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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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구매하기로 결정한 책.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표지와 삽화에 부록까지. 어쩌면 이렇게나 깜찍하게 마음에 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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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 까칠한 글쟁이의 달콤쌉싸름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1
빌 브라이슨 지음, 김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으로 시작한 빌 브라이슨 책 읽기. 선풍적인 인기로 그 이후에 나오는 책들은 줄줄이 '발칙한~'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데, 원제와 심히 관련이 없어서 볼 때마다 헷갈리곤 한다. 그래서 여기서 정리해보는 빌 브라이슨의 저서들. 위키피디아를 참고하였다. 목록을 보면 알겠지만, 일단 이 사람이 책을 여러 권 썼고, 일부는 우리나라에 번역이 되어 있지 않으며, 번역된 책들도 순서대로 번역되지 않고 순서가 바뀐 경우가 많은 데다가, 판이 바뀌면서 제목도 바뀐 경우가 많다. 그 제목도 영어로는 멋스러울지 모르나 우리말로 직역하면 다소 눈길을 끌기에 부족하거나 어색해져 버려서 출판사에서는 우리 식으로 번역을 해 놓았는데, 그것이 또 바뀐 경우는 대체 이 책을 내가 전에 읽었었나 헷갈릴 정도이다. 게다가 빌 브라이슨의 특징이 어느 곳을 여행하더라도 자기 스타일대로 해석하기 떄문에 장소가 겹치는 경우 더 헷갈리는 경우도 많다. 특히 미국 소도시를 여행한 기록과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 기록, 그리고 영국에서 거주했다가 다시 미국에 돌아오면서 겪은 미국 생활에 대한 세 권은 제목이 계속 헷갈린다.

 

 

여행/회고 (9/8)

 

The Palace Under the Alps and Over 200 Other Unusual, Unspoiled, and Infrequently Visited Spots in 16 European Countries (1985)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횡단기(2009), 권상미 역 ISBN 89-509-2084-0
The Lost Continent: Travels in Small-Town America (1989)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2008), 권상미 역 ISBN 89-509-1361-5
Neither Here Nor There: Travels in Europe (1991)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2009), 김지현 역 ISBN 89-509-1926-5
Notes from a Small Island (1995)

 

나를 부르는 숲(2008), 홍은택 역 ISBN 89-7090-556-1
A Walk in the Woods: Rediscovering America on the Appalachian Trail (1998)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2009), 박상은 역 ISBN 89-509-1736-X (미국인의 미국적응기)
Notes from a Big Country (UK) (1998) / I'm a Stranger Here Myself (US) (1999)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 이미숙 역
Down Under (UK) / In a Sunburned Country (US) (2000) (호주 여행기)

 

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2008), 김소정 역 ISBN 89-509-1553-7
Bill Bryson's African Diary (2002)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산책(2011) /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2008), 강주헌 역 ISBN 89-92355-28-9
The Life and Times of the Thunderbolt Kid (2006)

 

 

언어/문학 (7/2)

 

The Penguin Dictionary of Troublesome Words (1984)

 

Bryson's Dictionary of Troublesome Words (2002)

 

The Mother Tongue: English and How it Got That Way (1990)

 

Journeys in English (2004) (모국어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북)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2009), 정경옥 역 ISBN 89-522-1106-5
Made in America: An Informal History of the English Language in the United States (1994)

 

빌 브라이슨의 세익스피어 순례(2009), 황의방 역, ISBN 89-7291-468-1
Shakespeare: The World as Stage (2007)

 

Bryson's Dictionary for Writers and Editors (2008)

 

 

과학/역사 (4/4)

 

거의 모든 것의 역사(2003), 이덕환 역 ISBN 89-7291-364-2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2003)

 

그림으로 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2009), 이덕환 역
A Really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2008)

 

거인들의 생각과 힘(2010), 이덕환 역
On the Shoulders of Giants (editor - 2009)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2011), 박중서 역
At Home: A Short History of Private Life (2010) Doubleday. ISBN 978-0-385-60827-5

 

 

 

(출판된 책/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책)으로 구분하였으며, ISBN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남겨놓은 것은 혹시라도 나중에 또 책이 계속 판형이 나와 이름이 바뀔 경우 헷갈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총 14권의 책 중 9권 정도 읽은 것 같은데, 계속 읽다 보면 사실 그 책이 그 책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여행기 중 유럽을 다녀온 책은 읽으면서 계속 웃을 수 있었고 (물론 여행 정보는 전혀 얻은 것이 없었지만) 아프리카를 다녀온 책은 CARE라는 국제구호단체와의 동행이었으며, 호주를 다녀온 책은 단 한 권으로 호주의 '거의 모든' 것을 훑어 본 느낌이었다. 애팔래치아 기행을 다룬 숲 기행도 재기 발랄했고, 셰익스피어를 다룬 책은 내가 읽은 위인을 다룬 모든 책 중 열 손가락안에 들어가는 작품이다. 거의 모든 과학에 대한 책도 지식이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었고, 어린 시절을 다루었던 썬더볼트 키드의 생애도, 그로부터 수십 년 후 돌아온 미국 생활에 대한 좌충우돌 적응기도 다 재미있었다. 저렇게 묶으면 단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어서 간단해 보이지만, 빌 브라이슨의 모든 책들은 각각 개성이 넘친다. 어떤 책에서는 날카로운 면이 부각되고, 어떤 책에서는 책 읽는 내내 따뜻하다. 어떤 책은 읽고 나면 세계사나 세계지리에 대한 공부를 좋은 선생님을 통해 가르침을 받은 느낌이고, 어떤 책은 마치 코미디 프로를 보는 것처럼 가볍게 웃으면서 읽어나갈 수 있다. 이렇게나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거기에 딱 맞는 방식으로 책을 쓸 수 있다니. 그는 진정한 글쟁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빌 브라이슨은 청년기에 영국으로 건너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여기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데, 그 직장은 계속 바뀔지언정 글을 쓰는 직업이라는 것은 바뀌지 않는다. 그 동안 여행을 다니고 취재를 하면서 글을 쓰고 책을 낸다. 그리고나서 다시 미국으로 오기로 결정하고, 그 전에 영국을 한 번 일주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책은 바로 그 책이다.

 

영국 전역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영국에 왔을 때를 떠올리기도 하고, 아내를 처음 만나 결혼식을 올렸던 곳을 찾아가기도 한다. 그러면서 추억에 젖기도 하고, 또 최근과 비교해 어떻게 바뀌었는지 어떤 점은 여전한지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여전히 재치 넘치는 글들은 여전하지만,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보다는 온화하다. 다 읽고 나면 사실 강하게 인상에 남는 문장은 없지만, 예전에 유럽 베낭 여행을 갔을 때 런던과 케임브리지만 찍고 왔던 경험을 생각해보면, 영국의 다른 면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영국에 가고 싶다는 마음까지는 들지 않았지만.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를 읽으면서는 꼭 호주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관광객으로서 호주를 보고 남긴 기록과 수십년간 살아온 나라에 대한 기록은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고, 두 나라의 특징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글은 정말 재미있고, 영국의 수많은 곳에 대한 설명도 유용하다고 생각했지만, 소장하고 싶다거나 두세번 반복해서 읽고 싶은 정도까지는 아니었었다. 다만, 빌 브라이슨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그런 면에서 재미있었다.

 

 

1. 다시 영국, 그리고 23년 전 _ 도버를 바라보며
나는 영국을 마지막으로 한번 돌아보고 싶었다. 20년간 나의 보금자리였던 이 친절한 녹색 섬에 대한 고별여행이랄까 뭐 그런 걸 하고 싶었던 거다.

2. 첫 기억 속으로 출발하다 _ 칼레에서 도버로
많은 세월이 흐른 뒤라 어서 다시 도버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수년 전 하룻밤을 지새운 버스 정류장을 찾아내고는 은밀히 기쁨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3. 런던 찬양 _ 런던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런던이야말로 파리보다 더 아름답고 흥미진진하며, 뉴욕 다음으로 가장 활기찬 곳이라고 말할 것이다.

4. 그때는 잘 몰랐던 도시, 와핑 _ 런던 옆 와핑
“상태 나쁜 게 겨우 이 정도란 말이지? 어디 그럼 내가 솜씨 한번 발휘해 최악이란 어떤 건지 보여주지!”

5. 왕의 나라 영국 _ 런던에서 윈저로
본능에 가까운 타인을 배려하는 이런 태도는 늘 감탄스럽다. 특히 영국에서는 이런 상황이 일상이어서 주목받지 못한다는 점은 더욱 감동스럽다.

6. 가족을 만들다 _ 버지니아 워터, 그리고 에그햄
‘저 사람이야말로 내게 필요한 이다.’
그로부터 여섯 달 후 우리는 근처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7. 단점을 중얼거리며 산책하다 _ 본머스에서 크라이스트처치까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이 계속 이어지는 겨울비를 생각해봐. BBC방송국에서 <캐그니와 레이시>라는 드라마만 줄곧 틀어대는 걸 봐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봐. 생각해보라고….”

8. 모든 것이 너무 많은 나라 _ 솔즈베리
장담하건데 스톤헨지의 배후인물은 아마도 사람들을 부추겨 일을 시키는 데 타고난 재주를 지닌 인물이었음에 틀림없다.

9. 지도만 들고 간다는 것_ 도싯 해안도로
적어도 이번 여행에서 나는 가장 어려운 대목을 해냈다. 이제 나는 문명세계로 돌아간다. 앞으로는 좋은 일만 생길 것이다.

10. 걷기 여행 _ 룰워스, 그리고 웨이머스를 지나
항상 하는 말이지만 성공적인 도보여행의 비결은 언제 멈춰야만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데 있다.

11.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다_ 엑서터, 그리고 반스테이플
다른 방에 있으면서도 방금 만든 케이크의 크림을 한 번 찍어먹어 보려는 걸 귀신같이 알아내는 여자들의 재주는 도대체 어디서 난 거란 말인가?

12. 비오는 날의 날벼락 _ 웨스턴 슈퍼메어에서 몬머스, 그리고 시몬스 야트
온 세상 사람들이 다 그러는 건 아닐지도 모르지만, 영국에서라면 방문객의 흔적은 단연 낙서나 먹다 버린 맥주캔이 뒹굴어 다니는 것이다.

13.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_ 옥스퍼드
“1264년 이후로 이 고장에는 근사한 건물들만 들어서왔어. 그러니 이번에는 기분전환 삼아 못난이 건물도 세워보지, 뭐.”

 

영국인이거나 나보다 연장자이거나 아니면 이 둘 다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특별히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스키플 음악(블루스나 포크송 따위에서 나온 1920년대의 재즈음악), 구멍이 하나만 있는 소금그릇, 마마이트(공업용 윤활유처러머 생긴 먹을 수 있는 이스트 농축액), '샐리'라는 노래를 부른 그레이시 필즈, 만능 연예인 조지 폼비, 바자회 등에서 싸게 파는 잡동사니, 직접 자른 빵으로 만든 샌드위치, 진짜 우유가 들어간 홍차, 삶은 양배추, 집안 전기 배선 공사야말로 재미있는 대화 소재라는 믿음, 증기기관차, 가스레인지 아래 달린 그릴에서 만든 토스트, 배우자와 벽지를 고르러가는 일이 즐거운 외출이라는 생각, 포도가 아닌 다른 과일로 만든 술, 난방을 하지 않은 침실과 욕실, 해변에서 바람막이를 치는 일(바람막이를 치려면 뭐하러 해변에는 나가는지!), 그리고 크리켓 경기. 그외에도 당장 떠오르지는 않지만 뭔가 한두 개가 더 있는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것들이 따분하다거나 잘못되었다거나 나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저런 것들의 진정한 가치와 매력을 아직은 내가 알지 못한 다는 말을 하려는 것뿐이다. 그리고 위의 목록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옥스퍼드 대학교를 꼽을 수 있다.

나는 그 대학에 대해 무한한 존경심을 품고 있으며 800여 년의 쉼 없는 지식노동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고백하건데 그 대학이 왜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 영국인들은 라틴어로 빈정거리기를 좋아하는 식민지 통치자를 육성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미곳에서 후기칸트학파의 미학이나 라이프니츠와클라크의 논쟁 같은 심도 깊은 학문 활동도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대단히 인상 깊은 일이군.하지만 실업자가 300만에 육박하고 가장 최근 발명분이 제트기엔진이라는 나라에서 조금 한가한 소리 아닌가?' 바로 전날 나이트뉴스에서 아나운서가 기쁜 낯으로 말하기를 삼성에서 타인사이드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 밝혔다. 그 공장으로 인해 800명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그 800명의 사람들은 기꺼이 오렌지색 작업복을 입고 매일 아침 30분간 태권도를 하게 될 것이다. 낡은 사상을 고수하는 속물이라 손가락질 받더라도 내가 볼 때는, 그러니까 영국을 친근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볼 떄는, 영국의 산업기술이 너무 뒤떨어지다보니 미래의 경제안보마저 한국기업에게 의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이제는 교육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해서 2010년 즈음에는 식탁에 뭔가 먹을 거리를 올려줄 학문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몇 년 전인가 <대학의 도전>이라는 특별방송을 본 적이 있다. 미국에는 <대학 경기장>이라는 이름으로 방영되었다. 미국 대학생들과 영국 대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겨루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영국팀이 싱거울 정도로 쉽게 이겨서 전체 프로그램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조용하게 진행되었다. 영국 학생들은 거의 기계적으로 정답을 연속해서 맞혔다. 반면 미국 학생들은 인상을 찡그린 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 드러난 생각은 이랬다.(그 눈을 보면 정말 이렇게 생각했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도대체 윤회가 무슨 말이야?' 최종 점수는 12000대 2정도였다. 이런 점수는 영국인들을 불쾌하게 했을 것이다. 영국인들은 뭔가를 너무나 잘해 도드라지는 걸 내심 불편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정말 생각해야 할 문제는 다른 차원이다. 한 점의 의심도 없이 확신하건데 당시 게임에 참여했던 대학생들을 추적해서 그 이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본다면, 미국 대학생들은 모두 채권거래나 기업운영으로 연간 85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반면 영국 대학생들은 폴란드 남서지역 슐레지엔에서 구멍 난 스웨터를 입고 16세기 합창곡의 음질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옥스퍼드 대학교는 중세 이후로 발군의 재능을 뽐내어 왔으니, '(소니 영국법인의 하나인)옥스퍼드 대학교 주식회사'가 되어도 오랫동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꼭 집어 해주고 싶은 말은 대학이 보다 상업적인 사고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내가 갔을 당시에는 3억 4천만 파운드의 기금을 5년 안에 조성하자는 운동이 성공리에 완수되고 있었다. 그야말로 깊은 인상을 주는 일이었다. 적어도 기업의 후원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는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학교 안내서를 찬찬히 훑어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들을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다. 완전히 새로워진 슈레이드 위트 시리얼(무설탕, 무가염)과 함께하는 동양 철학 강좌, 매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는 와이페이모어의 해리 카펫이 후원하는 경영전문대학원.

요 근래 이런 식의 기업 후원이 영국인들의 삶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고, 이제는 대단히 자연스러운 일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캐논배 축구대회' '코카콜라컵 축구대회' '에너자이저 경주대회' '앰버시 담배 후원 세계스누커 당구 챔피언십' 같은 대회도 열린다. 머지않아 '켈로그 후원 왕세자비' '미쓰비시가 자랑스럽게 선보이는 리젠트 공원' '삼성 시티(예전에는 뉴캐슬이라 불렸다)'도 보게 될 것 같다. 

14. 그림책에나 나올 법한 풍경들 _ 코츠월드 구릉지, 그리고 솔트웨이
영국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정교하게 꾸며져 마치 공원 같은 전원 풍경을 누리고 살고 있다. 그런데도 분통이 터지도록 그 사실에 대해 잘 모른다.

15. 영국인의 천재적 작명센스 _ 밀턴케이스에서 런던, 캠브리지
매우 매력적인 여운이 남는 그곳의 이름은 ‘악마의 제방’이었다. 한 번도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 장소였지만, 왠지 뭔가 있을 것만 같이 느껴졌다.

16. ‘귀족탐구’ 여행을 떠나다_ 렛퍼드와 워크솝
포틀랜드 공작 5세인 스코트 벤팅크는 오랫동안 내 마음속의 영웅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년의 벤팅크는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은둔자다.

17. 이것은 시네마라다_ 링컨과 브레드포드
브레드포드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브레드포드와 비교해보면 세상에 안 좋은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18. 집에 들르다 _ 솔테어와 빙리, 해러게이트
산맥 너머에는 우리 집과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가슴이 저리도록 생생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예정했던 여행을 다 마치지 못하고 돌아가면 부정행위를 한 듯한 느낌이 든다.

19. 판타지 속으로 _ 맨체스터에서 위건
이 책에서 수십 페이지에 걸쳐 내가 이야기한 것들을 딱 이루어놓은 셈이다. 영국 전체를 돌며 유일하게 본 것인데 그게 찢어지게 가난한 위건이라는 점도 기뻤다.

20. 과음의 규칙_ 리버풀에서 랜디드노까지
가보니 쓰레기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아이스크림 포장지, 담뱃값, 비닐봉지로 다른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주변 자연환경을 꾸미고 있었다.

21. 훌륭한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하는 법_ 랜디드노, 블라이나이 페스티니오그, 포스마독
내가 선택한 게스트하우스는 십중팔구 담배를 입에 물고 걸걸한 기침을 해대서 가래침을 좀 뱉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탐욕스러운 남자가 주인일 게 분명하다.

22. 영국에서 기차를 탄다는 것 _ 포스마독에서 루드로우, 다시 맨체스터
포스마독을 출발한 지 무려 14시간 만에 블랙풀에 도착했다. 지치고 배고프고 수염도 다듬지 못했다. 고통과 비탄에 잠긴 상태로 각별히 가보고 싶지도 않았던 곳에 와버렸다.

23. 해변이 하나도 없는 리조트 _ 블랙풀, 모어캠블
넓은 나라에서 살다 영국에 오면 가장 적응하기 힘든 일 중에 하나가 이곳에서는 문밖으로 나가면 좀처럼 혼자 있지 못한다는 점이다.

24. 작은 나라 영국 _ 보우니스, 윈더미어 호수
지형이 작은 게 좋다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섬나라에서 조촐하고 아담하면서 동시에 근사하고 멋진 모습을 간직해서 좋다는 것이다.

25. 탄광촌의 기적 _ 더럼과 애싱턴
한 때 애싱턴에는 1년 내내 강연회와 콘서트가 열렸고, 특강 형식의 철학회, 오페라회, 연극회 등등 비스무레한 모임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동시에 그게 영국의 매력이었다. 친근하고 아담한 나라지만 흥미로운 사건사고를 잔뜩 품고 있는 나라였다. 이점에 대해 늘 감탄하고 놀라워했다. 옥스퍼드에서 불과 몇 백 야드 떨어진 장소에는 크리스토퍼 랜의 집이 있고 핼리가 혜성을 발견했고 보일이 자신의 법칙을 처음으로 생각한 건물이 있으며, 로저 배니스터가 마의 4분이라던 1마일(약 1.6km) 코스를 세계 최초로 깬 거리가 있고 루이스 캐럴이 엘리스 아가씨와 산책을 했던 초원이 있다. 이 모든 사실을 깨닫자 느끼는 감정이 바로 그랬다. 윈저의 스노우힐에 서서 윈저성, 이튼의 운동장, 그레이가 그 유명한 《엘레지》를 썼던 교회경내,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이 초연되었던 장소를 한눈에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수세기밖에 안된 짧은 기간에 걸쳐 부지런히 이뤄낸 풍부한 업적의 결과를 한가득 품고 있는 나라가 세상에 또 있을까?

26. 스코틀랜드와 사랑에 빠지다 _ 애든버러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없었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참기 힘든 곳이 될지! 스코틀랜드 인들이여 고맙다. 그리고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일 따위는 신경 쓰지 마시라.

27. 어딜 가나 그곳은 영국이다_ 애버딘을 거쳐 인버네스로
진짜 문제는 애버딘이라기보다는 현대 영국의 특성에 있었다. 영국의 도시는 한 벌의 트럼프카드 같다. 같은 카드인데 순서만 달라지는 것이다.

28. 북단을 가다 _ 인버네스, 서소, 존 오그로츠
집에서 멀어져 장기간 여행을 해왔던 나에게 드디어 올 것이 와버렸다.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순간이었다. 혼잣말로 대답도 못할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대고 있었다.

29. 세상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다 _ 글래스고
이게 바로 글래스고다. 근래에 들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어 세련되게 변했지만, 그 한쪽 끝에는 늘 공갈과 협박이 남아 있다.

30. 나는 영국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_ 집으로
갑자기, 순식간에, 영국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영국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좋던 나쁘던 영국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내리막길을 반절쯤 갔을 때 아내에게 목초지 입구에 차를 세우게 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전경이 거기 있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기서는 맬햄데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녹음이 우거진 아늑하고 포근한 마을이 당당한 구릉지 아래 자리 잡고 있다. 고지식한 자연석 담벼락이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고 있다. 인근의 마을 세 개도 다 보이고 작지만 아름다운 교실 두 개짜리 학교도 보이고 낡은 교회도 보였다.(그 교회는 1490년에 지어졌는데 그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향해 출항하기 2년 전의 일이다. 나는 우리 집에 찾아온 미국인들에게 언제나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면 다들 매우 인상 깊은 일이라 좋아들 했다.) 그리고 우리 동네 선술집도 보였다. 그 한가운데 나무에 가려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돌집 하나가 있었다. 나의 조국 보다 훨씬 더 오래된 우리 집이었다.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워서 하마터면 울 뻔했다. 하지만 이 매혹적인 작은 나라에는 이곳 못지않은 장소가 너무도 많다. 갑자기, 순식간에, 영국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영국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좋든 나쁘든 영국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오래된 교회도, 시골길도, "불평하지 마"라고 말하는 사람도, "정말 죄송한데요"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내가 모르고 팔꿈치로 툭 쳤는데도 먼저 사과하는 사람도, 병우유도, 토스트에 들어간 콩도, 6월에 건초를 만드는 일도, 바닷가 부두도, 왕립지도제작원에서 만든 지도도, 차와 핫케이크도, 여름 소나기도, 안개 자욱한 겨울날도 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모두 사랑했다.

영국은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운 장소다. 물론 완전히 미쳐 돌아가는 때도 있지만 그럴 때조차도 조금은 숭배할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어떤 나라가 투팅 비(방귀 뀌는 벌)와 팔레이 월롭(팔레이를 흠씬 두들겨 패다) 같은 이름을 지명으로 사용할 생각을 하겠는가? 크리켓 같은 스포츠를 고안해 낸 나라가 이곳 말고 또 어디 있겠는가? 입헌군주제 방식의 정부조직을 갖고 있으면서도 성문헌법은 없는 데가 또 있을까? 사립학교를 공립학교라 부르고, 판사들의 머리에 마대자루 같은 걸 올려놓고도 조금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상원의원의 최고 책임자를 양모자루라고 불리는 것 위에 앉히고, 하디라는 이름의 동료에게 키스를 받는 것이 최후의 소원이었던 전쟁 영웅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나라가 여기 말고 또 있을까?("하디, 제발 입술에다 해줘. 혓바닥은 살짝만 집어넣고.") 이 나라가 아니었다면 윌리엄 셰익스피어, 위가 납작한 중절모,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 윈저 대공원, 솔즈베리 성당, 2층 버스, 다이제스티브 비스킷을 어디서 만났을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이렇게 근사한 전망을 어디서 또 구경할 수 있을까? 단연코 이런 곳은 다시 없을 것이다.

이 모든 생각들이 한참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전에도 말했고 앞으로도 다시 말할 이야기지만 나는 영국이 좋다. 말로 다 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한다. 드디어 나는 목초지 입구에서 등을 돌리고 자동차로 올라탔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을 확신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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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엮음.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일단 책소개부터 옮겨놓고 싶다. 

 

20세기 가장 사랑받는 작가이자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애서가 헤르만 헤세. 그가 쓴 3천여 편의 서평에서 가려 뽑은 가장 빼어난 73편의 글. J. D 샐린저, 카프카, 토마스 만 등 세계문학의 고전들부터 공자, 노자, 붓다, <우파니샤드>와 <바가바드기타> 등 동양의 걸작들에 이르기까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헤르만 헤세가 시대를 뛰어넘어 살아남은 작품들을 가려내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헤르만 헤세는 평생에 걸쳐 독서의 안내자 역할을 했다. 스물한 살인 1898년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들>을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00년 스위스 일간지 「알게마이네 스위스 신문」에 처음으로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아" 명문 마울브론 신학교에서 도망친 후, 서점에서 조수로 일하던 시절이었다.

헤세는 서점에서 일하며 신문 문화면에 서평을 기고하던 처음 몇 해 동안이 "가장 최신의 문헌 속에서 헤엄치기, 거기 파묻히는 일이 술에 취한 것과 비슷한 쾌감"이 되었다고 말한다. 어려서부터 독서체험은 물론 자신의 모든 체험을 글로 표현하고 탐색하던 헤세에게 신문 지면은 그런 글을 위한 중요한 통로였다. 오히려 이런 작업이 그의 책들보다 더 알려져 사회생활을 하는 데 상당한 뒷받침이 되어주었다.

당시 그는 서점 직원으로 얼마 되지 않는 임금을 받는 것 말고는 이런 문필작업의 고료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스물세 살인 1900년부터 죽음에 이른 1962년까지 평생에 걸친 헤세의 서평작업이 시작되었다. 이 책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은 그가 쓴 3천여 편의 서평과 에세이 가운데 가장 빼어난 글을 가려 뽑은 것이다.

 

중학교 시절 읽었던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와 같은 소설 덕분에 헤르만 헤세의 이름은 나에게 단단히 각인되어 있었다. 멋모르던 사춘기 시절조차도, 독일인 특유의 절제된 태도와 담담한 서술, 그리고 나와 비슷한 또래들이 겪는 질풍노도를 읽어나가면서 저절로 느껴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감정들. 내 기억에 헤세는 지적이고 차분한 작가였다.

 

순전히 이 책은 제목을 보고 골랐다. 고르고 나서, 엮은이의 말을 보고서야, 내가 헤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작가보다도 당대에는 서평으로 유명했으며, 사실상 그의 대부분의 수입이 그가 읽은 책에 대한 평가를 신문에 싣는 행위에 바탕했다는 것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신문사 문화면 기자인 셈인데, 이미 소설을 냈으나 그 소설은 크게 인기가 없고 북 리뷰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상상하면 되겠다.

 

요즘도 이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은 많다. 책에 대한 방송도, 책에 대한 책도 많다. 나 또한 그런 방송의 애청자이자, 그런 책의 애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헤르만 헤세라는 계급장을 떼어 놓고서도 온전히 이 책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옮긴이의 글_ 피로 쓰고 피로 읽다

PART 1. 그토록 가지고 싶은 책들
|스러지지 않는 종류의 것들_ 《안데르센 동화집》
|위안 없는 세계의 아이_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꿈 세계의 구조물_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
|신이 우리를 찾아낼 수 있기를_ 프란츠 카프카의 《성》
|낯선 공간들, 낯선 운명들_ 프란츠 카프카의 《아메리카》
|그 목소리, 그 호흡의 긴 여운_ 막스 브로트의 《프란츠 카프카》
|천의 예술가_ 토마스 만의 《트리스탄》
|아주 오랜 삶의 수수께끼_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감정교육》
|저 은밀한 러시아의 목소리_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미성년》
|카오스로 되돌아가는 사유_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백치》
|유럽의 몰락_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통찰을 삶으로_ 레프 톨스토이의 《일기》
|러시아 문학이 내놓은 가장 아름다운 것들_ 레프 톨스토이의 《유년 시절, 소년 시절, 청년 시절》
|가시 혹은 낙원의 유혹_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
|사랑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_ 로맹 롤랑의 《톨스토이의 생애》
|백 개의 매혹적인 이야기_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세계문학의 확장_ 셀마 라겔뢰프의 《그리스도의 전설》
|영혼의 탐구들_ 슈테판 츠바이크의 《에리카 에발트의 사랑》
|켈트 문학, 정열적인 신음의 언어_ 피오나 매클라우드의 《바람과 파도》
|인간 영혼의 이야기 한 조각_ 켈트 전설 《마비노기의 나뭇가지 네 편》
|종교개혁 시대의 협잡꾼 문필가_ 아그리파 폰 네테스하임의 《모든 기술과 학문의 허영과 불확실
함에 대하여. 즉 이 모든 것이 인류에게 이롭기보다는 해롭다는 것에 대하여》
|가장 사랑받는 독일 민요집_ 아힘 폰 아르님과 클레멘스 브렌타노의 《소년의 요술 뿔피리》
|내가 사랑한 작가_ 크누트 함순의 《시대의 자식들》
|떠돌이 악당과 제겔포스 세계_ 크누트 함순의 《시간이 지난 뒤에》
|미래의 학문_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입문》
|내 작은 비밀_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니체를 기억함_ 헤르만 헤세의 《차라투스트라의 귀환》
|치유할 길 없는 시대의 광증_ 쇠렌 키르케고르의 《선민의 개념》
|근대철학의 안내자_ 니콜라우스 쿠사누스의 《모름의 앎에 대하여》
|부드러운 시인의 영혼_ 프랑시스 잠의 《다리를 저는 어느 소녀의 이야기》
|이 소설은 하나의 세계다_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그의 인생관은 전혀 낡지 않았다_ E. T. A. 호프만의 《수고양이 무르의 인생관》
|아름답고 두렵고 위험한 책_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이토록 지적이고 이토록 문학적인_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투명한 세계의 온기_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제2권
|3세대의 연대기_ 펄 벅의 《아들들》
|잃어버린 것을 향한 사랑_ 카렐 차페크의 《호르두발》
|깊이와 악마성_ 조셉 콘래드의 《서양인의 눈으로》
|열대 동양의 뜨거운 대기_ 조셉 콘래드의 《올메이어의 어리석음》
|인적도 사랑도 없는 삶_ 엘리아스 카네티의 《현혹》
|무장해제시키는 천진한 이야기_ 제임스 힐턴의 《굿바이 미스터 칩스》

PART 1.5 작가들에 대한 기억
|사랑의 이상_ 스탕달
|이 죽음을 죽고, 이 지옥을 밟고 나서야_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삶의 모든 단계에 대하여_ 오노레 드 발자크
|고통스럽고 달콤한 어두움_ 클레멘스 브렌타노
|투쟁과 사랑_ D. H. 로렌스
|거대한 야누스의 사유_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예감을 지닌 사람_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

PART 2. 동양을 향하는 눈길
|두 세계의 종합 가능성_ 공자의 《대화》
|붓다와 그리스도 사이_ 노자의 《최고 본질과 최고선의 책, 도덕경》 1
|인류의 목적에 어울리는 사유_ 노자의 《최고 본질과 최고선의 책, 도덕경》 2
|낱말을 넘어 본질로_ 노자의 《최고 본질과 최고선의 책, 도덕경》 3
|뮌헨의 중국문헌에 대하여
|고대 중국의 섬세한 정신_ 열자의 《근원에서 흘러나오는 참된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화책_ 포송령의 《중국의 유령 이야기, 사랑 이야기》1
|낮과 밤, 꿈과 환상_ 포송령의 《중국의 유령 이야기, 사랑 이야기》2
|인도의 지혜_ 《지혜의 마지막 결론》과 《바가바드기타》
|태곳적 시의 울림_ 《바가바드기타》
|자아 속의 참나를 찾아서_ 알프레트 힐레브란트의 《브라흐마나스와 우파니샤드》
|동양 문학의 걸작들_ 《메스네비》, 《중국 단편소설집》, 《수카삽타티》
|사유와 본질의 원천_ 《중국의 민속동화》
|인도의 동화_ 소마데바의 《동화 강들의 바다》
|태양 숭배의 찬가들_ 귄터 뢰더의 《고대 이집트인의 종교에 대하여》
|강력한 죽음의 노래_ 《길가메시》
|인간 영혼의 구조는 동일하다_ 《남아메리카 인디언 동화집》과 《코카서스 동화집》
|인도 정신의 파도_ 카를 오이겐 노이만의 《붓다의 말씀》
|과거의 종교, 미래의 종교_ 헤르만 올덴베르크의 《붓다의 말씀》
|유럽에 대한 경각심_ 오카쿠라 텐신의 《동양의 이상》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인도_ 헬무트 폰 글라제나프의 《힌두교. 현대 인도의 종교와 사회》 1
|진리는 모습에 있지 않다_ 헬무트 폰 글라제나프의 《힌두교. 현대 인도의 종교와 사회》 2
|영혼으로 인도를 여행한 사람에게_ 《순다. 수마트라 여행》과 《실론. 인도 문화 여행》
|혼인의 성립에 대하여_ 《얼음심장과 귀한 옥, 또는 어느 다행스런 혼인 이야기》
|18세기 중국의 얼굴_ 조설근의 《붉은 방의 꿈》

 

한 때 나의 꿈은 신문 기자, 그것도 문화면 기자였다. 원하는 대로 마음껏 책을 보고, 그 책에 대한 내 느낌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는 소박한 소망에 기초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한참 힘들 무렵에는, 도서관 사서가 가장 부러웠다. 늘 책에 가까이 있고, 여유로워 보이며, 남는 시간에 열심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것 같아 보여서. 지금은, 좀 더 다른 꿈을 꾼다. 물론 책도 좋지만, 책 말고도 좋은 것이 너무나 많으니까. 아무래도 이번 생에서는 책만을 바라보는 외바라기 삶은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열심히 일하고, 틈틈이 책을 읽는 것. 아니 억지로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꼭 책을 읽는 것. 특별한 목적이 아니라, 오로지 그냥. 그냥 읽는 시간들을 놓치지 않는 것.

방금 깨어난 근원충동에 새로운 방향을 주어보라,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가치평가를 주어보라. 그러면 새로운 문화, 새로운 질서, 새로운 도덕을 위한 뿌리가 이미 주어진 것이다. 모든 문화란 바로 이렇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짐승인 근원충동을 죽이지는 못한다. 그것들을 죽이면 우리 자신도 죽을 것이기에. 하지만 우리는 이런 근원충동들을 어느 정도 유도하고 어느 정도 다스리고, `좋은 것[선]`을 위해 일하게 할 수 있다. 성질 난폭한 말을 좋은 수레 앞에 묶어 수레를 끌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다만 이따금 이 `좋은 것`이 낡고 시들면, 충동들이 더는 선을 믿지 않으면, 그것들은 더는 거기 묶이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 문화는 붕괴된다. 대개는 아주 느리게, 우리가 `고대`라 부르는 문화가 수백 년에 걸쳐 죽어갔듯이 말이다.-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오래 기다려온 이 책은 실제로 기대했던 그대로이다. 곧 프로이트 이론을 체계적으로 쓴 것으로, 무의식의 심리학과 분석 기술을 서술했다. 그동안 제자와 추종자들이 내놓은 몇몇 작은 시도들과는 달리 프로이트 자신이 강한 책임감을 품고 내놓은 책으로,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고 개척한 사람의 진지함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정신이 지닌 온갖 장점들이 이 책에 드러나 있다. 그의 명료함, 참을성 있는 결합의 재능, 정교한 표현력 그리고 위트까지도.

세 개의 장으로 나뉘어 각기 오류, 꿈, 노이로제 이론을 다룬다. 오류와 꿈에 대해서는 프로이트가 이미 《일상의 정신병리학Psychopathologie des Alltags》과 《꿈의 해석Traumdetung》에서 체계적으로 서술한 내용이지만, 그 자신이 쓴 완결된 형식의 전반적인 노이로제 이론은 아직까지 없었다. 그래서 특히 이 부분이 관심을 끄는데, 과연 뛰어난 가치를 지닌 역작임을 보여준다. 프로이트가 엄밀함과 조심성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 결론을 이끌어내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확고한 발견을 통해 표현의 확실성을 구하는 것을 관찰하는 일은 즐거움이다. 아직 추측과 더듬기, 탐색 단계의 영역에서 보이는 조심성과 겸손함이 여기 있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특히 의사들에게 정신분석의 기원, 목적, 기술 등을 제대로 안내해준다.

정신분석학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은 여전히 뜨겁지만, 조용한 가운데 이미 이 학문은 소년기를 벗어나 미래의 학문이 되고 있다. 이로써 정신분석학은 학문으로서의 토대를 놓았고, 심리적인 사건들의 법칙에 대한 최초의 중요한 통찰이 이미 이루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학문의 변두리에 좋여 있던 이 영역에서 최초의 진지한 탐색이 시작된 셈이다. 심리적 사건의 확실함, 인과법칙의 적용, 그로써 심리학 영역에서 학문적 탐구의 가능성이 오늘날에는 이미 자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불과 얼만 전까지만 해도 많은 위원회에서 놀람과 조롱을 만들어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학자들과 일반인들은 어린아이에게 성적 요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제 이런 투쟁은 이미 이루어졌고, 정신분석의 기본적 진실은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아직도 논란을 만들어내고는 있어도 더는 뒤집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확장되고 더욱 깊어진 새로운 세계관의 기반으로서 정신분석학의 위상은 전혀 다르다. 무의식의 심리학이 그런 역할을 하리라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로 보인다. 여기서 프로이트의 제자들 중 상당수가 스승과 갈라선 지점을 보게 된다. 프로이트 자신은 철저히 신체를 다루는 의학자로 남아 심리적 과정의 기계적 측면들을 탐색하면서, 이것을 세계관과 연관시키려 하지 않고 온갖 형이상학적 주장을 조심스럽게 피한다. 다른 여러 방향으로 나아간 제자들은 이와는 다르다. 일부는 매우 딜레탕트 방식으로나마 정신분석을 일종의 종교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했다. 실제로 이런 노력들 중 일부는 아주 천박해서 그런 제자들에 대한 프로이트의 거부감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특히 취리히에서 활동하는 융Carl Gustav Jung은 정신분석의 관점을 의학을 넘어 철학의 기반으로 만들려는 극히 주목할 만한 최초의 시도를 했다. 물론 구체적인 표현은 아직 없지만.

정신분석학의 원래 창시자를 거부하면서 프로이트 심리학의 온화하게 중개하는 관점만 받아들인다면 부당한 일이다. 이 학문의 창시자는 분명 지그문트 프로이트다. 개별적인 점에서 그를 비판하거나 수정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 거대한 업적을 (특이하게도 어둠 속에 남은 브로이어 Josef Breuer와 나란히) 마침내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비보스 보코>, 베른과 라이프치히, 1920년 6월

삶이 견디기 힘든 시절에는 추상적인 사상의 문제보다 더 나은 피난처가 없다. 거기서는 그 어떤 싸구려 위안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시대를 초월한 가치들에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생각하는 젊은이에게는 그런 시간에 이 책 《모름의 앎에 대하여》의 번역본을 탐색해보라고 친절하게 충고한다. 플로티노스Plotinos의 사상을 받아들이고 수학을 공부한 위대한 쿠사누스는 이 책(그의 가장 초기 작품의 하나)의 제목에서 짐작되는 바처럼 우리를 체념적인 회의주의로 안내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고의 사실성이 깃듯 사유의 길로 나아가게 한다. 쿠사누스가 자기 시대에, 온갖 종교의 신앙들 사이에서 평화로운 화해를 최종 목적으로 삼고 여러모로 노력했다는 사실은 그를 우리 시대로 더한층 가까이 데려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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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아웃케이스 없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오노 마치코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한 십 년 되었나? 그 정도까지는 아닌지도 모르지만, 내 기억 속에 꽤 오래 전이라고 여겨지는 시간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기억이 하나 있다. 당시 집에서 구독하던 신문의 한 섹션에서 일본 드라마의 한 주인공을 인터뷰한 것이다.

 

그 인터뷰의 내용도, 주인공도 정작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료마라는 사람을 다룬 역사 드라마였다는 것. 내가 그 일을 기억하는 이유는, 왜 우리나라 일간지에서 두 면이나 할애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일본 배우와 인터뷰를 하고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에 대해서 이렇게 관심을 기울였는가?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 긴 인터뷰 내내 내 기억에 남는 단어는 '료마'라는 사람이었기에, 아마도 이 인물이 일본 역사에서 큰 역할을 한, 국민적 영웅이로구나, 이 정도까지만 알고 있었다.

 

사카모토 료마는, 에도 막부를 타도하고 메이지 유신에 영향을 준 인물로, 쇄국과 개화의 갈림길에서 과감한 결단으로 일본 역사를 개척한 인물이다. 물론 나중에 안 사실이다. 어떻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보고나서 주연 배우를 검색하면서.

 

참 이상한 게,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내 머리에 남는 것은 주연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였다. 이름도, 얼굴도 생소한 배우인데, 한국의 정우성과 흡사한 외모에 키도 크고 목소리마저 훈훈한,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이다. 영화에서도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 나오는 그는,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완벽주의자이다. 감독조차도 그를 캐스팅한 이유 중 하나로 "져본 적이 없는 남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던 그가,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으며,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

 

6년간 키워온 아들이 내 친아들이 아니었다는 이 기막힌 이야기. 실제로 내 친아들이 크고 있는 그 집과 우리 집은 경제적, 사회적 수준이 너무나 다르다. 자기 인생에서 늘 최고를 지향하기에 하나뿐인 아들을 사립 초등학교에 보냈고, 아들이 승부욕이 없고 지나치게 순한 것을 안타까워했던 아버지. 전기상회를 하고 있는 아버지와 파트타임으로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는 어머니, 두 동생과 시골에서 크고 있던 자신의 친아들은 마치 생물학적 동일함을 입증하는 것처럼 순순히 친아버지에게 수긍하지 않는다.

 

물론 이 영화가 수작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기 때문이 아니다. 키워준 아버지와 똑같이, 음료수의 빨대를 씹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부분을 보여주거나, 이 모든 사건을 저지른 사람의 집에 찾아간 아버지가, 그녀가 키워준 아들이 자신에게 맞서 어머니를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부모란 단순히 유전적인 동일함만을 공유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기른 정과 낳은 정, 어느 한 쪽으로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고, 모든 사실을 그저 보여주며,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위로하고 성장해 나가는지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참 아름답고 서정적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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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07-07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 싶네요

마고할미 2015-07-07 21:50   좋아요 0 | URL
좋은 영화입니다^^ 추천드립니다^^
 
전을 범하다 -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
이정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전을 범하다.

 

이 도발적인 책의 내용을 보라.

 

우리 고전 문학을 기존에 알고 있던 시각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보며 당시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희생당한 약자들에 대해 초점을 맞춘 책이다.

 

 

어쩌면 기존에 알고 있던 문학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이 이제는 너무나 빈번한 일이 되었기에, 오히려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영화만 하더라도 <춘향전>을 재해석한 <방자전>, <심청전>을 재해석한 <마담뺑덕>, <장화홍련전>을 재해석한 <장화, 홍련>, <전우치전>을 재해석한 <전우치>등 캐릭터와 설정만 따오고 구체적인 내용은 감독이 새롭게 창조해낸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그 경우, 이미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그러니까 영화를 보는 관객 대부분이 알고 있는 대강의 구성들 자체가 사실 상당히 축약된 것이며, 심하게 말하자면 왜곡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지적한다.

 

초등학교 시절, 당시 논술 붐이 꽤 일었었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초등학생용 논술 참고서에 실려 있던 <심청전>에 대한 부분이었다. 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것이 과연 진짜 효일까, 아버지는 딸의 죽음으로 눈을 뜨고도 과연 여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청이라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토의 주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치 정해져 있는 것 같던 책의 내용을 내가 이리 저리 바꿔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린 나이에도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초등학생의 이해 수준에서 한참 더 나간다. 그러니까 마치 자발적으로 보이는 청이의 죽음은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청이가 속해있는 공동체의 보이지 않는 강요에 의한 것이었으며, 아버지 심학규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딸의 죽음에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여기까지 오면 당대의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어느 정도로 무거운 것이며, 개인이 거기에 저항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실린 모든 소설들에 대한 해석이 전부 그러하다. 지배층과 피지배층, 강자와 약자, 양반과 상놈, 남자와 여자... 거의 대부분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이분법으로 설명이 가능하며, 당시의 이데올로기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 지배권을 공고히 하는 쪽으로 소설이 작용했음을 볼 수 있다. 이런 식의 설명으로 모든 소설의 해설은 대동소이한 부분이 있으며, 그 점이 크지 않은 단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고전에 대한 서늘한 해석. 한여름밤에 읽으면 오싹할 내용들이지만, 단순히 원래 이 소설의 내용은 이거였다고 사실 확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시대상과 연결한 저자의 해석이 깊이가 있어서 인상 깊은 책이었다.

 

 

1부 _ 殺 : 죽은 자의 변

 

1장 _ 공포 어린 밤에 대한 환상 : 장화홍련전
· 놓칠 수 없는 대목 | 배 좌수가 후처 허 씨를 맞이하는 대목

 

1. 가부장제의 시스템 속에서는 계모도 약자였다.

2. 아버지 배좌수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3. 내가 읽은 책에서 계모의 아들의 이름은 장쇠였는데, 원래는 어엿한 양반 이름이 있었고, 여러번 판을 달리하면서 천한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는 새롭게 안 사실.

4. 장화와 홍련이 원귀가 된 것은, 당대의 사회에서 아버지에게 직접 이야기를 못하고, 원님을 통해서 공론화되는 것이 자신의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5. 장화의 임신은 거짓이었지만, 그것이 만약 사실이었다하더라도 죽음이 정당화되지 않는 현대사회와 비교하면, 이 시대가 얼마나 비인간적인 시대였는지 알 수 있다.


2장 _ 심청 살인사건의 은밀한 내막 : 심청전
· 놓칠 수 없는 대목 | 심청이 인당수에 뛰어드는 대목

 

1. 이념공동체는 어떻게 심청을 살해했는가.

2. 장승상댁 부인이 심청이를 도와준 것은 이타심이 아니라, 공동체에서 효녀로 입증된 심청이와 같은 딸을 나도 키워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는데, 저자의 해석 중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싶은 부분이었다.

3. 심학규는 얼마나 이기적이며, 맹목적인 인간인가. 공양미 삼백석을 무작정 약속한 대목은, '눈이 멀었다'는 것은 신체적인 서술뿐 아니라 욕심에 눈이 멀었다는 비유적인 뜻도 가능할 것이다.

4. 아버지의 목숨을 살리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는 것이 딸의 목숨보다 귀한 것인가?

5. 심지어 인당수에 뛰어드는 심청은 아버지가 눈을 뜰 것이라고 확신하지도 못하면서, 장승상댁 부인의 도움을 받아 공양미 삼백석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다. 나중에 중국 황후가 된 그녀가 아버지를 찾기 위해 맹인 잔치를 열었다는 바로 그 사실이, 그녀가 아버지가 눈을 뜨지 못할 것임을 알고도 인당수에 몸을 던졌다는 것을 입증한다. 대체 심청의 희생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3장 _ 학살 혹은 우스운 죽음들 : 적벽가
· 못다 한 이야기 | <사씨남정기>

 

1. 삼국지의 적벽대전 부분이 판소리로 만들어진 것.

2. 서사적으로는 적벽대전, 이념적으로는 출사표. 

3. 도원결의부터 시작하는 이야기.

4. 군사들이 우는 장면, 한 명 한 명이 죽어가는 장면, 점고 장면이 삼국지와는 다르게 적벽가에 상세히 묘사되는 세 장면이다.

5. 한 명 한 명을 존중해준다는 점에서 의외의 감동이 있다.

2부 _ 慾 : 욕망의 늪

 

4장 _ 차마 말하지 못한 어미의 사생활 : 장끼전

 

1. 세번째 남편과 사별한 까투리에게 조문 온 모든 새들이 청혼한다.

2. 수많은 새들 중, 결국 까투리는 유유상종이라고 장끼와 결혼한다.

3. 가부장제에서, 아무리 아내가 야무져도 남편이 무능하면 결국 가정이 힘들어진다. 

 

5장 _ 우리는 너의 간을 원한다 : 토끼전
· 놓칠 수 없는 대목 | 별주부가 식구들과 이별하는 대목

 

1. 이 책 전체에서 가장 무서운 결말을 가지고 있으며,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접해보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2. 수많은 판본 중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에 따르면, 토끼는 온전히 희생자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선한 자가 승리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3. 인간이란 얼마나 나약하고 치졸하고 이기적인 존재인가?

4.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이것은 절대 이 소설의 교훈이 아니었다.

5. 이 당시 피지배층들은 과연 인간으로 인정이나 받는 존재였다고 볼 수 있는가?

 

6장 _ 금지된 사랑에 대한 경고 : 지귀 설화
· 못다 한 이야기 | <운영전>

 

1. 실존 인물인 선덕 여왕에 대한 이야기.

2. 못 올라갈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

3부 _ 權 : 지배자의 힘

7장 _ 호부호형, 그 너머의 고뇌 : 홍길동전
· 놓칠 수 없는 대목 | 길동이 괴물을 물리치고 두 여인을 구하는 대목

 

1. 처첩제도로 피해를 본 홍길동은 왜 정작 여러 부인을 두고 적서를 인정하였나?

2. 신분제를 비판하고 뛰쳐나간 홍길동은 조선의 임금에게 인정을 받고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 그냥 그 자신이 신분제의 최정상에 올라간 것으로 끝난다.

 

8장 _ 왜 정의는 패배하는가 : 황새결송

 

1. 부자 사촌의 재산을 탐을 내어 소송을 거는 이가 어이없게도 이기게 된다.

2.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재판관을 매수하는데, 그 뇌물은 손자에게 군것질거리 사줄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한다.

3. 무전유죄 유전무죄.
4. 사소한 악의가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것.

5. 이북 사투리의 독특한 리듬은 소리내어 읽다 보면 더 재미있다.

 

9장 _ 양반 비판의 공허한 진실 : 양반전

 

10장 _ 그들은 말이 없다 : 김현감호
· 못다 한 이야기 | <최낭전>

4부 _ 我 : 나의 재발견

 

11장 _ 대체 춘향이 무엇이관데 : 춘향전
· 놓칠 수 없는 대목 | 춘향과 이 도령이 첫날밤에 드는 대목


1. 이몽룡과 춘향과의 관계는 처음부터 절절한 사랑이 아니었다.

2. 시작은 가벼웠다. 육체적인 쾌락을 원하는 양반과, 물주를 잡고자하는 기생의 만남이었다.

3. 어느 순간부터 둘의 관계는, 적어도 춘향에게는 절대적인 사랑이 된다.

4. 아무도 춘향에게 수절을 강요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춘향의 선택이었다.

5. 마지막 순간에 암행어사로 출두한 이몽룡이 끝까지 얼굴을 부채로 가리고 춘향을 시험한 것은, 당시의 춘향의 계급을 생각해보면, 절개를 지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며, 최종까지 그런 고난을 겪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6. 오히려 기생인 춘향이 끝까지 변사또의 요구를 거절한 것은, 당시의 시대상으로만 보았을 때는, 어떤 의미에서 직업적인 윤리를 저버린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7. 실제로 있을 수 있는 이야기가 전혀 아니다.

8. 당시 민중들의 바람이 상당히 반영된, 환상으로 점철된 이야기이다.

 

12장 _ 못난 너를 벗는 날이 오리라 : 김원전

 

1. 공으로 태어난 남자가 지하의 공주를 구한다.

2. 마치 서양의 전설이나 민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소년의 성장기.

 

13장 _ 우리들의 이기적인 페르소나 : 전우치전
· 못다 한 이야기 | <채봉감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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