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딸 릴리에게 주는 편지 - 케임브리지 대학 노교수가 사랑하는 손녀딸에게 전하는 인류 성찰의 지혜
앨런 맥팔레인 지음, 이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작가 공지영 때문이었다. 그녀가 딸 위녕에게 쓴 책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 나오는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장에서 소개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공지영의 이 산문집은 딸에게 쓰는 편지인데, 한 장 한 장마다 엄마이자 인생 선배이고 같은 여자로서 권하고 싶은 책이 등장한다. 수많은 장 중 이 장을 그대로 제목으로 가져왔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들었다. 공지영의 많은 책 중 이 책을 가장 좋아하는데다가 (즉시 구입해서 책상 바로 옆 책꽂이에 두고 늘 읽는 책이다) 작가 자신이 가장 애착이 갔을 책이라고 생각하니 더 읽고 싶었다.

분명 ‘손녀딸 릴리에게 주는 편지’는 감동적이다. 더구나 책을 읽다가 안 사실이라지만 릴리하고 맥팔레인 교수하고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이이다. 릴리의 어머니가 어릴 때 릴리의 외할머니와 맥팔레인 교수가 재혼했으니 말이다.(이런 사실에 새삼 놀라고 더 감동을 느끼는 것은 촌스러운 건가? 나도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세상에 묻혔다는 것일까?)

하지만 나는 이 책보다 오히려 공지영의 해설이 더 마음에 든다. 꿈보다 해몽인 셈이다. 세계적인 대학에서 문화인류학 교수로서 이제 막 스스로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손녀에게 전하는 편지인 것을 감안하면, 삶의 지혜를 최대한 쉬운 말로 전하려는 힘겨움이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다소 답답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저자가 답을 몰라서가 아닐 것이다. 분명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나름의 경험으로 터득한 자신만의 인생 공식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손녀가 비록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사랑하면 꼭 결혼해야 할까?’와 같은 호기심 어린 궁금증에서부터 ‘우리를 보이지 않게 구속하는 것은 무엇일까?’와 같은 심오한 질문까지 이 노교수의 생각은 깊고 넓다. 다만 자식을 가진 사람의 눈이 아니라 젊은 내 눈으로 봐서 그런지 날카롭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은 책에 솔직히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나중에 내가 내 딸에게 말로 하는 충고 대신 이 책을 권할지는 모르겠지만 제시된 주제들에 대해 훨씬 더 논쟁적이고 상세하게 다룬 글들을 많이 보아서 그런지 지금 상황에서는 선뜻 내 또래에게 권하고 싶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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