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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D] 프라임 러브
대경DVD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프라임 러브>의 커플은 참으로 남다르다. 여자는 9년간의 결혼 생활을 막 끝낸 37세 이혼녀 라피(우마 서먼). 패션업계에 종사하고 있어 감각이 장난이 아닌데다가 잘 가꾸어진 외모는 30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남자는 엄격한 유태인 가정에서 자란 23살의 건장하고 잘생긴 청년 데이브(브라이언 그린버그). 화가가 되는 게 꿈이지만 집안에서 반대하고 있고 결혼도 꼭 유태인과 해야 한다는 은근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들의 사랑 앞에는 장애물이 많다. 제일 큰 문제는 나이. 아무리 미국이라도 14살 차이의 연상녀와 연하남의 사랑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다음은 종교. 데이브네는 독실한 유태교 집안이다. 가족들은 혹시나 그가 ‘신앙심’을 잃을까 노심초사 한다. 또 있다. 경제적 격차. 여자는 멋진 집에서 사는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이고 남자는 자기 앞가림도 못해 부모의 집에 얹혀살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여자는 재즈와 와인을 즐기며 안정을 원한다. 남자는 힙합과 맥주를 즐기며, 닌텐도에 빠지면 잠자리도 잊어버린다. 여자는 아이를 갖고 싶고, 남자는 아버지가 되기엔 너무 어리다. “아아, 이게 과연 될까?”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두 사람이 딱 맞는 게 있다. 바로 속궁합! 영화의 원제이기도 한 ‘프라임 (Prime)’이란 단어는 ‘제 1의’, ‘으뜸가는’, ‘훌륭한’, ‘더할 나위 없는’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섹슈얼 피크 (Sexual Peak)’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여성은 37세에, 남성은 23세에 가장 성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뜻이다. 사회문화적으로 완벽한 커플과 성적으로 완벽한 커플이 이렇게 다르다니, 정말 가혹하다.
어쨌든 두 사람은 침대 위에서 침대 밖에서 종횡무진하며 열렬하게 연애를 한다. 이 두 사람 사이에 위치한 사람이 바로 라피의 상담치료사이자 데이브의 엄마인 리사(메릴 스트립)다. 리사의 존재는 그냥 그런 연애담이 될 수 있는 이 영화에 특별함을 부여한다. 라피에게 ‘현재를 즐기라’며 적극적으로 영계와의 사랑을 부추겼는데 알고 보니 그 영계가 자기 아들이었다는 기가 막히는 상황. 여기서 리사는 엄마와 상담치료사 역할 사이에서 갈등한다.
설정은 독특하지만 <프라임 러브> 역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들의 공식을 따른다. 첫눈에 반하고, 사랑하다가, 갈등하고, 다시 만났다가 하는 것의 반복. 그 와중에 라피는 “시들어 가는 자아를 다시 찾고”, 데이브는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다. 리사가 아들에게 해준 조언대로 “사랑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다”라는, 당연하지만 안타까운 진리를 이 영화는 조용히 보여준다.
나이 어린 남자와 나이 제법 든 여인이 맺어지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그것은 다만 바람일 뿐이다. 14살 차이가 나지만 남자는 성공하고 여자는 개종하고 그 나이에 애도 펑펑 잘 낳고 행복하게 늙도록 살았대요, 라는 건 어른들을 위한 동화일 뿐, 고개를 끄덕일 공감은 줄 수 없다. 인생을 살아나가는데 있어서 정말로 소중한 것은 나이 따위가 아니라는 지당한 사실은 우리보다도 이 두 사람이 먼저 알고 있다. 그런데도 라피는 결국 데이브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라피는 데이브와의 미래를 여러 차례 곱씹어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프게 깨달았을 것이다. 지금 사랑한다고 해서 불확실한 미래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제 막 사회에 나온 데이브에게 세상을 가르치는 소리 따위는 귓가에만 울릴 뿐 머리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비록 인생 선배가 되어 줄 정도의 연륜은 없을지라도 말이 통하고, 삶에 위로가 되는 비슷한 연배의 누군가가 더 절실했을 것이다.
그 둘이 처음 만날 때 사랑에 빠지는 이유나 계기 같은 것은 없었다. 첫눈에 서로에게 반했다. ‘프라임 러브’니까. 사랑 그 자체가 생겨나는 것에 이유가 있을 리 있다. 둘은 많은 시련을 이겨내고 결국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한다. 하지만 완벽한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헤어질 수밖에는 없는 것일까. 2년 후, 혹시나 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물과 미소가 교차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부분이다.
세 배우의 연기는 모두 훌륭하다. 킬빌의 여전사 우마 서먼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연상녀가 정말 잘 어울린다. 브라이언 그리버그도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이 훈훈하다. 23살보다는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실제로 두 사람의 나이는 8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백미는 단연 메릴 스트립이다. 말할 수 없이 자애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가 소파에 드러누워 수선스레 가슴을 쓸어내리는 걸 보고 있자면 그 능청스러움에 입이 떡 벌어진다. <맘마미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어디에서도 <프라임 러브>의 리사를 찾을 수 없다.
영화 곳곳에서 뉴욕의 잔잔한 모습은 아름다웠다. 미국 유태인들의 풍습을 엿볼 수 있었던 것도 흥미로웠다. 배경음악인 레이첼 야마가타의 'I wish your love'는 덤이다.
David Bloomberg: [lying in bed, making love] I want to make a baby with you.
Rafi Gardet: I can't. I can't do this to you. You don't want to.
David Bloomberg: You want to. It's what you want so I want it.
Rafi Gardet: But you don't. You would regret it.
David Bloomberg: I want to give you this gift.
Rafi Gardet: I know. And it's the sweetest gift anyone has every given me. The fact that you are willing to do this for me shows how deep your love goes. That's the gift I'm taking from you inst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