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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인생 10강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11년 6월
평점 :
책이라고 하는 것은 참 놀라운 것이어서, 금방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생이 다 끝난 것 같고 막막하다가도 그래, 그래도 인생은 살아볼 만 해, 하고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다.
신달자라는 이름을 처음 안 것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 기억에 최근의 모 광고에서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찾아보니 다른 작가와 착각한 것 같다. 검색해보니 유명 시인이자 소설가이고, tv나 광고 같은 대중문화 활동도 예전부터 있었고, 대학교수로 강단에도 섰던 분이다. 참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아마도 이런 전방위적 활동으로 내가 어디선가 이름을 들었고,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든 이름이라 더 각인이 되었을지도.
에세이에서도 얼핏얼핏 힘들게 살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인터넷 검색 후 한 인터뷰를 보고 나서 아, 입이 딱 벌어져 나온다. 집안이 반대하는 결혼, 생활고, 긴 가족의 투병과 간병, 자녀의 출산과 양육, 그 와중에 대학원 진학과 등단, 그리고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들... 최근 연이은 불합격으로 내가 이것밖에 되지 않나, 하고 좌절하고 있던 차였다. 열 번의 실패도 인생에선 작은 숫자라고 신달자 선생님은 말하고 있지만, 막상 그 열 번의 실패를 겪으니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가고 자신감도 자존감도 바닥인 채로 연말 연시를 맞이하려던 차였다. 그런데 정작 40대, 50대에 대학원 진학과 교수 임용, 그리고 그 대학원 진학도 영어 실력 부족으로 몇 번이나 떨어졌다는 인터뷰를 보니 함부로 징징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작가는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인생을 위해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그 인생만으로도 힘을 주고 있다. 나 또한 지금의 좌절이 언젠가는 나 자신의 발전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으리라고 힘을 내 본다.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을 그린 영화를 보고 인생의 종착역을 생각하는 작가의 나이는 70대이다. 그녀의 딸보다도 더 어린 나이의 나는 가늠이 되지 않지만, 아직 나에게는 남아 있는 날들이 훨씬 많고, 또 나도 모르는 능력이 분명히 잠재되어 있을 것이라고, 끝까지 놓지 않고 있으면 언젠가는 발현될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이 책은 목차만 훑어보아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역시 시인이라서 그런지, 하나하나에 군더더기가 없고 강한 임팩트는 없을지라도 잔잔한 향기가 난다.
통증은 본인이 느끼는 주관적 아픔이지만 한편으로는 상대방에게 이해받기를 바라는 질환이라는 것. "아픈 여성에게 관심의 모르핀을 놓자."라는 기사(2008년 <조선일보> 김철중의 의학 속의 WHY 참조)를 읽고 아픈 여성인 나는 관심의 모르핀을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35세 우민영 씨의 이야기가 나온다. 중소기업 홍보과에 근무하는 기혼 여성으로 아직 아이는 없다. 시댁에서는 아이를 가지라고 닥달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기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싶어 대학원 진학을 희망한다. 당연히 시댁, 친정, 남편, 직장 상사 모두가 반대하고 나선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는 나 또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장이 바뀌면, 신달자 선생님은 다르게 해석한다.
우선 결혼을 했고(이것이 해결 안 된 여성도 많다.) 직장이 있고(이것도 행운이다.) 남편이 건강하다.(이것도 행운이다.) 이 세 가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안하서 고민 중인 30대 여성도 부지기수다. 우민영 씨는 이 세 가지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지금 행복한가. 아니지 않는가. 이 고민은 삶을 좀 더 윤택하게 살고 싶은 의욕에서 나온 고민이므로 불행한 고민은 아니다. 30대는 이렇게 고민하는 시기이지 않는가. 30대에 이런 고민도 없이 원하는 것을 다 가진 사람은 없겠지만 만약 있다면 그것은 아주 소수의 여성들일 것이다. 그들에게 물어보라. 행복하다고, 만족하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삶이란 모두 이런 불만족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남편의 이기주의를 고민하지 마라. 남편 입장에서는 바로 당신도 이기주의로 보일 것이다. 약점까지 사랑해 주는 남편이 누구나 되는 것은 아니다. 왜 우리에겐 없냐고 투덜댈 필요는 없다. 차라리 "나는 강수진이 아니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강수진이 그런 사랑을 받을 때 그녀가 남편을 사랑하는 남다른 자상함이 있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의 이유는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나는 살아오면서 통감했다. 그러므로 우민영 씨는 자신의 목표가 서 있다면 남편에게도 시부모님에게도 직장 상사에게도 긍정적인 태도로 우선 점수를 따내어야 한다.
이제 내 인생에서 공부도, 도전도 끝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무렵, 이 구절도 가슴을 친다.
30대는 무엇이 올지 모르는 인생에 대한 거룩한 준비 기간이라고 해야 한다. 불안해하지 말고 외국어든 컴퓨터든 인테리어든 뭐든 자기가 흥미를 느끼는 일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당장에 아무런 필요도 없어 보여서 기운을 빼지만 '나는 언젠가 있을 중요한 일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결국 뭐든 손에 잡는 실력 있는 여성이 된다.
우리나라 속담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도 보지 말라.'와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라는 속담이다. 오르지 못하는 나무도 쳐다보고 다시 쳐다본다면 오를 수 있고, 뱁새도 황새를 따라가노라면 황새에 근접하게 되는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싹을 자르는 이런 속담이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확 그어 놓는 것이다.
누구나 잘하는 것은 있는 법이고, 스스로 무덤을 만든 그 '잘함'을 찾아내어 숨통을 터 주면 '그걸 해서 뭐해!'가 아니라 '그걸 하면 되겠구나.'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30대 후반에 어느 문화센터에서 주부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내 인생이 아무것도 결론지어져 있지 않은 대학강사 시절 몇 푼의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글 가르치기는 결국 내 인생의 직업이 되었다. 그때 학생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3년 반을 배웠던 30~40대 주부 다섯 명이 지금은 수필계의 중진으로 활동 중이다. 그들은 순수했고 글에 몸을 낮추었으나, 머리는 높았고 명징했다. 그들도 수필가로 산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열심히 하다 보니 수필가가 되었고 지금은 하나하나가 성공한 인생들을 살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할 때는 근심 같은 건 녹아 버린다. 좋아하는 일을 하루 한 시간만 해도 인생은 달라지지 않겠는가.
자기가 가는 인생길이 눈으로 마음으로 머리로 그려져야 한다. 그러나 잘 그려지지 않아도 상관없다. 지금부터 윤곽을 잡으면 된다. 그 윤곽에 따라 그 길로 가는 정보를 얻고 그 길고 가는 풍문을 듣고 그 길의 총체적인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 된다. 갑자기 성공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어떤 작은 일이라도 그것을 하면 그냥 즐겁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일이 누구에게나 반드시 있다. 돈이 되지 않아도 된다. 처음부터 돈 벌 생각은 하지 마라. 오히려 돈을 써야 한다. 돈이 없으면 무료 도서관부터 찾아라. 반드시 길이 보일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돈을 벌 수 있는 길도 보이는 법이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아버지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흑인 노예를 해방시키고 흑백 화해를 이루었던 링컨은 뜻밖에 아버지와의 화해는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양갈래에서 자신을 구축한 인물이다. 40대에 문단에 나와 40년 글을 쓰고 80세에 돌아가신 박완서 선생도 이미 친구들이 명성을 떨치고 있는, 미래가 불투명하기 짝이 없는 문단 속에서 자기만의 확실한 목소리로 세상 바로 읽기를 함으로써 우리에게 잊지 못하는 작가로 남았다. 이처럼 뭐뭐 때문이 아니라 뭐뭐에도 불구하고 자기만의 길을 갔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당신이 어떤 처지에 있더라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 잊지 않는다면 그 어떤 어려운 여건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의지 앞에 서게 될 것이다.
계속해서 읽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푸근해진다. 한때 넘쳐나던 '힐링'에 피로해졌고 이제는 '독설'에 마음이 사나운데 이 책은 그 중간 지점에서 안은 단단하지만 겉은 부드러운 충고를 건넨다.
꽉 막혀서 도무지 앞이 안 보일 때가 많다. 그러나 지나가고 보면 그 막힘마저도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내 꿈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풀리지도 않고 꼬이기만 하던 그 어려운 시간도 결국 이루어지는 그 시간 속이었다는 것은 놀라운 발견이다. 막혔을 때는 그것만 보인다. 그러나 그때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말이다. 그러나 나도 그 막막한 현실에서는 이루어지는 시간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누군가 아니라고 곧 빛이 올 거라고 말해도 믿지 않았다. "그딴 소리 집어치워!"하고 화를 냈다. 어떤 현실에서도 이것이 지나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참고 견디면 반드시 행운은 온다. 그 꿈이 오는 시간을 어떤 자세로 기다리는가에 따라 시간이 줄기도 하고 더 길어지기도 한다. 괴롭지만 할 일을 순조롭게 하면서 고통을 견디며 얼음 위를 걷고 있다면 반드시 꿈은 조금 일찍 올 것이다. 지금 견디기가 너무 어렵다면 다리 건너기라고 생각하라. 그 다리를 건너야 행운을 만나는 것이라고.
책은 구원자다. 마음이 허약한 사람, 병든 사람,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게 책은 길이 되고 위안이 된다. 책은 실제 자신보다 몇 천 배 힘 있는 사람으로 비약시킨다. 정신을 강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도 나폴레옹도 독서광이었고 베토벤 같은 예술가도 독서광이었다. 무엇인가 스스로 만든 사람들 곁에는 반드시 책이 있었다. 정신이 허약한 사람들은 반드시 책을 만나라. 정신의 빈곤은 인간을 쉽게 넘어지게 하고 고통 앞에 형편없이 무너지게 만든다.
1강 열 번의 실패도 인생에선 작은 숫자다
아득하다고 하지 마라, 가득하다ㅣ 부족은 만족으로 가는 간이역
인생의 종착역을 그려 보라ㅣ 시작은 누구에게나 눈부신 일
2강 척박한 땅에서 핀 꽃이 더 향기가 짙다
인생 여행의 지독한 멀미, 외로움ㅣ 여성의 역사는 통증의 역사다
남자와 여자, 달라도 너무 다르다ㅣ 자신이 가진 것 그 이상을 즐기라
3강 물은 1도만 모자라도 끓지 않는다
불소통의 벽을 허물라ㅣ 고통을 훈련하라
청춘, 가장 아름다운 오늘
4강 늙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것이다
제2의 유전자를 가동하라ㅣ 어머니, 맨몸으로 세상을 변화사키는 성자
'어머니'라는 이름, 그보다 더 높은 자리는 없다
가족은 상처이면서 자존심이다ㅣ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
5강 행복은 여자가 창조하는 신화다
핸드백은 여자들의 은밀한 방ㅣ 친구를 얻는 데는 할인 쿠폰이 없다
여자의 눈빛이 세상을 밝힌다ㅣ 당신은 클레오파트라보다 섹시하다
행복은 움직이는 나룻배
6강 여자가 웃으면 세상도 웃는다
인생의 가장 큰 프로젝트, 결혼ㅣ 행복한 부부가 되려면
우리의 또 다른 가족들
7강 마음속 자궁으로 남자를 품으라
말을 참아서 담쌓지 말자ㅣ 남자는 70세가 넘어도 어린아이다
멋있는 아들을 만들려면 남편부터 멋있게 만들라
8강 하루에 한 시간, 인생이 달라진다
매일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라ㅣ 하루에 한 시간, 인생이 달라진다
어설픈 달관이 절망보다 나쁘다ㅣ 돈보다 가슴 뛰는 일을 찾아라
9강 일어나라, 하고 싶은 일도 일어날 것이다
맨발의 아베베ㅣ 일어나라, 하고 싶은 일도 일어날 것이다
자기 인생에게 미안하지 말 것ㅣ 나도 잘 살게,너도 잘 살아
10강 그대의 꿈은 지금 이루어지고 있다
인생에는 면제가 없다ㅣ 오천 개의 눈송이도 저마다 다르다
책은 정신적 항생제다ㅣ 걱정하지 말라, 지금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