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주는 기쁨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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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영국의 펭귄 출판사가 창립 7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한 70권의 작품 선집 가운데 한 권이다. 이 특별판에는 카뮈, 보르헤스, 버지니아 울프, 마르케스, 피츠제럴드, 카프카 등 쟁쟁한 작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보통은 70번째 자리를 차지했다고.

 

이 설명을 본 순간 하나 떠오른 생각이 있는데, 2000년 전후였던가?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가수를 10위까지 순위를 매겼던 기사를 봤던 기억이 났다. 어느 신문사의 어떤 기사였는지, 그 순위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것은, 10위가 서태지였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1위~9위에는 서태지 이전의 가수들이 있겠지? 정확한 순위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이미지와 조용필 같은 가수들이었다.

 

이 순위를 보았을 때의 나는 아직 청소년이었는데, 특별히 음악에 깊은 관심이 있지 않아서 서태지를 제외한 다른 가수들은 이름만 들어보았지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그게 왜 이렇게 의미가 있는지 알지도 못했고, 심지어 서태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있지는 않았다. (응답하리 1994의 세대보다 내가 더 어린 세대다.) 다만 막연히 생각했던 게, 음악 대통령이라고 까지 불렸던 서태지가 10위라면 그 위의 사람들은 더 대단한 사람들이고, 거꾸로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가수들이 즐비한 가운데 현재 어린 내가 알 정도의 서태지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10위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서태지가 대단한 존재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마 펭귄출판사에서 70명의 작가 중 마지막 70번째로 보통을 결정한 것은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현대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면서 69명의 거장들(상당수는 이미 사망했을)과 어깨를 나란히(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바로 뒤에서 따라갈 만큼은)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여기 수록된 아홉 편의 산문들은 대부분 이전에 쓴 여러 책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전에 '여행의 기술'이 여기에 실린 짧은 단편에서 출발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어서 목차를 훑어보자마자 '공항에 가기, 바로 이거였구나'하고 알았다. 하나씩 읽다보니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구절들이 등장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의 수많은 책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은 구절들을 선택했고, 주요 부분들을 선별하고 결합시켜 새로운 작품으로 구성했던 것이라고. 이것은 펭귄 출판사 특별판의 기획 의도에 맞춘 것이라고 한다.

작가가 직접 골라내었기에, 이 책에서는 보통의 개인적인 생각들과 주장들이 좀 더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현대인의 삶과 생활에 관한 예민한 성찰로 그의 열렬한 팬이 된 사람이라면 작가의 개인적인 삶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있다는 것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고, 보통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보통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을 것이다.

 

슬픔이 주는 기쁨

이 장은 출처가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여행의 기술' 아닐까? 다만 처음 출간될 당시에는 '동물원에 가기'였는데 개정되면서 제목이 '슬픔이 주는 기쁨'으로 바뀐 것을 보면 첫 출간시 가장 회자가 많이 되던 글이었나 추측할뿐이다. 제목만 보고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기쁨에게'를 떠올렸다. 개인적으로는 원래 제목인 '동물원에 가기'가 더 좋은 것 같다. 직접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가 두 가지나 들어가 있어서 글을 읽기도 전에 내용이 대강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원래 제목이 좀 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어서 좀 아쉽다.

 

공항에 가기

이 장은 '여행의 기술'일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공항에서 일주일을' 이었다. 굉장히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보통의 책인데 별로 언급되지 않은 책이어서, 작가가 이 작품을 스스로 꼽았다고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진정성

이 장은 읽으면서 사랑  3부작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였다.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

 

일과 행복

이 장은 '일의 기쁨과 슬픔'이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죽 읽어보니까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불안'의 일부인 것 같다. 이런 반전도 재미있다.

 

동물원에 가기

이 짧은 글은 보통의 어느 책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아마 내가 읽지 않은 책이겠지.

 

독신남

'여행의 기술' 아닐까?

 

따분한 장소의 매력

비슷한 구절을 스치듯 본 것 같기는 한데 원 출처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 같기도 하고,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같기도 하고 '너를 사랑한다는 건' 같기도 하다.

 

글쓰기(와 송어)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희극

이건 '불안'이 맞는 것 같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저 외과의사에 대한 비유를 보고 확신하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찾아보니 내가 쓴 마이리뷰에도 저 구절을 적어 놓았다. 동일한 제목으로 원래의 책에도 분리되어 붙여져 있다. 괜히 뿌듯해진다.

 

 

출처를 모르는 글들은 어떻게든 출처를 알고 싶어서 이리저리 검색을 하게 되고, 막상 또 출처를 알겠는 글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게, 내가 이 책을 읽을 때 이 구절을 인상깊게 읽었었나, 왜 그 당시에는 다른 구절은 적어놓았어도 그 구절은 적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 내가 책을 읽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희미하게 실체만 알 뿐, 정확한 구절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과연 내가 그 책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 그리고 막막함. 어린 시절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을 전부 다 읽고 졸업해야지, 했던 생각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깨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점점 자라면서 세상에는 정말 많은 책들이 있고, 아무리 열심히 읽어나가도 내 머리에 남는 게 없다면 그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나 구절 하나하나가 생각이 나지 않아도 대강의 느낌으로 일단 읽은 책의 출처를 알아맞추었듯이, 그동안 읽은 책들이 내 뇌의 어느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으면, 아무리 깊숙이 있어도 어떠한 자극을 통해 밖으로 발현되는 날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물론 평생 쓰지도 못하는 것들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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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배달부 키키 (2disc)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사쿠마 레이 목소리 /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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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년에 용산아이파크몰의 지브리 전에 다녀왔다.

 

가격에 비해 볼거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기념품이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라고도 생각이 들고, 또 판단은 각자의 몫이니 가서 만족하면 그것으로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지브리 애니메이션 한 번 안 본 사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참 성장하는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자녀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이들 때문이라도 보았을 것이다. 스튜디오 지브리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공장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후계자를 찾지 못해서인지 곧 해체된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아무튼, 지브리 전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그동안 지브리에서 만들어 온 수많은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좍 나열해 놓은 복도였는데, 혹시나 해서 사진을 찍어왔다. 시간이 날 때마다, 세상에 지칠 때마다,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보려고. 원래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기본 주제는 휴머니즘 아닌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는 공통적으로 비슷한 주제가 흐른다. 기계문명에 대한 혐오, 자연보호, 페미니즘 등. 그래서 어른이 보기에도 재미를 느낄 정도이며 그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베를린 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최초로 황금곰상을 수상했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내가 인상깊었던 점은 까다로고 깐깐한 유럽의 3대 영화제 중 하나에서 다른 실사영화를 제치고 이 영화에 상을 주었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아이들만 보고 즐기는 수준이 아니라, 이른바 만화를 '예술'의 경지에까지 끌어올렸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지브리의 모든 작품이 전부 이 정도의 걸작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작품 목록을 죽 훑어보면 "이런 영화가 있었어?"하는 정도의 영화도 있다. 당연히 선호도도 갈리며, 평가도 갈린다. 더구나 미야자키 하야오에서 등장하는 바로 그 주제가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에 개봉했다는 '바람이 분다'는 굉장히 논란이 많은 작품인데 아직 나는 보지 못했으므로 일단은 pass.)

 

이 영화는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중에서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된다. 평론가들의 평가, 팬들의 애정, 유명한 정도 등에서 딱 중간 정도의 위치. 물론 이 영화에서도 마녀의 빗자루와 비행선의 대비가 나오고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도 큰 틀에서 벗어나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이 가볍고 발랄한 편이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조금 밋밋할 수도 있지만, 보면서 이런 애니메이션을 보았던 어렸을 적을 떠올리게 하는 데는 제격이다. (나는 보면서 내내 내가 어렸던 시절 방송했던 뾰로롱 꼬마마녀라는 애니메이션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면 '마녀'라는 키워드를 일본에서는 참 좋아하는 듯?)

 

만약 내 아이에게 보여줄 만화를 꼽는다면, 아마 이 만화 영화는 즐겁게 1순위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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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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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에는 수많은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가슴 아픈 짝사랑도 있고, 이제 막 시작을 한 사랑도 있고, 다 끝나가는 사랑도 있고...

 

하지만 찬찬히 읽어나가면서 나는 이런 사랑이라면,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왜? 읽어나가다가 궁금증이 풀렸다.

 

 

이 책의 이야기 중 사랑하는 여성들은 예외없이 불안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람을 피우는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자기 편할 대로 해석해서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애초부터 애인있는 사람을 좋아해서 스스로를 후순위에 두는 것을 자처하는 경우도 있다.

 

꼭 이런 경우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랑을 한다면, 상대방을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가면 갈수록 문득문득 불안한 마음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이런 식으로 베이스로 깔려 있는 사랑이라면, 나 같으면 끝내는 쪽을 택할 것 같다. 나의 지인이 이런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적극적으로 사랑을 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들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애인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 현재 애인과 헤어지지 않기를 오히려 바라게 된다, 왜냐하면 그가 혼자가 된다면 내 마음은 훨씬 사무칠 것이며,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짝사랑이 낫다는 이야기인데 너무 패배주의적인 생각이 아닐까 하게 된다. 나 또한 누군가를 혼자 좋아해본 적이 있지만 이 정도로까지 저자세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매사에 똑부러지는 것 같은 여자들 중에서 의외로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헛똑똑이가 되어버리는 여성들이 많다. 함부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작가도 그 범주에 살짝 발을 걸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내 자신부터 나를 함부로 대하거나 상처주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

 

마스다 미리의 책 중 한 번 읽고 나서 다시 읽고 싶지 않은 책은 이 책이 처음인 것 같다. 책 제목이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 인데 내 기준으로는 이 책의 상당수 내용들이 진짜 사랑이 아닌 것 같아서 중간중간 책 제목이 양 페이지 꽉 차게 등장할 떄마다 거북하기 떄문이다.

 

그런데 또 아이러니 한 것이 삽화는 내가 본 마스다 미리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그 전의 그림들보다 더 정성을 기울인 듯한 느낌이고, 부드럽고 온화하면서 사실적이어서 계속 보게 된다.

 

내게는, 그 사람이 있으니까.

그런 것쯤 아무것도 아니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나를 이해해주는 남자가 있다면 남의 시선 따위 상관없다.

 

사랑이 나를 강하게 만들어 혼자 있을 떄도 자신감을 준다.

 

내가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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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아웃케이스 없음
벤 스틸러 감독, 벤 스틸러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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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눈은 10년 후에, 발은 현재에 두라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되지만 현실에 얽매여만 있어도 안 된다. 남들이 하는 데로 취업 전쟁에 뛰어들고 유망 직업을 쫓기보다는 시장변화와 경제의 흐름, 미래 전망을 고려하되 가능한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또 직업 세계의 정보에 밝아야 한다. 직업의 종류와 사회 구조, 각 직업의 연관성을 알아둘 것.

 

2. 내 안에 핵심가치를 깨워라

천직 찾기란 어떤 직업을 택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천직 속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을 바로 알고 자신의 강점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이 몰입하는 일, 자신도 모르게 집중하게 되는 일, 자신을 활기차게 만드는 순간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그리고 자기계발을 통해 자신의 특성을 강점으로 만드는 훈련과 노력을 이어가자.

 

3. 직업의 속성을 생각하라

천직이라고 해서 평생 한 직장, 한 직업만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천직의 속성을 그대로 유지하면 직업도 점점 진화한다. 예를 들어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전달하는 것을 좋아한다’와 ‘영어공부를 좋아한다’는 속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이벤트 기획자, 종합상사 해외영업팀, 영어 강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 직종을 넓혀 고려하면 선택의 기회는 늘어난다.

 

4.천직과 관련된 일을 직접 경험해보라

지금 하는 일과는 달리 천직이라고 여기는 일이 따로 있다면 그 일을 경험할 기회를 통해 이른바 ‘필드 테스트(Field test)’를 해야 한다. 지금 당장 이직이나 전직을 하기엔 위험요소가 있으니 휴일이나 여가시간을 투자해 자신의 천직과 관련된 일을 체험해 볼 것. 자신과 그 일과의 궁합도 알 수 있고 관련 종사자와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5. 천직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세우자

일은 언제나 선택의 딜레마를 준다. 꿈과 현실, 삶과 생계, 과정과 결과. 각각의 갈래에서 어떤 길을 선택하던 후회는 남기 마련이다. 보수, 능력발휘, 사회적 인정, 창의성, 안전성 등 일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가치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어떤 가치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지 바로 알고 그 기준에 맞춰 우선순위를 세우자.

 

6. 하던 일을 다르게 하라

천직은 하늘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지금 다니는 직장, 지금 하는 일이 힘들고 어렵다고 천직이 아니라며 단정짓지는 말 것. 자신이 맡은 일을 천직으로 삼을 노력도 필요하다. 자신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리스트업 해보자. 의미 없이 수동적으로 하던 일, 불필요한데 시간을 낭비했던 일, 반드시 혼자 하지 않아도 될 일 등을 정리하다 보면 지금보다 효율적인 업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7. 반드시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자

TV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일과 사랑과 돈과 명예 모두를 이루는 사람은 흔치 않다. 아니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반드시 행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일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그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 좌절과 열등감도 크다.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며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찾아 선택하고 그 선택을 존중하도록 하자.

 

모 회사의 홍보 메일 중 일부분의 내용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 회사의 메일을 이 영화 보기 얼마 전에 보게 되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우리나라 직장인의 열 명 중 일곱 명은 출근만 하면 우울하다고 하고, 회사를 벗어나 삶의 이탈을 꿈꾸며, 행복도 점수는 100점 만점에 55점 정도.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는 사람도 약 열 명 중 일곱 명, 회사를 떠나고 싶다는 사람은 열 명 중 여덟 명, 직장인 권태기를 겪었던 사람은 열 명 중 아홉 명이라고. 일하는 이유는 돈 벌기 위해서라는 답이 열 명 중 여섯 명, 따라서 열 명 중 여섯 명은 현재 직장이 천직이 아니며, 열 명 중 여덟 명 정도는 이 직장에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직장 생활을 한번이라도 해 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저런 조사 결과가 놀랍지 않다는 것이.

 

어쩌면 이 영화의 월터는 저 질문들에 yes라고 답한 사람들보다는 행복한 처지 아닐까? 비록 소심하고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매번 상상만 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고의 사진작가에게 유일하게 인정받고 있으며 그래도 유명 잡지사에서 16년동안 그 자리를 꿋꿋이 지켰다. (극 중에 나오는 Life라는 잡지는 Time지의 계열사로 2007년에 폐간되어 지금은 온라인으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월터와 비슷한 업무를 맡았던 사람으로부터 영화 만드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입사마저도 어려워지는 요즘, 그 정도로만 해도 직장인으로서는 성공인 것 같은데. 이 정도의 이력이면 충분히 새 일자리도 쉽게 구하지 않았을까 싶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인지, 약간 아쉽기도 하다. 물론 영화는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졌으며, 등장하는 음악, 배우들의 연기, 눈이 시원해지는 지구 곳곳의 풍경들은 물론 흐뭇하지만, 짠! 하는 해결책이나 반전은 없는 편이다. 물론 이런 영화를 보는 이들은 대단한 해결책이나 허를 찌르는 반전보다는 위로와 격려와 희망을 얻고 싶겠지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직장인으로서 나는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이제 사회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내가 남보다 뭘 특별히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여기서 무엇을 어떻게 더 해야 할지도 전혀 모르겠는데, 답답하기만 한 노릇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순간적인 마음의 번뇌일 뿐인 걸까. 정말 나는 저 조사의 열명 중 여섯명(일하는 이유는 돈 벌기 위해서라고 답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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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한입
마스다 미리 지음, 이연희 옮김 / 라미엔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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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떤 음식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의 그 느낌,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모유나 분유, 이유식 같은 경우는 당연히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커피를 마셨을 때,

 

처음으로 술을 마셨을 때,

 

정도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이 최초의 한입은 과자, 음료, 여행지에서의 특별 음식 등 작가가 어른이 된 지금은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예전의 설렘은 줄어들었지만, 최초로 접했던 때의 기억만큼은 생생한 수십 가지의 먹거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만화 '오무라이스 잼잼'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거기에서는 작가의 두 아이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유치원에 다닐 무렵인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만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자라면서 아이들이 점점 새롭게 접하고 있는 음식에 대한 묘사와 아이들의 반응이 나오는 데 은근히 재미있다. 누군가가 자식을 키우는 것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는데, 아마도 이 만화의 작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처음 자신이 그 음식을 접했을 때의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여기에 나온 음식은 거창한 음식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자와 패스트푸드, 분식 등이 많다. 작가의 나이를 고려해보면, 패스트푸드점이 일본에서 급증할 무렵 청소년기를 보내서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유치원 정도의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햄버거를 먹었을 때, 콜라를 먹었을 때를 떠올려 보라면 불가능하지 않을까?

 

과자 부분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나라와 모양과 맛이 흡사한 과자가 일본에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오무라이스 잼잼에서도 한 번 다룬 적이 있었는데, 슬프게도 원조는 일본이고, 우리나라가 잽싸게 따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과자들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 쉽게(?) 이해되어 버리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보통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음식의 경우, 사진이나 그림이 제시되어 있어도 어떤 맛일지 상상이 잘 안가는 데(나만 그런가?) 이 책의 그런 음식은 상대적으로 적다.

 

일본의 대표적인 제과업체 중 하나인 모리나가의 엔젤파이는 '비스킷 사이에 마시멜로를 넣고, 그거을 초콜릿으로 코팅한 과자'라는 설명을 보자마자 초코파이가 떠올랐다. '씹는 맛은 거의 없고, 끈적끈적하게 척 달라붙는 달큰함이 씹으면 씹을수록 누굴누굴하게 입안에서 녹기 시작'하는 마시멜로를 어릴 때부터 작가는 싫어했지만, 이 과자만큼은 마시멜로가 비스킷 사이에 들어가니 달달함이 순해지고, 물컹하며 늘어지는 느낌도 없어서 좋아했다고 한다. 나도 딱 저런 이유로 옛날부터 지금까지 마시멜로가 싫다. 작가와 다른 점은 마시멜로가 들어간 초코파이도 싫어한다는 점이다.

 

비슷한 과자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손가락에 끼워서 먹었다는 돈가리콘(이 과자는 꼬깔콘과 비슷한 과자라고 설명까지 되어 있다.), 갓파에비센(역시 이 과자도 새우깡과 비슷하다고 설명되어 있다.), 초콜릿 부분은 먹고 크래커 부분만 남겼다는 기노코노야마(초코송이와 비슷한 과자라고 설명되어 있음), 현재 우리나라에도 들어와있어 나도 가끔 먹는 포키(역시 빼빼로와 비슷한 과자라고 설명되어 있음)에까지 도달하면 제과업체에 근무하지도 않는 내가 다 민망할 지경이다. 그뿐 아니라 마블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는 메이지 마일드 초콜릿은 정확히 상표명은 모르겠지만 분명히 동일한 모양이 내가 어릴 적에 있었다. 길쭉한 원기둥 형태의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진 상자, 당시 한 손에 쥐면 길이는 손 밖으로 빠져나올 정도의 길이였고 원통의 지름은 500원짜리 동전정도? 여기에 색색의 초코볼이 있었는데 유치원때나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만 하더라도 소풍갔을 때 자주 먹었던 것 같다. 반으로 쪼개면 아무리 노력해도 큰 쪽과 작은 쪽이 생기고 만다는 소다 아이스크림은 어떻고? 이거 그림마저 쌍쌍바랑 똑같은데?  어떻게 일본 작가의 일본 과자 이야기를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지.

 

과자 뿐 아니다. '후르츠포치란 달달한 시럽 속에 하얀 구슬과 잘게 썬 통조림 과일이 조금씩 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을 보자마자 급식 시간에 자주 나오던 바로 그 메뉴가 떠올랐다. 요즘은 보기가 쉽지는 않지만.

 

처음 커피를 마시게 되었을 떄의 일화는 재미있다. <빨강머리 앤>에서 앤이 친구 다이애나를 오후의 차 모임에 초대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의 앤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어른들의 방식대로 친구와 차를 마시기를 동경했듯이 작가는 커피를 마시는 어른의 분위기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빨강머리 앤은 책도, 드라마도, 만화 영화도 몇 번이나 봤기 때문에 저 장면은 눈에 선하다. 우리는 왜 그렇게 어렸을 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했을까.

 

홍차에 대한 일화도 서정적이다. 가난한 집에서 예술을 공부한다고 했을 때 장래가 불투명한 학교에 보내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기에 점심은 항상 집에서 싸온 도시락, 간식은 늘 오후의 홍차였던 검소한 대학 시절을 회상한다. '서양회화과를 전공해서 제대로 취직이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가슴을 짓누르는 불안 속에서도 천천히 시간을 들여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유화 수업. 초조함과 느긋함 사이에서 마시는 오후의 홍차는 바로 청춘의 맛, 그 자체였다'라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9~10세 쯤 새롭게 나왔다는 참치마요 초밥은, 아마도 참치마요 삼각김밥과 비슷한 맛일 것 같다. 70년대 후반에 나온 이 초밥은 날 생선을 잘 먹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모양이다. 편의점 수많은 삼각김밥들 중에서 참치마요는 가장 인기 있으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제품이다. 카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카레를 처음 먹은 순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카레와 밥을 따로따로 받은 날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며 초등학교 4학년, 마법 램프 같은 용기에 카레가 담겨 있었던 레스토랑에 갔던 날을 떠올린다. 그러고보니 나도, 처음 카레를 먹은 순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마법 램프와 같은 용기에 담겨 있는 카레를 레스토랑에서 처음 봤던 때가 기억난다. 20대 초반이었고 좋아하는 남자아이와 처음 데이트한 날이었다. 그 날의 모든 순간 하나하나가 생소하지만 어색했고, 작가가 '모르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것처럼, 나도 태연해 보이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날이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먹을 줄 안다고 생각했던 낫토가, 작가인 고향인 오사카에서는 그리 자주 볼 수 있는 음식은 아니였다는 것, 군데군데 등장한 간사이 지방의 익숙한 지명들을 보고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이 지방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이해가 쉽게 되니까.

 

미혼인 작가는 아무래도 인생을 즐기는 여러 가지 방법을 터득한 것 같은데 그 중 하나가 여행인 것 같고, 또 하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한 크로아티아의 대표적인 음식인 캐비지 롤, 시리아 요구르트인 페스토와 시리아식 쿠키는 정말 먹어보고 싶어서 혹시 우리나라에는 이런 음식점이 없는지 검색하기도 했다.

 

책 마지막에 저자는 말한다. 아무것도 아닌 날들이 쌓여 과거가 되는 것이고 아무것도 아닌 날에 웃고 있던 예전의 나를 추억하게 된다는 최초의 한입은 미래의 자신게에 용기를 북돋아주는 커다란 한입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고. 또 누구에게나 꼭 있는, 최초의 한입에 작가의 엄마는 몇 번이고 함께해 주었을 것이며 아이가 없는 자신은 최초의 한입을 접할 기회가 적어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잣니의 인생은 수많은 최초의 한입을 지나, 그 고리가 두터워지고 있다고 한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도 '가슴 안쪽이 조용히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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