리스티가 책으로 묶어서 내겠다는 의지가 강하지 않았던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고, 독자들에게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광적인 지지를 덜 얻었다는 말도 될 수 있겠다. 말하자면, 다른 단편들보다는 수준이나 재미가 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크리스티의 모든 소설을 다 읽는다는 점에서, 그 점 하나만으로도 79권인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은 의의가 있는 책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표제작인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은 1권 <빛이 있는 동안> (1997, 유작 단편집)에 수록된 '크리스마스 모험'과 동일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노란 아이리스'는 61권 <빛나는 청산가리>와 여주인공의 이름까지 동일하다. 아마도 단편을 먼저 쓰고, 그것을 더 발전시켜 장편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성역'은 핵심 아이디어가 22권 <왜 에번스를 부르지 않았지?>와 동일하다. 역시 단편을 먼저 쓰고 나서 장편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왜 에번스를 부르지 않았지?>를 읽으면서 소설이 좀 헐겁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빛나는 청산가리>의 경우 동일한 사건을 시점을 달리하여 반복하여 서술하였고, 아마도 등장 인물 5~6명이 자기 입장에서 사건을 회상하는 방식이 반복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즉, 정작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소설 전체 분량이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꿈'에서 나오는 젊은 의사 스틸링플리트는 67권 <세 번째 여인>에 등장하는, 바로 세 번째 여주인공이 정신과 환자가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을 입증하면서 결국 나중에 그녀와 이어지는 바로 그 사람이다. 브라운이나 앤더슨과 같은 이름이었다면 동일한 사람이었어도 눈치 못 채고 넘어갔겠지만, <세 번째 여인>을 읽을 때 스틸링플릿이라는 이름이 워낙 독특하여 기억이 났다. 개인적으로 크리스티 소설에서 이런 부분을 발견할 때 반갑다. 단편에서 조연으로 쓰인 인물을 장편에서 주조연으로 쓴다거나 하는 것들을 볼 때.

 

워낙 지은 소설이 많다 보니,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아 리뷰를 쓸 때 상세하게 기록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내 기억력에 한계가 있다보니 그것으로도 부족하지 않을까? 이 모든 과정을 다시 반복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서 한 번 더 이런 휴식시간이 주어진다면 전집을 다시 한 번 반복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물론, 힘들겠지만.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제가 도착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아가씨는 여러분과 함께 부엌에서 웃고 얘기하면서 크리스마스 푸딩을 젓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푸딩은 그릇 속에 들어 있었고 그 아가씨는 루비를 푸딩 그릇 중 하나에 넣었죠. 그 푸딩은 크리스마스때 먹을 푸딩이 아니었으니까요. 크리스마스에 먹을 푸딩은 틀이 아주 특이해서 금방 알아볼 수 있었을 겁니다. 그 아가씨가 반지를 넣은 푸딩은 새해 첫날 먹게 되어 있던 푸딩이었죠. 그 아가씨는 새해가 되기 전에 이 집을 떠날 준비를 모두 끝낼 거고. 그러면 그 아가씨와 함께 푸딩도 사라졌을 겁니다. 하지만 운명이 어떻게 인간사에 개입하는지 보십시오. 크리스마스 아침에 생각지도 못했던 작은 사고가 일어났죠. 특이한 틀에 들어 있던 크리스마스 푸딩이 바닥에 떨어져서 산산조각이 나 버린 겁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현명한 로스 부인이 다른 푸딩을 꺼내서 식탁에 내놓은 거죠."


 

<그린쇼의 저택>-마플 양

 

"내 말은 네가 그린쇼 양이 누군지 전혀 몰랐다는 거야. 네가 그 저택에 가서 만났던 그린쇼 양이 그보다 며칠 전에 레이먼드가 만났던 그린쇼 양과 동일한 인물이었다는 보장은 없지 않니? 아! 나도 알고 있어."

 

"누군지 궁금하지? 「신데렐라에게 키스를」이라는 연극에서는 경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단다. 내트 플레처는 무대에서 입었던 의상을 빌려 입었던 거야. 그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일부러 주유소로 가서 차에 기름을 넣으면서 시간을 물어보았지. 12시 25분에 말이야. 그런 다음 급하게 차를 몰아 저택 모퉁이에 차를 세워 놓고 경찰 제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자신이 맡은 역할을 했던 거지."

"그럼 왜,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죠?"

"가정부의 방문을 밖에서 잠글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지. 그린쇼 양의 목에 화살을 꽂을 사람도 필요했고. 진짜 활에 맞은 것처럼 보이려면 아주 힘이 센 사람이 화살을 목에 찔러야 했을 테니까."

"그럼 두 사람이 이 사건의 공범이라는 건가요?"

"맞아. 내 생각은 그렇다. 두 사람은 아마 모자간일 게다."

"그린쇼 양의 동생은 오래전에 죽었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플레처 씨는 분명히 재혼을 했을 거야. 재혼을 하고도 남을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 아이도 죽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지금 조카라고 나선 사람은 아마도 두 번째 부인이 낳은 자식일 거야. 그렇게 되면 그린쇼 양하고는 아무 관계도 아닌 셈이지. 그 여자는 가정부로 위장하고 그 저택에 들어가서 집 안을 염탐했을 거야. 그런 다음 자기가 그린쇼 양의 조카인 것처럼 편지를 보내고 방문하겠다고 했던 거지. 농담처럼 경찰 제복을 입고 가겠다고 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왜 하필이면 화살을 사용한 걸까요? 굳이 화살을 쓸 이유는 없었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단다, 조앤. 알프레드는 궁술 클럽 회원이었으니까. 그들은 알프레드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울 속셈이었던 거지. 알프레드가 12시 20분에 술집에 있었다는 사실이 불행하게도 그들의 계획을 어긋나게 해 버린 거야. 알프레드는 항상 자기가 나가야 할 시간보다 일찍 저택을 나갔어. 그게 이번에는 그 사람에게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 된 거지."

마플 양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행동은 도덕적으로는 올바르다고 할 수 없지. 하지만 게으른 덕분에 목숨을 구한 셈이 되어 버렸어."

 

 

<약자>-푸아로

 

"루벤 애스트웰 경이 열흘 전에 살해당했습니다. 그저께인 수요일에 그의 조카 찰스 레버슨이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아가씨가 아는 한 그에 관해서 불리한 사실은...... 제가 하는 얘기 중에 틀린 점이 있으면 지적해 주시죠, 마드무아젤. 루벤 경은 그의 비밀 서재인 탑방에서 늦게까지 글을 쓰고 있었죠. 레버슨 씨는 밤 늦게 빗장열쇠를 이용해서 그 서재로 들어갔습니다. 그가 그의 삼촌과 말다툼하는 소리를 집사가 들었습니다. 집사의 방은 탑방 바로 밑에 있었죠. 말다툼 하는 소리가 그치더니 갑자기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가 나고 숨이 넘어갈 듯한 비명이 들렸습니다.

집사는 깜짝 놀라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서재로 올라가 보려고 했죠. 그런데 몇 초 후에 레버슨 씨가 휘파람을 불면서 방에서 나오는 걸 보고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스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하녀가 책상 옆에 쓰러져 있는 루벤 경을 발견한 겁니다. 그는 어떤 무거운 물건에 맞아 쓰러진 것 같았습니다. 집사는 즉시 경찰에 그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마드무아젤?"

 

"아가씨가 자발적으로 찾아온 건 아니라는 거로군요."

작은 남자는 그녀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제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다는 거군요."

릴리 마그레이브는 다시 장갑의 구김살을 펴기 시작했다.

"푸아로 씨, 저는 지금 무척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저는 애스트웰 부인에 대한 충성을 지켜야 합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저는 부인에게 고용된 도우미에 불과하지만, 부인께서는 저를 친딸이나 조카처럼 더없이 친절하게 대해 주셨어요. 그렇기 때문에 부인에게 어떤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는 부인의 행동을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 얘기가 선생님이 사건을 조사하실 때 선입견을 갖게 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에르퀼 푸아로가 선입견을 가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물론 선생님의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저를 너무 추켜세우시는군요. 하지만...... 그렇기는 하답니다. 지금 제가 맡고 있는 사건이 워낙 많다 보니."

"저도 그러실 거라고 짐작은 했어요."

릴리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애스트웰 부인께는 제가......."

그러나 푸아로는 일어서지 않았다. 대신 의자에 등을 기대고 그 아가씨를 찬찬히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급하게 가시려고 하죠, 마드무아젤? 잠깐만 더 앉아 계십시오, 부디."

그는 그녀의 얼굴이 빨개졌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마지못해 천천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가씨들은 너무 성급하단 말이지. 저 같은 늙은이들은 결정을 내리는 것도 느리다는 걸 이해해 주셔야죠. 아가씨는 제 말을 오해한 것 같군요. 전 아직 애스트웰 부인에게 가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전형적인 영국인의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키가 크고 창백한 안색에 자신의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은 성격이었다.

"젊은 아가씨는 아주 흥미로운 존재들이야, 조지."

푸아로는 다시 안락의자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자네도 알겠지만 머리가 좋은 아가씨들은 특별히 더 흥미롭지. 누군가에게 어떤 일을 부탁하면서 동시에 그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인데 말일세. 대단한 수완이 필요한 일이지. 그 아가씨는 아주 능수능란했어...... 대단했다니까...... 하지만 이 에르퀼 푸아로도 그 아가씨에 뒤지지 않는 특별한 머리를 타고 났지, 안 그런가, 조지?"

(중략)

푸아로가 연극조로 대사를 늘어놓다가 말을 멈추자 조지의 목소리가 미안한 듯이 끼어들었다.

"양복도 쌀까요, 나리?"

푸아로는 측은한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언제나 자네 할 일에만 주의를 기울이는군 그래. 자네는 내게 정말 훌륭한 친구일세, 조지."

 

 

<꿈>-푸아로

 

"첫번째 의사는 모두 음식 문제라고 했어. 나이가 꽤 든 의사였지. 두번째는 신식 학교를 나온 젊은 의사였네. 그 의사는 내가 어렸을 때 하루 중 특정한 시간, 3시 28분에 일어난 어떤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했어. 그가 말하기를 내가 그 사건을 기억하기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그것이 자살이라는 상징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거라고 하더군. 그의 설명은 그랬어."

"그럼 세 번째 의사는 뭐라고 하던가요?"

푸아로가 말했다.

"그 의사도 젊은 사람이었어. 그 의사는 황당한 이론을 늘어놓더군! 내가 사는 걸 지겨워하고 있다는 거였어. 사는 게 너무 견디기 힘들어서 의도적으로 삶을 끝내기를 원하고 있다고 했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면 본질적으로 내가 실패자라는 걸 인정하는 게 되기 때문에 깨어있을 때는 그런 진시를 직시하기를 거부한다는 거야. 하지만 자고 있을 때는 그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내가 정말 하기 원하는 행동을 한다는 거지. 내 삶을 끝내는 것 말일세."

"그 의사의 생각은 그러니까 어르신이 무의식적으로 자살하기를 원한다는 건가요?"

 

"꿈속에 나온 장면을 직접 보고 싶군요. 탁자하고 시계, 권총, 그런 것 말입니다."

"좋아, 내가 옆방으로 안내하리다."

노인은 몸에 걸친 가운의 앞섶을 여미면서 의자에서 반쯤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아니야. 거긴 아무것도 볼 게 없어. 이미 거기 있는 것에 대해 다 얘기했잖은가."

"하지만 제가 직접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팔리는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당신의 생각은 다 들었으니 이제 됐네."

푸아로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시다면 할 수 없지요."

푸아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게 됐습니다, 팔리 씨."

베네딕트 팔리는 앞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쓸데없이 많은 걸 알려고 하지 마시게."

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는 사실대로 얘기해 줬어.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군. 이제 이걸로 끝냅시다. 상담료 청구서나 보내시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푸아로가 딱딱한 어조로 말하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잠깐만."

백만장자가 그를 다시 불러 세웠다.

"그 편지는...... 내게 돌려주게나."

"비서분이 쓴 편지 말인가요?"

"그렇네."

푸아로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접혀 있는 종이를 한 장 꺼내 노인에게 건네주었다. 노인은 편지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머리를 끄덕이고 옆에 있는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에르퀼 푸아로는 다시 문으로 걸어갔다. 그는 속으로 매우 당황하고 있었다. 그는 방금 전에 들은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에 잠겨 있는 중에도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그를 성가시게 건드리고 있었다. 그것은 베네딕트 팔리의 잘못이 아니라 푸아로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 아가씨는 마음에 들더군요. 배짱도 있고 머리도 좋은 것 같았어요. 제가 그 아가씨에게 작업을 건다면 사람들은 저를 재산을 노린 사기꾼으로 몰아가겠죠?"

"한발 늦었네. 그 아가씨는 벌써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가 있어. 아버지가 죽었으니 그 아가씨에게 행복의 문이 활짝 열린 셈이지."

"그 아가씨한테도 고약한 아버지를 살해할 만한 충분한 동기가 있었던 건 사실이잖아요."

"동기와 기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범죄를 저지를 만한 기질이 있어야지."

"탐정님이 범죄를 저지른다면 어떨까요?"

스틸링플리트가 말했다.

"교묘하게 잘 빠져나갈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탐정님한테 그런 일은 식은 죽 먹기일 테죠. 제 말은 그렇게 뻔한 일은 자존심이 상해서 안 하실 거라는 뜻입니다."

"그건 전형적인 영국인의 생각이로군."

푸아로가 말했다.


 

 

<노란 아이리스>-푸아로

 

"4년 전 오늘 밤 뉴욕에서 만찬이 열렸습니다, 푸아로 씨. 그 자리에는 제 아내와 저, 워싱턴 대사관의 스티븐 카터, 그 당시 우리 집에 몇 주일 동안 묵고 있던 앤터니 채플, 그리고 세뇨라 발데즈가 있었습니다. 이분은 그 무렵 뉴욕시에서 명성을 날리는 댄서였죠. 여기 있는 폴린......."

그는 폴린의 어째를 가볍게 두드렸다.

"제 처제는 그때 겨우 열여섯 살이었지만 파티에 참석하게 했습니다. 기억하지, 폴린?"

"네, 기억해요."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흔들렸다.

"푸아로 씨, 그날 밤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드럼이 울리고 쇼가 시작되었을 때였습니다. 불이 꺼졌습니다. 플로어 가운데 잇는 스포트라이트만 빼고요. 불이 다시 켜지고 나자, 푸아로 씨, 제 아내가 테이블에 엎드린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내는 죽어 있었습니다. 완전히 숨이 끊어져 있었죠. 아내의 포도주 잔에서 청산가리가 발견되었습니다. 그 약을 싼 종이가 아내의 핸드백에서 발견되었죠.

"자살하신 건가요?

 

"조용히 하게, 토니. 내 얘기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죽인 거야. 지금도 그 확신은 변함없어. 누군가 어둠을 틈타서 반쯤 남은 청산가리를 싼 종이를 아이리스의 핸드백에 넣은 거야.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나는 알아. 나는 진실을 알고 있단 말이야."

 

<두 번째 종소리>-푸아로

 

"제가 탄 기차가 연착되었습니다. 우리 앞 선로에서 사고가 났거든요."

"아, 그래서 만찬이 지연된 거군요."

조앤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의 시선이 재빨리 그녀에게로 옮겨졌다. 기분 나쁠 정도로 사람을 꿰뚫어보는 시선이었다.

"아주 드문 경우인가 보죠?"

 

"그럼 시작해 볼까요. 저는 런던에서 리챔 로체 씨가 보낸 편지를 한 통 받았습니다. 리챔 씨는 거액의 돈을 사기당한 것 같다고 썼습니다. 가정적인 이유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건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제게 와서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는 물론 승낙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집에 온 겁니다. 리챔 로체 씨가 원했던 시간에 오지는 못했습니다.다른 볼일도 있으니까요. 리챔 로체 씨는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그분이 영국의 왕은 아니니까요."

 

"아니겠죠. 그렇게 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럴 듯한 설정이죠.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될 수 없었던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당신이 7시에 갯개마취를 꺾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여기 있는 마드무아젤이 제게 해 준 얘기입니다."


 

 

<성역>-마플 양

 

"이번 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줄리언에게 물어보기도 그렇고. 줄리언은 너무 강직한 사람이라......."

마플 양은 그녀의 말을 정확히 알아들은 듯이 이렇게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우리 여자들은 다르지. 너는 사건의 사실만 얘기했지만 나는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구나."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교회에 쓰러져 있던 남자는 성역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어요. 그 남자는 줄리언이 말하던 것처럼 말했어요. 제 말은 그 남자가 박식하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 같았다는 뜻이에요. 만일 그 남자가 자살한 거라면 억지로 몸을 끌고 교회에 와서 '성역'이라는 말을 할 리가 없잖아요? 성역은 쫓기는 사람이 교회 안으로 들어오면 안전하다는 뜻이에요. 교회 안에 들어가면 쫓아오던 사람이 접근할 수 없어요. 예전에는 법률로 접근할 수 없게 정했잖아요."

 

"아, 보통 사람들이 세례명으로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는 건 저도 알아요. 윌리엄이라는 셰례명을 가지고 있어도 '포기'나 '홍당무' 같은 별명으로 부르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월터라는 이름이 버젓이 있는데 누이가 윌리엄이나 빌이라고 부르는 건 좀 이상하잖아요?"

"네 말은 그 여자가 죽은 남자의 누이가 아니라는 거니?"

"네, 전 아니라고 확신해요. 그 사람들은 둘 다 인상이 좋지 않았어요. 그 사람들이 목사관에 찾아온 건 죽은 남자의 물건을 찾고 죽기 전에 그가 남긴 말이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어요. 제가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고 하자 그들의 얼굴에 안도하는 표정이 나타나는 걸 똑똑히 봤어요. 저는 그 남자를 쏜 사람이 바로 에클스 부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애의 아버지가 교도소에서 그 소식을 듣고 탈출해서 낡은 옷장에서 이 가방을 찾아 들고 왔던 거예요. 그 남자나 그의 아내가 옷장 안에 넣어두었겠죠. 이 보석이 정말 그 애의 어머니 물건이었다면 이제 그 아이를 위해 써도 되겠군요."
(중략)

다음 날 아침 번치는 새로 꺾은 국화를 들고 교회로 갔다. 동쪽 창문으로 다시 햇빛이 비쳐들고 있었다. 번치는 강단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햇살을 받고 서 있었다. 그녀는 나직하게 혼자 중얼거렸다.

"당신 딸은 잘 지낼 거예요. 제가 잘 돌봐 줄게요. 약속해요."

그녀는 교회를 청소하고 긴 의자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잠시 기도를 드렸다. 그러고는 이틀 동안 집을 비운 탓에 잔뜩 쌓여 있는 집안일을 하기 위해 목사관으로 돌아갔다.

 

 

<마플 양의 이야기>-마플 양

 

"병에 걸리면 두 의사의 견해를 듣게 되죠. 전문의의 견해와 주치의의 견해입니다. 전문의의 의견을 중요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저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의는 자기 분야에 대해서만 경험이 많으니까요. 주치의는 지식은 전문의보다 적을지 모르지만 넓은 분야의 경험을 쌓았다고 봅니다."

나는 패트릭 씨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어. 그즈음에 내 조카 하나가 자기 아기가 피부병이 나자 그 아기를 주치의에게 데리고 가지 않고 유명한 피부과 전문의에게 데리고 갔단다. 주치의가 너무 늙어서 구식이라고 생각했던 거지. 그런데 그 전문의는 엄청나게 돈이 많이 드는 치료를 했단다. 나중에 아기의 병이 약간 변종된 홍역이라는 게 밝혀진 거야.

얘기가 딴 데로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 애기를 한 건 패트릭 씨의 견해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서였지. 하지만 그가 왜 그런 얘기를 꺼냈는지는 아직 알지 못했단다.

"로드스 씨가 편찮으시다면......."

나는 말을 꺼내려다가 그만 중단하고 말았단다. 그 불쌍한 남자가 깜짝 놀랄 만큼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린 거야.

그는 이렇게 말했어.

"나는 몇 달 후 목 매달려 죽을 겁니다."

 

"당신은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하녀가 부인의 방에 들어가는 것도 나오는 것도 곁눈으로 슬쩍 보았을 뿐입니다.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 여자는 같은 여자가 아니었죠. 커피를 마시고 있던 사람들도 하녀가 들어갔다가 나오는 걸 봤을 뿐입니다. 전기공 역시 마찬가지였죠. 그 하녀가 아주 아름다운 여자였다면 남자들이 그녀의 얼굴을 신경 써서 보았겠죠. 그게 인간의 본능이니까요. 하지만 그 여자는 평범한 중년 여자였습니다. 당신이 본 건 하녀의 옷뿐이었죠. 그 여자를 본 게 아니에요."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그랜비 양보다 캐러더스 양 쪽으로 심증이 간다고 했는데 어째서 그렇게 생각한 거죠? 두 사람 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그건 g자 때문이었어요. 그 여자가 g자를 빼벅는다고 했죠? 책에서 사냥하는 사람들이 많이 그렇게 한다는 건 읽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더구나 60세 이하인 사람들 중에는 아무도 없을 거예요. g자를 빼먹는 건 그 여자가 일부러 위장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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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 무도회 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유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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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의 푸아로 사건집과  1974년에 출판된 푸아로의 초기 사건들에 대한 한권짜리 책에서 나온 사건들. 몇몇 사건은 다른 단편집과 겹치는 부분도 있다. 아마도 이곳 저곳에 연재했던 단편들을 나중에 발전시켜서 장편으로 늘리거나 약간씩 고쳐서 다시 내는 경우도 있었나보다.

 

벨기에의 경찰서장이었던 푸아로가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을 해결하면서 범죄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고, 헤이스팅스는 성실히 사건들을 기록한다. 

 

사라진 광산

광산에 대한 지도를 가지고 있던 중국인이 영국에 건너오자마자 살해당한다. 회사의 중역 중 한 명이 푸아로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데... 놀랍게도 그 중역이 공범이었다!


초콜릿 상자

푸아로가 고백하는 유일한 실패담. 벨기에 시절 이야기. 분홍색 상자와 파란색 뚜껑. 파란색 상자와 분홍색 뚜껑. 트리니트린이라는 혈압강하제는 초콜릿색 알약이라고.


베일을 쓴 여인

결혼을 앞둔 여성이 자신의 젊은 시절의 연애 사건을 증명하는 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서 편지를 훔쳐달라는 부탁을 의뢰한다. 솜씨 좋은 푸아로는 편지가 보관되어 있는 상자를 발견하는데, 그 상자에는 보석이 들어있다. 알고 보니 여성과 협박자는 공범으로, 또 하나의 공범이 보석을 들고 도주하는 바람에 그를 죽이고, 숨겨 있던 보석을 찾기 위해 푸아로에게 의뢰했던 것.


 

해상에서 일어난 사건

범인은 복화술사!


 

당신은 정원을 어떻게 가꾸십니까?

Old lady got the wind upo badly. 푸아로에게 사건을 의뢰한 노부인이 사망해버리고 사인은 다량의 스트리크닌. 1000분의 1로 희석해도 쓴맛이 난다는데 어떻게 음식에 넣었을까? 오블라토, 녹말과 한천으로 만드는 얇은 막, 사탕과자의 포장이나 약 포장에 사용되는 그 오블라토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노부인의 전재산을 물려받기로 한 하녀. 물과 함께 넘기면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하녀가 범인이겠지만, 사실은 굴! 씹지 않고 삼키니까. 하지만 남은 껍질은? 쓰레기통에 버리면 하녀가 알 테니 화단에 장식한 여주인. 그러나 굴 껍데기의 수가 부족해서 화단을 완전히  두르지 못했던 것이 푸아로의 눈에 띄어 발각된다.


빅토리 무도회 사건

가장 무도회와 직업배우.


클래펌 요리사의 모험

사라진 요리사는 어디로 갔을까? 요리사의 낡은 트렁크가 필요했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요리사를 밖으로 유혹해내었던 것.


콘월의 수수께끼

독살당할 것 같다는 부인. 자택에서 푸아로와 만나기로 약속하나 30분 전에 살해당한다. 푸아로는 진범을 잡아내고 24시간 후 경찰에 넘기겠다는 자백서에 범인이 서명하게 한 후 도주를 용인한다. 비난하는 헤이스팅스. 그러나 증거가 전혀 없기에 푸아로가 묘책을 짜낸 것.


클로버 킹

살인 사건을 목격했다는 여자. 옆집으로 뛰어들었는데 그들은 한 시간 동안 브리지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그런데 클로버 킹 카드 없이 어떻게 한 시간 동안 게임이 가능했을까?


르미서리어 가문의 상속

장남이 집안을 계승하지 못한다는 저주. 생각지도 못한 범인의 존재. 재산에 대한 욕심이 저주를 이용한 살인을 부르고 범인도 그걸 믿어버린 광기. 그런데... 결국 그 저주는 맞아떨어져 버린 것 같다.


플리머스 급행열차

미국강철왕의 딸이 살해된다. <블루 트레인의 수수께끼>와 동일한 패턴. 아마 여기에서 장편으로 발전시킨 듯.


 

잠수함 설계도

<뮤스 가의 살인>에 수록되었던 '미궁에 빠진 절도'와 똑같잖아!


 

마켓 베이싱의 미스터리

<뮤스 가의 살인>의 표제작인 '뮤스 가의 살인'과 핵심이 동일하다!


 

이중 단서

러시아 백작 부인, 영국 노부인, 남아프리카 백만장자에 버나드 파커라는 네 인물이 보석 도둑 용의자. 장갑과 담뱃갑 두개의 단서 때문에 푸아로는 오히려 진범을 잡아낸다. 베라 로사코프와의 첫만남. 푸아로는 또 만날 것 같다며 기대한다.

로사코프 백작부인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중 범죄

여행 겸 친구의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헤이스팅스와 함께 가던 중, 우연히 만난 젊은 여인이 물건을 도둑맞았다며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녀는 값비싼 물건을 산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직접 가지고 가던 중이었는데, 물건은 도난당하고 불행히도 그 사람은 이미 물건을 구입한 상태. 물건은 어디로 증발했을까? 이어 등장하는 놀라운 사실. 그 물건을 훨씬 더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말벌 둥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 편안하게 생을 마무리하면서 연적에게 살인 혐의를 뒤집어씌우려고 한다. 푸아로가 등장하여 청산가리와 소다를 살짝 바꿔놓아 옛 친구가 죽기 전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을 바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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