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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양복의 사나이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혜경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평점 :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책 맨 앞에 있던 E.A.B.는 대체 누구일까 생각했다. 출판사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크리스티의 첫 남편의 상관이었던 E.A.벨처로, 이 소설의 유스터스 페들러의 실제 모델이라고 한다. 크리스티는 영국 박람회 사절단 자격으로 첫 남편과 세계일주 여행을 떠났던 경험을 살려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하는데, 이 당시에만 하더라도 나중에 남편과 헤어질지 몰랐을 텐데 이혼 후 이 소설을 볼 때마다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지 잠시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 소설은 크리스티의 네 번째 소설이다. 네 번째 장편 소설이기도 하다.
크리스티의 초기 열 작품은 다음과 같다.
1920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1922 비밀결사
1923 골프장 살인사건
1924 갈색 양복의 사나이
1924 푸아로 사건집
1925 침니스의 비밀
1926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1927 빅포
1928 블루 트레인의 수수께끼
1929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우리말 번역은 전부 황금가지 판을 참고하였다. 황금가지 전집이 연대기 순으로 되어 있지 않기에, 이 중 절반은 아직 읽지 못한 이야기들이다. 초기 열 작품은 10년간 쓰여졌는데, 아직 마플 양이 등장하기 전의 세계이다.
첫번째 작품에서 푸아로가 등장하고, 두번째 작품에서는 나중에 부부가 되는 탐정 한 쌍이 등장하며, 다시 세번째 작품에서 푸아로가 등장한다. 네번째 작품이 이 작품으로 레이스 대령이 등장하지만 '탐정'이라고 호칭하기에는 역할이 미미하며 다음 작품인 다섯번째 작품에서 푸아로가 등장한다. 여섯 번째 소설에서는 배틀 총경이 등장하며, 그 이후의 세 소설에서 연달아 푸아로가 등장하고, 마지막 열번째 작품에서는 다시 배틀 총경이 등장하여 이른바 침니스의 두번째 이야기를 풀어간다. 1930년의 <목사관의 살인>에서 마플 양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크리스티의 1920년대, 초기 10년의 세월은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어디에 놓아야 할지, 어느 방향으로 출발시켜야 할 지 가늠하고 있던 시기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계속되는 푸아로의 활약, 배틀 총경의 연이은 등장, 그리고 잠깐 레이스 대령이 얼굴을 비추기도 하였고 딱 10년 후 마플 양의 등장. 그 때부터 이른바 작가 스스로 '감 잡은' 시대가 온 게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의 레이스 대령은 크리스티의 이후 소설에도 등장한다고 하는데, 내가 읽은 소설 중에서는 <나일 강의 죽음>에 나온다고 한다. 메인 줄거리와 큰 연관이 없어서인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어디쯤 나와서 어떻게 활약을 했는지 알아내기가 힘들었는데, 아마도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 나왔던, 국제 침대차 회사의 중역인 부크와 같은 역할이었던 것 같다. 예전부터 친분이 있었고, 확실히 용의자에서는 제외되면서, 푸아로의 조력자가 되는 남자.
앤이라는 젊은 여자가 주인공이다. 학문적으로는 뛰어나나 경제적으로는 빈곤했던 원시인 학자인 아버지의 죽음 이후, 얼마 안 되는 전재산을 가지고 남아프리카로 떠날 정도로 모험심과 자립심이 넘치는 여자. 우연히 역에서 한 남자의 죽음을 목격하고, 의문의 쪽지를 추적하여 '킬모튼 캐슬'이라는 배를 탄다. 소설의 중심 인물인 유스터스 페들러는 집을 세 놓기 위해 내놓았다가, 집을 보러 온 여성이 바로 자신의 집에서 살인을 당하면서 사건에 휘말린 경우이다. 그 집은 앤이 목격한 죽은 남자와도 관련이 있다.
앤이 어떤 여성인지, 그리고 앤을 둘러싼 환경이 어떠한지에 대한 묘사는 흥미로운데, 배에 타고 난 이후부터는 다소 이야기가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시간이 꽤 길게 이어지는데, 전반부에 톡톡 튀는 부분과 비교해보았을 때 그 격차가 더 커서 심심한 느낌이 더 강한 것 같다. 아마도 이 당시 크리스티가 자신의 소설을 가지고 이런 저런 실험을 할 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마도 어느 정도 크리스티가 숙련된 작가가 된 후에 이 책을 썼더라면 좀 달라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소 떨어지는 긴장감은 <나일 강의 죽음>에서 급속도로 발전하였고, 캐릭터에 대한 묘사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서 훨씬 생생해졌다. 크리스티의 팬이 아니라면, 실망할 가능성도 분명히 많은 책이다.
어느 사교계에서 아버지는 침팬지 새끼에 관한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인류의 젊은 층은 유인원과 같은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에 어린 침팬지는 성숙한 침팬지보다 인간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조상들이 현재의 우리보다 유인원에 더 가까운 반면에 침팬지의 조상은 현재의 침팬지보다 더 고등한 동물이었음을, 다시 말해 침팬지가 퇴화된 동물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진취적인 신문인 <데일리 버짓>은 뭔가 짜릿한 기사에 굶주려 있던 만큼 기다렸다는 듯 이것을 대서특필했다.
우리 인간은 원숭이의 자손이 아니다. 하지만 원숭이는 과연 우리 인간의 자손인가? 저명한 한 교수는 침팬지가 퇴화한 인간이라고 주장한다.
이 기사가 나간 직후에 한 기자가 아버지를 만나러 왔다. 그리고 그 이론에 관한 대중적인 기사를 연속물로 써 보라고 열심히 권유했다. 나는 아버지가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 당시 우리 집에는 나만이 아는 은밀한 슬픔이었지만 특히나 돈이 아쉬웠는데, 아버지는 그 기자를 거의 내쫓다시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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