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꽃피다 - 대한민국 여성들의 멘토 남인숙의 서른 살 응원가
남인숙 지음 / 이랑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대 여성에게 당당하게 속물이 되어라! 고 외쳤던 남인숙은 그 책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중국에까지 번역되어 역시 비소설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한다. 아마도 그 책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그 동안 체면 때문에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까놓고 이야기하면 속물이라고 비판받았던 그 이야기들을 수면 위로 올려놓았다는 것이고, 실천 사항들은 구체적이며 어렵지 않았고, 읽기 쉬웠으며 독자들을 20대 여성으로 제한함으로써, 한정된 독자층에서 오히려 밀도 높은 지지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비법은, 아마도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20대를 위한 책이나 30대를 위한 책이나, 작가의 책에서 종종 등장하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들여다 보면, 작가의 20대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고, 소위 '글쟁이'로서의 자신의 미래를 늘 걱정하며 불안해했던 때가 아닌가 싶다. 그 시기를 겪고 나서 어느 정도 자신의 삶에서 궤도에 오른 상태에서 자신의 힘들었던 20대를 돌이키며 글을 썼기에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74년생인 이 작가의 출세작인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는 2004년에 세상에 나왔다. 작가가 태어난지 30년만의 일이다. 그 이후로 그녀는 여성들의 삶에 대한 책을 여러 권 펴냈고, 그 중 일부는 중국에서 출판되어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으며, 내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중간중간 강연 활동도 하지 않았을까 싶다. 현재 우리나이로 마흔 두 살인 그녀. 즉 그녀의 커리어가 본격적으로 꽃피게 된 것은 그녀 인생 중 삽십대의 일인 것이다. 그녀의 책 여기 저기에서 얼핏 등장하는 내용이지만, 그녀는 꽤 결혼을 빨리 한 편이라고 했다. 따라서 그녀의 나이 서른 즈음에는 결혼, 출산이 끝나 있었을 것이고, 어느 정도 육아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기준이 생겼을 때의 일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뭔가 미진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힘든 20대를 보내고 나서 쓴 20대 여성을 위한 글에서 무릎을 치고, 밑줄을 그을 정도였다면, 상대적으로 갖춰진 30대를 보낸 후 쓴 30대 여성을 위한 글에서는 기발함이나 재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내용이 20대 여성을 위한 그 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읽으면서 으쌰으쌰하는 힘이 나고, 뚜렷이는 모르겠지만 왠지 격려가 되는 것 같기는 한데, 구체적인 방향성을 잘 모르겠는 그런 느낌이다.

 

이 책이 나온 것은 2012년으로 우리나이로 그녀 나이가 서른 아홉일 때이다. 책 서문에서 그녀는 삼십대 여자의 삶을 위한 책을 써달라고 수차례 부탁받았으나 자신있게 제시할 수 있는 삼십대의 모델을 작가 스스로 확신하지 못해 엄두를 못내었다고 적고 있다. 이 말, 삼십대에 접어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20대와는 다르게 내 인생에서 책임을 져야 하고, 어떤 결과물을 내어놓아야 하지 않을까 드는 압박감.

 

심하게 오바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런 압박감을 헤쳐 나오는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 책의 내용이었다. 작가 나이 서른에, 작가는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었고, 자기 이름으로 된 책도 여러 권 냈다. 그 유명한 20대 여성 시리즈 말고도, 이미 20대에 동화작가로서 여러 책을 세상에 내놓았던 것이다. 나는 책 전문가도 아니고 그 당시 아이를 키워본 적도, 조카도 없어서 그녀의 책들이 얼마나 아이들과 그 아이들에게 책을 사 줄 수 있는 부모들에게 인기를 끌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20대에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왠만한 사람들은 하기 힘든 성취가 아닐까 싶다. 비록 그 책이 세상에 나온 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는지 안 읽혔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말이다. 이 것은 절대로 그녀의 성취를 함부로 재단하는 게 아니다. 그녀의 책에서도 나왔듯이, 글을 써서 먹고 살겠다는 목표를 정한 후 그녀는 닥치는 대로 글을 썼다고 한다. 의지와 재능, 노력으로 지금의 그녀의 자리까지 온 것은 분명하지만, 서른에 대한 책을 쓰기에는 그녀는 적절한 작가는 아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으려면, 최소한 결혼과 출산은 삼십대 후반에 했어야 했고, 본인의 커리어의 방향에 대해서도 서른 이전까지는 정하지 못해서 방황했던 사람이 써야 더 절절하지 않을까 싶다.

 

20대 여성을 위한 그 책들은 읽고 나서도 머릿속에 한참 떠나지 않는 내용들이 많았고, 한동안 그 내용들에 사로잡혀 멍했던 적도 있었고, 힘든 시기마다 각오를 다지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솔직히 이 책은 그 정도까지는 되기는 힘들 것 같다. 다만, 정말 힘든 시기,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해 맞는 건지 불안할 때, 어느 정도의 위안과 길잡이 정도의 역할은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도 등장하는 내용이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에 두시간 정도만 공부해도 10년 뒤면 박사 학위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다. 이민자이자 늦은 나이에 학업을 마치고 공직에 진출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의 일화도 등장한다. 내 능력이 이것밖에 되지 않나, 해서 좌절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이것밖에 안 되나, 절망하고,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불안하던 때 이 구절을 읽으면 그래서 어쩌라고? 반문하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운다. 하지만 심정적으로 바닥에 있는 시기를 지나면, 그래,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지, 비록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별 거 아닐지라도 미래에는 다를 거야, 하는 기분이 들 때, 이런 구절들을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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