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양장)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처음으로 레이먼드 카버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소설 <제발 조용히 좀 해요> 때문이었다. 일단 소설 제목이 눈에 확 띄었고, 내용을 궁금하게 만들었으니까.

 

<대성당>은 레이먼드 카버의 마지막 책이면서, 그의 작품 중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 책이기도 하다. 생전에 대부분이 고통스러웠고, 죽기 마지막 몇 년만 반짝했던 그의 삶을 생각해보면, 그의 소설들이 이렇게나 따뜻하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밑바닥까지 절망해보았던 사람이기에 이렇게 타인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소설가에게 있어서 개인적인 고통은, 마치 진주조개가 고통 끝에 진주를 품어내는 것처럼 작품만 놓고 보았을 때는 축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적으로 평탄한 삶을 살아온 작가가 과연 수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까? 문학에 대한 내 상식은 매우 좁고 얕아서 이런 생각이 편협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평탄하게 살아온 소설가들에게는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감정의 최대치를 +10~-10이라고 본다면, 양극단을 경험해 본 작가에게는 -7에 대해서도, +8에 대해서도 물흐르듯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면서 겪은 감정의 최대치가 +7~-6 정도라면, 그 사람은 -7에 대해서도, +8에 대해서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이야기한다면,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거나, 필요 이상으로 냉정해지리라고 생각된다.

 

카버는 아마도 양극단을 전부 경험한 작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어린 시절에 가난했거나, 일찍 부모를 잃었거나 하는 작가는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고통과는 질적으로 다른 고통을 카버는 겪었다. 알콜 중독으로 일생의 많은 순간동안 고통스러웠고, 결국 입원까지 하게 된다. 스스로 술을 끊지 못해 강제로 다른 사람의 손에 결정권을 맡긴 것인데, 이만큼 인간의 존엄성이, 스스로의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아마도 자기 스스로가 죽이고 싶을 만큼 밉지 않았을까. 그 시간을 견뎌내었기에, 카버의 글은 세상 모든 슬픈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저기요, 나도 그랬어요, 괜찮아요, 나도 지금 여기 이렇게 있어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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