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밤 - Night on Earth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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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지상의 다섯 도시, 서로 같은 시각, 택시 안. 

1. 로스앤젤레스 

2. 뉴욕 

3. 파리 

4. 로마 

5. 헬싱키 

여행하고 싶은 도시, 살아보고 싶은 도시, 선망의 도시들이지만 이 영화 속에서는 쓸쓸하고 스산하다. 밤이라서 그런 건지. 모두가 잠드는 밤이면 세상 어느 도시든 똑같아 보이는 건지. 모두가 잠드는 그 시간에도 거리를 다니는 택시가 있다. 또 그 택시를 타는 사람이 있다. 

짧은 만남, 친밀감, 그리고 헤어짐. 아마도 처음 만난 사람과 그렇게 빨리 친해질 수 있는 사이는 택시 기사와 손님말고는 없을 것 같다.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이기에 부담이 없다. 

예전에 '다큐멘터리 3일'의 택시 편이 기억이 난다. 결국 이 지상이라면 어디든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 특히 (서민들이 타는) 택시 안, (그것도 힘든 사람들이 타는) 밤이라면 말이다. 

영화 보는 내내 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마지막 타이틀이 올라가는 순간 알게 되었다. 분명 영화 시작과 똑같은 가사의 노래인데 음은 바뀌어 있다. 언어가 전달하는 내용은 같은데 그 분위기와 전달법은 다른 것이다. 똑같은 가사인데 느낌이 다르다. 여기에 감독의 의도가 있다고 본다. 

첫번째 에피소드의 지나 롤랜드는 영화 '노트북'의 '엘리'이다. 그때는 감독인 아들 덕분에 영화에 출연한 평범한 배우인 줄 알았는데 20년 전 모습은 아름답고 우아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두 사람이 동일인이라고 연결시키기 어려웠다. 위노나 라이더는 참 아깝다. 지금의 나탈리 포트먼의 느낌이 풍기는데 둘의 차이를 가른 결정적인 이유는 아마도 나탈리 포트먼만이 가진 자제력과 영민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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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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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분명 불편한 책이다. 아니 어느 누군가에게는 분명 불편할 수도 있는 책이다.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라는 부제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제목만 보아도 욱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직 그녀보다 한참 젊은 여성인 나 또한 그렇다. 학교에서, 책에서 배웠던 삶과 실제 우리 사회의 관습들이 얼마나 일치하지 않는지를 한참 깨닫고 있는 중이다. 그 양쪽에서 나는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지, 아니 양쪽에서 잘 줄다리기를 하며 가운데로 가야 하는지. 

이 책에 제시된 그녀의 주장에 100퍼센트 동감하는 것은 아니다. 한 회원의 마이리뷰에서처럼 그녀는 끊임없이 자유롭다고 얘기하지만 왠지 편안해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는데 크게 공감한다. 이상하게 계속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진정으로 자유로워보이지는 않는다고 느껴져 뭔가 불편했는데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 회원의 말처럼 저자가 '일상의 안온함이 아니라 자신이 택한 삶의 방식에 대한 따스한 만족'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자유란 꼭 남다른 생활 양식이나 일탈에서 오는 건 아니라고 본다는 점도. 내가 불편하게 느꼈던 것도 바로 한비야나 류시화의 글에서 느껴지는 그 '느낌'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분명 한국을 떠나기 전보다는 훨씬 더 자유를 느끼고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러하겠지만 그녀의 자유로운 삶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본다. 물론 '자유'라는 것 자체에 대한 정의가 그녀에게는 다른 의미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한다. 

한국 사회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경직된 사회다. 비록 나와는 생각이 조금 다르지만, 책에 언급된 그녀의 삶과, 현재 진행 중인 그녀의 삶, 앞으로의 삶 전부에 격려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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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 릴리에게 주는 편지 - 케임브리지 대학 노교수가 사랑하는 손녀딸에게 전하는 인류 성찰의 지혜
앨런 맥팔레인 지음, 이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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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작가 공지영 때문이었다. 그녀가 딸 위녕에게 쓴 책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 나오는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장에서 소개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공지영의 이 산문집은 딸에게 쓰는 편지인데, 한 장 한 장마다 엄마이자 인생 선배이고 같은 여자로서 권하고 싶은 책이 등장한다. 수많은 장 중 이 장을 그대로 제목으로 가져왔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들었다. 공지영의 많은 책 중 이 책을 가장 좋아하는데다가 (즉시 구입해서 책상 바로 옆 책꽂이에 두고 늘 읽는 책이다) 작가 자신이 가장 애착이 갔을 책이라고 생각하니 더 읽고 싶었다.

분명 ‘손녀딸 릴리에게 주는 편지’는 감동적이다. 더구나 책을 읽다가 안 사실이라지만 릴리하고 맥팔레인 교수하고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이이다. 릴리의 어머니가 어릴 때 릴리의 외할머니와 맥팔레인 교수가 재혼했으니 말이다.(이런 사실에 새삼 놀라고 더 감동을 느끼는 것은 촌스러운 건가? 나도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세상에 묻혔다는 것일까?)

하지만 나는 이 책보다 오히려 공지영의 해설이 더 마음에 든다. 꿈보다 해몽인 셈이다. 세계적인 대학에서 문화인류학 교수로서 이제 막 스스로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손녀에게 전하는 편지인 것을 감안하면, 삶의 지혜를 최대한 쉬운 말로 전하려는 힘겨움이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다소 답답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저자가 답을 몰라서가 아닐 것이다. 분명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나름의 경험으로 터득한 자신만의 인생 공식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손녀가 비록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사랑하면 꼭 결혼해야 할까?’와 같은 호기심 어린 궁금증에서부터 ‘우리를 보이지 않게 구속하는 것은 무엇일까?’와 같은 심오한 질문까지 이 노교수의 생각은 깊고 넓다. 다만 자식을 가진 사람의 눈이 아니라 젊은 내 눈으로 봐서 그런지 날카롭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은 책에 솔직히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나중에 내가 내 딸에게 말로 하는 충고 대신 이 책을 권할지는 모르겠지만 제시된 주제들에 대해 훨씬 더 논쟁적이고 상세하게 다룬 글들을 많이 보아서 그런지 지금 상황에서는 선뜻 내 또래에게 권하고 싶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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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되어버린 남자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지음, 남문희 옮김, 무슨 그림 / 비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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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Das Buch’, 독일어로 ‘그 책’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The Book’이 될 텐데 그렇게 되면 너무 평범한 제목이 될 테고 그래서 제목을 바꾸었나보다. 원제보다 훨씬 부드러운 느낌이 들고 관심을 끌만한 제목이다.

 

한 남자가 있다. 책을 사랑하는 남자. 단순히 취미가 독서인 정도가 아니라 책 그 자체(책의 삽화, 활자, 종이, 냄새 등 책의 모든 것)를 사랑하는 남자이다. 이 남자가 어느 날 ‘The Book’이 되어버린다.

 

독일 소설이고 사람이 다른 대상으로 바뀌었다는 것 때문에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 또한 공통적으로 그에는 훨씬 못 미치는 소설이라는 것도 함께 느낄 것이다. 일단 내용도 너무 짧은데다가(뭘 좀 느낄 만하다가 끝나버리는 느낌이다) 대체 이 작가가 여러 에피소드의 나열을 통해서 뭘 말하고 싶은지 주제의식을 모르겠다는 사람도 많다. 아마 작가는 뭔가를 특별히 말하려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책을 대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제시함으로써 독자 스스로가 알아서 느끼게 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나열된 에피소드들이 지나치게 불친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참 매력적이다. 책의 디자인, 종이의 질감, 삽화 등이 내용을 떠나서 계속해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Das Buch’인 동시에 책 속에 나오는 ‘Das Buch’와도 닮았다. ‘Das Buch’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또 하나의 ‘Das Buch’인 것이다. 물론 책을 읽은 우리는 아직까지 변하지 않았지만, 그에 상응하는 공포를 준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사실 이 책이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 책의 설정이 허상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단순히 판타지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이다. 사람이 책이 된다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혹시?’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은 이 책의 장점이고 작가의 능력이다.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가히 출판물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에서는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는데도 출판계는 호황이고(그렇게 책을 안 읽어서 문제라는 우리나라가 세계 7위의 출판 국가란다) 신문의 book 섹션에는 매주 신간이 넘쳐난다. 대체 이 많은 책들을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말이다. 좋은 책, 그저 그런 책, 나쁜 책들이 범람하는 이 시기에 다른 이의 기준에 휩쓸리지 말고 정말 나에게 맞는 책을 선택해 오래오래 사랑하며 보는 것이 진짜 독서가가 아닐까. 책에 대한 과한 집착도, 기준이 없는 무분별한 책읽기도, 책을 등한시하는 것만큼 독자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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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는 연인들을 위한 초콜릿
케이 알렌보 지음, 이나경 옮김 / 홍익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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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 살이 되기

내가 만약 열 살 소녀의 관점으로 이 세상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모든 일들은 가장 좋은 쪽으로 개선될 텐데. 진심으로 다시 어린아이가 되기를 갈망하면서, 나는 그 날 하루 동안은 다시 열 살짜리 소녀가 되기로 결심했다.

나는 몇 가지 기본적인 규칙들을 정했다. 무슨 물건을 사더라도 지폐로 계산하지 않기, 누구와 만날 약속도 하지 않고 일도 하지 않기.

그때부터 나는 내 마음의 어린 부분을 내 일상생활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기술을 배웠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매직펜으로 무지개를 그리고, 만화를 읽는다. 때때로 담요로 만든 텐트 안에 들어가 달콤한 잠에 빠지기도 한다.

 

운명의 바로 그 버스

“한 번도 신기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그 때 플린트에서 좀 더 일찍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도 있었고, 좀 더 늦게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도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 버스를 탔잖아.”

운명이란 그렇게 오묘한 것이다. 나는 그 앞의 버스도, 혹은 그 뒤에 도착한 버스도 타게 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는다. 그를 만나게 된 내 삶은 하늘에서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난 오로지 바로 그 버스를 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절로 제 자리를 찾아가는 꽃처럼

“어떤 사람은 내가 쓴 시를 의심했던 선생님처럼 처음부터 축복과도 같은 존재이기도 하단다. 감추어진 축복이지. 너희들에게 도전해오는, 그리고 가끔은 굉장히 불친절하게 도전해오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절대 놓치지 않도록 하거라. 그의 도전을 한 번 이겨낼 때마다, 너희들의 인생은 바뀌게 되는 것이란다.”

“자존심을 지키면서 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러기 위해서 싸워야 하고, 뛰어들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내 모습’이라는 축복을 소중히 여기도록 하거라.”

 

내게 가장 중요한 사람

이같이 평범한 교훈을 배우는 과정은 너무 힘들었지만, 이때 얻은 것들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인기란 극히 피상적인 관념일 뿐이다. 일단 내가 ‘이거면 됐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 신경 쓰는 건 정말이지 쓸데없는 짓이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고 또 나 자신을 믿는다면, 나는 이미 성공한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이다.

 

집으로 가는 길

그때 내게 상처를 입혔던 사람들을 아직도 증오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상처를 받으면서, 내가 많이 성장했음은 분명히 알고 있다.

하나하나 성취해 나가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증오의 다른 일면이 수용임을 배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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