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사람은 죽으면
누군가 뒤처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냥 사라지면 좋을 텐데
사람은 태어난 뒤에도 죽은 뒤에도
남한테 신세져야 하는군
내가 죽으면 누가 내 뒤처리를 해줄지
빨리 알아야 끔찍하지 않을 텐데
난 장례식은 하지 않고
바로 화장하고 뼛가루는 나무에 뿌렸으면 해
나무에 뿌린다고 내가 나무가 되지는 않겠지
가루가 되면 자유로울 듯해
살았을 때는 늘 같은 곳에 있었지만
죽으면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질 테니
어디든 가지 않을까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