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여자가 서른 살 여자에게 - 여자의 인생을 위로하는 47가지 조언
데버러 콜린스 스티븐슨 외 지음, 이은선 옮김 / 웅진윙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책 속의 몇 몇 인상깊은 구절을 적어둔다. 마흔 살 여자가 서른 살 여자에게, 라는 제목은 분명히 매혹적인 제목이지만, 솔직히 제목만큼 책이 임팩트 있지는 않다. 4명의 여자들은 워킹맘으로, 각자의 인생에서 힘든 일을 겪고 있고, 그 것을 나름대로 헤쳐나왔다는 이야기는 분명히 흥미롭기는 하지만, 4명의 이야기가 섞여 있어서 정신이 없고, 전체적으로 뚜렷한 줄기가 없어서 그 가지도 명확하지 않다. 또한 중간중간 나오는 조언들은 사실 다른 자기 계발서에서도 나왔던 내용이며, 마흔 살 여자, 서른 살 여자, 라는 키워드도 미국 사회와는 분위기가 다른 한국 사회에 적용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정말 정말 힘들다면, 읽으면서 기분 전환이 될 수는 있겠다.

 

그 마지막 며칠 동안 나는 내가 그 학대당하던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걸 소름끼칠 만큼 분명하게 깨달았다. 오래던에 나를 숨기기로 작정하고 어른이 된 뒤에도 숨바꼭질을 고집하면서 '내가 나를' 학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병마와 싸우는 아버지를 목격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이제는 그런 행동들로 인해 내가 좌우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과거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제는 그 사건이 내 정체성이나 내가 살아가면서 어떤 대접을 받아야 마땅한지를 규정할 수 없었다. 그 분명한 꺠달음의 숰간, 나는 과거와의 사슬을 끊고 아무 두려움 없이 내 인생 속으로 풍덩 뛰어들 수 있었다.

 

우리가 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몫은, 나에게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과 정확히 비례한다. 그 근원이 당신 자신이건 다른 사람이건, 불신 때문에 비틀거리지는 말자.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다.

 

보니다는 현실을 부정하거나 우울해하며 남은 인생을 보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살아도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고 한 걸음씩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자신과 가족들이 그 고통을 겪은 데에도 깊은 뜻이 있을 거라고 믿는 쪽을 택했다.

 

'장애물'을 주제로 여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일관적으로 등장하는 세 가지가 두려움, 현실부정, 자기파괴다. 두려움은 손에서 땀이 나는 증상에서부터 엄청난 불안과 발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형태로 표출된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경우에는 버팀목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 사람 떄문에 무서워.""우리 아이는 내가 없으면 안 돼." "내가 더 돈을 많이 벌면 그이가 날 떠날 거야." "다들 나한테 바라는 게 너무 많아." 이런 생각과 감정들이 두려움으로 표출되고, 그런 두려움을 방패 삼아 그 뒤로 숨는 것이다. 현실을 부정하면 버림받은 느낌이나 상실감을 피할 수 있다. 오래 입다 보니 내 몸에 꼭 맞게 된 목욕가운처럼 편안해진다. 하지만 그 편안함에 속아넘어가면 거짓인생을 살게 된다. 많은 여자가 보이는 또 한 가지 패턴이 자기파괴다. 이는 여자들이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동원하는 비열한 짓이다. 간단하게는 칭찬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자기파괴고, 복잡하게는 '안 뽑힐 게 뻔해서' 회사 면접을 펑크내는 것도 자기파괴다.

 

당신의 시련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할 말이 없으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을 때는 어떤 단어를 쓸 것인지 좀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미친 듯이 연못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 물고기가 된 심정이라면, 그 불편한 상황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미리 생각해보고 준비를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당황하지 않고 우아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답변을 생각해놓아야 한다. 이런 과도기 때 헤매지 않으려면 집 밖으로 나가서 우리를 새로운 미래로 인도할 만한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그러려면 불안한 마음을 감추는 동시에, 원하는 목적과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적절하게 표현할 말을 찾아야 했다.

안식년을 보내면서 너무 오랫동안 잊고 지낸 여러 기회와 관심사를 탐색하는 중이에요.

쉬면서 재충전하려고요. 3개월이나 6개월쯤 다른 일을 해본 다음 다시 일을 시작할까 해요.

지금은 과도기라 다음 행보를 신중하게 선택하려고 고민하고 있어요.

당신도 지금 과도기를 겪고 있는가? 그래서 사람들이 좋은 뜻으로 묻는 말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할 말을 잃거나 헤매지 않고, 아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게 더 이상 끔찍하지 않도록 대답을 미리 준비하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거울을 보고 연습하자.

 

어느 쌀쌀한 겨울날 아침, 눈을 뜬 재키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손을 내민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항상 강한 모습을 보이는 데 익숙했고, 늘 도움을 받는 쪽이 아니라 주는 쪽이었던 그녀였기에 힘든 결정이었다. 하지만 남편이 죽으면서 생긴 엄청난 문제들을 적절하게 처리할 방법이 필요했다. 도움은 '치료'라는 이름으로 찾아올 때도 있다. 우리를 아끼는 사람들을 통해 찾아올 때도 있다. 뜻밖의 방식으로 우리 인생에 뛰어든 전혀 낯선 사람의 이름을 찾아올 떄도 있다. 어쨌든 이 모든 건 우리가 도움이라는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선물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된다. 어떤 사람이 '뭐, 도울 일 없냐?'고 뻔한 질문을 하거든 '있다'고 대답하고, 그게 무엇인지 말하면 된다. 앞으로는 도와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뿌듯함이라는 선물을 주기로 약속하자. 

 

이 책에 등장하는 네 명의 여성. 잰은 여성진행자가 거의 없던 시절에 라디오와 TV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비서로 출발했지만 결국 자기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스스로 과연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 의심했던 재키는 변호사인 동시에 상원의원이다.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미셸린은 미국 재계에서 성공을 거둔 뒤, 정장 대신 청바지를 입고 대본 쓰는 법을 배워 대본, 제작, 감독을 맡은 첫 다큐멘터리로 데뷔했다. 데버러는 예전부터 리더들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고 현재 컨설턴트로 여러 리더와 일을 하고 있다. 네 명은 말한다. 인생에서 확신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성공이 미꾸라지처럼 느껴지고, 실패하는 일이 생기고, 앞에 놓인 길이 끝이 없어 보이더라도, 똑똑한 여자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꿈으로 향하는 길에는 꼭 비관론자들이 도사리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러는 사람도 있고, 일부러 그러는 사람도 있다. 심술이 나서 우리의 꿈을 짓밟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비관론자가 모두 외부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막강한 비관론자가 자기 자신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다행스러운 이야기지만, 자기 자신을 구박하는 습관은 버릴 수 있다. 미국 심리학회 회장을 지낸 마틴 셀리그먼의 말에 따르면, 요즘은 프로그램의 방향을 바꾸는 심리치료사가 많다고 한다. 의뢰인의 과거 속으로 파고들어가 어렸을 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따지기보다 현재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가리켜 "인간에게 어떤 것이 상처가 되는지에 집중하다가 무엇이 인간을 강하게 만드는지 이해하는 쪽으로 바뀐, 심리학계의 조류 변화"라고 했다.

 

이 책에는 수많은 여성들이 나온다. 그 중에는 내가 이름을 들어본 사람도 있고, 잘 모르는 사람도 있다. 아마 미국민들에게는 알려진 여성들이 아닐까 한다. 참 인상깊은 것은, 오로지 '여자'에 방점을 찍은 자기계발서는 많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에도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20대, 혹은 30대 여성들에 그쳐 있다. 이 책에서처럼 국회의원, 기업의 CEO, 방송인, 고위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의 40대~50대 여성들의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 10여년 정도 세월이 흐른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많은 예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한 때 시련을 겪어지만, 슬기롭게 극복하고 활발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이 다른 여성을 돕는 것도 인상적이다. 컨설턴트인 데버러는 지구촌 곳곳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세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바람이 있고, 미셸린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증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사 '위민스 인디펜던트 시네마'의 대변인이라고 한다. 잰은 이사회와 여러 기업에 여성들을 앉히는 헤드 헌터가 꿈이다. 변화와 재창조의 연속인 여성의 삶을 살면서, 후배 여성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일,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예전에 본 기사에서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 여성의 비율은 늘었으나, 정작 그 여성 국회의원들은 남성 보좌관을 선호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은 늘어가지만 상대적으로 여성들끼리의 연대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외로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은데, 아마도 이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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