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변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는 걸까?

직장에서 '씨'가 붙는 나이. 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수짱 시리즈 첫번째.

서른 네 살의 수짱.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그걸로 된 거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

행복해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마음도 이해한다.

 

수짱 일기 한 부분이다. 아... 공감된다.

 

계속 '키슈'라는 단어가 나오길래 궁금해서 검색해봤더니

프랑스 북동쪽 알자스로렌 지방의 음식으로

달걀, 크림, 향신료, 양파, 조개, 버섯, 햄 또는 허브등으로 만들고 커스터드 크림등으로 채운

파이의 일종이라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많이들 먹고 있지는 않지만

일본에서는 꽤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젊은 사람에게 '젊음'의 우월감을 안겨주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젊었을 때

그렇게 대해주면 기뻤으니까.

누군가 젊음을 부러워해주는 건 기쁘다.

자신에게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니까.

그래서 사실은 특별히 부럽지도 않지만 젊은 사람에 대한 서비스.

나는, 젊은 나로 돌아가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가 좋다.

그것은, 지금도 좋다는 뜻?

나, 변하고 싶었던 거 아니야?

변하고 싶다고 생각하려는 것뿐인지도.

'지금이 좋다'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세상에는 흐르고 있으니까~

 

아, 이 부분 정말 공감된다.

나는 스스로 만족하고, 더 어려지고도 싶지 않지만,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아무도 나에게 강요하고 있지 않지만, 더 젊어 보이지 않으면,

여기에서 더 어려 보이지 않으면, 마치 내 자신에게 미안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암묵적인 강요?

 

'서로를 의지하고 도우며

기쁜 일도 괴로운 일도 서로 나누며

함께 살아갈 것을 맹세합니다.'

결혼한다는 건 그런 식으로 약속하는 것이구나.

바람 피는 남자도 처음에는 약속했겠지~

그래서 결혼 따위 쓸데없다.

결혼 따위 무의미하다.

라고...생각하지 않는 내가, 아직 있다.

하지만 이대로 질질 끌다보면

언젠가는 결혼을 우습게 여기게 될 듯하다.

'평생 함께 하자',

라는 맹세를 하다니

그것만으로

굉장한 일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행여 그 맹세가 깨지는 일이 있더라도.

 

수짱의 친구 마이코의 생각 부분이다.

많이 사랑하지는 않지만 외로워서, 정으로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만나고 있는 그녀는

결국 스스로 그 관계를 끊어내고, 결혼중개소의 맞선으로 결혼을 하게 된다.

보는 사람이 다 아슬아슬했는데, 결국 시기를 놓치지 않고 더 질척이는 곳으로 발을 들이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결혼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과 주변 사람들의 이런저런 잣대 속에서

상처받는 것 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결국, 노력하여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것은 보는 사람으로서도 참 다행한 일이다.

물론 그 선택에 대해서의 고민은 새롭게 또 생겨날 것이지만

행여 그 맹세가 깨지는 일이 있더라도 결혼식에서의 약속이 굉장한 일인 것처럼

그 또한 그럴 것이다.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결혼의 신성한 부분은 존중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스스로 그 공범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 것과

행여 그 맹세가 깨질 수 있다 하더라도, 일단 그 굉장한 일을 마음에 품고 결심한다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고 응원해주고 싶기도 했다.

 

이런 때에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는 안 된다.

수다 떨면서 기분을 풀기에는 이르다.

상처받은 자신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지금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자.

상처받는 건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아, 이 부분은 또 얼마나 와닿았는지.

짝사랑했던 가게 매니저가 1년이 넘도록 동료와 연애 중이었고 곧 결혼한다는 소식에

상처받은 수짱의 생각이다. 남들이 보면 사소한 해프닝에 불과하겠지만

그조차도 마음이 아파 의기소침해진 대목.

나의 경우에는, 고민이 있으면 이리저리 이야기하지 않고

늘 혼자 가만히 생각을 했던 적이 많았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에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은 적이 대부분이었는데

오히려 결정적인 선택에 관련된 일일수록 그런 경우가 많았다.

이 부분을 읽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나의 고민을 가볍게 여기기 싫어했었구나,

내 자신이 어느 정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누구로부터이든지 무방비 상태로 상처받지 않도록

스스로 보호하려고 무진장 노력했었구나,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의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는

그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상담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할 것이다.

계속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리고 계속 그렇게 해왔던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여러 모습의 내가 모여서

하나의 내 모습을 만들고 있다.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늘려간다.

 

이 부분도. 정말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루레이] 소셜 네트워크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데이빗 핀처 감독, 앤드류 가필드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처음에는 뭐 저런 놈이 있나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마크 주커버그의 인간미(?)가 느껴지는 영화다. 특히 도입부에 여자친구와의 대화는 짜증이 날 정도였는데, 오히려 뒤에 가면 마음에 없는 가식적인 말은 하지 못하고, 술수를 쓰지 못하고, 한 번 몰입하면 주변을 다 잊어버릴 정도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된다. 세계 최고의 천재들만 모인 곳, 모두가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신경쓰는 곳에서 자칫하면 상처만 받고 낙오될 수도 있는 곳에서 마크 주커버그가 묵묵히 자기 길을 밀고 나가는 장면을 보면 처음에 얄미웠던 생각은 없어지고 그를 응원해주고 싶어진다. 실제로 영화 개봉 전에 굉장히 불쾌해했다던 마크 주커버그는 영화 개봉 후 여자친구와의 일화만 빼놓으면 사실에 근접하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영화는 그저 그런 성공담이 아니다. 역시 데이빗 핀처 감독은 대단하다. 아마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감독의 역량의 문제도 아니고 배우들의 연기 문제도 아니다. 태생적으로 이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한계일 뿐이다. 사실 이 사건 자체가 크게 극적인 소재는 아니다. 뷰티풀 마인드처럼 천재적인 능력의 주인공이 정신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행복을 찾아서처럼 노숙자로 전락한 싱글대디가 굴지의 투자사를 설립할 정도로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난 경우도 아니기 때문이다. 머리 좋은 하버드생이,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타고난 센스로 20대에 세계적 갑부가 되었다는 이 이야기에는 타고난 핸디캡을 극복했거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의 스토리도 없다. 아직 30대 초반인 주인공의 인생을 평가하기에는 사실 내용이 빈약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이만한 이야기를 최고의 감독과 훌륭한 배우들이 살려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제시 아이젠버그,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정말 탁월한 감독의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젊은 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를 해냈고, 그 열정은 부가 영상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것 또한 감독이 이끌어낸 거라고 물론 생각은 들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원미동 사람들을 알게 된 것은 중고등학교 때 문학 시간 덕분이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양귀자의 한계령이 교과서에 있었고,

그 한계령은 이 연작소설집 원미동 사람들 중 가장 마지막 부분이다.

 

주입식 교육, 입시 위주의 교육이 반드시 나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것이,

당시 교과서를 달달 외우다시피 했다보니 세월이 꽤 흐른 지금도,

한계령의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고, 몇몇 문장들은 아직도 그대로 생각이 나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때 소설 때문에 한계령이라는 노래를 알게 되고

아직도 양희은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한계령이라는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시큰거리기도 한다는 것.

 

그러고 나서 다시 나에게 원미동이 다가온 것은

잠깐 부천에서 거주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당시 주소가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바로 이 소설의 무대이다. 얼핏 소설이 처음 나왔을 당시의 원미동이 행정구역상 원미구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거주할 당시 들었었고, 근거 없는 낭만에 젖어서 원미동 사람들 이라는 양귀자 연작소설집을 구입했다.

 

멀고도 아름다운 동네, 처음에 교과서로 접했을 때는 원미동이라는 곳이 실제로 있는 곳인지 전혀 몰랐다. 더구나 연고도 전혀 없던 내가 그곳에 잠시나마 먹고 자고 생활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인생은 참 모를 일이다.

 

이 책 속에서 원미동은 누군가에게는 비싼 서울 집값을 피해 내 집 마련이 가능한 동네, 누군가에게는 젊은 시절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찾아온 동네, 또 누군가에게는 땅값이 오르건 말건 마지막을 소중히 보내고 싶은 동네이기도 하다. 또 누군가에게는 얼른 돈을 모아서 뜨고 싶은 동네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최종 목적지가 아닌 잠시 거쳐가는 동네이기도 하겠지. 실제로 작가는 한 때 원미동에 거주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전부 사실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이 동네에서 몇 년 동안 살면서, 동네 특유의 분위기와 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삶을 그리는 데에 영감을 받았을 것이다. 책 속에서도 얼핏 묘사되듯이, 아마도 이 당시 부천은 조금씩 개발되어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고, 그 과정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감있고, 또 한편으로는 가슴 찡하게 그려져 있다.

 

실제 소설의 무대가 되는 원미동 일대에 원미동 사람들의 거리라는 곳이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매년 문학행사도 열린다고. 이제는 일부러 찾아가기도 힘들게 되었는데 왜 그곳에 거주했을 동안 한 번도 안 가보았을까 후회된다. 가공의 도시가 아니라 실재하는 곳의 이야기, 현실을 바탕으로 하되 완전히 창조적인, 그렇지만 사실적인 사람들의 삶.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나도 한 군데 붙박이로 살기보다는 꽤 여러 번 이사도 많이 다니고 여러 도시에서 생활해 본 적이 있는데 과연 그 도시 어디에도 내가 정을 준 적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좀 아쉽다. 답답해하지만 말고 당시 그 고장에 살면서 최대한 그 지역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걸 아는 안타까움이 자꾸 들게 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빈둥빈둥 환타스틱 유럽여행기
환타(김환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여행, 여행, 여행...

 

각종 여행서는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여행 블로그는 왜 저렇게 많은 건지,

 

또 가고 싶은 곳은 왜 그렇게 많은 건지.

 

유럽 여행이 더 이상 사치나 로망이 아닌 일상으로 자리잡은지 어느 정도 되었기에,

대학생들의 한달 가량 유럽베낭여행, 그리고 그때 야간열차를 타며 수많은 나라를 거쳤던 대학생들이 취업한 후 직장인이 되어 1년 휴가를 최대한 붙여서, 혹은 황금연휴에 열흘 정도로 학생 때 갔던 유럽의 국가 들 중 한 두 개 국가를 집중적으로 보고 오는 이른바 탐사적 여행은 내 주변에서도 종종 보게 되는 경우이다.

 

글쓴이도 학생 때 유럽 여행을 처음 다녀오고 나서 7년 후, 사회인이 되어 다시 유럽을 가게 된다. 계기가 좀 특이하다. 결혼을 앞두고 그 동안 사귀던 남자친구와 결별 후, 마음을 추스리고자 유럽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친구의 일정을 짜 주다가 멋도 모르고 갔던 7년 전에 비해 이제 아서 유럽에 간다면 더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남자친구에게 이야기하자 너무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이유로 차이게 되었다고. 이왕 이렇게 된 것, 결국 그 친구와 같이 유럽을 가게 되었다고 한다. 

 

원래 작가가 긍정적인 사람인 걸까, 아니면 시간이 흘러 전부 추억으로 웃음지을 수 있게 되어서 그런 걸까, 계기도 계기지만, 책을 읽다보면 절대로 여행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개그요소를 찾아내는 능력때문인지 계속 행복하게 웃으면서 여행기를 볼 수 있게 된다. 사실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지금도 연재중인 한 포털의 웹툰 때문인데,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머 있고 밝은 내용이 참 사랑스러웠다.

 

이 책만의 특장점이 여러 가지가 있다.

첫번째, '빈둥빈둥'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이 책은 여타 다른 여행기와는 다르게 읽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숨가쁜 일정이 짜여진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여유롭게, 때로는 마음이 가는 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읽으면서도 여유롭다.

두번째, 책의 사진은 직접 저자가 찍었다고. 그래서인지 다른 여행기에 비해서는 유명한 건축물이나 풍경들이 강렬하게 다가온다거나 시선을 잡아끈다거나 하는 사진들은 많지 않다. 대신 꼭 내가 여행 다녀왔을 때 찍었던 사진들같은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정감이 가고, 눈이 편안하고, 천천히 음미하게 한다.

셋째, 글과 사진으로만 차 있는 여행기가 아니라 만화로 일정이 전부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꼭 웹툰을 보는 것처럼 재미도 있고, 순간순간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또 글 한 두줄을 아무래도 만화로 풀어서 그리다보니 책은 두껍지만 내용은 벅차지 않고, 그만큼 사진의 양은 또 줄어서 그만그만한 여행기들에 비해 개성이 있다.

넷째, 이 여행기에서만 볼 수 있는 유용한 팁들. 환전, 맛집, 할인, 물가, 날씨 등은 어떤 여행책에도 많이 나오기도 하고 또 인터넷만 검색해 봐도 금방 뜨는 정보들이다. 그런데 몇몇 정보는, 아, 정말 유용하면서도 재밌기도 하다. 예를 들면,

 

짐싸는 요령, 에서 애매한 멋내기용 옷과 신발은 안 가져가는 게 좋고, 화장품은 샘플로 챙기라는 것 정도는 한두번 여행한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입술이나 손, 발, 팔에 전부 바를 수 있는 바셀린을 추천하거나, 까만색 쫄티와 레깅스는 평소 내복처럼 입다가 잘때는 잠옷으로 입을 수 있다는 말에는 빵 터졌다. 그러다 혹시 레스토랑이나 클럽에 가려는데 가져온 옷 중 마땅찮은게 없다면 망고나 H&M에서 저렴하면서도 핫한 아이템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러고보니 해외 패스트패션 업체들이 국내에서 지나치게 비싸다고, 오히려 외국에서 더 저렴하다고 들었던 기억이 났다.

 

루이비통 본점의 매장은 아주 큰데다, 세일까지 겹치면 한국보다 최고 몇십만원은 더 싸지만, 꼭 사지 않더라도 세일 기간에는 워낙 사람이 많아 윈도 쇼퍼도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다고. 매장 안 아트북 코너도 있고 화장실도 쓸 수 있으니 쇼핑 아니더라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는 부분에서는 내가 20대 초반, 학생 시절에 갔을 때는 전혀 몰랐던 부분이라 다시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어가면서 예전에 내가 갔던 장소를 다시 떠올리는 기분도 쏠쏠했는데, 눈에 들어온 부분이 노트르담 성당 정문 앞 '푸엥 제로'. 파리 거리 측정의 기점이 된다는 대목을 읽자마자 바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이미지 확인을 해 보았더니 역시나! 당시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이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재수가 10년 좋다고 그렇게 들어서 발을 디디고 사진을 찍었는데, 돌아와 보니 재수가 좋다는 것만 기억이 나고 대체 이 장소가 어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대체 몇 년 만에 알게 되었는지! 아무튼 기분이 좋다. 다시 파리에 가게 된다면, 나도 글쓴이처럼 자전거를 빌려 마트 다녀오며 바구니에 바게트도 꽂아보고도 싶고, 일정 때문에 결국 못 가 보았던 퐁피두도 가고 싶다.

 

프랑스 파리-스페인 바르셀로나-이탈리아로 이어지는 이 여행기에서 상대적으로 스페인의 비중은 작은데 그 이유는 글쓴이가 즉흥적으로 프랑스에서 2주동안 더 머문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페인에 도착한 첫 날, 할부도 끝나지 않은 아이폰을 집시에게 도둑맞은 것으로 인한 충격 때문에 활발하게 돌아다니지 못한 까닭도 있다. 내가 유럽 여행을 갔을 때도 우리 일행 중 카메라를 도둑맞은 사람도 있었고, 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사람도 있었다. 매사 경계하고 의심하는 성격 때문에 안 받아도 될 스트레스도 받았고, 좀 더 과감한 여행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든 것을 잃지 않고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어 신기하기도 하고 새삼 뿌듯하기도 했다.

 

도난 사건만 없었다면 스페인 이야기가 좀 더 풍성해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생겼다. 내가 안 가본 국가가 스페인이라서 더 그랬던 듯.

 

항공권 연장이 되지 않아 고민하다 그냥 귀국 비행기표를 날리고 편도를 새로 사면서 이탈리아에 2주를 머무르게 되었는데, 로마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숙소에서 매일 아침 베드로 성당까지 걸어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고. 가는 길에 샌드위치나 조각피자를 사서 성당 광장에서 점심을 먹으며 일광욕을 하고, 그러다 심심해지면 성당미사도 들어가보고 끝나면 베드로 성당 내부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근처에서 어슬렁대기도 하고... 저자 생애 이렇게 고급스러운 산책이 또 어디 있겠냐고 했는데, 아, 정말 정말 부러웠다.

 

개인적으로 다시 유럽을 갈 수 있다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스페인도 가고 싶지만, 로마와 베네치아 두 도시만 보고 돌아왔던 이탈리아 전국 일주를 해보고 싶다. 밀라노에 가서 말로만 들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도 보고 저자의 말대로 말로 할 수 없는 그 느낌도 받아보고 싶고, 폼페이 최후의 날이라는 소설을 읽고 가슴 두근거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폼페이 유적지도 둘러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자전거여행 - 전2권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자전거에 풍륜이라고 이름 붙였다니 역시 작가는 다르다. 

자전거 타지도 못하지만 만약 잘 탄다고 하더라도 이름까지 붙이기에는... 

아니 어떤 물건이든 아무리 애착이 가더라도 이름을 붙이는 건 

아이도 아니고 이 나이에 너무 오그라든다고 생각되는데 

자세히보니 초판 출간 당시 작가의 나이가 52세다.

 

 

 

2. 어릴 때는 왜 김훈이 찬사를 받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뜨겁고 열정적인 문장도 없고 시선을 잡아끌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오로지 그 부분만 생각나는 강렬한 장면도 없는 것 같아서였다. 

나이가 들수록 재료 본연의 맛을 찾게 되는 것처럼 

김훈의 글은 처음 접했을 때는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는데 

요즘은 읽으면 읽을수록 곱씹게 된다. 작가가 펼쳐놓은 세상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읽다보니 함부로 빨리 빨리 책장을 넘기지를 못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극적인 맛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은 음식 뿐만이 아닌가보다.

 

 

3. 이 책은 김훈의 다른 책보다 더 심심한 편이다. 

아무래도 화자인 '내'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여행기는

소설이나 시처럼 작가의 창작된 세계를 접할 때보다

독자 입장으로서는 인간대 인간으로 작가를 접하기 마련이 아닌가.

더구나 책 속에 나와 있는 지명 또한 전부 이 반도에 분명히 있는 곳,

한때는 내가 머물렀고, 우리 부모의 고향이며, 내 친구가 살고 있는 곳.

이런 이유로 작가와 개인적인 밀착을 원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내가 약간 그런 편이다. 

 

 

4. 초판 27쇄, 5년 후 나온 개정판 11쇄. 

그 이후 출판사를 옮겨서 다시 재출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그 이후 불어닥친 국내 여행의 붐, 1박 2일 같은 프로그램의 인기와 

각종 올레길, 둘레길, 그 외에 수많은 이유로 인해 이 책은

국내 여행자들, 꿈꾸는 자전거 주인들의 바이블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