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꽃피다 - 대한민국 여성들의 멘토 남인숙의 서른 살 응원가
남인숙 지음 / 이랑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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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대 여성에게 당당하게 속물이 되어라! 고 외쳤던 남인숙은 그 책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중국에까지 번역되어 역시 비소설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한다. 아마도 그 책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그 동안 체면 때문에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까놓고 이야기하면 속물이라고 비판받았던 그 이야기들을 수면 위로 올려놓았다는 것이고, 실천 사항들은 구체적이며 어렵지 않았고, 읽기 쉬웠으며 독자들을 20대 여성으로 제한함으로써, 한정된 독자층에서 오히려 밀도 높은 지지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비법은, 아마도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20대를 위한 책이나 30대를 위한 책이나, 작가의 책에서 종종 등장하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들여다 보면, 작가의 20대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고, 소위 '글쟁이'로서의 자신의 미래를 늘 걱정하며 불안해했던 때가 아닌가 싶다. 그 시기를 겪고 나서 어느 정도 자신의 삶에서 궤도에 오른 상태에서 자신의 힘들었던 20대를 돌이키며 글을 썼기에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74년생인 이 작가의 출세작인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는 2004년에 세상에 나왔다. 작가가 태어난지 30년만의 일이다. 그 이후로 그녀는 여성들의 삶에 대한 책을 여러 권 펴냈고, 그 중 일부는 중국에서 출판되어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으며, 내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중간중간 강연 활동도 하지 않았을까 싶다. 현재 우리나이로 마흔 두 살인 그녀. 즉 그녀의 커리어가 본격적으로 꽃피게 된 것은 그녀 인생 중 삽십대의 일인 것이다. 그녀의 책 여기 저기에서 얼핏 등장하는 내용이지만, 그녀는 꽤 결혼을 빨리 한 편이라고 했다. 따라서 그녀의 나이 서른 즈음에는 결혼, 출산이 끝나 있었을 것이고, 어느 정도 육아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기준이 생겼을 때의 일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뭔가 미진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힘든 20대를 보내고 나서 쓴 20대 여성을 위한 글에서 무릎을 치고, 밑줄을 그을 정도였다면, 상대적으로 갖춰진 30대를 보낸 후 쓴 30대 여성을 위한 글에서는 기발함이나 재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내용이 20대 여성을 위한 그 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읽으면서 으쌰으쌰하는 힘이 나고, 뚜렷이는 모르겠지만 왠지 격려가 되는 것 같기는 한데, 구체적인 방향성을 잘 모르겠는 그런 느낌이다.

 

이 책이 나온 것은 2012년으로 우리나이로 그녀 나이가 서른 아홉일 때이다. 책 서문에서 그녀는 삼십대 여자의 삶을 위한 책을 써달라고 수차례 부탁받았으나 자신있게 제시할 수 있는 삼십대의 모델을 작가 스스로 확신하지 못해 엄두를 못내었다고 적고 있다. 이 말, 삼십대에 접어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20대와는 다르게 내 인생에서 책임을 져야 하고, 어떤 결과물을 내어놓아야 하지 않을까 드는 압박감.

 

심하게 오바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런 압박감을 헤쳐 나오는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 책의 내용이었다. 작가 나이 서른에, 작가는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었고, 자기 이름으로 된 책도 여러 권 냈다. 그 유명한 20대 여성 시리즈 말고도, 이미 20대에 동화작가로서 여러 책을 세상에 내놓았던 것이다. 나는 책 전문가도 아니고 그 당시 아이를 키워본 적도, 조카도 없어서 그녀의 책들이 얼마나 아이들과 그 아이들에게 책을 사 줄 수 있는 부모들에게 인기를 끌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20대에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왠만한 사람들은 하기 힘든 성취가 아닐까 싶다. 비록 그 책이 세상에 나온 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는지 안 읽혔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말이다. 이 것은 절대로 그녀의 성취를 함부로 재단하는 게 아니다. 그녀의 책에서도 나왔듯이, 글을 써서 먹고 살겠다는 목표를 정한 후 그녀는 닥치는 대로 글을 썼다고 한다. 의지와 재능, 노력으로 지금의 그녀의 자리까지 온 것은 분명하지만, 서른에 대한 책을 쓰기에는 그녀는 적절한 작가는 아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으려면, 최소한 결혼과 출산은 삼십대 후반에 했어야 했고, 본인의 커리어의 방향에 대해서도 서른 이전까지는 정하지 못해서 방황했던 사람이 써야 더 절절하지 않을까 싶다.

 

20대 여성을 위한 그 책들은 읽고 나서도 머릿속에 한참 떠나지 않는 내용들이 많았고, 한동안 그 내용들에 사로잡혀 멍했던 적도 있었고, 힘든 시기마다 각오를 다지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솔직히 이 책은 그 정도까지는 되기는 힘들 것 같다. 다만, 정말 힘든 시기,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해 맞는 건지 불안할 때, 어느 정도의 위안과 길잡이 정도의 역할은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도 등장하는 내용이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에 두시간 정도만 공부해도 10년 뒤면 박사 학위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다. 이민자이자 늦은 나이에 학업을 마치고 공직에 진출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의 일화도 등장한다. 내 능력이 이것밖에 되지 않나, 해서 좌절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이것밖에 안 되나, 절망하고,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불안하던 때 이 구절을 읽으면 그래서 어쩌라고? 반문하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운다. 하지만 심정적으로 바닥에 있는 시기를 지나면, 그래,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지, 비록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별 거 아닐지라도 미래에는 다를 거야, 하는 기분이 들 때, 이런 구절들을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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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언 레시피
사나다 아츠시 감독, 아오이 유우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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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북쪽, 호노카아 마을.

여기에서 달무지개를 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여자친구와 일부러 이 마을을 찾아왔다가 헤어지고,

반년 뒤 다시 이 마을을 찾아 마을 영화관에서 일하고 있는 레오가 주인공.

 

독특한 매력을 지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소소한 이야기가 예쁜 풍경과 함께 펼쳐진다.

 

이런 류의 일본 영화가 정말 많은 것 같다.

이국적인 배경,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음식, 그리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치유되는 과정.

당장은 카모메 식당과 흡사하고,

그 외에도 해피해피브레드, 남극의 쉐프, 달팽이 식당, 양과자점 코안도르 등등이 있겠다.

 

영화 아니더라도 만화에서 인기를 끌어 드라마로도 제작된 심야식당, 고독한 미식가 같은 것들도 있고.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세세하게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이 나라는 음식에 있어서만큼은 끝을 보는 나라라고나 할까. 아는 게 워낙 부족하여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같은 섬나라인 영국과 비교해보면 유일하게 섬나라의 특징을 따르지 않는 부분인 것 같다. 배타적인 나라이지만, 음식에 있어서는 어떤 나라의 어떤 요리이든 받아들이고 또 자국화 시키면서 끊임없이 발전해나가는 나라인 것 같다.

 

호불호가 명확할 것 같은 영화이다.

누군가는 이런 영화를 보고, '이제 이런 영화 지겨워' '뭐야, 별 내용도 없네' 라며 시큰둥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나 자신을 레오에 대입한다면,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가지고 싶은 것도 없는 청춘이 즐거울 일 하나도 없던 내가 살고 있던 그 곳을 떠나, 여기에서 희노애락을 느끼며 시간을 보냈다면, 그 시간 자체가 나에게는 커다란 선물이자, 위안이고, 격려가 될 것이다. 만약에 나의 지질한 청춘에 이런 일이 똑같이 생긴다면, 하고 생각하니 영화가 참 예뻐 보였다. 그리고 영화를 계속 보다 보면, 마치 내가 레오처럼 하와이에서 생활하며 달콤한 시간을 보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꼭 떠나야 할 필요가 매번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떠나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할 때, 이 영화는 떠나지 않고도 주는 영화다.

 

추천해 주고 싶은 사람들: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최근 이런 저런 일들에 지쳐 위로받고 싶은 사람, 맛집 찾아다니는 것을 즐기는 사람, 현재 의욕도 앞으로의 계획도 없는 사람, 조만간 하와이 여행 계획 중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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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 일 -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 인생학교 3
로먼 크르즈나릭 지음, 정지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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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은 삶을 질식시킨다."

 

책 앞표지에 있던 카뮈의 이 말이 얼마나 가슴을 쳤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내 삶이 부패할 일은 평생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순간순간 숨 쉬기 힘들 때는 많다. 내 노동이 매번 영혼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간혹 가다 영혼 없이 기계적으로 일을 한 적은 있었다. 그리고 점점 더 그런 빈도가 늘어나는 것 같다. 질식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간혹 호흡 곤란을 일으킨 적은 있다는 말이다.

 

사람의 취향은 제각각, 처한 상황도 제각기 다르기에, 이 책을 누군가는 칭찬하고 누군가는 비판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섹스 편보다 더 명확하였고, 역시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 보다는 희망적이었기에 나는 이 책이 참 좋았다.

 

돈과 의미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며 언젠가는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지금의 일을 접고 돈을 뛰어넘는 가치가 있는 직업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작가의 말에 조금 놀랐고,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나만 고민하고 힘들어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이 책에는 여러 가지 개념들이 나온다. 직업과 자아를 최대한 일치시켜 일하는 삶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기준들이다.

 

의미, 몰입, 자유. 일에서 실제로 기대하는 세 가지 본질적인 요소.

high achiever vs wide achiever. 막연하게 생각만 하던 개념들이었는데 이 책에서 한 번 더 확인하니 분명해진다.

 

이 단계를 지나면, 작가는 또 하나의 구체적인 단계에 들어간다.

만약, 직업을 바꾼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 어떻게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인가?

 

이른바 천직을 찾기 어려운 이유를, 작가는 우리에게 수많은 선택지가 놓여서라고 설명한다. 물론 직업이라는 것이, 마음 먹는다고 하고 싶다고 다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현대 사회는 이전의 계급 사회와 비교하면 본인의 능력과 적성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기본 원칙이 있으며, 직업의 가짓수도 현저하게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택지를 제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최적화된 선택을 하기 위해 불안과 시간낭비를 감수하는 것보다 그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하는 만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에서 이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기에, 성취감을 주는 직업의 핵심요소를 숙고해서 선택의 폭을 좁히고, 그 중 가장 적절한 것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일에서 추구하는 의미이며, 동기부여의 원천은 이 책에서 말했듯이 돈, 지위, 열정, 재능, 기여 정도일 것이다.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사회적 지위는 어느 위치인지, 누군가에게 좋은 일을 한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지, 나의 열정과 재능에 부합하는지.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직업은 아마도 찾기 어려울 것이기에, 이 중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당연하게도 작가는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돈은 최우선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다고 말한다. 사회적 지위도 비슷한 설명을 통해 남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말라는 결론을 내린다. 결국 작가의 생각은 가지고 있는 재능과 열정이 세상의 필요와 교차하는 지점을 찾으라는 것이다. 또한 르네상스 제너럴리스트와 연속 스페셜리스트라는 개념을 통해 두루 다양한 분야에서의 성취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이 과정을 통해 선택의 폭을 좁혔다면, 이제는 행동할 차례인 것이다. 두려움과 불안을 떨치기 위해 행동부터 하고 나중에 고민할 것을 권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직업을 그만두지 않은 상태에서 잠재적 자아가 무엇인지 시험해 보는 것이다. 견습, 자원봉사, 강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분야에 살짝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여기에서 몰입, 의미, 자유의 개념이 등장한다. 천직의 요건이란 몰입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을 통해 자신이 의미를 얻어야 하고, 궁극적으로 우리 삶에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자유라는 것은 자영업자의 경우 순도 100%로 누릴 수 있겠지만, 직장인에 비하여 그만큼 책임이 커질 수 밖에 없으며, 대기업의 경우 제한된 자유 대신에 안전에 대한 욕구가 충족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쯤 되어서 작가가 예로 든 인물이 있다. 미국 시인 월리스 스티븐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대시인이자,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어느 보험회사에 취직해 부사장까지 승진한다. 절대 워커홀릭이 아니었으며, 매일 저녁 퇴근한 뒤에는 펜을 들었다. 두 가지 삶을 완전히 분리했던 것이다. 그는 비록 돈을 벌지는 못해도 시를 쓰는 일이 자신의 '진짜 직업'이라고 여겼으나, 전업작가가 되어서 자신의 기술을 상업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퓰리처상 수상 후 하버드 대학의 교수직을 제안받지만, 거절하고 계속 보험회사에 다녔다. 직장생활을 인생의 중요 프로젝트로 삼는 대신, 더 큰 꿈을 추구할수 있게 해주는 경제적 안전망으로 활용한 것이다.

 

요즘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육아에 대한 걱정 또한 작가는 언급한다. 일에 집중하는 단계, 다음에는 육아에 헌신하는 단계, 다시 일로 돌아가는 단계. 즉,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지 말고 긴 시간동안 하나씩 잡으라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은 존재하며, 더 큰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작가는 전업으로 아이를 키우던 부모 중 육아라는 새로운 영역을 접하면서 유아용 식품이나 기구 등의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을 예로 들며 긍정적인 희망을 제시한다.

 

그리고나서 마지막으로 제시한 예는 퀴리 부인.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고 뜨거운 열정으로 좇았으며 그녀의 연구 결과는 세상이 진보하는 데 기여했다. 평생을 소박하게 살았고 오로지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인생을 경영한 것이다. "누구한테나 인생은 쉽지 않은 법이다. 끈기와,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자신이 어떤 일엔가 재능이 있다고 믿어야 하며, 어떤 희생을 치르든 그것을 달성해야만 한다." 그녀다운 말이다. 처음부터 퀴리 부인의 목표가 방사능 물질 연구는 아니었으며, 쉬지 않고 과학 연구에 매진하면서 서서히 키워나간 목표이다. 여기서 작가는 책 전체의 결론을 내린다. 천직을 키워나가려면, 의미와 몰입, 자유라는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에 헌신하다 보면, 목표는 점점 확실해지고 천직을 찾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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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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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남자가 있다. 갓 결혼한 그는 곰스크로 아내와 함께 가고 있는 중이다.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곰스크로 가는 그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부풀어있지만 왠일인지 모르게 아내는 우울해보인다. 잠깐 멈춘 역에서, 아내는 인근의 마을을 구경하며 들뜨고, 남자는 빨리 기차로 돌아가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오랜만에 즐거워하는 아내를 보다가 결국 기차를 놓치고 만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자주 오지 않는다. 어쩌다 이 역을 지나갈지라도, 이 역에 서는 일은 더 드물게 일어난다. 어쩔 수 없이 마을의 한 여관에서 숙박을 하고, 며칠 후 곰스크로 가는 기차가 오지만, 가지고 있는 표는 이미 기한이 지나 유효하지 않다. 곰스크로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표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가진 것 없는 젊은 부부는 이 마을에서 일을 해야 한다.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의식주에 들어가는 비용 말고도 별도로 기차표를 사기 위해 저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든 빨리 마을을 떠나려고 하는 남편과는 반대로 아내는 마을 사람들과 점점 친분을 쌓으며 마치 마을에 정착하려고 하는 것 같다. 결국 표를 구한 남편은 아내와 떠나려하고, 아내는 안락의자를 가지고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안락의자를 운반하려면 별도로 화물칸 비용을 내야 하고, 결국 남편은 아내를 두고 혼자라도 떠나려고 하는데 아이가 생겼다는 아내의 말에 기차에서 내린다.

 

남편은 그 마을의 유일한 교사가 된다. 번듯하고 능력에 맞는 직장, 규칙적이고 알맞은 수입, 소박하지만 아늑한 주택이 생기는 기회를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낼 수 없었던 것이다. 아이가 두 명 태어나면서 결국 곰스크는 남편의 꿈으로만 남게 된다.

 

곰스크가 상징하는 것, 안락의자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굳이 해설이 필요하지는 않다. 이 소설 전체가 커다란 비유이며, 특정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읽고 가슴이 먹먹해질 수밖에 없다.

 

책을 읽다 보면 번번이 발목을 잡는 아내 때문에 화가 났지만, 이제 은퇴한 나이 든 교사가 남편을 위로하는 말을 보면 아내만을 탓할 수도 없게 된다.

 

"나 역시 한때는 멀리 떠나려고 했소.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군요. 가지 않은 게 좋은 선택이었을 거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마 다르지 않을 테니까요.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당신은 곰스크로 가는 걸 포기했고 여기 이 작은 마을에 눌러앉아 부인과 아이와 정원이 딸린 조그만 집을 얻었어요. 그것이 당신이 원한 것이지요. 당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기차가 이곳에서 정차했던 바로 그때 당신은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기차를 놓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 모든 순간마다 당신은 당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지요. 의미없는 삶이 아니에요. 당신은 아직 그걸 몰라요. 당신은 이것이 당신의 운명이라는 생각에 맞서 들고 일어나죠.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반항했어요. 하지만 이제 알지요. 내가 원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만족하게 되었어요."

 

정말 그런 것일까. 모르겠다. 머리로는 이해한다. 현재 나의 위치는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내가 원한 것이었다고. 이런 저런 환경을 탓할지라도 결국 실행에 옮기지 않은 것은 나의 선택이라고. 충분히 납득이 가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 책의 해설을 쓴 분은 대학교 시절 과제였던 이 작품을 번역하였고, 그 번역본은 대학가를 떠돌면서 자연스레 이 분은 '최초 소개자'로 알려졌다고 한다. 한 방송국에서 단막극으로 만들어지고, 연극으로 올려지면서 인기를 얻던 이 작품은 2010년에 한 출판사에서 본격적으로 출간된다. 이미 작가는 작고했고 모국인 독일에서조차 깊이 연구된 바 없으며 부인은 현재 스페인에 살고 있고 연락도 제대로 닿지 않는다고 한다. 사진 한 장 조차 공개되지 않은 작가. 그래서인지 더욱 더 신비스럽다. 해설을 쓴 이 분의 이름은 낯이 익었는데, 네이버 캐스트에 철학에 대해 연재했던 분 같다. 현재 고등학교 교사인 이 분의 곰스크는 그리스였다고 한다. 고전문헌학자의 꿈을 아직 이분은 이루지 못했다. 이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철학에 대한 꿈을 놓지 못해 박사학위까지 받으셨다고 한다. 이 분의 말대로,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곰스크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곰스크에 다다르지 못한다. 또 이 분은 말한다. 지금의 삶은 결국 자신이 원한 것이며, 또한 나쁘지 않은 삶이라고. 하지만 나는 세월이 흐른 후에 이 분이 그리스에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으면 좋겠다.

 

읽는 내내 나의 곰스크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점점 곰스크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은 줄어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아직 내가 젊어서일까. 나는 쉽게 나만의 곰스크를 놓지는 못할 것 같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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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여행가이드인 나는 분명히 목적지를 알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알지 못한다. 손님들은 전부 배가 도착하는 곳을 다르게 알고 있으며, 그 곳 중 진짜 목적지는 한 군데도 없다. 분명히 북서쪽으로 가는 것은 맞는데 그 외에는 아무도 목적지를 모르며,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 같은 선장은 목적지를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여행가이드가 모르는 것은 목적지 뿐만 아니다. 묵는 선실조차 알지 못해 승무원에게 물어 겨우 찾아들어갔다. 분노하는 사람들을 피해 그는 창백한 소녀와 함께 선실로 돌아간다.

 

이 짧은 이야기가 대체 무슨 뜻인지 헷갈렸다. 두 번 반복 읽으니 알 것 같았다.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북서쪽으로 간다는 것. 모두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다르지만, 결국 최종 도착지는 같다. 일단 배에 탄 이상 내릴 수도 없으며, 내가 직접 배를 몰 수도 없다. 다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창백한 소녀의 존재. 이 소녀는 무엇을 상징할까,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작가가 남자라고 생각을 하니까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아무 힘이 없어 보이는 작고 약해 보이는 존재, 여성성. 여기까지 생각하니 정확히는 모르지만 소녀의 존재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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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울타리를 넘지 않았으면 나는 작은 소녀를 못 봤을 걸세. 그 소녀를 못 만났다면 소녀의 언니와 사랑에 빠지지도 않았겠지. 그녀와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면 강물에 빠지려고 하지도 않았을 거야. 강물에 뛰어들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 눈먼 바이올린 연주자도 보지 못했을 거고, 그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더이상..."

"이 초라한 집에 앉아 떨지도 않았겠지!"

철학자가 끼어들었다.

"아니야,"

화가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 게 아닐세. 그랬다면 나는 더 이상 살아 있지 못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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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9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종국, 완결 미생 9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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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지 않는 일이라도 맡겨진 일은 제대로 끝내려 했다.

승진을 위해 누구의 뒤에 서본 적 없다.

오히려 누군가의 뒷덜미를 잡아 쓰러뜨렸다.

회사의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기 매우 어려우나,

자아가 배신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자아의 실현이 된다.

드러내지 않아 자신을 감출 수 있지만,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보호하기도 한다.

오 차장은 업무 태도를 드러냄으로써 회사의 정치와 거리를 형성했었다.

그것은 큰 성공보다는 작고 소박하지만 안정적으로 회사생활을 하겠다는 의지이자,

게임을 제안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보여주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그 메시지를 뚫고 게임의 패가 떨어진 것이다.

믿을 만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래도 될 만한 사람으로 보인 것이다.

그래도 될 만한 사람에게 주는 일이란,

믿을 만한 사람에게 주는 일은 아닐 것이다.

 

판단을 그르칠 때는 징후가 있더라고.

어떤 상황에 놓일때나...

지키고 싶을 때, 갖고 싶을 때, 싫을 때, 미울 때, 좋을 때, 사랑에 빠졌을 때, 배고플 때...

 

난 왜...일에 의미를 부여했을까... 일일 뿐인데...

 

일 하나 하면서 무슨 일씩이나 하는 사람이 되려고 했을까.

 

내 인프라는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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