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식 덕 보려고
자식을 낳을까
부모한테 자식은
그저 있다는 것만으로
좋은 거다
자식이 있다 해도
혼자 살 수 있지
그런 사람한테
“자식은 뭐 해요”
하지 말기를
부모는 부모고
자식은 자식이다
부모와 자식을
아주 남이라 말할 수 없겠지만
가장 가까운 남이기도 하다
저마다 살아야지
*부모한테 잘 못하는 자식이 하는 변명
희선
어느 날 내 앞에 문이 나타났지
그 문을 열고 나가니
그곳은 아주 다른 곳이었어
넌 거기 있었지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너에게 가는 문은 나타나지 않았어
지금도 난 찾고 있어
너한테 이어진 문을
언젠가 다시 널 만날 수 있기를
멀리멀리
하늘로
우주로
어디든 가는 마음
문
1
어디로든 이어진 문
그 문은 어디에……
언젠가 내 앞에 나타나길
2
문을 열고 나가니
세상은 반짝였다
나를 반기듯
*새벽에 비 많이 온다고 해서 조금 걱정된다. 그 말보다 적게 오기를 바란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게 좋아요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넘치면 넘치는대로
아쉬워요
왜 사람은
말하지 않은 걸 할까요
앞을 읽고 한 행동이라면 좋겠지만
그게 늘 그렇지는 않아요
더하지 않은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상대가 말한 건
딱 그것만 하세요
문득 사람은 죽으면
누군가 뒤처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냥 사라지면 좋을 텐데
사람은 태어난 뒤에도 죽은 뒤에도
남한테 신세져야 하는군
내가 죽으면 누가 내 뒤처리를 해줄지
빨리 알아야 끔찍하지 않을 텐데
난 장례식은 하지 않고
바로 화장하고 뼛가루는 나무에 뿌렸으면 해
나무에 뿌린다고 내가 나무가 되지는 않겠지
가루가 되면 자유로울 듯해
살았을 때는 늘 같은 곳에 있었지만
죽으면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질 테니
어디든 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