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 [할인행사]
알폰소 쿠아론 감독, 에단 호크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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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에서의 소년 소녀의 키스의 장면이 유명한 영화이다.

영화가 나온 지 10년이 넘어서야 보게 되었지만 어릴 때 보았던 이 장면만큼은 기억하고 있다. 기네스 펠트로의 초록색 옷까지 기억 날 정도이다.

 

이 영화가 크리스마스 캐럴의 작가인 찰스 디킨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는 처음 알게 되었다. 워낙에 유명한 영화이고, 평론가와 관객으로부터 고루 찬사를 받은 작품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난 후에는 생각보다 밋밋한 느낌이었는데, 이리저리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고 원작의 내용까지 알고 나니 다시 보이는 영화이다.

 

아마도 10년 후, 20년 후,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 이 영화를 보면 달리 보이겠지. 처음으로 좋아했던 사람을 떠올리게 될까. 아니면 어렸던 시절을 되새기게 될까.

 

여자 입장에서는 에스텔라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고 얄밉기만 하다. 남자들 입장에서는 신비롭고 매력적이겠지만. 결혼 전 에스텔라는 예쁘지만 잘 꾸며진 인형 같은 느낌이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활짝 웃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확실히 기네스 펠트로는 멋지고 영리한 배우다.

 

처음 만날 때 에스텔라가 입고 있던 녹색 옷. 마지막 장면에서 핍이 입고 있는 셔츠의 색이다. 핍의 흰색 양복과 똑같이 에스텔라는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있다. 처음으로 돌아왔지만 처음과는 같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장소는 똑같지만 시간은 흘렀고 그들도 변했다.

 

찰스 디킨스가 의미한 위대한 유산은 무엇일까. 아마 단어 그대로 유산만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랑이라고 해석한 사람도 있던데 아마도 마지막 장면을 해피엔딩으로만 보아서 그런 것 같다. 내 생각엔 온전히 영화만 놓고 봤을 때 마지막 장면은 둘의 미래의 암시가 아니라 어리석은 시절을 보낸 서로에 대한 위로와 격려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에스텔라에겐 자신과 꼭닮은 딸이 위대한 유산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핍은? 인생 전체를 통찰하게 된 복합적인 깨달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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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형제 사기단
라이언 존슨 감독, 레이첼 와이즈 외 출연 / 플래니스 엔터테인먼트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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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하는 거짓이군요.

속는 기분을 안 느끼려면 속이면 돼요.

그러다가 거짓 이야기가 진실이 됐죠.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내는 게 그의 꿈이에요.

그래야 형의 인생이 진실이 되어요.

우리 모두가 그래요.

하지만 거짓말은 진실이 될 수 없어요.

 

각본 없는 인생 같은 건 없다. 각본의 질이 다를 뿐.

 

모두가 원하는 걸 얻는 것이 완벽한 사기이다.

 

 

형제 사기단과 그들이 호구로 삼은 어마어마한 부자.

그 순수하고 매력적인 상속녀와 사랑에 빠져버린 동생.

이렇게만 보면 정말 뻔한 내용인 것 같은데 살짝살짝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는 센스 때문에 즐거운 영화이다. 대체 어디까지가 사기이고, 어디부터가 진짜인지 계속 의심하며 봐야 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기들. 형제들과 사기는 떼려야 뗄 수 없다. 그 중 압권은 마지막으로 스티븐이 블룸에게 하는 사기이다.

남자 주인공인 애드리언 브로디의 연약하면서도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모습은 꼭 양조위의 젊은 시절의 느낌과 비슷하다. 레이첼 와이즈의 엉뚱한 매력도 사랑스럽지만 몇 년 전 영화인 미이라 시리즈보다는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일본 여성 뱅뱅도 흥미롭다.

픽픽 터지는 웃음은 슬며시 웃게 만드는 일본 영화들의 느낌을 닮았고, 마지막 장면은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가 떠오르게 했다. 물론 그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올해 여름에 개봉한 영화인데 의외로 평이 좋지 않아 좀 놀랐다. tv를 통해서가 아니라 돈을 내고 영화관에서 봤으면 나도 점수를 박하게 주었을까. 어쨌든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정말정말 재미있고 살짝 감동적이고 아주 재치 있게 느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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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발렌타인
양윤호 감독, 전지현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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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기다림은 스스로 사그라드는 법을 배워가지만 그리움은 그칠 줄을 모른다. 

떠나가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그리워해야 할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온통 그리워해야 할 사람들뿐이다. 

 

마지막 전지현의 저 독백 때문에 영화평을 쓰게 되었다. 

화면도 예쁘고 내용도 잔잔하지만 뭔가 2% 부족해서 보는 내내 지루했었는데 

저 대사만으로 이 영화가 반짝반짝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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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D] 슬라이딩 도어즈
기타 (DVD)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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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된 영화이다. 

슬라이딩 도어즈... 미끄러지는 지하철 문 사이를 통과하여 지하철에 타느냐, 못 타느냐. 

그 사소한 차이에서부터 우리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광고를 어렸을 때 신문에서 보고 무척 보고 싶어했던 기억이 난다. 한 때 선풍적인 인기였던 이휘재의 '그래 결심했어!'라고 시작되는 인생극장이라는 코너 때문이었던 것 같다. 

결말에 대해서는 평들이 많이 갈린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맘에 들지 않았다. 이상하게 나비 효과도 그렇고 이프 온리도 그렇고 결국 정해진 운명은 아무리 인간이 바꾸려 노력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 같다. 예전에는 이런 결말이 왠지 멋있어 보였는데 요새는 자꾸 거부감이 든다.  

주인공 헬렌이 너무 남자들에게 휘둘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캐릭터가 답답하게 느껴지는데에 한 몫한다. 또 상대 남자들이 죄다 단신이라 갸냘프고 청순한 기네스 펠틀의 매력이 살아나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다. 하지만 그래도 기네스는 너무나 아름답다^^ 

영화가 그닥 맘에 들지 않아서 블로그에 쓰지 않으려 했는데, 이상하게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새록새록 떠올라서 블로그에 쓰게 되었다.  

                                                                                                                                    

위에까지 쓴 후, 내가 놓친 점이 있나해서 이 영화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별로인 영화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머리에 남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지 해소하고 싶어서였다. 

인터넷을 통해 찾아본 결론들은 정말 놀라웠다. 그렇게 해석되는 내용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한번 더 보고 싶다. 그럼 나도 나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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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 러브 (1disc) - 할인행사
존 매든 감독, 제프리 러시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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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이 영화를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던 기억이 난다. 

한참 감수성 예민하고 나름(!) 문학소녀였던 그 때, 중세 영국을 배경으로 한 셰익스피어의 사랑 이야기는 나를 감동시키기엔 충분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제치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해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지 못해서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만 놓고 보면 결코 작품상을 수상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잔잔한 감동이나 아기자기한 재미는 훨씬 더 뛰어나다고 평가받았다. 당시 어린 나의 시각에서도 영화의 이야기는 기가 막히게 참신했던 걸로 기억한다. 

제목처럼 이 영화는 영국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적 실제 인물이지만 영화의 이야기는 100% 허구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를 포함하여 영화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은 실제로 존재했었던 인물들이다. 또한 영화의 이야기와 대사들을 실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몇몇 작품들 속의 이야기와 대사들을 인용하여 이들과 절묘하게 연결시켜 관객들로 하여금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끔 하고 있다. 특히 셰익스피어와 바이올라의 사랑이야기를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와 영리하게 중첩시켜 마치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쓴 것처럼 이야기가 설정되어 있다.  

셰익스피어가 무도장에서 바이올라에게 첫눈에 반한 경험과 발코니에서 바이올라와 사랑의 대화를 나눈 경험은 그대로 '로미오와 줄리엣'에 담겼으며, 로즈 극장과 커튼 극장 사이의 세력 다툼은 몬터규가와 캐퓰렛가의 집안 싸움으로, 신분의 차이로 이루지 못한 사랑은 집안 싸움으로 이루지 못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을 초월한 사랑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영화의 이야기와 셰익스피어의 실제 작품들과의 중첩을 통해 허구와 실화의 구분이 안되게끔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 속 이야기의 실제 상황과 영화 속 무대 위의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에서의 상황을 중첩시켜 영화 속의 실제 상황과 연극상에서의 상황 구분이 안되게끔 만드는데 묘미가 있다. 그 대표적인 장면들로 셰익스피어와 바이올라가 사랑을 나누면서하는 대사와 리허설에서의 연극 대사가 교묘하게 중첩된 장면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몬터규가와 캐퓰렛가의 결투 리허설 도중에 로즈 극장 사람들과 커튼 극장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결투 장면,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서 셰익스피어와 바이올라가 각각 로미오와 줄리엣 역을 맡고서 실제 상황과 연극에서의 상황 구분이 안되는 사랑을 보여주는 연극 공연 장면 등을 들 수 있다. 

등장 인물 몇몇은 실제로 존재했엇던 인물들인데, 벤 애플렉이 연기한 네드 알레인은 당시에도 인기있는 연극 배우였으며, 로즈 극장의 주인인 필립 헨슬로우도 실제로 로즈 극장을 세우고 운영한 사업가였다. 커튼 극장의 주인이자 연극 배우인 리차드 버베이지 역시 실존 인물이다. 셰익스피어의 경쟁 상대로 나오는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우는 당시에도 셰익스피어에 버금 가는 시인이자 극작가였으며, 영화에서처럼 29세의 젊은 나이에 술집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영화에서 쥐를 가지고 다니는, 조금은 섬뜩한 아이로 나오는 존 웹스터는 비극 '백마'와 '몰피 공작부인'으로 유명한 극작가이다. 이 두 작품 또한 다소 섬뜩하고 엽기적이라고 한다. 

바이올라를 연기한 기네스 펠트로와 엘리자베스 여왕을 연기한 주디 덴치는 각각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수상한다. 이 영화에서 기네스 펠트로는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우아하면서도 청순하고, 귀족적이면서도 장난스러운 미소년의 모습 등 다양한 매력을 보인다. 당연히 영국 배우일 줄 알았는데 미국인이라는 사실에 속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주디 덴치는 몇 장면 나오지는 않지만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노회한 여왕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그 당시에도 셰익스피어를 연기한 배우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않았는데 다시 보아도 여전히 매력이 없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멋지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은 기네스 펠트로의 청순한 모습뿐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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