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친구한테서 연락이 없다. 전자편지를 보내도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다. 이런 일은 거의 없었는데. 친구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띠링.

 

 문자 오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그동안 연락 안 되던 친구가 보낸 거였다.

 

 <미안, 며칠 집을 떠나 다른 데 있었어. 여기는 휴대전화기 자주 못 써서 연락 못했어. 여기가 어디냐면 남극이야.>

 

 친구가 보낸 문자를 보고 조금 놀랐다. 언제 준비하고 남극에 갔을까. 언젠가 한번 남극에 가 보고 싶다고 했는데. 한국에서 남극에 가려면 많이 기다려야 했다. 남극에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신청한 뒤였던가 보다.

 

 띠링.

 

 문자가 또 왔다.

 

 <여기 무척 춥다. 남극이니까 그렇지. 그래도 지금 남극은 여름이야. 내가 돌아갈 때까지 잘 지내.>

 

 여기는 겨울이지만 남극은 여름이구나. 여름이어도 무척 추울 듯하다. 지구온난화로 남극 빙하가 많이 녹았다고는 해도. 여기에서 눈을 못 봐서 남극까지 보러 갔나 보다.

 

 난 친구한테 남극에서 잘 니내고 오라는 문자를 보냈다.

 

 내가 문자를 보내고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친구는 남극에서 만난 펭귄 사진을 보내주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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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9 21: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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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0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3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4 0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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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이 이야기 몇번째 하는 거야?”

 

 친구와 난 몇달 만에 만났다.

 

 “네번째 같아.”

 

 “만날 때마다 같은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

 

 “만나지 않을 때 한 것도 합치면 네번 넘을지도.”

 

 “그러고 보니, 그러네. 난 요새는 가고 싶은 곳 별로 없어.”

 

 예전에 친구는 가고 싶은 곳이 많았다. 갔다 온 곳이 많아서 더는 가고 싶은 곳이 없는지도. 난 물을 조금 마시고 말했다.

 

 “요새 난 하루키 소설에 나온 ‘고양이 마을’에 가 보고 싶어.”

 

 “아, 거기? 정말 있을까?”

 

 “나도 몰라.”

 

 어렴풋이 생각나는 고양이 마을. 소설을 봤을 때는 그렇게 마음 쓰지 않았는데, 갑자기 거기가 생각났다.

 

 “그러면 난 미하엘 엔데 소설 ‘끝없는 이야기’ 속 세상에 갈까 봐.”

 

 “그거 멋지겠다.”

 

 “그렇지.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 책속 세상이 있을지도 모르지.”

 

 “응.”

 

 내가 가끔 생각하는 걸 친구가 먼저 말했다. 어쩌면 우린 언젠가 같은 책속 세상에 갈지도 모르겠다. 아니, 지금 우리 둘레가 이상하다. 벌써 우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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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알고 싶어서

날마다 조금씩

마음을 기울였어

 

세상을 아는 데도

날마다 조금씩

마음을 기울여야 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시간을 들이면

너를 조금은 알겠지

 

 

 

 

*마음은 이렇지만 어느 정도만 하고 그만둘 때가 많다, 힘들어서... 끈기 없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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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 꽃잎처럼 떨어지는 눈아

오랜만이야

세상을 하얗게 덮을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찾아왔구나

 

지난밤엔 좀 춥더니

네가 와서 그랬구나

아침엔 네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어

 

언젠가 또 올 거지

 

다시 만나고 싶어

꼭 와

믿을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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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

고영범

 

 

 

 안톤 체호프라는 이름은 알지만 소설은 거의 못 봤습니다(몇달 전에 희곡 읽어봤어요). 안톤 체호프를 좋아하면 미국 소설가 존 치버나 레이먼드 카버도 좋아할까요. 존 치버는 몇해 전에 일기와 편지가 책으로 나와서 이름을 알았습니다. 저는 빨리 몰랐던 거고 아는 사람은 알았겠네요. 그래도 레이먼드 카버는 존 치버보다 먼저 알았습니다. 김연수가 한국말로 옮긴 《대성당》도 만났지만……. 그 책을 봤을 때는 책만 보던 때여서. 책을 보고 느낌을 조금이라도 썼다면 집중하고 뭔가 알아봤을지. 어쩐지 그리 다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잘 모르는 거 많고 소설뿐 아니라 다른 책도 그리 잘 읽어내지 못합니다. 어쩐지 이 말 평생 할 듯합니다. 죽을 때도 난 대체 무엇을 알았을까, 아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하겠지요. 이런 생각하니 조금 슬프네요.

 

 

 어쨌거나, 이번 생에서 바라던 걸

 얻긴 했나?

 그랬지.

 그게 뭐였지?

 내가 사랑받은 인간이었다고 스스로를 일컫는 것, 내가

 이 지상에서 사랑받았다고 느끼는 것.

 

 -<말엽의 단편>, 《폭포로 가는 새로운 길》, 122쪽  (296쪽)

 

 

 레이먼드 카버는 죽기 전에 자신이 사랑받았다고 썼네요. 비트겐슈타인은 죽기 전에 괜찮은 삶이었다고 했다던데. 카버 소설은 별로 못 봤지만 무척 두꺼운 평전은 읽었습니다. 몇해 전에 봐서 많이 잊어버렸지만, 이 책을 보면서 그걸 떠올리기도 했어요. 작가는 자신보다 작품을 더 보기를 바랄지도 모를 텐데, 어떤 작가는 작품과 아주 가깝기도 하죠. 카버도 그런 사람에서 한사람이 아닌가 싶어요. 카버는 자기 경험은 쓰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카버 동생이나 아이들은 실제와 다르게 쓴 걸 보고 실망했다고 하더군요. 그 부분은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글 재료는 둘레에서 가져왔다 해도 그걸 그대로 쓰기는 어렵잖아요. 아니 어쩌면 자신이 보는 자신과 남이 보는 자신이 다른 데서 오는 거였을지도 모르겠군요. 카버는 자신만의 눈으로 보고 생각하고 상상력을 더한 거겠지요.

 

 아는 사람 이야기를 쓸 때는 조심해야 하는데, 여기에서는 카버가 그런 생각은 안 했다고 하더군요. 카버가 살아 있다 해도 뭐가 진짜인지 모를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자기 경험 많이 썼다는 건 알겠어요. 카버가 글로 쓰고 달라진 건 그리 없어 보여도. 글 쓴다고 사람이 확 바뀌지는 않습니다. 저도 조금 경험했습니다. 카버가 빠지고 힘들어한 건 알코올 의존증이에요. 알코올 의존증 때문에 아내인 메리앤이 바람피웠다고 의심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딘가에서 보니 알코올 의존증인 사람은 자기 아내를 의심한다더군요. 카버가 소설을 잡지에 발표하고 대학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고 집도 괜찮은 데 살았을 때 카버와 메리앤은 둘 다 알코올 의존증에 걸리고 맙니다. 한사람이라도 괜찮았다면 나았을지. 왜 형편이 나아졌을 때 그렇게 됐을까요. 그것 때문에 카버는 사는 게 힘들어지고 빚도 많아져서 파산 신청을 해요. 카버는 두번이나 그랬어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칠 때 카버는 소설을 거의 못 썼어요. 알코올 의존증이 심해져서기도 했군요. 존 치버는 카버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친하게 지내기도 했답니다. 존 치버는 알코올 의존증으로 술을 자꾸 마시면 죽는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카버와 같이 술을 마셨습니다. 몇해 뒤 존 치버는 장편소설을 써요. 그걸 본 카버는 어떤 생각을 했을지. 카버도 장편소설 쓰려 했지만 생각만 하고 못 썼습니다. 그래도 카버는 술을 끊으려고 여러 번 애쓰고 해냈어요. 그 뒤로 열해밖에 살지 못했지만. 카버가 메리앤과 일찍 결혼하고 일찍 아이를 가졌지만 그때 그렇게 안 좋았을까요. 안 좋을 때가 더 많았을지 몰라도 괜찮았던 시간도 있었으리라고 봐요. 카버가 공부한다고 여기저기 다닐 때 메리앤은 아이들과 함께 카버를 따라갔어요. 가난한 그 시절이 있어서 카버가 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술을 끊은 카버는 대학 교수가 됐는데, 얼마 뒤 미국예술문학아카데미에서 스트라우스 기금을 받아요. 그때는 대학 일을 그만둡니다. 다섯해 동안 주는 거였는데 네해 뒤 카버는 폐암이라는 걸 알게 되고 한해 뒤에 세상을 떠납니다. 카버는 그렇게 오래 살지 않았어요. 카버보다 더 조금 산 사람도 있지만. 카버는 1988년 8월 2일에 세상을 떠나요. 두번째 아내 테스 갤러거는 《대성당》 전에 나온 카버 소설을 본래대로 내려고 애씁니다. 카버가 편집자 고든 리시를 만나 세상에 더 알려졌다고는 해도 두번째 소설집은 고든이 무척 많이 자르고 고쳤어요. 카버가 좀 더 세게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면 좋았을걸. 그래도 《대성당》은 카버 뜻대로 냈어요. 그게 더 잘됐답니다. 편집이 중요하다 해도 작가 뜻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 삶이 잘 굴러가기만 할까요. 좀 더 괜찮게 살고 싶다 생각해도 잘 안 돼요. 이건 저군요. 레이먼드 카버는 어릴 때 가진 작가가 되겠다는 꿈은 이뤘습니다.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카버는 딸도 알코올 의존증이 된 걸 안타깝게 여겼다고 해요. 메리앤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도 공부했던데. 메리앤이 카버 마음을 잘 받아줬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도 헤어졌지만. 헤어지고 둘은 친구로 지냈다고 하던데. 언젠가 카버 소설 만날지 모르겠네요. 그걸 보고 잘 알지. 소설을 보면 또 다른 카버를 만날 것 같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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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28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버가 편집자 덕에 유명해졌다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훌륭하게 고쳤다는 거죠. 그 편집자가 없었다면 지금의 카버는 없다, 라는 말도 있을 정도에요.
그래서 저는 제가 책을 낼 때 출판사에서 잘 고쳐 줄 줄 알았어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어요. 띄어쓰기만 체크해서 보냈더라고요. 출판사마다 다르겠지만요...

저도 대성당, 이라는 소설집 읽었는데 괜찮았어요. ^^

희선 2020-09-29 23:30   좋아요 0 | URL
예전하고 지금이라는 것도 있고 편집자마다 다르기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은 작가가 쓴 걸 많이 고치려는 사람 없을 것 같아요 만화영화에서 본 건데 만화 편집자는 만화가한테 이런저런 말을 하거나 고칠 게 있으면 고치라고 하더군요 다른 글을 편집하는 사람은 어떨지... 편집자 덕에 이름 잘 알려진 사람 더 있겠지요

페크 님은 고칠 게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명절 연휴 시작이네요 명절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