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학교 | 일 -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 인생학교 3
로먼 크르즈나릭 지음, 정지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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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은 삶을 질식시킨다."

 

책 앞표지에 있던 카뮈의 이 말이 얼마나 가슴을 쳤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내 삶이 부패할 일은 평생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순간순간 숨 쉬기 힘들 때는 많다. 내 노동이 매번 영혼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간혹 가다 영혼 없이 기계적으로 일을 한 적은 있었다. 그리고 점점 더 그런 빈도가 늘어나는 것 같다. 질식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간혹 호흡 곤란을 일으킨 적은 있다는 말이다.

 

사람의 취향은 제각각, 처한 상황도 제각기 다르기에, 이 책을 누군가는 칭찬하고 누군가는 비판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섹스 편보다 더 명확하였고, 역시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 보다는 희망적이었기에 나는 이 책이 참 좋았다.

 

돈과 의미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며 언젠가는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지금의 일을 접고 돈을 뛰어넘는 가치가 있는 직업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작가의 말에 조금 놀랐고,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나만 고민하고 힘들어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이 책에는 여러 가지 개념들이 나온다. 직업과 자아를 최대한 일치시켜 일하는 삶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기준들이다.

 

의미, 몰입, 자유. 일에서 실제로 기대하는 세 가지 본질적인 요소.

high achiever vs wide achiever. 막연하게 생각만 하던 개념들이었는데 이 책에서 한 번 더 확인하니 분명해진다.

 

이 단계를 지나면, 작가는 또 하나의 구체적인 단계에 들어간다.

만약, 직업을 바꾼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 어떻게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인가?

 

이른바 천직을 찾기 어려운 이유를, 작가는 우리에게 수많은 선택지가 놓여서라고 설명한다. 물론 직업이라는 것이, 마음 먹는다고 하고 싶다고 다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현대 사회는 이전의 계급 사회와 비교하면 본인의 능력과 적성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기본 원칙이 있으며, 직업의 가짓수도 현저하게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택지를 제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최적화된 선택을 하기 위해 불안과 시간낭비를 감수하는 것보다 그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하는 만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에서 이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기에, 성취감을 주는 직업의 핵심요소를 숙고해서 선택의 폭을 좁히고, 그 중 가장 적절한 것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일에서 추구하는 의미이며, 동기부여의 원천은 이 책에서 말했듯이 돈, 지위, 열정, 재능, 기여 정도일 것이다.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사회적 지위는 어느 위치인지, 누군가에게 좋은 일을 한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지, 나의 열정과 재능에 부합하는지.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직업은 아마도 찾기 어려울 것이기에, 이 중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당연하게도 작가는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돈은 최우선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다고 말한다. 사회적 지위도 비슷한 설명을 통해 남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말라는 결론을 내린다. 결국 작가의 생각은 가지고 있는 재능과 열정이 세상의 필요와 교차하는 지점을 찾으라는 것이다. 또한 르네상스 제너럴리스트와 연속 스페셜리스트라는 개념을 통해 두루 다양한 분야에서의 성취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이 과정을 통해 선택의 폭을 좁혔다면, 이제는 행동할 차례인 것이다. 두려움과 불안을 떨치기 위해 행동부터 하고 나중에 고민할 것을 권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직업을 그만두지 않은 상태에서 잠재적 자아가 무엇인지 시험해 보는 것이다. 견습, 자원봉사, 강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분야에 살짝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여기에서 몰입, 의미, 자유의 개념이 등장한다. 천직의 요건이란 몰입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을 통해 자신이 의미를 얻어야 하고, 궁극적으로 우리 삶에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자유라는 것은 자영업자의 경우 순도 100%로 누릴 수 있겠지만, 직장인에 비하여 그만큼 책임이 커질 수 밖에 없으며, 대기업의 경우 제한된 자유 대신에 안전에 대한 욕구가 충족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쯤 되어서 작가가 예로 든 인물이 있다. 미국 시인 월리스 스티븐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대시인이자,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어느 보험회사에 취직해 부사장까지 승진한다. 절대 워커홀릭이 아니었으며, 매일 저녁 퇴근한 뒤에는 펜을 들었다. 두 가지 삶을 완전히 분리했던 것이다. 그는 비록 돈을 벌지는 못해도 시를 쓰는 일이 자신의 '진짜 직업'이라고 여겼으나, 전업작가가 되어서 자신의 기술을 상업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퓰리처상 수상 후 하버드 대학의 교수직을 제안받지만, 거절하고 계속 보험회사에 다녔다. 직장생활을 인생의 중요 프로젝트로 삼는 대신, 더 큰 꿈을 추구할수 있게 해주는 경제적 안전망으로 활용한 것이다.

 

요즘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육아에 대한 걱정 또한 작가는 언급한다. 일에 집중하는 단계, 다음에는 육아에 헌신하는 단계, 다시 일로 돌아가는 단계. 즉,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지 말고 긴 시간동안 하나씩 잡으라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은 존재하며, 더 큰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작가는 전업으로 아이를 키우던 부모 중 육아라는 새로운 영역을 접하면서 유아용 식품이나 기구 등의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을 예로 들며 긍정적인 희망을 제시한다.

 

그리고나서 마지막으로 제시한 예는 퀴리 부인.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고 뜨거운 열정으로 좇았으며 그녀의 연구 결과는 세상이 진보하는 데 기여했다. 평생을 소박하게 살았고 오로지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인생을 경영한 것이다. "누구한테나 인생은 쉽지 않은 법이다. 끈기와,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자신이 어떤 일엔가 재능이 있다고 믿어야 하며, 어떤 희생을 치르든 그것을 달성해야만 한다." 그녀다운 말이다. 처음부터 퀴리 부인의 목표가 방사능 물질 연구는 아니었으며, 쉬지 않고 과학 연구에 매진하면서 서서히 키워나간 목표이다. 여기서 작가는 책 전체의 결론을 내린다. 천직을 키워나가려면, 의미와 몰입, 자유라는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에 헌신하다 보면, 목표는 점점 확실해지고 천직을 찾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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