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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0 (완전판) - 구름 속의 죽음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구름 속의 죽음'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구름 속의 산책>을 떠올렸다. 1995년 개봉작인 그 영화에서 키아누 리브스의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영화의 배경이 되는 포도밭의 풍경이 아름다워 지금까지도 몇 몇 장면은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있는 영화다. 전혀 연관이 없는 데도 '구름 속의'로 시작하는 구절만 보아도 그 영화가 자동 재생될 정도이니 내가 의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그 영화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이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부터 끝까지 다 읽고 책장을 덮을 때까지 내내 로맨틱한 기운에 둘러싸인 느낌이었다. 물론, 크리스티의 상당수 소설처럼 이 소설에도 로맨스는 나온다. 하지만 왠지 사족처럼 느껴지던 멜로 부분이 이 책에서만큼은 왜 그렇게 흐뭇한지 모를 일이다.
비슷한 제목의 영화와 소설. 영화 제목에서의 구름은 실제 구름이 아니라 비유적인 표현이다. 이 책 제목에서의 구름은 좀 더 사실적이다. 왜냐하면, 이 책의 살인은 비행기 안에서, 그러니까 지상에서 한참 위인 장소에서 비행 중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서는 기차, <나일 강의 죽음>에서는 배, <구름 속의 살인>에서는 비행기. 그야말로 육해공 모든 교통 수단이 크리스티의 작품에서 살인 사건의 장소로 등장하는데, 승객들의 수가 많고, 여행 기간이 길기 때문에 사건 해결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기차나 배에 비해서 비행기라는 장소는 자칫하면 사건을 단순하게 만들어버릴 위험이 있다. 그러나 크리스티가 누군가. 역시 추리 소설의 여왕답게 일견 단순해 보이는 사건의 이면을 파헤치고, 예상치 못하게 전개하며, 마지막에 의외의 반전까지 선사한다. 각각 1934년, 1937년, 1935년에 쓰인 이 작품들은 다들 비슷한 시기의 이야기지만, 라이트 형제가 발명한 비행기가 본격적으로 대중에 다가온 것이 1910년경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행기는 당시로서는 굉장한 신문물이었을 것이다. 크리스티는 요즘으로 치면 얼리어답터의 기질이 상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고아원 원장인 안젤리크 수녀와 통화를 했소.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사람과 통화하는 건 정말 낭만적인 일이지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이렇게 쉽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이런 문장을 보면 신기술에 대한 크리스티의 관심이나 애정이 남달랐음을 알 수 있다. 후기의 크리스티 작품에 급변하는 영국 사회에 대한 쓸쓸함과 크리스티의 대표적인 두 인물인 마플 양과 푸아로의 노년을 묘사하는 부분이 애잔한 것을 비교하면 흥미롭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에서는 크리스티의 유머가 돋보이는 부분이 많다. 스스로 여유가 있을 때 유머가 나오는 편인데 집필 당시 크리스티가 개인적으로 행복한 때였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쪽은 파리 경시청에서 나온 무슈 푸르니에라고 하네. 우리와 함께 이번 사건을 수사할 거야."
"몇 년 전에 만나 뵌 적이 있습니다, 무슈 푸아로."
푸르니에가 고개를 숙이고 악수를 나누며 말했다.
"무슈 지로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푸아로의 입술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지로(그는 지로를 '인간 사냥개'라고 부르곤 했다.)가 자신에 대해 뭐라고 했을지 익히 짐작이 가는 터라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무슈 푸르니에도, 무슈 지로도 왠지 낯익은 이름이다. 아니면 그냥 단순한 착시 현상일까? 특히 무슈 지로는 분명히 다른 소설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크리스티는 이런 주변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소설 간의 연결 고리를 만들고는 한다. 아마도 이 전집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 한번 더 정주행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랜시가 대통을 구입했다고 했지? 빌어먹을 추리소설 작가들 같으니....... 항상 경찰을 무슨 바보 취급이나 하고, 우리 수사 방식도 엉터리로 적어 놓는단 말이야. 그 자식들 소설에서 경감이 총경에게 말하는 투로 내가 상관을 대한다면 내일 당장 모가지가 달아날걸. 아무것도 모르는 삼류 작가들. 이거야말로 쓰레기 같은 삼류 작가들이 생각해 낼 만한 머저리 같은 살인 사건이야!"
이 소설 속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그 비행기에 타고 있던 용의자 중 한 명이 바로 추리소설 작가인데, 그에 대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인상은 썩 좋지 않다는 점이다. 크리스티 자신이 추리소설 작가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학 개그 같기도 하다.
"그것도 간교한 술수인 게 틀림없어. 오늘 법정에 가져온 대통만 해도 그래. 그게 이 사람이 2년 전에 산 건지 어떻게 알겠나? 내가 보기엔 모든 게 수상쩍네. 범죄나 추리소설 따위에 묻혀 사는 사람이 정상일 리가 없어. 그런 걸 읽다 보니 머릿속에 이상한 생각만 들어차게 된 거야."
"작가라면 그런 생각만 하는 게 당연하지."
푸아로가 말했다.
추리소설 작가를 희화화하는 대목이 한 번으로 그치지 않는다. 크리스티는 왜 이런 장면을 의도적으로 넣었던 것일까?
"작가인 당신은 엄청난 이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슈. 당신은 글로 감정을 분출할 수 있지요. 적들에게 펜의 위력이라는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어요."
푸아로가 말했다.
클랜시는 의자를 앞뒤로 조용히 흔들었다.
"난 이번 살인 사건이 내게 행운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떄 있었던 일을 그대로 소설로 쓰고 있거든요. 물론 가공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목은 '항공우편 미스터리'라고 붙일 생각입니다. 승객들도 그대로 묘사할 거고요. 제때 끝낼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릴 겁니다."
아마도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니었을까. 소설의 힘을 빌어 크리스티 자신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이런 부분도 있다.
"무슈 푸아로, 그건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소설을 쓸 때는 누구를 범인으로 만들든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은 다릅니다. 그들을 제 마음대로 다룰 수는 없지요. 난 진짜 탐정만큼 능력이 뛰어나지 못하거든요."
이런 장면을 쓰면서 크리스티가 얼마나 즐거워했을지 조금은 상상이 가기도 했다. 재미있는 부분은 또 있다.
"지금까지 결론은 이렇습니다. 제인 그레이, 가망성 희박, 가능성 거의 없음. 게일, 가망성 희박, 가능성 역시 거의 없음. 커 양, 가망성 거의 없음, 가능성 의심스러움. 레이디 호버리, 가망성 많음, 가능성 전혀 없음. 무슈 푸아로, 범인이 거의 분명함, 탑승객들 가운데 유일하게 심리적 순간을 조장할 수 있는 인물."
재프는 자기가 한 농담에 큰 소리로 웃었고, 푸아로도 관대한 미소를 지었으며, 푸르니에는 약간 쭈뼛거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물론, 후반부에서 전부 밝혀지지만, 이 사건의 경우에는 살인자는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과 승무원으로 범위가 좁혀지는 데다가, 아무도 살해 당시를 목격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초반부터 어려워진다. 우스운 것이, 밝혀진 정황과 발견된 단서만 놓고 보면 가장 유력한 사람은 바로 푸아로였다는 점이다. 심지어 배심원들에게도 의심을 받게 되는데, <오리엔트 특급 살인> 때 범인이 입은 것으로 보이는 차장 유니폼이 푸아로의 짐에서 발견된 정황과는 다르게, 이 경우는 푸아로에 대한 도전도 피치 못할 절박함도 아닌 그냥 우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물론 이것도 나중에 밝혀지는 일이지만, 이 사건의 묘미는 중요해 보이는 사항들이 사실은 약간 바뀌어도 크게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아니며, 사소하게 보이는 부분들이 알고 보면 큰 힌트가 된다는 점이다.
"기적이든 기적이 아니든, 어쨌든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우리에겐 의학적 증거가 있고 살인에 쓰인 도구도 있어요. 만약 일주일 전에 누군가가 내게 뱀독이 묻은 독침으로 여자가 살해된 사건을 수사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면 난 그 인간 면전에 대고 큰 소리로 웃어 주었을 거요. 모욕을 당한 셈이니까! 그런데 바로 이 사건이 그렇단 말입니다. 이건 모욕적인 사건입니다."
재프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푸아로가 싱긋 웃었다.
"어쩌면 조금 비틀린 유머 감각을 가진 자의 소행일지도 모릅니다. 살인 사건을 수사할 때는 범인의 심리를 파악하는 게 필수죠."
당시로서는 첨단 기계였던 비행기, 그러나 살인 도구는 원시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뱀독. 그 어떤 목격자도 없는 사건. 피살자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크리스티의 소설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한 캐릭터인데다가 다른 소설에서도 딱히 본 적은 없는 캐릭터여서 흥미로웠다. 적이 많을 것 같은 여인이라서 수많은 용의자가 떠오르겠구나, 생각했는데 여기에서도 반전이 한 번 더 등장한다.
"경감님, 이번 사건에 관해 듣자마자, 그러니까 런던 경시청으로부터 전화를 받자마자 전 곧장 그녀의 집으로 갔습니다. 서류는 금고에 들어 있었는데, 모두 태워 버린 후더군요."
프랑스 인이 말했다.
"태워 버렸다고요? 누가? 왜요?"
"마담 지젤에게는 아주 충직한 하녀가 있습니다. 엘리즈라고 하는데, 엘리즈는 만일 주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금고를 열고, 그 안에 든 것을 모두 태워 버리라는 지시를 받았답니다. 그녀는 금고 번호를 알고 있었거든요."
"뭐라고요? 그거 정말 놀라운 소식이군요!"
재프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시다시피 마담 지젤은 자기만의 규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신의를 지키는 사람에게는 신의로 보답했어요. 마담 지젤은 고객들에게 양심적이고 공정하게 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무자비하긴 했지만 약속은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지요."
아직 젊고 팔팔하기 때문일까. 이 소설 속의 푸아로는 활기차게 돌아다니기도 하고, 타인의 삶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하며, 자신의 입으로 수사방식과 사건 해결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다른 소설을 읽으면서 미진했던 부분이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는 시원하게 풀리는 느낌이다.
"내가 한마디 할까요, 마드무아젤 그랑디에? 직업상 나는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적어도 아직 증명되지 않은 것은 절대 믿지 않지요. 나는 먼저 이 사람을 의심했다가 다음에는 저 사람을 의심하는 식으로 일하지 않아요. 난 모든 사람을 의심합니다. 범죄와 연관된 사람이라면 결백하다는 게 밝혀질 때까지 모든 사람을 용의자로 간주하지요."
이것은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푸아로가 기본적으로 사건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렇습니다. 아가씨는 최근 들어서야 살인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지요. 이번 사건이 당신에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제까지 아주 오랫동안 범죄를 다뤄왔고, 그래서 사건을 바라보는 나만의 방식을 가지고 있죠. 살인 사건을 해결할 떄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범인을 찾는 거죠."
제인이 말했다.
"정의입니다."
노먼 게일이 말했다.
푸아로는 고개를 저었다.
"범인을 밝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정의는 물론 좋은 말이긴 합니다만, 때로는 무엇이 정의인지 확실히 판단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나는 결백한 사람들의 무죄를 밝히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사건 해결시 푸아로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어느 모로 보아도 이상해 보이는 이 사건을 풀어가면서, 푸아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인간의 심리에 집중한다. 심리는 크게 두 가지. 첫번째는 살인 현장에 있던, 살인자와 피해자를 재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심리.
푸아로는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왜 아무도 그 살인자를 보지 못했는지, 거기에 심리적 이유가 있으리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당신들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이번 사건의 경우, 나는 겉으로 드러난 것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눈을 감아 보시오, 친구. 그리고 육체의 눈이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보세요. 자그마한 뇌세포를 작동시키는 겁니다. 그러면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게 될 겁니다."
두 번째는 당연히 살인자의 심리.
"사실은 아주 간단한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사람들이 직접 털어놓게 하는 거지요."
제인은 웃음을 터트렸다.
"사람들이 말을 안 하려고 하면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법입니다."
"그건 그래요."
제인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돌팔이 의사들이 그런 식으로 돈을 번답니다. 환자가 찾아오면 앉혀 놓고 이야기를 하게 만들죠. 두 살 때 유모차에서 떨어졌다느니, 어머니가 배를 먹다가 자기가 입고 있던 주황색 드레스에 과즙을 흘렸다느니, 그리고 한 살 때 아버지의 턱수염을 잡아당겼다느니 등등. 그런 다음 환자들에게 더 이상 불면증에 시달리지 않을 거라고 말해 주고 치료비로 2기니를 챙기는 겁니다. 그러면 환자들은 흡족해하며 자리를 뜨죠. 그리고 아마도 환자들은 실제로 잠을 잘 자게 될 겁니다."
"정말 엉터리예요."
제인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아가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엉터리는 아니랍니다. 사실 그건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에 기반을 두고 있거든요. 말하고 싶은 욕구,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 말입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드무아젤. 당신은 어린 시절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나요? 어머니나 아버지에 관한 추억 같은 것 말입니다."
멋지게 해결이 되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면 통쾌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그 어떤 소설보다 인간의 '심리'에 집중하고자 했던 소설. 평생 인간의 심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고 그 결과 크리스티의 소설은 가장 심리적인 부분이 뛰어난 추리 소설로 평가를 받는 게 아닌가 싶다. 단순히 사건의 트릭, 범인의 정체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 인물들의 심리를 죽 따라가다 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울 떄가 많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 전체에서 개인적으로 뜨끔했던 부분을 덧붙인다. 비록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지라도, 이런 요소들 떄문에 이 소설이 빛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진짜 그런 경우는 드물어요.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말과는 달리 자기가 은밀히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지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걸 들어 본 적 있을 겁니다. '난 아무도 모르는 먼 나라에 가서 탐험을 해보고 싶어.' 하지만 사실 그는 그런 내용의 소설을 좋아할 뿐, 실제로는 편안하고 안전한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추리 소설의 틀에 걸맞는 탄탄한 구성, 그러면서도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 소설 전체를 감싸고 있는 낭만적인 분위기, 재치넘치고 매력적인 등장 인물, 곳곳에서 드러나는 유머.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크리스티의 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