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들려왔다

 

오랫동안 듣다보니

소리가 멈췄을 때도

무언가 들리는 듯했다

 

아무리 좋은 음악일지라도

크게 끊임없이 들리면

그건 그저 듣기 싫은 소리일 뿐이다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페크pek0501 2020-09-16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음. 저는 특히 집 공사할 때 나는 소리가 괴롭더라고요.
음악도 너무 크게 들리면 좋은 줄 모르겠어요. 적당해야죠.

희선 2020-09-18 01:12   좋아요 1 | URL
공사하는 소리도 오래 나면 시끄럽지요 요즘 아파트는 공사하는 거 이웃에 동의받고 한다고 하더군요 그거 안 해주는 사람 있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다 해주겠지요 잠깐 참으면 되니... 장사하는 곳뿐 아니라 이웃에서 음악 크게 틀어도 안 좋겠습니다 그런 곳 없어서 다행입니다


희선
 

 

 

 

 그 일은 갑자기 일어났다. 평소에 그 일이 일어나면 어떤 조짐이 보일 것 같았는데, 조짐 따위 없이 그 일은 다가왔다. 아니 어쩌면 누군가는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천문학자나 과학자는. 말하지 않은 건 아무 대책이 없어서였겠지.

 

 지구에 살던 모든 게 한순간에 사라졌다. 내가 그렇게 느낀 거고 실제로는 시간이 더 걸렸을지도. 한해쯤 전 혜성이 지구로 아주 가까이 다가오지만, 다행하게도 혜성은 지구와 부딪치지 않고 지나간다고 했다. 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그 혜성이 다시 지구 쪽으로 오면 그때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는데.

 

 그때 슈퍼 컴퓨터가 계산을 잘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많은 걸 슈퍼 컴퓨터에 맡기고 슈퍼 컴퓨터가 내놓은 답을 따랐다. 어느 순간 슈퍼 컴퓨터는 성실하게 일하기 싫어졌을지도. 자아가 생긴 거지. 그렇다고 자신까지 죽는 일을 만들다니.

 

 지금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해도 아무도 모르겠지. 난 산 사람이 아니다. 혜성이 지구와 부딪쳤을 때 나 또한 목숨을 잃었다. 그 일이 일어나고 얼마 뒤 눈이 뜨였다. 눈이라 할 만한 건 없지만. 몸도 없고 정신이랄까, 열혼이랄까 하는 게 우주를 떠돌았다. 다른 건 못해도 눈을 감고 싶다 생각하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 난 그저 우주를 떠다닐 뿐이다.

 

 나만 이렇게 된 건지 많은 사람이 나처럼 우주 공간을 떠도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내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소리를 내지도 못하니.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 해도 모르겠지. 그래도 아주 가끔 누군가 곁에 있는 듯 따스함이 전해지기도 한다.

 

 이제 난 사람도 아니구나. 예전에 사람일 때는 죽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모든 게 끝나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난 어떤 상태인 건지. 죽은 것 같기는 한데 아주 죽은 게 아닐까. 어떻게 하면 편안해질지.

 

 사람일 때처럼 외롭거나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가끔 우주를 떠도는 일이 심심하다. 별과 별 사이는 아주 멀다. 난 거의 검은 공간을 떠다닌다. 우주는 진공이어서 물체가 떠다니던가. 난 물체가 아니지만 떠다닌다. 신기하다.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우습구나.

 

 시간이 갈수록 예전 기억이 사라진다. 어쩌면 좀 더 떠돌다 보면 나 자체가 우주에 녹아들지도. 인류는 지구의 한 부분이다 생각했는데 난 우주의 한 부분이 되겠다. 그렇게 되는 것도 괜찮겠지. 지금이 영원히 이어지는 것도 힘들 것 같다.

 

 혜성이 지구와 부딪치고 목숨 있는 건 거의 사라졌겠지. 어쩌면 살아 남은 게 있을지도.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르고 다른 인류가 나타날지도. 인류가 지구를 떠나 비슷한 별을 찾지 못한 건 지구가 있어서였을지도. 지구 같은 별은 하나만 있으면 괜찮을 테니 말이다.

 

 저 멀리에서 무언가 아주 밝게 빛난다.

 

 “이보세요. 괜찮아요.”

 

 누군가 나를 세게 흔들었다. 난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니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 생각났다. 여기는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곳이었다.

 

 정전이 되고 그게 돌아오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난 이상한 일을 겪은 거였다. 정전이 됐으니 내가 본 건 가상현실이 아닐 거다. 그건 대체 뭐였을까. 그걸 꿈이라 여겨야 할지.

 

 그날 밤 뉴스에서는 한해 뒤에 혜성이 지구 바로 옆을 지나갈 거다 했다.

 

 

 

 

  

 

모두가 사라질 때   지구 종말 앤솔러지

정명섭, 조영주, 신원섭, 김선민, 김동식

요다  2019년 10월 30일

 

 

 

*더하는 말

 

 《모두가 사라질 때》에는 단편 다섯편이 실렸습니다. 언제나 책을 볼 때면 어떻게 쓰지 생각하는데, 마지막 단편 볼 때 이걸 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여기 담긴 소설에 곧 혜성이 지구에 부딪친다는 말이 있더군요. 지구가 끝장나는 거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여기 담긴 소설을 보고 한번 생각해 봤네요.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9-14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5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언가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

왜 글쓰기에 빠질까

 

읽고 쓰고

읽고 쓰고

읽고 쓰다보면

 

세상과 사람을 좀 더 잘 보겠지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페크pek0501 2020-09-13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경우 글쓰기와 독서로 인간에 대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는 것 같고
이게 가장 유익한 점인 듯해요.

희선 2020-09-14 01:08   좋아요 0 | URL
자신이 가장 알아야 할 건 자기 자신이겠지만 책을 보고 글을 쓰면서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알게 되겠지요 어쩐지 시간이 많이 흘러도 조금밖에 모를 듯합니다


희선
 

 

 

 

바람은 철마다 달라요

 

봄엔 부드럽고 따스하게 불어

마음을 설레게 하고

여름엔 습기를 많이 머금어

후텁지근하고

가을엔 시원하게 불어

기분 좋아요

그리고 겨울엔 차고 매워요

 

겨울 바람이 차고 매워도

싫어하지 마세요

조금만 참으면 다시 봄이 오잖아요

 

 

 

 

*이젠 차고 매운 바람 만나지 못할까.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내가 바라는 건 시끄러운 음악이 들리지 않는 세상이지

저작권료 때문에 음악을 마음대로 틀면 안 된다는데

여전히 음악을 크게 트는 곳도 있어

가게가 있는 곳이라면 괜찮겠지만

사람이 사는 집이 있으면 소리를 줄여야 하잖아

음악 크게 튼다고 장사가 더 잘되려나

가게 안에서만 들리게 하면 안 될까

나만 그 음악소리에 괴로워하는 듯해

 

소리 좀 줄여주세요

 

(말은 못하고 이렇게 쓰기만 하는 마음 작은 나)

 

 

 

 

*이 일은 시간이 좀 지났다. 어느 날은 음악이 들리고 어느 날은 들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 가게 안 한다. 바람이 음악을 실어나른 적도 있을지도.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